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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집을 새집으로 바꾸는 레노베이션 기술] 스타일리스트 안선미 씨의 아파트 홈 드레싱 획일적 구조 변경에서 탈피한 개조 레시피
최근의 아파트는 시공 단계부터 다양한 구조로 선보인다. 거듭되는 아파트의 진화 속에서 가쁘게 숨 쉬는 우리는 유행이 지난 아파트를 끊임없이 새 아파트처럼 포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스타일리스트 안선미 씨가 레노베이션한 아파트는 오래된 아파트 구조가 주는 재미를 살리고 좋아하는 가구와 패브릭, 색다른 공간 배치로 개성 있게 꾸며 한층 의미 있는 공간이다.



가구 배치만으로 공간을 한결 입체감 있게 만든 안선미씨. 홈 드레싱으로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 시공 면적 48평, 공사기간 2주, 공사 비용 평당 50만원, 설계 및 시공 앤스나무(02-379-5939)


화이트 도장으로 마감하고 내추럴한 일본 빈티지 나무 가구를 더해 꾸민 거실은 한눈에도 편안하고 따뜻한 감성이 전해진다.

비싼 공사 비용 대신 취향을 반영하다 얼마 전 용인의 꿈같은 전원생활을 접고 분당의 아파트로 이사한 스타일리스트 안선미 씨. 분당과 부암동에 카페와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하는 터라 매일 출퇴근하는 거리가 부담스러웠고, 주변에 생활 편의 시설 또한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구미동 끝자락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전원주택 부지 바로 옆이라 녹지가 많은 것이 장점. 안선미 실장은 레노베이션을 통해 오래된 아파트라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살고 싶은 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사실 오래된 아파트 레노베이션은 꾸준히 수요가 있는 분야다. 하지만 우리 집이 레노베이션 북에 나오는 어떤 집과 똑같은 모습이거나 마치 디자인가구의 쇼룸처럼 보인다면 그 또한 만족스럽지 못할 터. 이 집에서 최신 유행 마감재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레노베이션 이전과 이후의 평면도를 살펴봐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구조 변경은 0%이지만, 마치 딴 집처럼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또 그 공간에 사람이 내내 머문것처럼 공간과 사람의 어우러짐이 자연스럽고 첫눈에도 편안해 보인다. “지은 지 15년 된 이 아파트는 낮은 천장과 내력벽 때문에 제 평수보다 좁아 보이는 것이 단점이었어요. 입주하면서 간단히 도배 공사만 한 터라 마감재 변화는 거의 없고, 무척 낡았던 만큼 오히려 부담 없이 털어낼 수 있었어요.” 오래된 아파트는 마음껏 스케치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 말하는 안선미 씨. 그는 주거 공간 공사를 의뢰받을 때마다 최신자재를 뜯어내는 일이 영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덧붙인다. 앤스나무 카페, 스타일링 공작소 등 오래된 상업 공간을 개조한 부암동에서의 작업이 마냥 즐거운것도 그 때문이다. “인테리어를 할 때 디자이너로서 사회적 책임감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물며 밥한 끼를 지어도, 장 한번 보는 데도 쓰레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인테리어는 두말할 것도 없지요. 굳이 베란다 확장이나 화장실 공사를 부추기는 일은 하지 않아요. 가급적 절충안을 찾지요. 그러면 자연스레 비용이 줄어듭니다.” 흔히 레노베이션 하면 가장 먼저 구조 변경, 즉 베란다 확장을 떠올리게 마련. 어떤 공간이 보다 넓어지는 것은 구조변경의 매력이지만 거실을 넓히기 위해 베란다를 확장하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외기가 실내에 머물고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할 수 있는 베란다가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유학 간 자녀를 둔 스타일리스트 안선미 씨는 부부 둘만 사용하는 이 집이 휑하니 거실만 넓은 아파트가 아니길 원했다.

침대 옆에는 수납장 겸 파티션을 두어 파우더 룸을 연출했다.


1 밋밋한 공간에는 간단한 가벽 또는 가구를 짜넣어 지루함을 없앴다.

집, 카페의 감성을 담다 적어도 5~10년 동안 살 계획으로 레노베이션을 했다는 안선미 씨. 이후라도 반드시 이사를 갈 계획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때쯤이면 새로 단장한 이 집에 변화가 필요할 만큼낡거나 지루해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집 안 전체를 화이트 도장으로 마감한 것은 이 때문. “딸아이 때문에 캐나다를 자주 오가며 웨스트 타운의 상점과 집들을 구경하곤 해요. 모두 하얗게 칠한벽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몇 해 지나 다시 가보면 인테리어가 조금씩 달라져 있었지요. 마치 하얀 도화지처럼 무엇이든 잘 어울리고 또 바꾸기 쉽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입니다. 벽지와 바닥재는 공간의 피부와도 같잖아요. 하얀 벽지를 선택하고 화이트 페인팅으로 도장한 덕에집이 한층 넓고 환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지요.” 자칫 휑해 보일수 있는 거실에는 넓은 테이블과 소파, 일본 빈티지 가구를 공간감 있게 배치하고, 천장에는 목재 패널을 덧붙여 장식했다. 거실을 지나 주방과 침실을 둘러보니 그의 따뜻한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마치 카페앤스나무를 보는 듯하다. 이는 나무 소재의 내추럴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 실제 그는 상업 공간을 상상하면서 디자인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직사각형 상업 공간의 디자인을 의뢰할 때 던지는 과제는 언제나 ‘수납’이란다. 오래된 아파트는 체계적인 수납 시스템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맞춤 가구를 짜 넣고, 수납장을 짜 넣기 위해 구조 변경을 하게 마련인지라 ‘앤스나무’식으로 해법을 찾은 것이 바로 상업 공간에나 있을 법한 수납장이다. “가장 효과적인 수납은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지요. 서재에는 책을 많이 꽂을 수 있도록, 주방에는 주방용품을 많이 수납하도록아주 단순하게 계획을 잡았어요.” 재미있는 것은 침실한쪽의 수납장을 파티션처럼 세워 만든 파우더 룸이다. 그동안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에서 살다 보니 파우더 룸까지 갖춘 최신 아파트가 부러웠다는 그는 침실 한편에 수납장을 세우고 벽면에 선반을 달아 간편하게 파우더 룸으로 꾸몄다. 방이라는 큰 상자 안에 수납이라는 작은 상자를넣는 것을 반대한다는 그는 붙박이장 대신 오픈형 수납장 혹은 가구의 틈새 공간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수납장이 넓을수록, 또 은밀하게 숨어 있을수록 버리지 않고 쌓여가는 잔살림이 늘어난다는 것. 장식적 요소는 절제하고 원래의 구조에 충실하면서 깔끔한 수납까지, 그의 상업 공간과 집에 가보면 그가 정리 정돈의 귀재라는 것을 알 수있다. 아파트 레노베이션을 통해 지난 2년간 카페와 인테리어 사무실운영 등으로 비롯된 복잡다단한 일상의 실타래도 시원스레 풀어놓았다는 안선미 씨. 이 집은 ‘일하는 공간과 머무는 공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간에 대한 그의 담백한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2 화이트와 나무의 조화를 좋아하는 안선미 씨는 일본 빈티지 가구에 정갈한 리넨 패브릭을 매치해 편안함을 강조했다. 을지로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철제 패널과 선반으로 연출한 주방 수납장. 바구니에는 작은 소품을 수납한다.


1 보통 주방 뒤의 베란다를 확장해 별도의 다이닝 룸을 만들지만, 다이닝 룸 대신 아일랜드 조리대 같은 화이트 톤의 식탁을 연결했다.


2 패브릭 디자인은 앤스나무 디자이너 강은옥, 노소연 씨가 맡았다.

평형별 아파트 리모델링 포인트
20~30평대
부족한 수납공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붙박이장이나 조립식 가구를 이용해 쓸모없이 버려지는 공간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40평대 이상 각 공간의 성격이나 기능을 명확히 규정하고, 효율적인 쓰임새가 되도록 꾸미는 것이 포인트다. 주방은 주부가 하루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므로 쾌적하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꾸민다. 다이닝 룸이 넓다면 한편에 책을 읽는 공간이나 바느질을 위한 작은 작업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50평대 이상 넓은 평수에서는 굳이 베란다를 확장할 필요가 없다. 남는 방이 있으면 생활에 필요한 기본 공간 외에 취미나 여가를 즐길 만한 공간으로 꾸민다. 홈 바나 AV 룸, 차를 즐긴다면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로 꾸미는 것도 좋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