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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파리의 갤러리스트 자크 라코스트 예술적인 일상이란 바로 이런 것
스포츠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의 창업자 장 르네 라코스트 Jean Rene Lacoste의 장손자인 자크 라코스트가 자신의 집을 <행복>에 공개했다. 프랑스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갤러리스트인 그의 살림집에는 파격적일 정도로 과감한 가구와 아트 컬렉션이 일상의 훈기와 함께 뒹군다. 전시와 과시를 위해 들여놓은 작품이 아니라 삶의 손때와 더께가 오롯이 담긴 ‘추억 저장고’가 그의 컬렉션이다. 두 딸과 행복한 삶을 사는 이혼남 자크 라코스트의 예술적인 일상이 펼쳐진다.

두 딸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 시간은 늘 분주하다. 동화 속 식탁 같은 루이 뒤로의 테이블은 폴리우레탄을 굳혀 만든 것으로 가정집에서는 보기 드문 가구다.
초현실적인 이 작품을 식탁으로 쓰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식탁 곁에는 로제 탈론의 노란색 ‘그림자’ 의자와 1970년대 주목받은 아티스트 필로라로스 Philolaos의 등판이 긴 철 의자 그리고 1950년대 마튜 메테고의 의자가 놓여 있다. 사진 오른쪽 앞에 보이는 의자는 손을 형상화한 루이 뒤로의 작품. 어느 것 하나 짝을 맞춰놓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벽면 등은 장 루아예르의 ‘리안’으로 그의 대표작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작품이다. 검정 에나멜을 입힌 금속 튜브를 구부려 서로 연결해 만든 이 조명등은 현재 파리의 아르데코 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장 루아예르는 샹피뇽, 부케 같은 식물의 우아함을 본뜬 다양한 등을 남겼는데, 대량생산한 제품이 아니라 각각의 실내에 맞게 주문 제작한 것이라 매우 희귀하다. 창가의 조명등은 파리지엔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조명 디자이너 조르주 무유 George Mouille의 사튀른 Saturne 오리지널 등으로 조르주 무유의 작품 중에서도 드문 편에 속한다.



1 요넬 르보비시의 작품을 배경으로 초상 사진을 찍은 자크 라코스트. 테이블 위의 작품들은 알렉상드르 놀의 작품으로, 놀이나 르보비시 모두 라코스트가 열정을 쏟아 발굴한 작가다.
2 편안하고 안락하게 꾸민 가족실에도 보기 드문 작품이 많다. 어린이용 작은 의자는 장 루아예르가 의사인 고객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1950년대 작품이다. 단 몇 점만 제작하기도 했거니와 남아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책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어렵게 구한 만큼 절대 팔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진한 분홍색이 돋보이는 의자는 1970년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대표 주자였던 마르크 헬드 Marc Held의 쿨뷔토 Culbuto 의자. 벽면에는 페르낭 레제 Pernand Léger가 그림을 그리고 폴 엘루아르 Paul Elouard가 시를 쓴 시화 작품을 걸었다. 정면에 보이는 검은색 벽 장식장은 마튜 마테고의 작품이며 장식장 위의 노란색 조명등은 보리스 라크루아의 작품이다. 장식장 아래의 먼지 유령 스티커를 눈여겨보시길. 딸들이 재미 삼아 붙인 장식용 스티커는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인데 마테고의 장식장과 세트같이 잘 어울린다.


알면 알수록 향기롭고,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파리에서 손꼽히는 유명 갤러리들이 몰려 있는 센 거리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갤러리 자크 라코스트 Galerie Jacques Lacoste’의 주인장, 자크 라코스트가 그런 인물이다. 수줍다 싶은 걸음새,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유머 감각, 무엇이든 과장해서 말하는 법이 없는 40대의 이 남자는 요즘 미술계에서는 보기 드문 사람이다. 입으로 벌어먹고 사나 싶을 정도로 언변이 화려하고, 언론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 쇼맨십에도 강한 여타의 갤러리스트, 무엇보다 소수의 컬렉터와 예술가만 상대하는 탓에 까탈스러운 데다 약삭빠른 여느 갤러리스트와는 사뭇 다르다. 컬렉터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할 때면 어린아이처럼 볼에 홍조를 띠며 참 열심이다 싶게 이야기한다. 이 작품을 꼭 사라는 둥, 놓치면 후회한다는 둥 컬렉터를 자극하는 말 한마디 없이 작품과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 배경까지 찬찬히 펼쳐나가는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 작품에 매료될 수밖에 없으니 참 신기한 일이다.
20년 넘게 디자인 아트 작품을 다뤄온 데다, 1930~50년대의 디자인 오브제 전문가인 그는 디자인 대학 교수 뺨칠 정도로 지식과 견문이 깊고 넓다. 갤러리의 작품은 주인장의 성격을 따라간다는 말이 이만큼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그의 갤러리는 1950년대 디자이너 중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디자인계를 풍미한 장 루아예르 Jean Royére의 작품을 주로 취급한다. 장 루아예르의 작품은 장 프루베 Jean Prouve나 샤를로트 페리앙의 차가운 작품들과 달리, 손맛과 만든 이의 생활 감각 그리고 가구 장인으로서 탄탄한 기본기와 특유의 유머가 특징이다. 나대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 루아예르의 가구는 자코 라코스트의 성격과 참 비슷하다. 그는 장 루아예르의 작품을 연구하기 위해 5천 점이 넘는 사진과 데생 자료를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한 내실 있는 갤러리스트다. 현재 장 루아예르에 대해서는 프랑스 제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3 루이 뒤로의 초현실적 작품을 소파로 사용하는 거실. 루이 뒤로의 거품 모양 의자는 폴레우레탄 소재이므로 아이들이 구르거나 부딪쳐도 안전하다. 자연석을 지지대 삼아 파란색 강철 철판을 올린 테이블은 1983년에 만든 카루스트 Carouste와 보네티 Bonetti의 합작품이다. 대량생산하는 제품에 맞서 장인 정신과 예술적 터치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주장한 그들의 정신이 살아 있는 테이블이라 할 수 있다. 스틸로 만든 거대한 조각품은 1970년대 알베르 페로 Albert Feraud의 작품. 곁에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기수인 레지아니 Reggiani의 1960년대 램프가 놓여 있다. 벽면에 걸린 동그란 거울은 요넬 르보비시의 작품이다.


4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걸려 있을 듯한 아이들의 거실에는 루이 뒤로의 의자 세 개가 놓여 있다. 생존 작가인 루이 뒤로는 어른을 위한 장난감 같은 조각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며 사후 작품 가격이 가장 급등할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바닥에 깔린 카펫은 프랑스 태피스트리를 현대적으로 혁신한 아티스트로 꼽히는 장 루카 Jean Lucat의 작품이다. 벽면의 서랍장은 벼룩시장 등지에서 컬렉터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레이먼드 로위 Raymond Loewy의 작품으로 팝아트적 특징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벽면에는 강철 의자를 그려놓은 쿠토 Couteaud의 데생이 걸려 있다.
아이들을 위한 살롱 말고도 집 안 곳곳에 놓인 얼굴 모양의 강철 조각품은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인 자닌 로 Janine Loo의 작품. 라코스트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의자 옆에 놓인 사람 모양의 옷걸이는 1960년대 제품으로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빈티지인데 재미난 발상으로 인해 딸들이 좋아한다고.


자신이 발굴한 아티스트의 작품이 좀 떴다 싶으면 파는 데만 몰두해도 되련만, 막스 앵그랑 Max Ingrand, 보리스 라크루아 Boris Lacroix, 세르주 무유 Serge Mouille, 알렉상드르 놀 Alexandre Noll, 르보비시 Lebovici까지 그의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아티스트의 면면은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가장 클래식하다. 그 덕분에 그의 갤러리는 바젤 아트 페어, 마이애미 바젤 그리고 파리의 앤티크 페어까지 참가하는, 이른바 국제적으로 잘나가는 갤러리다.
이런 갤러리의 주인장쯤 되면 좀 거들먹거려도 되련만 그는 갤러리에 작품을 배달하러 오는 일꾼에게까지 예의 바르다. 그의 매너와 예의는 어디 가서 배울 수 있으면 좀 배우고 싶을 정도랄까. 어느 날 아침부터 맘 먹고 익힌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난 듯 몸에 밴 예의범절, 인간미 담긴 매너. 이런 건 어쩌면 그의 집안 배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라코스트’라는 그의 성을 보고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를 만든 장 르네 라코스트의 장손자다.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테니스의 제왕, 악어 로고가 달린 피케 셔츠를 국제적으로 유행시킨 그 라코스트 말이다. 거기에 여러 차례 세계적인 골프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고모와 할머니까지 운동 능력이 특출한 집안이건만 자크 라코스트는 골프 외엔 별달리 잘하는 운동이 없단다. 대신 그는 금속 테니스 라켓을 발명하기도 하던 호기심과 함께 음악과 춤을 즐기며 인생을 재미나게 살아갈 줄 아는 능력을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센 강변에 위치한 자크 라코스트 갤러리. 근현대 대표 디자이너의 작품을 이렇게 한자리에서 만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마호가니 소재 테이블은 매우 보기 드문 알렉상드르 놀의 작품이다. 놀의 작품은 작은 보석함이나 담뱃갑 같은 소품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가 만든 가구는 물량도 적고 만나기도 어렵다. 거대한 마호가니 나무를 통으로 다듬어 만든 테이블로 이음매가 없어 조각 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 요넬 르보비시의 철판 벽 장식 앞으로 장 푸르베의 작업 테이블(bureau compas corbe)이 놓여 있다. 검정 의자는 장 루아예르의 작품. 테이블 위의 조명등과 천장의 조명등은 로보비시의 새틀라이트 satellite 조명등이며 조명등 옆의 나무 장식품은 모두 놀의 작품이다. 테이블 뒤로는 장 루아예르의 작품이 펼쳐져 있다. 장 루아예르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리안 조명등을 비롯해 바후 Bahut 장식장, 소파, 테이블까지 그의 작품이다. 오른쪽 뒤편으로 보이는 빨간 문양이 달린 장식장 역시 바후 장식장으로 장 루아예르는 다양한 형태와 장식이 달린 바후 장식장을 많이 디자인했다. 이 장식장들은 현재 디자인 컬렉터들의 주요한 컬렉션 아이템 중 하나다. 노란색이 발랄해 보이는 의자는 피에르 샤로 Pierre Chareau의 작품으로 그는 장 프루베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 근대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가만히 있어도 회사를 물려받아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집안의 장손은 과감하게도 23세에 생투앙 벼룩시장에 가게를 냈다.“ 벼룩시장이라니…”라며 말꼬리를 흐리던 집안 어른들은 곧 “좋다. 그러나 기왕할 거 잘해야 한다”고 그에게 당부했다. 처음부터 집안 배경을 믿고 그냥저냥 하는 갤러리스트 노릇이 아니었던 것이다. 남들 다 자는 새벽에 일어나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 뒤칸을 하나하나 뒤져가면서 밑바닥부터 배웠다. 그때 벼룩시장에서 남들이 취급하지 않던 20세기 작품을 찾아다니며 작품 하나하나를 연구하고 동료에게 과감하게 소개했는데, 현재 그 동료들은 모두 알아주는 갤러리스트가 됐다. <행복> 2009년 4월호에 소개한 주스 갤러리의 필립 주스는 그 시절부터 같이한 친구 같은 동료이며 경쟁자다.
유명 갤러리스트에 인간적인 매력, 집안 배경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이 남자는 집 안을 어떻게 꾸며놓고 사나 참 궁금했다. 그의 집은 파리의 부촌 중 하나인 17구에 있었다. 원래는 어느 은행의 고문서를 보관하던 건물이라 아직까지도 고문서 보관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복도와 입구가 이채로웠다. 그가 이 집을 구입한 것은 1992년인데, 아티스트의 작업실같이 높은 층고가 마음에 들어 살면서 옆집과 복도까지 사들여 지금의 집이 완성되었다. 아파트 두 채와 공동 복도가 합쳐진 셈인데 공사는 잘 아는 건축가 에마뉘엘 콩바렐 Emmanuel Combarel과 도미니크 마레크 Dominique Marrec가 맡았다. 유명 건축가가 작업한 갤러리스트의 집이라 하면 갤러리 하우스가 떠오른다. 사람보다 작품이 주인인 집. 그러나 그의 집은 그렇지 않다.


1 아이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작가인 자닌 로의 조각 작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모아 형상화한 작품이다.
2 불꽃 모양을 형상화한 세르주 무유의 플람 flamme. 흔히 볼 수 있는 세르주 무유의 작품 중에서도 희귀한 조명등으로 리에디션이 없는 오리지널 작품이다.


무엇보다 편안하다. 신나게 틀어놓은 록 음악, 층고가 높아 여느 집의 두 배는 됨직한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고이고이 모셔두어야 할 것만 같은 아트 작품 위에서 뛰어노는 두 딸,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고양이와 토끼들까지, 사람 냄새 폴폴 풍기며 살아가는 진짜 살림집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림집에는 좀 파격이다 싶은 작품이 많다. 뭉게구름 같기도 하고 솜뭉치 같기도 한 폴리우레탄 소재의 루이 뒤로 Louis Durot의 소파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거실에는 르보비시의 거울과 2m가 넘는 페로의 조각상이 버티고 있다.
아이들의 토끼장이 놓인 작은 어린이용 거실 역시 마찬가지다. 루이 뒤로의 발 모양 의자, 장 루아예르가 오로지 딱 하나만 만들었다는 어린이용 의자 외프, 마튜 마테고 Mathieu Matego의 장식장, 보리스 라크루아의 조명등이 장난감과 뒤섞여 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으며 얌전히 자리하고 있을까 싶은 궁금증은 자크 라코스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하나씩 풀렸다.


3 층고가 높은 식당 옆에는 바로 부엌이 있다. 유리창 너머로 손님과 가족을 볼 수 있어 편리하다. 루이 뒤로와 다양한 디자이너의 작품을 의자와 테이블로 사용하며 창가는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들의 설치 작품으로 꾸몄다. 긴 체인으로 연결된 조명등은 프란츠 웨스트 Frantz West의 작품이며 벽에는 로이 아자 Roy Adzar의 작품과 첸잉테 Chen Ying Teh의 그림이 걸려 있다.
4 자네트 라베리에 Jeanette Laverrier의 의자 뒤로는 특별히 좋아하는 유리 테이블을 놓았다. 젊은 시절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작가 미상이지만 현대적인 느낌이 좋아 오래 소장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세라믹 작가인 이브 모히 Yves Mohy의 작품과 자닌 로의 얼굴 조각 작품이 놓여 있다. 작은 도자기 작품은 14세기 중국의 도자기로 소담스러운 느낌이 좋아 구입했다. 테이블 옆의 유리 조각 작품은 제라르 코치 Gerard Koch의 작품.


“아무도 장 루아예르를 모르던 시절, 시골 창고에 처박혀 있는 이걸 보고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어요.” 식당 벽에 걸려 있는 장 루아예르의 Liane 리안 조명등을 앞에 두고 그는 우연히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빌린 시골집 창고에서 이 조명등을 발견했을 때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금은 없어서 못 판다는 이것을 자신의 집 식당에 걸어놓은 이유는 언제까지나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서다. 식당 테이블로 쓰기에는 정말 특이하다 싶은 루이 뒤로의 테이블, 로제 탈론 Roger Talon의 그림자 의자까지 위트와 예술성이 담긴 생활 오브제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렇다고 꼭 대단한 브랜드의 제품만 집 안에 들여놓은 것은 아니다. “아, 저 테이블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벼룩시장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반해버린 거예요.” 벼룩 시장에서 일하던 시절 현대적 자태와 재료의 과감한 쓰임새에 반해 구입한 이름 모를 테이블 위에는 지금 조르주 주브의 세라믹 작품과 소담스러움에 반했다는 중국 도자기가 장식되어 있다. 그렇다. 이 집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하기 위해 구입한 작품이 하나도 없다. 이 집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것은 모두가 그에게 열정과 영감을 준 것들, 소중한 기억과 추억, 그의 인생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념품들이다.
갤러리스트로서 작품을 대하는 일상 자세도 그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 작가의 유명도나 레벨보다는 작품을, 그리고 작품이 지닌 위트와 생활 감각을 먼저 본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 그 안에 개인의 역사가 담긴 것을 오래도록 소장하면서 그 안에 또 다른 추억을 새겨 넣는 일. 늘 그 자리에 그렇게 있었던 듯 뿌리가 튼튼하고 가지가 잘 자란 집을 가꾸는 비결은 바로 이것이다.


5 이탈리아 디자인 운동의 기수인 에토레 소사스 Ettore Sotsass의 사진이 걸린 욕실. 디자인 중심의 작품을 남긴 작가라도 데생과 사진, 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감을 표현하기 마련이다. 이런 작가의 데생이나 작품 설계도를 컬렉션하는 것도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벽의 조명등은 유리 장인 막스 앵그랑의 작품. 딸의 그림이 욕실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6 라코스트가 편애하는 현대 작가 로베르 말라발 Robert Malaval의 작품 ‘알리망 블랑 Aliment Blanc’을 걸어놓은 현관. 기하학적 작품임에도 따뜻한 느낌으로 실내와 잘 어우러진다.


갤러리 자크 라코스트를 방문하려면
주소
Galerie Jacques Lacoste, 12 rue de Seine 75006 Paris 문의 33 01 40 20 41 82. 갤러리 자크 라코스트는 3월 중순에 열리는 파리 앤티크 페어에 참가한다. 마이애미 디자인 페어와 바젤 아트 페어에서도 자크 라코스트의 부스를 만날 수 있다.


장 루아예르 Jean Royé re(1902~1981) 1950년대 프랑스 디자인 가구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프랑스 가구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구라는 기본기에 충실하되 자유로운 색감과 재료와의 색다른 조화를 추구하려고 한 디자이너로 그가 남긴 가구들은 현재 유럽 미술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가구 디자인에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 디자이너로 꼽힌다.
알렉상드르 놀 Alexandre Noll(1890~1970) 오로지 나무로만, 오로지 손으로 단 하나의 작품만 남기던, 나무를 다루는 장인이자 오브제 디자이너. 마치 진흙을 주물러 만든 듯 나무로 조각해 그릇을 비롯한 각종 생활 오브제를 만들어낸 그의 작품은 흐르는 듯 부드러운 곡선이 특징이다.
막스 앵그랑 Max Ingrand(1908~1969 )유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장인이자 실내 장식가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해 유리 조명등, 유리 오브제, 유리 가구 등 유리를 재료로 한 다양한 작품을 세상에 남겼다.
요넬 르보비시 Yonel Lebovici(1937~1998) 재미난 상상력으로 산업 시대를 풍자하고 비트는 다양한 공예품과 조각품을 남겼다. 특히 1970년대에 높은 인기를 누린 작가로 그의 작품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난 요소가 많다.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