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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구와 21세기 미술이 만나다 공간을 위한 종합 예술
수십 년이 지났지만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마치 동시대의 것처럼 여겨지는 20세기 북유럽의 디자인 가구. 당 시대 미학은 물론 기술, 디자이너의 사상까지 오롯이 담고 있는 그것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대한민국에 인테리어 문화가 싹트기 전부터 공간이 가져다주는 문화적 풍요를 대중에게 알려온 <행복>이 창간 22주년을 맞이해 ‘생활이 곧 예술이 되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특별한 전시를 모벨랩에서 열었습니다. 아르네 야콥센, 한스 J. 웨그너 등 20세기 디자인의 아이콘이라 여겨지는 20세기 디자이너들의 가구가 칸디다 회퍼, 버턴 모리스 등 21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그림과 만나니 한층 더 빛이 납니다. 거실, 서재, 다이닝 룸 등 실제 거주 공간 개념으로 나눠놓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구와 작품을 배치하는 방법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습니다.

1 버턴 모리스의 2007년 작 ‘Slot Machine’, 의자는 한스 J. 웨그너가 디자인했다.
2 벽에 걸린 그림은 ‘UK Trolly Wall Map’으로 제레미 디킨슨의 2007년 작, 긴 의자는 뵈르게 모겐센이 디자인했다.



3 서재에 놓인 데스크는 아르네 보더 Arne Vodder(1926~1971)의 디자인. 
4 한스 J. 웨그너의 ‘파파베어스’ 체어.


한스 J. 웨그너 Hans J. Wegner(1914~2007)1938년 코펜하겐 미술학교를 졸업한 한스 J. 웨그너는 그해부터 가구제작조합 박람회에 참여했으나 1947년이 되어서야 피콕 의자 (Peacoch Chair)로 알려졌다. 그는 유행을 따르지 않는 실험주의자였는데, 작업에 들어가기 전 스케치를 하고 진흙이나 소나무로 10분의 1 정도 축소된 크기의 모형을 만든 후 다시 4분의 1 정도 크기로 만들어 한 달 동안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판단했다고 한다. 참나무와 티크를 선호했는데, 특히 평평한 부분에는 티크를, 다리와 구조를 이루는 부분에는 참나무를 주로 사용했다. 또 자연적인 마감 처리를 위해 래커보다는 기름이나 왁스를 이용했다. 정밀한 구조와 상상력, 그리고 나무 소재를 사용한 것 외에도 대량 생산에 적합하도록 단순하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제레미 디킨슨 Jeremy Dickinson(1963~현재)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자신의 장난감 자동차를 그리는 작가로 잘 알려진 제레미 디킨슨. 어릴 적부터 매료된 장난감 자동차는 오늘날 그의 작업에 중요한 모티프가 되고 있다. 장난감 자동차를 쌓아 올린 그림에서 어릴 적 남자아이의 순수한 집념을 엿볼 수 있다.

뵈르게 모겐센 Børge Mogensen(1914~1972) 뵈르게 모겐센은 자신이 다닌 가구학교의 교장이자 덴마크 가구의 전설적인 존재인 카레 클린트 Kaare Klint 교수와 특별한 관계였다. 재능 있는 학생과 존경하는 스승으로 시작된 인연은 공동 작업자로까지 이어졌다. 1950년 뵈르게 모겐센은 스승과의 작업을 토대로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차렸다. 그 후 칼 앤더슨 등 가구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들과 작업하며 다양한 경험과 탄탄한 기술을 쌓았다. 1955년 뵈르게 모겐센이 프레데리카 퍼니처와 손잡고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때부터 그는 디자이너로서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코펜하겐의 아트 공예학교, 파인아트 아카데미 가구학교를 졸업한 뵈르게 모겐센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새로운 가구를 만들 때 전통적인 것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반영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 원색적인 컬러가 경쾌함은 물론 유쾌함을 전해주는 그림은 버턴 모리스 작품.
2 버턴 모리스의 ‘TV Surffer’는 2006년 작.


버턴 모리스 Burton Morris(1964~현재) 앤디 워홀의 전통을 잇는 미국의 팝 아티스트, 버턴 모리스. 그는 일상적 아이디어와 물체를 대중화된 문화 아이콘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을 통해 1960~70년대 팝아트계의 전통을 세운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일상적인 아이템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유명하다. 버턴 모리스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 그의 작품이 노출되면서다. 브래드 피트, 제니퍼 애니스톤, 존 트라볼타, 팀 앨런 등의 셀러브리티들이 그의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칸디다 회퍼 Candida Höfer(1944~현재) 광고 사진 등을 작업하는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던 칸디다 회퍼는 1973년 뒤셀도르프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당시 칸디다 회퍼와 함께 수업을 들었던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토마스 슈트루트, 악셀 휘테 등은 1980년대 말부터 세계 사진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회퍼는 공적인 장소, 그중에서도 건축물의 내부 공간을 주로 사진에 담았다. 공공 도서관, 박물관, 오페라 극장, 대성당, 은행 등이 주로 그의 뷰 파인더에 담긴 대상들이다. 그는 건축 공간 자체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공간과 인간의 유기적인 상호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러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오히려 사진에서 인물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의 사진을 부재의 건축(architecture of absenc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75년 활동을 시작한 이후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의 수많은 전시에 참여해온 칸디다 회퍼. 주요 작으로는 ‘빈 국회의사당 III’ ‘마드리디 PHE 도서관’ ‘파리 오페라 하우스 I’ ‘파리 루브르 박물관 II’ 등이 있다.


3 벽에 걸린 ‘에인트호벤 박물관’은 칸디다 회퍼의 2003년 작.
4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에그 체어’.


프레벤 파브리시우스 Preben Fabricius(1931~2007) & 요르겐 카스톨름 Jø rgen Kastholm(1931~1984) 프레벤 파브리시우스와 요르겐 카스톨름은 인테리어 디자인 스쿨에서 처음 만나 1961년 건축 사무소를 함께 오픈했다. 그들은 디자인 취향이 서로 달랐지만 가구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은 같았다. 이들의 작품은 편리한 기능은 물론 우아하고 정교하게 디테일까지 잘 살린 디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1902~1971) 덴마크가 자랑하는 최고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 1928년 코펜하겐 예술아카데미에서 건축과를 졸업한 그는 르코르뷔지에로 대표되는 국제합리주의 건축을 지향해왔다. 1933년 코펜하겐 교외 벨비스타에 지은 주택단지의 설계로 주목을 끌었고, 이어 1937년 오프스 시청사, 1942년 슬레로드 시청사를 공동 설계했다. 무엇보다 가구 회사 프리츠 한센과 손잡고 만든 에그 체어와 시리즈 7은 오늘날 그의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떨치게 했다. 등받이, 팔걸이, 좌판이 하나의 셸 shell로 구성된 에그 체어는 1958년 코펜하겐의 로얄 호텔 로비와 리셉션을 위해 디자인한 것이다. 또 시리즈 7은 아홉 겹의 베니어판 사이에 두 겹의 코튼을 넣어 앉았을 때 유연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5 다이닝 룸에 걸린 그림은 에디 마르티네즈의 2008년 작 ‘아주 행복한(Happy As a Clam)’.

에디 마르티네즈 Eddie Martinez(1977~ 현재) 파격적인 색채 배합과 시원스러운 터치로 평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에디 마르티네즈.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인물은 더 이상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다. 생명력이 가득한 것들로, 때로는 일상을 혼란스럽고 요란하게 만드는 인물, 물체, 혹은 동기를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표출했다.

황여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