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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파티_데코 아이디어]손작업 하는 여자들의 솜씨 자랑 계동 보빈느의 동짓날 아침 풍경
계동길 안쪽 골목에 자리한 아름다운 한옥 아틀리에 ‘보빈느’에서 동지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이어 만든 퀼트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앤티크 가구가 편안함을 주는 한옥에는 우리 전통문화와 서양 문화가 따스하게 어우러진 동짓날 파티 데커레이션 아이디어가 공간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왼쪽) 왼쪽 패브릭 리스는 보빈느에서 제작한 것.
(오른쪽) 대문에 버선 오너먼트를 장식했다.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전통의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버선은 보빈느에서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제작한 상품으로 현대백화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저 바느질이 좋아서 지난 30년간 퀼트의 매력에 푹 빠져 산 퀼트 작가 오영실 씨. 그는 공간 분위기를 바꿀 때 패브릭을 즐겨 활용한다. 코트 위에 숄을 걸쳐 멋을 내듯 무릎 담요, 쿠션 등 패브릭 소품이 발휘하는 효과는 의외로 크기 때문. 커튼, 침구 등 제법 큰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식탁 매트, 방석, 작은 액자 같은 소소한 소품만으로 콘셉트에 맞는 공간을 꾸밀 수 있다. 또 뻔한 크리스마스트리나 반짝이 전구보다 붉은 컬러나 코리안 무드의 소품을 이용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ㄷ자형 구조의 한옥 안쪽 사랑방을 패밀리 룸으로 꾸미고 둥글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한옥’ 하면 한국 고가구를 놓고 좌식 생활을 해야 할 것 같지만, 반대로 서양 앤티크 가구를 놓으면 멋스럽다는 것. 단, 어른들과 아이가 함께하는 가족 모임이라면 입식과 좌식 공간을 믹스 매치하는 것이 좋다. 윷놀이 같은 전통 놀이를 하거나 차를 마신다면 좌식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 이때는 앤티크 체어와 방석을 함께 두는 것도 방법이다.

“동짓날은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지요. 옛날에는 긴긴밤에 복조리와 복주머니를 만들었다고 해요. 올해는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동지 선물로 남편을 위한 무릎 담요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보온성이 뛰어난 융 원단에 리본을 묶는 방식의 퀼트로 수놓은 뒤, 실크 리본으로 장수 수 壽 자를 패치워크해 완성한 무릎 담요. 소파나 암체어에 걸쳐두면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자가 새겨진 블랭킷, 앤티크 체어와 무명 방석의 매치, 차탁으로 활용한 스툴, 앤티크 테이블 위에 나뭇가지로 만든 센터피스를 더하는 등 동지 파티 공간의 연출 포인트는 바로 동서양의 멋스러운 조화가 아닐까.

(왼쪽) 붉은 계열 컬러로 통일감을 준 사랑방 ‘패밀리 룸’. 적색 쿠션에 하얀 무명 방석을 매치하고, 조각보 액자를 벽면에 장식해 포인트를 주었다.

오영실 씨에게 배우는 선물 데코 아이디어

idea 1 “대청마루 한쪽에 실패를 쌓아 동지에 어울리는 소박한 트리를 만들었어요. 빈티지 숍에서 구입한 대형 실패를 5개, 3개, 1개씩 쌓아 올려 나무 형태를 만든 뒤 집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장식하고 버선 오너먼트를 달아 완성했죠. 입구 한쪽에는 팥시루떡과 주전부리를 보자기로 포장한 선물을 조르르 두었어요.”
idea 2 “사실 서양의 크리스마스나 우리의 동지나 그 의미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프랑스 시골이나 스코틀랜드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아이에게 곰 인형을 선물하는 게 전통이죠. 아직 어린 아이나 미래의 손자 손녀를 위해 곰 인형을 만들어보는건 어떨까요? 매해 다른 패턴으로 조각 천을 더하면 우리 가족만의 ‘동지 에디션’이 되겠지요.”


idea 3 “예부터 단오에는 부채를 선물하고 동지에는 달력을 선물했다고 해요. 농경 사회였기 때문에 달력은 무척 귀한 물건이었지요. 특히 파란 달력을 선물하면 액운을 막아주고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었습니다. 자그마한 탁상 달력과 함께 퀼트 커버링을 더한 수첩을 선물하면 어떨까요.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과 스토리를 담기 좋은 아이템입니다.”
idea 4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로 작은 설과 마찬가지 의미지요. 옛날에는 동지 하례 때 버선을 선물했다고 해요. 버선은 장수의 의미가 담겨있지만 요즘은 잘 신지 않잖아요. 대신 따뜻한 양모 펠트로 실내화를 만들었어요. 주머니를 함께 제작하고 컬러 자수로 이니셜을 새겨 넣으면 더욱 뜻깊은 선물이 된답니다.”

“선생님, 이번 겨울에는 동지 파티 해보면 어떨까요?” 기자의 제안에 재미있겠다며 동지 파티에는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메모지를 꺼내 드는 퀼트 작가 오영실 씨. 지난 2년 동안 계동 한옥 아틀리에에서 생활하며 비슷한 감수성을 가진 이들을 만나 삶이 풍부해졌다고 말하는 그는 골목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하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그리고 일주일 후, 골목길 이웃을 찾아다니며 묻는다. “오늘 우리 집에서 파티 촬영을 하는데, 올래?” 지난 연말에도 그저 입소문으로 ‘비빔밥 파티’를 제안해 20 명이 넘는 인원이 뚝딱 모였더랬다. 우연히 계동에 한옥을 짓고, 공방의 젊은 작가들을 만난 것이 나이 쉰셋에 찾아온 ‘복’ 중 하나라고 말하는 오영실 씨.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시루떡을 맞춰 오고, 행운을 불러온다는 버선 오너먼트를 곳곳에 장식해 파티 준비를 했다.

플로리스트 박사임 씨(살롱 드 플로드), 펠트 작가 김지원 씨(밀레폴리에), 인형 작가 윤혜원 씨(마루코)가 오늘의 손님. 손작업을 하는 그들답게 일감도 하나씩 가지고 마당에 모였다. 마른 나뭇가지 리스를 만들기 위한 꽃과 양모 펠트 덧신을 만들기 위한 바느질감, 그리고 직접 손바느질할 귀여운 오너먼트까지 각자 준비한 파티 소품을 만들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운다.12월 22일, 진짜 동짓날이 오면 이 골목 친구들을 다시 불러 모을 생각이다. 전화나 메일, 아무것도 필요치 않다. 그저 지나다 문이 열려 있으면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와” 한마디면 그뿐이다.

(오른쪽) 왼쪽부터 플로리스트 박사임, 펠트 작가 김지원, 인형 작가 윤혜원, 퀼트 작가 오영실 씨.

촬영 협조 보빈느(02-518-7195)

진행 이지현 기자 사진 김성용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