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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식 예찬
몇 해 전부터 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디자인의 가구가 종종 눈에 띄는가 싶더니, 올 한 해 부엌 가구 시장을 뜨겁게 달군 화두는 ‘좌식’이었습니다. 주거 생활의 기준을 입식으로 삼은 지 오래건만 우리가 여전히 좌식 생활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용성과 편리함을 겸비한 좌식 문화의 지혜로운 멋을 만나봅니다.

움직이는 가구, 소반과 방석
소반과 방석은 이동식 가구다. 위치를 바꾸거나 수용 능력을 늘리기 어려운 소파나 식탁과 달리 소반과 방석은 필요에 따라 손쉽게 자리를 바꾸고 사람 수에 따라 융통성 있게 조합을 바꿀 수 있다.
(왼쪽) 실크 방석은 모두 모노 콜렉션 제품. 꽃 모양 주칠 소반과 자개 소반은 크로스포인트 갤러리, 아이보리색 레이스 문양의 소반은 하지훈 씨 작품으로 그미그라미에서 판매. 주황색 레이스 상판의 정사각형 소반은 하지훈 씨(www.jihoonha.com) 작품.
(오른쪽) 좌식 안락의자는 베르너 판톤이 디자인한 ‘이지 로킹 체어’로 제인인터내셔날에서 판매.



(왼쪽) 좌식과 입식의 크로스오버
방석을 테이블 위로 올리면 스툴이 되고 바닥으로 내리면 스툴은 좌식 테이블이 된다. 또 큰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작은 스툴을 나란히 두면 입식 테이블과 의자 세트가 된다. 디자이너 엄준정 씨 작품으로 필요에 따라 조합을 달리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미음 갤러리에서 11월 말까지 전시한다. 문의 02-741-8889).
맨 앞의 팔각형 방석은 모노 콜렉션, 스툴 앞의 해골 모양 장난감은 도데카 제품.

(오른쪽) 긴장을 내려놓고 쉬어 가는 자리
밖에서 활동하다 보면 아무래도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거나 서 있게 마련. 오늘 하루 온몸에 쌓인 긴장과 피로감을 풀어주는 좌식 코너를 마련해보자. 앉았다 누웠다 이리저리 자유롭게 팔다리를 움직여가며 쉬어 가는 시간이 더없이 달콤하다. 원형 방석과 스탠드 조명등이 하나로 연결된 ‘보료’는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 씨와 패브릭 디자이너 장응복 씨가 함께 디자인했다.
패턴 쿠션은 모노 콜렉션, 일러스트 쿠션과 미니 쿠션은 도데카 제품. 선반 위의 자개 쟁반은 크로스포인트 갤러리, 푸른색 도자기 주전자는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왼쪽) 테이블 높이 35cm의 지혜
소파 세트가 있어도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이면 커피 테이블을 중심으로 바닥에 내려앉는 경우가 많다. 이때 커피 테이블이 높으면 바닥에 앉았을 때 테이블이 가슴까지 올라와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좌식과 입식을 겸하려면 테이블 높이가 35cm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티크 원목 상판의 테이블과 유리 화로는 디자이너 위진석 씨 작품으로 알베로벨로, 쿠션과 테이블 위 사각 트레이와 원형 접시, 벽 선반 위 원형 접시와 볼은 꼬세르, 테이블 위 작은 사각 접시와 벽 선반 위 꽃 모양 장식품은 정소영의 식기장, 바구니와 리넨 가방, 실내화는 무인양품 제품.

(오른쪽) 전망 좋은 방과 선비 책상
요즘은 거실뿐 아니라 침실에도 전면 통창을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탁 트인 전망을 즐기기 위해 창 앞에 다실을 마련하거나 안락의자를 두어 휴식 공간으로 꾸미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전면 창 앞의 공간을 활용할 경우, 입식보다 좌식으로 꾸미는 것이 좋다. 눈 높이가 낮아져 시선 아래보다 위쪽으로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으로 시원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간결한 디자인이 멋스러운 선비 책상은 화안가구, 방석은 모노 콜렉션,
테이블 스탠드 조명등은 디자인 와츠, 책상 위의 소품은 모두 도데카 제품.


고려 사람들은 의자를, 조선 사람들은 방석을 사용했다
흔히들 좌식이 우리 전통문화이고 입식은 서양 문화라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사극 <선덕여왕>의 장면을 떠올려봐도 알 수 있듯, 우리 조상들도 의자와 침대를 사용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좌식은 조선 시대의 문화, 온돌에서 비롯됐다. 공간의 일부분이 아닌 방 전체에 온돌 난방이 가능해진 것은 고려 시대 중기 이후. 나아가 이 온돌 난방이 중부 이남 지역까지 퍼져나간 것은 조선 초기에 이르러서다. 온돌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도, 바닥에 콩댐 장판을 깐 것도 이때(<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7년)부터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야 우리 조상의 생활 공간에서 의자와 침상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방석과 요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를 깔면 침실이 되고 상을 들이면 식당이 된다
한옥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전통 좌식 공간은 방의 용도를 규정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상, 방석, 이불이 놓임으로써 다른 용도의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불을 펴면 침실이 되고 방석을 놓으면 응접실이 되고 밥상을 들이면 식당이 되었다. 우리의 명절 풍경만 떠올려봐도 그렇다. 수십 명에 달하는 일가친척이 큰집에 모이면 교자상을 펼친 거실은 다이닝 룸이 된다. 자리가 부족하면 상을 하나 더 붙여 끼어 앉으면 된다. 좌식상에는 의자가 필요 없으니 사람이 많아져도 그저 수저 한 벌 더해 옆에 끼어 앉아 자리를 나누면 된다. 식사가 끝나고 교자상을 한쪽으로 치우면 윷놀이 판이 벌어지고 과일과 수정과를 담은 소반이 놓이면서 거실은 놀이터도 되고 다실도 된다.

좌식에 어울리는 가구는 따로 있다

좌식은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바닥에 앉으면 상대적으로 시선 위로 공간이 넓어져 개방감을 주기 때문이다. 좌식 공간을 아늑하고 안정감 있게 꾸미려면 가구 선택이 중요하다. 입식을 기준으로 제작한 가구는 바닥에 앉아 바라보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불안감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책장이나 장식장 등은 키가 낮은 것을 선택한다. 서재의 경우 한쪽 벽면을 책장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좌식 테이블에 앉았을 때 책장이 등 뒤로 가게 배치하는 것이 좋다. 그림이나 액자의 높이도 앉은키를 기준으로 한다. 입식에서는 시선이 가장 자연스럽게 닿는 150cm 높이에 액자 중앙을 맞추지만 좌식의 경우는 65~70cm 정도가 적당하다.
원형 자개 소반은 크로스포인트 갤러리, 도자기 물병은 정소영의 식기장 제품.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