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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배우는 공간] 크리스틴 박의 크리스틴 갤러리
우아한 프랑스풍 가정집 분위기를 일상 속에 녹여내고 싶다면 크리스틴 갤러리에서 아이디어를 구하라. 최근 청담동에 문을 연 이곳은 홍콩에서 손꼽히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인 크리스틴 박이 손수 꾸민 공간이다. 미술 작품은 물론 가구, 꽃꽂이, 테이블 세팅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그의 세련된 감각을 배워보자.


1 크리스틴 갤러리 개관식을 맞아 잠시 한국을 찾은 크리스틴 박.
2 바닥을 우윳빛 대리석으로 깔아 세련된 분위기가 나는 전시장 전경.


홍콩에서 외국인 최초로 컨벤션홀을 콘서트홀로 바꾸고 여기에서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공연을 연 인물, ‘유니언 처치(홍콩의 아름다운 연주회장으로 유명한 곳)’에서 많은 자선 공연을 기획한 인물, 전 세계 정・재계 귀빈을 위한 연회를 열 때면 홍콩 사람들이 찾아가 자문을 구한다는 인물. 홍콩에서 손꼽히는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크리스틴 박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자자한 명성에 비해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06년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으로 열린 프랑스 홈 페어에 초청되어 ‘크리스틴 박의 그림・꽃・가구전’을 선보이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곧바로 홍콩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그가 청담동에 ‘크리스틴 갤러리 Christine Gallery’를 열었다. 40평 남짓한 아담한 규모에 비해 둘러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회화 작품뿐 아니라 암체어, 소파, 콘솔 같은 가구를 전시하고 테이블 데커레이션과 플라워 스타일링도 연출해 볼거리가 꽤 많기 때문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그림과 가구의 어울림을 찾아낸 솜씨에도 눈길이 간다. 우윳빛 대리석으로 바닥을 마감해, 화이트 큐브 갤러리라기보다는 어느 우아한 거실에 들어온 기분이다. 프랑스 낭만주의 스타일을 부담스럽지 않게 선보인 그는 외모 역시 화사하고도 단아했다. 그에게 홍콩에서의 활동기를 물었다. “홍콩이나 중국 쪽은 여자를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여성에게 집 안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대한 의무감이 없어요. 저보다 재산이 열 배 많은 사람들도 집에 그림 한 점 걸 줄 모른다는 tktlf에 놀랐어요.” 유럽의 우아한 가구와 소품으로 그가 장식한 집은 물론이고 그 솜씨의 주인공인 이 낯선 한국 여인은 금세 유명해졌다. 홍콩 부호들이 그에게 집 안 인테리어 자문을 구하게 된 것이다.


3 크리스틴 박이 수집한 실버 커트러리. 나비와 꽃 장식을 특히 좋아한다.
4 클래식하면서 심플한 영국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가이의 암체어.


“귀빈들을 초청하는 국제적인 연회도 도맡아 연출했어요. 이런 파티를 통해 제럴드 포드(닉슨 대통령이 실각한 이후 30대 미국 대통령이 된 인물), 지미 카터 대통령의 고문 변호사인 테리 애덤스, 닉슨 대통령 따님 내외, 전 미국 공화당 총수 해일리 바버, 레이건 대통령의 참모였던 에드 로저스 등 세계적인 인물들과 인연을 맺기도 했고요.” 그 쟁쟁한 사람들도 크리스틴 박의 파티에서 ‘완벽하다’ ‘황홀하다’는 찬사를 보냈다.
국제적인 선진 도시 홍콩의 상류층 사람들을 사로잡은 크리스틴 박의 세련된 감각은 미국 유학 때부터 쌓아온 결과였다. 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1977년 한국 학생으로는 드물게 발레를 공부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그곳에서 메이시 백화점을 눈이 시릴 때까지 구경하고, 용돈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씩 꽃을 샀다. 몇 년 뒤 캐세이퍼시픽 항공사에 스튜어디스로 취직하면서 파리에 매료되었다. “그날 탑승한 비행기가 런던에 도착하면, 다시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날아가 점심을 먹을 정도였어요. 훌륭한 음식을 먹으면 집에 돌아와 바로 그 소스를 따라서 만들어보고 제 식대로 변형해보았지요. 예술의 도시 파리를, 카메라를 꺼내 들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삐 걸으며 눈으로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미셸 로보(당시 크리스찬 디올의 플로리스트)를 통해 파리의 예술인들과 교류했고 최고급 인테리어 감각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홍콩에 정착했을 때 그는 그동안 쌓은 감각을 발휘해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꾸몄다.

5 Karen Joubert, ‘Pink Flamingo’, 2005


1 작품과 테이블 세팅, 작품과 가구의 어울림을 눈여겨보자.
2 화사하면서도 격이 있는 테이블 세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3 오랜 세월 그가 수집한 아름다운 식기류도 전시되어 있다.
4 Sjato Lap, ‘Orchid in the Bush’, 2004


이번에 크리스틴 갤러리를 연 것은 그의 감각을 고국의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그의 갤러리에서는 거실에 걸고 싶은 회화 작품뿐 아니라 가구와 테이블 세팅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림의 경우 갤러리 버코 Berko, 갤러리 세피아 파리 Sepia Paris 등 유럽 귀족들이 선호하는 갤러리를 통해 컬렉션한 작품을 비롯, 국내외 아름다운 작품들을 전시한다. 유럽에선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엔 잘 알려지지 않은, 가격도 합리적인 가구 제품을 선별한 안목도 돋보인다. 12월부터는 ‘크리스틴의 라이프스타일 강좌’를 열 계획이다. 국제 매너와 지혜로운 살림법, 최소 비용으로 성공하는 재테크법, 쉽고 영양 있는 요리법과 테이블 세팅 노하우, 유럽 스타일의 플라워 데코 등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배울 수 있다. 솜씨만 있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감각적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크리스틴 갤러리를 통해 좀 더 많은 한국 주부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부’가 무직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직업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주부가 정성껏 가꾼 아름다운 집에서는 가족의 사랑이 훨씬 풍요로워진다는 것도 몸소 느끼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제 ‘장기’ 중 하나인 자선 공연도 기획해나갈 생각입니다.” 문화・예술을 통한 대규모 자선 활동가이기도 한 그의 바람이다. 그는 홍콩에서 호세 카레라스 초청 자선 음악회를 성공적으로 기획한 바 있고, 북한 어린이를 위한 식량 지원 콘서트도 연출한 경험이 있다. 앞으로 크리스틴 박의 살뜰한 감각이 묻어나는 전시, 라이프스타일 강좌, 자선 공연이 활발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문의 02-515-7537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