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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가드닝] 꽃과 새가 있는 풍경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산과 들을 다니며 봄에는 수선화에 까치, 여름에는 백합에 원추리, 가을에는 황금빛 들판에 참새와 메추리, 겨울에는 대나무에 학 한 마리를 즐겨 그렸습니다. ‘화조도’가 바로 그것이지요. 이는 선조들이 생명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거기다 상상력까지 발휘해 자연을 마음껏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강해진 햇살에 금낭화가 붉은빛으로 선명해지는 6월, 꽃 옆에 새 오브제 하나 가져다 놓아보세요. 옛 선조들이 지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지혜와 마음의 여유가 전해집니다.

풍요를 담은 순백색 달항아리와 참새 한 쌍
둥근 달항아리에 참새 한 쌍. 마치 그 모습이 엄마 새와 아기 새가 봄볕을 쬐며 마음껏 꽃향기를 맡고 있는 듯하다. 예부터 참새는 축복을 전해주는 새로 집 안에 참새 떼가 날아들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어왔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양지바른 장독대나 담벼락 밑에 참새 떼가 모여 떨어진 곡식을 주워 먹는 풍경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왼쪽) 달항아리에 흐드러지게 꽂은 조팝, 클레마티스 양귀비, 목수국은 지플레르. 맨 앞과 울타리 앞에 놓인 달항아리는 광주요. 꽃을 한껏 꽂은 달항아리와 바로 옆 달항아리, 그리고 새 오브제는 모두 김익영 씨의 작품으로 우일요에서 판매.

꽃 피고 새가 날아드는 우리 집 작은 정원
식탁 위에 색다르게 작은 정원을 꾸며보자. 나무 소재의 테이블이라면 굳이 테이블 러너를 깔지 않아도 자연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수반에 다육식물을 나지막하게 꽂아 센터피스를 만들고, 오리 모양의 수저받침을 오브제처럼 놓아보자.

(오른쪽) 홍옥, 산수유, 이끼와 돌은 모두 티아라. 오리 오브제는 문지영 씨 작품으로 이도에서 판매. 블랙 컬러의 나뭇잎 모양 그릇은 이윤신 씨 작품으로 이도에서 판매. 새 그림이 그려진 에스프레소 잔 세트는 여경란 씨의 작품으로 이도에서 판매. 사과 오브제와 접시는 갤러리 카페 다미안 소장품. 젓가락은 예돌 제품.


화조도에는 자연의 질서가 담겨 있다

모든 화조도에는 삼각 구도가 있다. 그림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꽃이나 풀, 아래쪽에 바위나 흙 그리고 새, 나비, 곤충이 모여 안정적인 배치를 보여준다. 심지어 어떤 화조도에는 나비도 세 마리를 그려 넣어 전체적인 삼각형에 또 하나의 작은 삼각 구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화조도의 삼각 구도는 그림에 생동감과 활력을 불어넣는 포인트. 실제 공간에 꽃과 새를 매치할 때도 이 구도를 떠올리며 꽃을 꽂고 오브제를 놓아보자.

홍도와 석화로 선을 살리고 아마릴리스와 동백잎을 꽂았다. 티아라. 화조도는 강은명 씨의 작품으로 오색채담에서 판매. 화기는 이윤신 씨의 작품으로 이도에서 판매. 새 오브제는 갤러리 카페 다미안 소장품. (오른쪽) 흰색 호접란과 아이비 덩굴 잎은 티아라. 항아리와 새 오브제는 갤러리 카페 다미안 소장품.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 하나, 새 한 마리

희고 붉은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는 봄의 끄트머리, 앙상해져가는 나뭇가지에 새가 날아든다. 마치 새들이 재잘대며 나무의 허전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조랑조랑 매달려 있는 꽃잎을 바라보는 새 그리고 너른 팔을 벌리고 새로운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나무. 이처럼 자연에는 절묘한 어울림이 있다.

(왼쪽) 화기에 꽂은 꽃은 산단화로 지플레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 오브제는 마노 제품. 화기는 이지은 씨 작품.

상상과 위트로 자연을 마음껏 즐기다
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양의 디자이너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는 매개체다. 빛의 시인으로 불리는 독일의 조명 기구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 역시 날아오르는 새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루셀리노를 디자인했고, 디자이너 토드 분체도 작은 새가 사뿐히 내려앉은 모습의 갈런드 조명등을 디자인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사물을 보는 눈에 상상을 더하니 나뭇가지에 걸린 종이 새 한 마리가 바람에 나부껴 금세라도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오른쪽) 다래 덩굴과 아네모네는 지플레르. 흰색 종이 새 모빌 ‘스프링버드’ 는 공책. 화기는 이천수 씨의 작품으로 우리그릇 려에서 판매. 나뭇가지가 꽂힌 길쭉한 화기는 이헌정 씨의 작품으로 피치블러썸에서 판매. 우드 새장과 사과 오브제들은 갤러리 카페 다미안 소장품.
황여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