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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집을 새집으로 바꾸는 레노베이션 기술] 서초동 김명옥 씨의 다가구 주택 레노베이션 마당 있는 집' 꿈이 현실이 되다
왼쪽과 오른쪽에 두 개의 대문이 있는 이 집은 지은 지 25년 된 다가구 주택을 단독주택으로 레노베이션한 사례다. 노후된 건물은 안전 문제가 따를 뿐 아니라, 막상 시공에 들어가면 예기치 못한 문제가 드러나 오히려 신축이 경제적으로 인식되는 것도 사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귀하고 값진 사례다.
다가구 주택, 단독주택이 된 사연 오랜만에 건축가 문훈 소장에게 이메일을 받았다. 동료 건축가가 진행한 프로젝트인데, 너무 재미있는 작업이어서 <행복>에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내용과 함께 집의 완공 사진을 첨부해 보내왔다. 첨부 파일을 열어보니 개조 전 사진과 개조 후 사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또한 집을 설계하게 된 과정과 집에 대한 건축가의 곧은 사유가 담긴 동영상 파일까지, 인터뷰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눈에 집의 스토리가 보이는 듯했다. 본래 이 집은 지난 1985년, 오래된 단독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여러 세대가 거주할 수 있도록 지어 임대 수익을 내는 전형적인 다가구주택이었다. 15년간 이 주택에서 거주한 집주인 김명옥ㆍ전병목 씨 부부는 아이들이 장성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단독주택에서 살아보고픈 마음이 생겼단다. 영어 교사이던 김명옥 씨가 은퇴 후 전업주부가 되고, 아들이 취업을 하는 등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뀐 것도이유였다. ‘다섯 가구가 살던 다가구 빌라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단독주택으로 변신시키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고민하던 중, 신문에 나온 신예 건축가 김재관 씨에 대한 짤막한 기사를 보고 상담을 요청했다. “작년 8월에 의뢰를 받아 11월에 설계를 마치고, 건설 시공 업자에게 견적을 요청했습니다. 예산을 너무 초과해 견적서를 하나하나 살펴보니 필요 이상의 금액이 책정된 부분이 많더군요. 순간 ‘내가 한번 직접 지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주인 김명옥 씨는 건축가의 패기를 높이 사 흔쾌히 동의했고, 그 후 두 달간 김재관 소장은 목수가 되어 이 집의 공사 현장에 뛰어들었다. 단독주택 리모델링의 가장 큰 장점은 아파트와 달리 외관을 마음대로 연출할 수 있다는 것.

1 건축가 김재관 씨와 집주인 김명옥 씨. 김재관 씨는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현재무회건축 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철근, 쇳덩이, 시멘트, 블록 등 원초적 건축 재료를 좋아하는 그의 꿈은 목수다.www.moohoi.com



2 서초동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주택 ‘연화당’.
멀리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 집의 트레이드마크, 건물 외벽이 무척 달라진 모습. ‘전’이라는 강도 높은 세라믹벽돌에 가문비나무 송판을 장식했다.


높은 담 대신 회색 벽돌(‘전’이라 불리는 친환경 세라믹 소재)을 낮게쌓고 가문비나무(spruce: 전나무과의 일종)로 만든 패널을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 파티션처럼 마감했다. 또 넓은 창은 외벽에 널빤지를 덧대 막아 모두 쪽창으로 바꾸어 운치를 더했다. 이는 그가 설계를 의뢰받고 집을 방문한 후 받은 첫인상에서 기인한다. “집 앞 4m 도로는 인도가 따로 없는 무뢰 無賴한 길이며, 안마당을 빤히 볼 수 있는 불온 不穩한 길이며, 여름날 민소매를 입을 수도 아니 입을 수도 없는 애매 曖昧한 길이며, 커튼을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는 우울 憂鬱한 길이며, 맛난 음식조차 몰래 해 먹을 수도 없는 얄미운 길이다”라며 첫인상을 기록해두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건축가는 길에서 집이 훤히들여다보이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담 대신 나무 구조물을 활용했다.
담장 위의 나무판자는 바람이 통하는 구조물이자 안에서는 밖이 보이고,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파티션 역할까지 한다.



집, 가족의 추억을 담은 보금자리 3층짜리 건물 중 1층(반지하)은 기존처럼 임대를 주고 2, 3층을 사용하되 마당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건축주의 바람이었다. 1층을 건너뛴 마당 있는 단독주택을 실현하는 것, 언뜻 듣기에는 황당한 요구처럼 들리게 마련이지만 다행히 이 집의 담과 건물 사이에는 여유 공간이 있었다. 1층과 2층 사이에 덱을 깔고 계단을 만들어 외부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전실을 만들었다. 원래 감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덱을 설치하지 않고 비워두었는데, 이를 통해 1층 마당으로 내려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었다. 집의 1층은 부부 공간과 가족실로, 2층은 아들딸의 공간으로 사용한다. 2층 역시 베란다와 작은 부엌을 마련한 것이 특징.
성인인 자녀들이 간단하게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 수 있는 공간이자 머지않아 자녀의 결혼 등으로 가족 구성원이 바뀔 것을 염두에 둔 배치다. 공간을 확장하거나 개방하지 않고, 작은 공간마다 다른 쓰임새를 부여했다는 김재관 씨. “얼마 전까지 우리가 살던 집의 방들은 지금처럼 크지도 않았고, 천장도 낮았어요. 작은 방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늑합니다. 그걸 만회할 수 있는 커다랗고 시원한 공간이집 안 어느 곳에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 둘이 공존하지 않으면 답답하겠지요.” 작은 방들은 다양한 쓰임새로 두고, 대신 불필요한 2층 거실을 없애고 천장을 높였더니 가족이 1층 가족실에 더 자주 모이고, 종일 볕이 잘 들어 따뜻하다고 한다.
오래된 주택의 레노베이션은 새로 집을 짓는 것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고 말하는 건축가 김재관 씨. 무엇보다 기존의 집이 가지고 있던 ‘문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골조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집 개조를 시작해야 집이 편안하고 사는 사람도 편한 법이라는것. 또한 공간이 집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배경, 즉 조연 역할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흔한 몰딩이나 화려한 조명등을 생략한 것도 모두 이 때문. 집의 주인공은 멋진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 깃들인 사람과 그들의 삶, 추억이기 때문이다.

3 2층과 3층으로 분리되어있던 내부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 거실은 벽만남기고 천장까지 모두 철거했다. 결과적으로 집의 전체 면적이 줄기는 했지만, 덕분에 천장이 오픈된 시원한 구조의 이층집이 완성되었다. 답답한 거실대신 시원한 구조의 서재 겸 가족실이 생기니 식구들이모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천장이 높으니 채광과 환기도 좋아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1 복도를 따라 정면으로 보이는 딸 유미 씨 방은 방 안에 또 하나의 작은 방이 있는 구조다. 맞은편 화장실 옆 작은 방은 미니 주방으로, 주방과 아들 방 사이의 작은 방은 기도실로 사용한다.


2 계단 구조를 바꿔 생겨난 공간은 다실로 꾸몄다.
2층 딸 유미 씨 방 창문 옆으로 2층 덱으로 나가는 문을 만들었다. 덱은 그의 도예 작업공간으로 활용한다.
3 계단 구조를 바꿔 주방 옆 책상을 두기 좋은 자투리 공간이 생겼다. 김명옥 씨는 이 공간을 서재로, 응접실로 사용한다.



4 내부 마감재로 목잴르 많이 사용했다. 강도가 높은 가시전나무로 저쿠지처럼 연출한 욕실. 목공사 때 선반을 짜 넣어 골칫덩이 수납을 해결했다.


오래된 주택 레노베이션, 비용 절감하려면
견적을 받은 뒤 자세히 살펴본다
대개 붙박이장 ○○○원, 벽지 ○○○원 등, 뭉텅이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붙박이장은 크기와 길이에 따라, 벽지는 종류와 사용량, 인건비에 따라 달라지므로 공간이나 아이템별로 좀 더 세세한 견적을 요구하는 것이 좋다.
꼼꼼한 설비 계획은 필수 오래된 주택은 수도와 배관, 전기 공사 등 설비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비 공사는 대부분 공사초기에 진행하므로 거실, 욕실, 주방 등에 들어가는 가전제품이나 필요한 가구들의 배치가 미리 정해져야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욕실이나 주방 등을 나중에 마무리한다고 해서 배선이나 배관에 대한 생각 없이 진행하면 공사가 지연되어 비용이 증가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