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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선수의 아내 박리혜 씨가 말하는 살림 이야기 집은 나의 꿈의 공작소
야구 선수 박찬호 씨의 전 구단주 피터 오말리는 이렇게 말했다. “리혜는 찬호에게 완벽한 아내다. 그녀는 프로 운동선수와의 결혼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잘 알고 이해한다. 그녀가 우리 가족에게 만들어준 요리는 대단했으며, 우리는 이제껏 그렇게 훌륭한 식사를 해본 적이 없다.” 정성과 사랑을 담은 식단으로 박찬호 선수에게 ‘밥상 내조’를 톡톡히 해오고 있는 5년 차 주부 박리혜 씨. 매년 남편의 동계 전지훈련 기간 동안 잠깐씩 친정집을 찾는 그녀가 일본으로 <행복>을 초대했다.

취향도 특기도 똑같은 박리혜 씨와 친정어머니 정태영 씨. 박리혜 씨가 오래간만에 찾은 일본 친정집에서 모녀는 결혼 전 마지막 여행지 헝가리에서 구입한 헤렌드 찻잔을 꺼내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박찬호, 아내의 서포터가 되다
2009년 2월 5일, 야구 선수 박찬호 씨 부부가 언론에 공식적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박찬호 씨가 아니었다. 그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요리 책을 출간한 아내 박리혜 씨였다. 아내의 요리 책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남편이 준비한 출판기념회. “아내가 요리 책을 내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안 돼’라며 딱 잘라 말했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어린 딸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내가 평생 요리 책 한번 내는 게 자신의 오랜 꿈이라고 말할 때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꿈을 이뤄본 그이기에 꿈꾸는 이의 절절한 마음을 더 잘 아는 걸까. 박찬호 씨는 아내의 말 중에서 꿈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꿈은 어떻게든 이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혹 내가 아내의 꿈을 영원히 잃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는 결국 아내 꿈의 서포터가 되기로 했다. 재일 교포 3세 박리혜 씨는 일본 도쿄 조치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20대 후반을 세계 최고의 요리 사관학교라 하는 미국의 CIA에서 보냈다. 귀국 후 그녀는 메뉴 플래닝, 푸드 라이터, 요리 선생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결혼과 동시에 모든 일을 내려놓고 오롯이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았다. 자신의 재능도 열정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도 가족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남의 연애 이야기 듣는 것만큼 재미난 것도 없지만, 특히 이 부부의 연애 스토리는 한 편의 시나리오요, 한 권의 책 분량이다. 

미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런데 사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3개월 만에 약혼식을 올리기까지 두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데이트를 열 번도 못 해봤단다. 양보다 질로 만남을 가졌다고나 할까. “두 번째 만나던 날, 그가 ‘R’ 자 모양의 크리스털 목걸이를 선물했어요. 얼떨결에 받긴 했는데 며칠 뒤 찬호 씨가 주머니에서 ‘C’ 자 모양의 목걸이를 또 하나 꺼내더라고요. 똑같은 디자인에 똑같은 소재의 목걸이인데 하나는 C자, 하나는 R자여서 웬 거냐고 물었더니, 이것은 자기 것인데 지난번에 준 것과 바꾸자고 하더라고요. 영문도 모르고 알았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R은 저의 이니셜, C는 찬호 씨의 이니셜로 서로의 이름을 목에 걸고 다니는 격이 됐더라고요. 그게 저희가 정식으로 사귀는 계기가 됐죠. 찬호 씨는 꽃을 든 남자였어요. 특별한 날도 아닌데 그냥 만날 50송이, 100송이 장미꽃을 선물해줬어요. 그때 한국 남자가 이토록 열정적이구나, 처음 알았죠.”

친정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외동딸을 시집보내기로 마음먹은 그날의 에피소드도 있다. “찬호가 우리 집으로 처음 인사를 왔어요. 덩치는 커다란 사람이 수줍어하며 두툼한 손으로 작은 박스 하나를 건네더군요. 박스 안에 은세공한 유리 찻잔 두 개가 담겨 있었는데, 세상에 모양새가 어찌나 예쁘던지! 내가 돈 주고 사려고 해도 이보다 마음에 드는 찻잔은 발견하지 못했을 거예요. 평생 운동만 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섬세함이 있을까. 아! 이렇게 섬세한 사람이라면 여자 마음도 잘 헤아릴 줄 알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박찬호 씨는 장모 테스트에 통과했다. 그가 던지는 시원한 볼처럼 한 방에!

(왼쪽) 외모도 근성도 아빠를 꼭 빼닮은 첫째 딸 예린이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왼쪽) 남편의 밥상 내조법을 담은 <리혜의 메이저 밥상>의 저자 박리혜 씨. 
(오른쪽) 박찬호 선수가 장모에게 선물한 찻잔 세트. 그의 세심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모녀가 함께 꾸민 추억이 서린 집
박찬호 선수의 시즌오프 기간, 박리혜 씨가 두 아이와 함께 일본 친정집에 들렀다. 기껏해야 1년에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남편이 그동안 톡톡히 내조해준 아내에게 주는 엄연한 포상 휴가인 셈이다. 일본 도쿄에 규모가 제법 되는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한적한 동네, 메구로. 그곳에 박리혜 씨의 친정집이 있다. 그녀의 친할아버지가 남겨준 이 집터는 본래 숲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집 주위에 100년도 넘은 고령의 족보 있는 나무가 즐비하고, 가까이에 그 당시의 나무를 그대로 보존해놓은 식물원이 자리해 있을 정도다. “운 좋게도 마당이 가장 잘 보이는 방이 제 방이었어요. 그래서 늘 나무를 보며 자랐지요. 샛노란 열매를 맺는 감귤류의 일종인 저 나무는 우리 집 상징이에요. LA에서도 친정집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나무가 생각나요. 아이가 조금 더 크면 꼭 이 집처럼 흙 밟고 나무 키우며 살 수 있는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싶어요.” 나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박리혜 씨는 2000년 ‘앨리스 키친’이라는 이름의 요리 교실을 열 때 정원에 무화과나무를, 2005년 결혼을 앞두고는 매화나무를 기념으로 심었다. 친정어머니 정태영 씨는 “이 집은 리혜가 30년을 오롯이 보낸 곳이에요. 곳곳에 리혜와 함께 고르고, 여행하며 사 모은 기념품이 놓여 있지요. 패턴이 예쁜 패브릭, 영국・덴마크・이탈리아 등에서 구입한 찻잔 같은 것들이죠. 어려서부터 리혜는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았어요. 천생 여자죠. 제가 패브릭으로 소파 커버링을 하거나 테이블 매트를 만들면 꼭 옆에 와서 어떻게 하는 거냐며 꼬치꼬치 캐묻곤 했죠.(웃음)”



1,2 유럽풍의 클래식한 스타일로 꾸민 친정집. 박리혜 씨는 뉴욕에 있는 요리 대학교 CIA를 수료하고 돌아와 이 집에서 약 4년간 요리 교실을 열었다. 친정어머니와 모은 그릇, 테이블 매트, 소품 등으로 테이블 세팅을 가르치기도 했다. 
3 전형적인 일본 다다미방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실. 
4 친정어머니가 30년 동안 일본, 중국, 한국에서 모은 아기자기한 찻잔, 사케잔 등. 화로에 유리를 얹어 진열장으로 사용한 감각이 돋보인다.


남편을 다시 일으킨 리혜식 밥상 내조
아내로서 엄마로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인생의 즐거운 목표로 받아들이는 그녀. 그런 그녀가 있기에 박찬호 선수에게 집은 든든한 베이스캠프와 같다. LA 다저스,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그리고 뉴욕 양키스 등 박리혜 씨는 남편이 구단을 옮길 때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이사 갈 집을 구하고 단장했다. 마음 둘 데 없는 타국 생활, 그럴수록 지친 심신을 보듬어주는 집의 존재가 중요하기에 횡단을, 때로는 종단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집 밥’을 해 먹이고, 남편이 운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일을 혼자서 척척 해왔다. 이른 아침에 두 딸이 깨면 행여라도 아이들 소리에 남편의 숙면에 방해가 될까 봐 6시에 아침을 먹이고 새벽 산보를 나설 정도다. 2006년은 이들 부부에게 참 힘든 시간이었다. 갑작스러운 장출혈로 박찬호 선수가 수술대에 올랐고, 5일 만에 살이 10kg이나 빠져 다시 야구 선수로 복귀하는 게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이어진 마이너리그행…. 그 당시 박리혜 씨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시련의 고비를 넘기는 남편에게 ‘밥상 내조’를 했다. 오랜 일본 생활로 한국 음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터라 급하게 시어머니를 요리 선생님으로 모시고, 국물이 시뻘건 김치찌개부터 배웠다. 평소에 건강을 위해 간이 덜 됐다 싶을 정도로 싱겁게 먹는 그녀지만, 눈 질끈 감고 비계 섞인 돼지고기까지 숭덩숭덩 썰어 넣었다. 평소라면 건강 해친다고 좀처럼 해주지 않던 음식. 하지만 때로는 주린 배보다 텅 빈 마음을 채우기 위해 음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왼쪽) 친정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귤나무. 오랜만에 친정집을 찾아 큰딸 예린이와 함께 과실을 수확하고 있다.

맛있게 매운맛 내기가 어려워 여러 번 도전해야 했던 순두부찌개, 시어머니표 특제 양념에 청양고추 듬뿍 넣어 얼큰하게 끓인 대구탕은 그 시절 박리혜 씨가 남편의 밥상에 자주 올린 음식이다. 매일 아침 7시, 그녀는 남편의 아침상을 준비한다. 오늘 등판에서 혹시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간밤에 잠을 설쳐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닌지 머릿속에 온갖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을 때면 그녀는 요리에 더욱 집중한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김치도 담가봤다며 너스레를 떤다. “주위에서 김치 담그는 게 좀처럼 쉬운 게 아니라고 겁을 줘서 일단 두 포기부터 도전해보자 했죠.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지금까지 내가 이걸 왜 안 했을까, 땅을 치며 후회했어요.” 커다란 통에 소를 준비해놓고 배춧잎 사이사이에 소를 바르는 재미, 이게 바로 김치 담그기의 클라이맥스라며 너스레를 떤다. 김치를 담그면서 도전이라는 단어를 운운하는 걸 보니 역시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의 아내답다. 때때로 몸과 마음의 근육이 느슨해질 때면 박찬호 씨는 “리혜 요리 먹고 싶어!”라며 투정을 부린다. 그런데 남편의 그 말을 들을 때면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멋진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괴테는 훌륭한 요리 앞에서는 사랑이 절로 생긴다고 했고, 발자크는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부부 화합의 제1조 라고 했다.밥상 내조의 힘으로 부부 금실이 이렇게 좋은 걸까? “사람들이 배운 게 아깝지 않느냐고 물어요. 하지만 CIA에서 배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 남편, 제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할 때마다 얼마나 뿌듯한지, 요리 공부하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을 해요.(웃음)” 훌륭한 사람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고 했던가. 아니다. 훌륭한 사람 뒤에는 이렇게 훌륭한 아내도 있다.

“사실 주부가 하는 일이란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크게 표시 나는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부지런 떠는 만큼 살림은 빛이 나고 가족의 얼굴엔 행복이 묻어나는 걸 어쩌겠어요.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의 웃음에 더 많이 행복해지는 것이 주부이기에
누가 잘한다고 상 주고 칭찬해주지 않아도 정성을 다하게 되죠.
덕분에 아이들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남편 일 술술 잘 풀리면 그보다 더한 보람과 기쁨은 없기에….”
-<리혜의 메이저 밥상>에서 발췌




1 아이들이 으레 싫어하는 브로콜리 반찬을 가장 좋아하는 박찬호 선수의 두 딸 예린이와 세린이. 매일 아침 6시경이면 아이들의 즐거운 아침식사가 시작된다.
2 박리혜 씨가 두 딸들에게 만들어준 간식.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배운 독특한 프레젠테이션을 아이들 간식에 활용했다.
3 유치원에 가는 예린이와 세린이에게 박리혜 씨가 준비해준 엄마의 정성이 느껴지는 도시락. 각종 과일을 색깔별로 아이의 조그만 입에 꼭 맞게 잘게 잘라 넣고, 데친 시금치와 낫토를 다져서 후리가케로 밥 위에 얹었다.


메이저 주부 리혜에게 배우는 밥상 내조
박찬호 선수는 신혼 초 아내에게 늘 ‘조금 더 맵고, 짜게’를 외쳤다고 합니다. 잦은 외식으로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탓에 아내의 심심한 듯 담백한 음식은 좀처럼 입맛에 맞지 않았을 테지요. 하지만 훗날 그는 아내의 ‘집 밥’ 덕분에 군살도 빠지고 훨씬 건강해졌다고 고백합니다. 박찬호 선수를 감동시킨 박리혜 씨의 지혜와 정성을 담은 건강한 음식을 소개합니다.


(왼쪽) “후다닥 김치찌개는 찬호 씨가 야심한 시간에 갑자기 김치찌개에 흰밥이 먹고 싶다고 할 때 만드는 요리예요. 말 그대로 바쁜 시간에 후다닥 끓여내는 찌개로 다진 돼지고기를 사용하면 짧은 시간에 깊은 맛을 우려낼 수 있습니다.”

후다닥 김치찌개
재료(4인분)
다진 돼지고기 240g, 배추김치 350g, 물 4~5컵, 조선간장・참기름・샐러드유 약간씩
만드는 법
1 배추김치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냄비에 참기름과 샐러드유를 반반씩 두르고 달군 뒤 다진 돼지고기를 넣어 볶는다.
3 돼지고기가 겉이 하얗게 익으면 ①의 김치를 넣고 볶는다.
4 김치가 익으면서 좋은 냄새가 나면 뚜껑을 덮어 5분 정도 익힌 뒤 물을 붓고 10~15분 정도 끓인다. 거품을 걷어내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오른쪽) “일본에서 도미는 기쁜 일이 있을 때 등장하는 요리로 통합니다. 흔히 먹을 수 없는 귀한 재료인 만큼 도미로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보세요. 부드러운 버터 맛과 도미의 신선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도미 라이스는 누구나 한 그릇 뚝딱하는 음식이랍니다.”

버터소스를 곁들인 프렌츠 도미 라이스
재료(4인분)
도미 1마리(300~400g, 작은 도미가 없으면 4토막으로 대체), 다진 마늘 2작은술, 다진 양파 1/2컵, 쌀 21/4컵, 화이트 와인 4큰술, 프레시 타임・이탤리언 파슬리 2~3줄기씩(프레시 타임이 없으면 파슬리를 더 넣음), 다시마 국물 21/2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화이트 와인 버터소스 다진 에샬롯(붉은 양파로 대체 가능) 1/5컵, 버터 70g, 화이트 와인 3큰술, 화이트 와인 식초 2큰술, 다시마 국물 1/2컵, 소금 1/2작은술, 후춧가루・레몬즙 적당량
만드는 법
1 도미는 비늘을 벗기고 내장을 꺼내 씻은 후 물기를 뺀다. 몸통에 칼집을 몇 군데 내고 소금을 뿌려 20분 정도 둔다.
2 쌀은 씻어서 물기를 뺀다.
3 물 1L에 약 5×10cm 크기의 다시마 2장을 넣고 하룻밤 정도 우려 다시마 국물을 만든다.
4 바닥이 두껍고 넓은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 다진 양파 순으로 볶는다. 투명해지면 화이트 와인을 넣어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는다. 여기에 ②의 쌀을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고(너무 뻑뻑하면 기름을 조금 추가한다) 다시마 국물을 넣은 뒤 소금・후춧가루로 밑간한다.
5 불에 올려 냄비 가장자리부터 끓기 시작하면 가볍게 섞은 뒤 그 위에 도미를 얹고 소금을 뿌린다. 타임과 파슬리를 골고루 올리고 뚜껑을 꼭 덮어 약한 불에서 19분 끓인 뒤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6 프라이팬에 버터(1큰술)를 녹인 후 다진 에샬롯을 넣어 볶는다. 화이트 와인과 식초를 넣어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끓이고 다시마 국물을 넣는다. 남은 버터를 조금씩 넣어가며 섞은 후 소금, 후춧가루, 레몬즙으로 맛을 낸다.
7 그릇에 밥을 담고 뼈를 발라낸 도미 살을 얹은 뒤 ⑥의 소스를 끼얹는다.


(왼쪽) “찬호 씨는 어려서부터 공을 던질 때마다 이를 악물던 습관으로 음식을 잘 씹어 먹을 수 없을 만큼 이가 망가졌어요. 나물 요리는 자연에서 얻은 좋은 향이 달아나지 않도록 끓는 물에 살짝 넣었다 바로 꺼내면 질기지 않고 부드럽답니다.”

유채 두부 무침
재료(4인분) 유채 150g, 두부(부침용) 1/2모, 생크림・설탕 2작은술씩, 조선간장 1작은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유채는 깔끔하게 손질해 씻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 뒤 체에 밭쳐 식힌다.
2 두부는 체에 30분 이상 올려두어 여분의 물기를 제거한다(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1분 30초 돌려 물기를 없애고, 다시 뒤집어 1분 30초 돌린다).
양념 절구에 두부를 넣어 으깬 뒤 생크림, 설탕, 조선간장을 넣어 섞는다.
3 ②에 ①의 유채를 넣어 가볍게 섞은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오른쪽) “찬호 씨는 물론 예린이와 세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표 간식이에요. 오븐에서 굽는 동안 열두 번도 더 들여다본답니다. 한 살 이전의 아이에게는 잣이나 견과류는 넣지 않고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버터와 달걀, 크림치즈는 사용하기 1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에 두고, 오븐은 180℃로 예열해놓으세요.”

바나나 크림치즈 브레드
재료(지름 20cm 파운드케이크 1개분) 박력분 240g, 베이킹파우더 1큰술, 베이킹 소다・바닐라 에센스 1/2작은술씩, 우유 3큰술, 무염 버터(실온) 100g, 황설탕(또는 백설탕) 90g, 달걀(실온) 2개, 잘 익은 바나나(중간 크기) 2개, 잣(토핑용) 약간
필링 크림치즈(실온) 130g, 꿀 2큰술
만드는 법
1 체에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 베이킹 소다를 넣고 덩어리가 없도록 내린다.
2 바나나는 껍질을 벗기고 포크로 으깨어 퓌레 상태로 만든 뒤 바닐라 에센스와 우유를 넣고 섞는다.
3 볼에 크림치즈를 넣고 저어서 부드럽게 푼 뒤 꿀을 넣고 섞어 필링을 만든다.
4 다른 볼에 버터를 넣고 거품기로 고루 섞어 마요네즈 상태가 되면 황설탕을 2~3번에 나누어 넣고 충분히 섞는다.
5 ④의 버터에 반죽이 분리되지 않도록 달걀을 1개씩 넣어가며 거품기로 고루 저어 가벼운 느낌이 나도록 거품을 올린다.
6 ⑤의 반죽에 체에 내린 ①의 밀가루를 1/2 분량 넣고 주걱으로 자르듯이 섞은 뒤 ②의 바나나를 넣고 같은 방법으로 섞는다. 남은 ①의 밀가루를 넣고 다시 섞어 매끈하게 반죽한다.
7 파운드케이크 틀에 ⑥의 반죽을 1/2분량 붓고 ③의 필링을 숟가락으로 떠서 가운데에 골고루 길게 얹는다.
8 ⑦의 반죽 위에 남은 ⑥의 남은 반죽을 부은 뒤 틀을 가볍게 내리쳐 속에 든 공기를 뺀다. 취향에 따라 잣을 올리고 오븐에 넣어 40~45분간 굽는다.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반죽이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 굽는다.


(왼쪽) “브로콜리는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어떻게든 많이 먹이려고 제가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는 식재료입니다. 무엇보다 많이 먹을 수 있도록 간을 강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꽃송이 사이사이에 간이 스며들어 자칫 싱겁게 느껴져 자꾸 간을 더하다 보면 나중에는 짠맛이 납니다. 브로콜리 요리는 조금 싱겁게 하는 것이 비결입니다.”

브로콜리 양파 샐러드
재료(4인분) 브로콜리 200g, 양파(중간 크기) 1개, 다진 에샬롯(붉은 양파로 대체 가능) 1큰술, 다진 이탤리언 파슬리 1작은술, 소금 1/4작은술, 설탕 1/3작은술, 식초 1큰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2큰술, 달걀 1개
만드는 법
1 브로콜리는 줄기를 잘라내고 작게 잘라 씻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친 뒤 체에 담아 식힌다.
2 양파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씻어 양쪽 끝부분이 끊어지지 않게 중간에 세로 방향으로 칼집을 넣어 내열 용기에 담고 자작할 정도로 물을 붓는다. 전자레인지용 뚜껑을 덮은 후 2분~2분 30초간 가열해 속까지 익힌다. 그런 뒤 오븐(170℃) 또는 오븐 토스터에 넣어 겉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5~10분간 익힌다.
3 다진 에샬롯은 소금, 설탕, 식초를 넣고 함께 버무린다. 10분 정도 두었다가 올리브유와 파슬리 다진 것을 넣고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4 달걀은 실온에 30분 정도 두었다가 보온 용기(보온 포트나 컵라면 용기 등)에 담고 끓인 물을 잠길 때까지 부은 후 20분 정도 두어 온천란을 만든다(온천란 만들기가 어려우면 반숙으로 삶는다).
5 ②의 양파를 접시에 담고 가위로 위 끝 부분을 잘라내 꽃처럼 펼쳐 장식한다. 양파 가운데에 ①의 브로콜리를 얹는다. 그 위에 껍데기를 깐 온천란을 얹고 ③의 드레싱을 고루 끼얹는다.

(오른쪽) “아침상에는 생야채보다는 살짝 볶거나 데친 요리를 주로 올립니다. 볶거나 데치면 영양분의 흡수율이 높아져 몸에 더 좋을 뿐만 아니라 맛있게 먹을 수 있지요.”

미니 양배추와 크랜베리의 화이트 와인 소테
재료(4인분) 미니 양배추 16개, 다진 마늘 1/2작은술, 채 썬 에샬롯(붉은 양파로 대체 가능) 1/4컵, 화이트 와인(강한 맛) 4큰술, 드라이 크랜베리(또는 건포도) 30g, 올리브유・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미니 양배추는 씻어서 반으로 자른다.
2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다진 마늘과 채 썬 에샬롯을 넣고 투명해지도록 볶는다.
3 ②에 미니 양배추를 넣어 3~4분 정도 볶은 뒤 화이트 와인을 넣고 뚜껑을 덮어 3~4분 정도 조린다.
4 ③에 크랜베리를 넣고 살짝 볶은 뒤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왼쪽) “베트남 쌀국수 전골은 제가 찬호 씨에게 꼭 먹이고 싶은 음식이지요. 찬호 씨가 좋아하는 다소 맵고 짠 음식과는 거리가 먼 맛이지만, 이 음식은 나른한 날 몸을 보양해주는 데 최고랍니다.”

배추와 돼지고기를 넣은 베트남 쌀국수 전골
재료(4인분) 배춧잎 8장, 쌀국수 200g, 얇게 저민 돼지고기 등심 300g, 다시마 국물 5컵, 얇게 썬 마늘 2쪽, 참기름 1큰술, 흑식초(또는 일반 식초) 1큰술, 조선간장・소금・후춧가루・베트남 고추 양념(기호에 따라) 약간씩
만드는 법
1
배춧잎은 노란 잎만 떼어 적당한 크기로 찢는다.
2 쌀국수는 뜨거운 물에 10분 정도 담가 부드럽게 불린 뒤 체에 담아 물기를 뺀다.
3 냄비에 다시마 국물과 마늘을 넣고 불에 올린 뒤 조선간장과 소금으로 밑간한다.
4 ③의 국물이 끓어오르면 돼지고기와 ①의 노란 배춧잎, ②의 쌀국수를 넣고 간이 고루 배도록 한소끔 끓인다.
5 ④에 후춧가루와 참기름, 흑식초를 끼얹은 뒤 그대로 그릇에 떠 담는다. 취향에 따라 베트남 고추 양념을 곁들인다.

(오른쪽) “남편이 몸살 날 것 같다고 할 때 만들어주는 보약이 바로 이 생강차예요. 국내산 생강과 공주에 계신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대추를 넣어 만들지요. 찬호 씨는 단맛을 좋아해서 꿀을 특별히 많이 넣는 편이에요.”

생강차
재료(약 1.5L) 생강(국내산) 100g, 대추 6~8개, 물 8컵, 꿀・돌돌 말아 채 썬 대추(장식용) 약간씩
만드는 법
1 생강은 칼끝으로 긁어 껍질을 벗긴다. 껍질에도 좋은 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대충 벗겨 씻은 뒤 얇게 썬다.
2 대추는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는다.
3 냄비에 물과 생강, 대추를 넣고 맛이 우러나도록 약한 불에서 30분간 끓인다.
4 컵에 국물만 따라낸 뒤 기호대로 꿀을 넣고 채 썬 대추를 올려 장식한다.

멸치 국물 내는 방법 멸치를 손질할 때는 배를 갈라 내장만 떼어냅니다. 보통 보기 싫다고 머리까지 떼어내기도 하는데, 멸치 머리에서도 몸통 못지않게 시원한 국물이 많이 우러나니 떼어버리지 마세요. 멸치를 많이 손질할 때는 머리만 모았다가 국물 낼 때 쓰기도 합니다. 비린내를 없애려면 접시에 멸치 20마리 정도를 겹치지 않게 깔아 전자레인지에 20초만 돌리세요. 그냥 집어 먹어도 좋을 정도로 바삭해지면서 비린내가 싹 가신답니다. 팬에 볶는 것보다 한결 간편하지요.

* 밑간이나 데칠 때 쓰는 소금, 볶을 때 쓰는 기름은 분량 외입니다.


황여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