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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디자인] 집 안에 숲을 들이는 즐거움, 월 가든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벽에 꽃이나 나무를 심는 ‘월 가든’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제 너른 마당에서 모종삽으로 꽃을 가꿔야만 제대로 된 가드닝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때지요. 공기를 맑게 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 말고도 시각적으로 청량한 효과까지. 아파트에 자연을 들일 수 있는 색다른 방법, ‘월 가든’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세계는 지금 녹색 물결 서울 명동과 한남동을 잇는 남산 터널. 무심코 지나던 길에 얼마 전부터 청량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메마른 옹벽을 타고 푸른 물결을 이룬 식물들, 바로 수직 정원이다. 도심의 열섬 현상을 줄인다는 취지로 남산을 테마로 조성한 수직 정원은 사계절의 변화를 여실히 느끼게 하는 아이템이다.
얼마 전 영국에서는 런던의 애서니엄 호텔이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8층 높이의 건물 외벽에 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 애서니엄 호텔이 외벽을 활용해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숲’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조경 전문가로 유명한 패트릭 블랑 Patrick Blanc 덕분이다. 벽을 이용한 수직 정원 vertical garden 기법을 창안해낸 그는 세계 곳곳에 친자연주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이다. 한남동의 삼성 리움 미술관을 비롯해 파리의 케브랑리 박물관, 퍼싱홀 호텔, 방콕의 시암 파라곤 등 세계 유수의 건물 외벽에 식물을 심어 화제를 모았다. 패트릭 블랑의 수직 정원은 건물 외벽에 알루미늄 프레임을 고정한 후 합성 펠트를 덧씌워 식물에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펠트가 일종의 인공 토양인 셈으로, 일정한 공기층을 형성한 관수 시설을 통해 물과 비료가 자동으로 공급되는 원리다. 컬러와 잎사귀의 크기가 서로 다른 수백 종의 식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 그 웅장한 완성작을 보면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이제 패트릭 블랑의 수직 정원은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다. “겨울에 영하까지 내려가는 우리나라는 외벽보다 실내에 수직 정원을 설치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작은 행잉 바스켓에 덩굴식물을 기르는 것 역시 수직 정원의 한 방법이지요. 벽면 녹화를 포함해 좀 더 넓은 의미의 수직 정원을 가리켜 ‘월 가든 wall garden’이라 부릅니다.” 플로럴 디자이너 정훈희 씨는 집 안에 월 가든을 들이는 것은 특별하면서도 의외로 쉬운 일이라고 말한다. 일정량의 습도만 맞춰주면 잘 자라는 다육식물로 액자를 만들거나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자라는 덩굴식물을 벽에 거는 등 찾아보면 쉽고 간단한 아이디어가 많다고. 스타일리스트 이정화 씨 역시 수년 전부터 실내 수직 정원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다. 외국 부티크 호텔에 나가 가드닝 사진을 찍어 스크랩할 정도로 식물과 꽃에 관심이 많은 그는 우선 잎이나 줄기가 밑으로 퍼지는 식물을 공간에 배열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선반이나 책장에 아이비 종류나 고사리류 등 볼륨이 큰 식물을 화분째 군데군데 놓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지금 막 정원에서 뽑아온 듯한 내추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 프랑스의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이 디자인한 런던 애서니엄 호텔의 수직 정원. 외벽에 수직 정원을 꾸밀 때는 하층과 상층의 재배 환경이 다르므로 그에 알맞은 생존 조건을 지닌 다양한 식물을 배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2 런던의 한 패션 매장, 마치 옷가게가 아니라 온실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3 푸른 화초를 층층히 배치한 바르셀로나의 캠퍼 호텔.
4 이탈리아의 꼬르소 호텔. 덩굴 식물로 발코니를 장식했다. 왼쪽 벽면에 가벽을 세우고 월 가든을 시공한 뒤 조명을 비추어 갤러리처럼 연출했다. 모던한 공간에 생동감을 더한 아이디어다.


월 가든 공간 데코 아이디어
집 안에 초록 식물을 들이면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인테리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공기 정화, 에너지 절감 등의 장점을 제외하고도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바로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 단, 실내는 실외만큼 채광 조절이 쉽지 않은 데다 습기와 냄새까지 신경 써야 하므로 좀 더 많은 노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건조한 실내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양치류나 이끼류, 다육식물 등 비교적 관리하기 쉬운 식물부터 시작할 것.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월 가든 데커레이션.

1 공기 정화 효과, 벽면 아트 월 거실 벽면 전체를 아트 월처럼 연출하는 것도 방법. 커다란 액자형으로 제작해 벽면을 채우면 따로 습기를 조절해주는 에코 타일이나 공기 청정기를 들일 필요가 없다. 보통 관수 시설 없이 화분째 끼워 넣을 수 있는 포트형 방식을 선호하는데, 화분을 끼워 넣으려면 15~20cm의 두께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창문 프레임을 막아 연출한 정훈희 플라워 스튜디오의 월 가든. 전체적인 그린과 구별되는 색상의 화초를 한 줄로 곡선을 그리며 배치해서 포인트를 주고, 액자 프레임 가장자리는 옆으로 퍼지는 화초류를 배치해 경계면이 가려지도록 연출했다. 가로 3m, 세로 1.2m 벽면을 만드는 데 3백 개의 화분을 사용했다.
사용한 식물 클로로피덤, 백설공주 아이비, 아이비, 폴리페페, 푸미라, 산호수, 아스파라거스 등.

벤딩 기법으로 나무 자체의 탄성을 이용해 특유의 아름다운 곡선을 보여주는 텐션 티 테이블과 스플라인 라운지 체어는 김도훈 작가의 작품. 흰색 갓 플로어 스탠드는 와츠, 쿠션은 까사미아, 뚜껑이 있는 원형 함은 틸 테이블,
울퉁불퉁한 표면의 세라믹 볼은 패브 디자인 제품.


2 가구가 화분이 된다 서랍장 안에 식물을 넣은 데코 아이디어. 각기 다른 농담의 초록이 어우러져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고무신 역시 벽에 매달면 자체로 화기가 되는 아이템. 앞코가 길어 거꾸로 벽에 붙이면 물을 담아 화기로 사용할 수 있다. 고사리류는 물과 햇볕이 부족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실내에서 키우기에 적합하다.
사용한 식물 슈가바인, 푸미라, 오션, 설국, 안개초, 황금사철(고무신 안).
▶빈티지 서랍장은 아델, 모종삽은 버건 앤 볼 툴스 제품으로 옥사나 가든에서 판매.


3 손쉬운 이동식 월 가든, 행잉 바스켓 활용 최근 유럽에서는 무겁지 않은 바구니나 철제 깡통, 패브릭으로 만든 자루 화분이 인기다. 모두 벽에 걸 수 있는 행잉 아이템으로, 작품을 걸어두는 아파트 내력벽에 매치하기 좋다. 항아리 윗부분을 절단해 벽에 붙이고 그 안에 슈가바인이라는 줄기 식물을 넣어 연출했는데 많이 자라서 바닥에 닿으면 더욱 멋질 듯. 원두 포대 자루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자루형 화분 역시 쉽게 도전해볼 만한 이동형 월 가든 아이디어다.
사용한 식물 슈가바인, 알리움, 골든볼

4 덩굴식물로 공간에 생동감 더하기 책장 등 3~4단짜리 선반에 볼륨감 있는 화분을 죽 늘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화분이 촌스러워 실내에 들이는 걸 주저한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양치류의 늘어지는 화초나 덩굴을 심으면 식물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화분을 가려주기 때문.
아이비, 스킨답서스, 슈가바인 등의 덩굴식물은 건조한 실내에서도 잘 자란다.
특히 아이비는 새집증후군의 대표적인 화학 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빨아들여 제거하는 기특한 식물이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사용한 식물 흰 아이비, 클로로피덤, 트리안, 아이비, 러브체인.
▶ 블랙 가죽 바 스툴은 인디테일, 액자는 패브 디자인 제품.

‘미니 액자’부터 도전하라
다육식물은 미니 액자를 만드는 것이 화분보다 관리하기가 더 쉽다. 화분은 물 빠짐이 잘되지 않으면 고인 물이 흙을 썩게 해죽는 데 반해, 미니 액자는 흙을 털어낸 후 가볍게 채운 뒤 스프레이로 물을 주기 때문에 뿌리가 썩을 염려가 없다. 이끼처럼 초록이 소복하게 올라 오는 구름자리, 물안개 등을 심어도 좋다.
미니 액자를 데커레이션할 때는 크고 눈에 띄는 색상의 식물로 포인트를 주고, 작고 옆으로 퍼지는 모양의 식물로 간격을 메우는 것이 정석. 다육식물을 심을 때는 핑크색이나 브라운 계열의 장미과 다육식물로 포인트를 주면 좋다. 액자는 가로세로 사이즈보다 중요한 것이 깊이이므로 월 가든을 전문으로 시공하는 플라워 숍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에코숲길(02-3444-9888), 옥사나 가든(02-798-6787), 정훈희 플라워스튜디오(02-3445-0667) 등에 의뢰하면 액자만 따로 제작할 수도 있다. ▶나무 벤치는 제스트 제품.




액자 만들기
1
액자 틀과 다육 식물을 준비한다. 액자 틀은 7cm 정도의 두께가 적당한데, 너무 두꺼우면 흙이 들어갔을 때 무게가 많이 나가므로 7~10cm 내외 두께로 고를 것. 다육식물은 과천 꽃시장이나 하남 꽃시장에 가면 다양한 종류를 구입할 수 있다.
2 화분에서 다육식물을 꺼내 흙을 털어낸다. 화분과 식물에서 털어낸 흙에 배양토를 함께 섞는다. 배양토는 분갈이 흙과 마사토를 6:4 비율로 맞추면 된다.
3 끝이 뾰족한 갈퀴나 송곳 삽으로 흙을 파가면서 심고 다시 흙을 모아준다. 나뭇가지나 나무젓가락을 사용해도 된다. 컬러가 있는 다육식물을 중간 중간 심어 포인트를 줄 것.
사용한 식물 라일락, 핑크 알로에, 십이지권, 화제, 자목단, 팡파레, 환엽홍사, 금사황, 상조, 바위솔, 흑토이, 대하금, 백목단, 성을녀, 오로라, 맘보, 카라솔, 오베사, 벽어연

월 가든, 시공 방식에 따라 선택하세요
포트 방식
우선 망이 있는 틀을 맞춤 제작해 그 틀에 화분을 하나씩 끼워 넣는 방식. 화초가 죽으면 죽은 것만 빼내 갈아 끼우면 되고, 디자인을
수시로 변경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기 편하다.
자동 관수 시스템 시공 전문 업체에 의뢰해 관수 시설을 시공한 뒤 인공 흙에 화초를 심는 방법으로, 타이머로 관수 간격과 관수량을 맞춰놓으면 일정하게 물을 줄 수 있다. 단, 화초를 부분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화초가 죽으면 전체를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시공비가 많이 든다.
주머니 활용 천으로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 화초를 심는 자루형 화분을 말한다. 화초와 함께 주머니 역시 디자인의 한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주머니가 젖지 않도록 식물 아래쪽에 물받침을 넣어줘야 한다.


플로럴 디자이너 정훈희 씨는 도쿄와 런던에서 10여 년간 플로럴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버버리, 불가리, 스와로브스키 등 유명 브랜드의 런던 매장 플라워 데커레이션을 담당해왔다. 지난해 선보인 광화문 광장에 플라워 카펫을 조성해 디자인을 강조한 도심형 가드닝을 소개한 바 있다. 논현동에 본인의 이름을 내건 정훈희 플라워 스튜디오(02-3445-0667)를 오픈해 독특한 유럽 스타일의 전문 웨딩・파티 플라워 스타일링, 실내・외 가드닝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지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