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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도 후회 없는 아파트 레노베이션의 기술 2] 소프트 클래식 스타일 주택 같은 아파트를 실현하다
집주인 이지현 씨는 언젠가 레노베이션할 기회가 온다면 에프알디자인의 최선희 대표에게 맡기리라 생각했다. 유호정, 김남주 등 톱스타의 집을 시공해 잘 알려진 디자이너 최선희 씨는 소프트한 파스텔컬러와 클래식한 디테일을 고급스럽게 매치하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집주인이 부탁한 것은 딱 두 가지. 바로 단독주택 같은 디자인, 그리고 무조건 깔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왼쪽)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신주 와인 랙은 보강 작업을 한 천장에 시공한 것.
(오른쪽) 현관 전실・복도 벽면에 자연 풍경의 액자를 걸면 좀 더 생동감 있는 공간이 완성된다.


넓은 공간감이 느껴지는 거실. 마루는 독일 브랜드 데카마루 제품으로 앤티크 스모크 컬러를 사용해 전체적으로 무게감을 주었다. 


거실 소파 뒤로 또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 단독주택의 느낌을 주기 위해 공간에 강약을 주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남편의 서재를 포기하고 대신 거실을 넓게 쓰기로 했지요.” 최선희 씨는 요즘 베란다는 물론 필요하면 방까지 확장해 거실을 넓게 쓰고 싶다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고 말한다. 55평(약 182㎡) 아파트는 현관 전실 복도를 따라 한쪽으로 작은 방 2개와 거실, 침실이 이어지는 구조였다. 작은 방 하나를 과감하게 없애고 베란다를 확장해 마치 운동장처럼 넓어진 거실에 소파와 이국적인 페치카, 앤티크 테이블을 배치하고 맞은편 베란다 부분에는 홈바를 연출했다. 클래식한 가구와 내추럴한 파스텔 컬러 도장으로 아늑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거실의 가장 큰 특징은 소파 뒤로 또 다른 공간이 펼쳐지는 것. 커다란 가죽 소파와 카우치 형태의 소파를 ㄱ자로 배치하고, 가죽 소파 뒤쪽에는 앤티크 테이블을 두었다. 덕분에 거실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패밀리 룸이 되었다. 가족은 이제 누가 부르지 않아도 하나둘씩 거실에 모여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보통 거실을 디자인할 때 빅 사이즈의 TV가 문제가 되곤 합니다. 거실을 확장하면서 TV와 AV장 모두를 벽면에 매입하는 디자인을 계획했지요. AV장을 벽면과 일체형으로 디자인해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물론 TV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벽체를 앞으로 돋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보통 7cm 전후로 벽이 앞으로 나오는 데 AV장을 일체형으로 심플하게 디자인하고 컬러로 통일감을 주었더니 오히려 공간이 넓어 보인다. 주방을 베란다 위치로 옮기고 다이닝 룸에는 식탁만 두어 아늑하게 연출한 것도 눈에 띈다. 환기하는 데 오래 걸리는 우리나라 음식 문화와 오픈형 주방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디자이너는 주방과 다이닝 룸을 완전히 분리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보통 레노베이션을 하면 확연히 달라지는 인테리어 스타일 때문에 가구도 새로 구입하기 마련인데, 이 집은 기존 가구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침실 역시 기존에 사용하던 앤티크 침대를 두었다. 집 안 분위기에 맞춰 봉에 거는 커튼과 침구류를 제작해 한결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했다. “미팅할 때 가구를 모두 체크합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는 집주인의 취향을 말해주는 중요한 단서니까요. 계속 같은 용도로 사용할지, 용도를 변경해 재배치할지를 상담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이지요. 가급적 기존 가구를 그대로 사용하게 하거나 컬러 리폼을 제안합니다.” 


방 2개를 역할이 나뉘어지도록 꾸미고 아이가 각 방의 역할에 맞게 자기 할 일을 깨닫고 습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 공부방 역시 파스텔 톤으로 꾸며 따뜻한 분위기. 아이들의 책 사이즈에 맞춰 책장을 제작했다.

따뜻한 컬러로 감성을 더하다 최선희 씨는 레노베이션 계획을 세울 때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와 주조색을 함께 결정한다고 한다. 구조를 바꾸는 것만큼 컬러나 소재를 매치하는 것 역시 중요하고 벽 컬러, 벽지 문양을 고르는 것은 옷의 컬러를 고르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여러 가지 사진을 보여주며 좋아하는 스타일을 묻는데, 이때 스타일은 물론 어떤 컬러를 좋아하는지도 알 수 있단다. 집주인 이지현 씨는 파스텔컬러 중에서도 웜 그레이, 웜 베이지, 그레이 블루 등 채도가 낮고 따뜻한 색을 선호했다. 웜 베이지와 웜 그레이를 주조색으로 사용해 전체적으로 차분한 톤을 만들고 오렌지 핑크와 골드, 카키 베이지 등으로 은은하게 포인트를 주었다. 에프알디자인의 도장은 모두 현장에서 직접 조색하는 것으로, 기계 조색한 것과 미세한 톤 차이가 난다. 같은 색이 하나도 없을 정도인데, 이것이 바로 전문가의 노하우인 셈. 복도 정면, 현관 전실, 안방 등의 포인트 벽지는 모두 은은한 프린트의 수입 벽지를 사용했다. 아이 침실은 세계지도 벽지를 벽 전체에 발라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
“5년 후면 아이들이 다 자랄 텐데 상관없을까요?”라고 묻자, 아주 명쾌한 답변이 돌아온다. 5년, 10년을 내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선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아이가 성장기라면 그 시기 아이의 동심에 맞는 컬러, 색감 등을 골라야 한다.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역할이 그만큼 크기 때문. 최선희 대표는 지금 가족에게 맞는 공간을 연출하고 투자하라고 말한다. 주말이면 골프 방송 을 틀던 남편이 음악을 듣고 아이가 게임 대신 책을 읽는, 그렇게 가족의 모습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디자인 및 시공 최선희(에프알디자인)



1 나무로 제작한 갤러리 창은 루버셔터 제품으로 주문 제작 가능. 세계지도 벽지는 포인아트에서 제작. 
2 거실 한쪽에는 앤티크 테이블을 두고 패밀리 룸으로 활용한다. 페치카 위의 앤티크 거울과 조명등은 이태원 앤티크 숍에서 콘셉트에 맞는 것으로 골랐는데, 이처럼 작은 디테일 덕분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3 거실을 넓게 쓰기 위해 서재를 꾸미지 않았다. 대신 안방 침실 베란다를 확장한 뒤 맞춤 가구로 간이 서재 공간을 연출했다. 
4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현관 전실. 내추럴한 타일을 깔고 벤치를 두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문가가 짚어주는 레노베이션 성공 비법
처음 하는 레노베이션,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맡겨라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개조를 맡기면 가구와 조명, 패브릭 등 세심한 것까지 모두 고려해 디자인한다. 특히 컬러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를 만나면 분위기가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기존 가구와의 조화를 고려하라 기존 가구를 그대로 사용하려면 가구 사이즈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디자이너의 조언을 받아 그대로 사용할지, 리폼해서 다른 용도로 변경할지 결정한다. 또 새집에서 가구 배치를 어떻게 할지 도면으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구와 조명의 믹스매치, 거울과 액자 등의 소품 데커레이션을 이용해서 다양한 오브제가 조화를 이룰 때 더욱 섬세한 디자인이 완성된다.

소프트 클래식 스타일 레시피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상대적으로 가는 몰딩과 두꺼운 걸레받이다. 걸레받이를 보통 사이즈의 2배 정도 높이로 제작하니 훨씬 멋스럽다. 복잡한 아트월 대신 앤티크 소품과 은은한 패턴의 벽지 등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
●기본 벽지는 모두 페인트 질감이 나는 것을 선택해 도장한 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복도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은 미국 요크의 Saint 제품, 패밀리 룸에 사용한 제품은 미국 월캐스트의 Finesse Pelican, 현관 전실에는 Finesse를 사용했다. 그 외 거실 벽지는 브랜드 자연으로 사용.

이지현,황여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