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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 아이디어] 책, 아트 오브제가 되다
1970~1980년대 중산층 가정의 장식장을 차지하던 ‘지식의 상징’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유행하던 각종 백과사전과 명화 전집이 과연 모두 ‘읽는 책’이었을까 싶지만, 고풍스러운 그 양장본 전집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책,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오브제입니다. 단 몇 권의 책이 있고 없음에 공간의 정서가 달라집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책이 곧 아트 오브제’가 되는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준비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브제, 책이 있는 풍경을 만나봅니다.

(왼쪽) 추억의 명화 전집, 아트 오브제가 되다
왼쪽 페이지 토속적인 목물 옆에 명화 전집을 가지런히 쌓아놓았을 뿐인데 공간에 새로운 감성이 피어난다. 명화 전집은 1960년대 타임라이프사에서 발간한 <타임라이프 라이브러리 오브 아트 Time-Life Library of Art> 오리지널 초판이다(1970년대 한국일보에서도 <타임라이프 라이브러리> 시리즈 일부를 번역 출간했다). <타임라이프 라이브러리 오브 아트> 초판 오리지널 전집은 루팡 더 플레이스에서 판매. 장소는 가슴갤러리.

(오른쪽) 책,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장식품
때로는 무심하게 놓인 몇 권의 책이 공간을 채우는 어떤 장식보다 그 주인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 테이블 위나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는, 손 때 묻은 책에서 문화적 관심사와 취향 등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 그 사람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어젯밤 차 한잔 마시며 읽다 내려놓은 책 한 권이 그려내는 풍경. 화려하게 꾸민 그 어떤 장면보다 멋스럽다. 빈티지 사이드보드 위에 놓인 책들은 헌책방 가가린에서 판매하는 독립 출판물이다.
테이블 스탠드 램프는 오리지널 카이저 램프로 mk2에서 판매.


(왼쪽) 종이로 조각한 세상, 팝업 북
책장을 펼치면 울창한 숲이 펼쳐지고 높은 빌딩이 솟아오르기도 하는 ‘팝업 북’. 책을 여는 순간 평면에서 입체로 솟아오르는 환상적인 모습은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에게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맨 위 칸은 데이비드 펠햄의 (Trail),
아래 두 칸은 모두 데이비드 A. 카터의 작품으로 각각 와 <600 Black spots>. 세련된 조형미와 대담한 컬러 감각이 3차원 그래픽을 보는 듯한 데이비드 A. 카터의 책장을 펼치니 공간을 꾸미는 아트 오브제가 되었다. 모두 온라인 서점 웬디북(www.wendybook.com)에서 판매

(오른쪽) 할머니의 부엌, 손녀의 보물 상자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할머니가 매일같이 밥을 짓던 부엌 한구석을 옮겨놓은 듯한 장식장에서 고서 한 권이 빛을 발한다. 한국 최초의 컬러 요리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말 그대로 ‘조선 요리를 만드는 법에는 이만한 것은 둘도 없다’라는 뜻이다.
1924년 첫 출간된 이후 1936년에는 증보판이, 1943년에는 4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얻은 책이다. 2001년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다시 보고 배우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했다.
사진 속 고서는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 소장품이다.


(왼쪽) 추억을 읽는 다락방 책방
어린 시절, 벽장 속이나 책상 밑처럼 좁고 아늑한 공간에 들어가 책을 읽고 인형놀이를 하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작은 공간에 쪼그리고 앉아 동화책을 읽으며 상상의 날개를 펼치던 시간 말이다. 자투리 공간이 있다면 나에게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고 아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의 공간이 되는 다락방 서고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을 듯.
다락방을 떠올리게 하는 키 낮은 서고는 카페 mk2에 있다. 책장은 일본 디자이너 마키시 나미 작품으로 나왕 합판으로 제작했다. 카페 mk2 소장품이다.

(오른쪽) 테이블 위에서 열리는 아티스트 회고전
아름다운 책 표지는 그 자체가 미술 작품이다. 따라서 그림 액자처럼 책을 벽에 걸거나 테이블 위에 진열하는
것도 책을 즐기는 방법이 된다. 잡지 표지의 경우 일관된 디자인 콘셉트 아래 매호 다른 이미지를 선보이기에, 여러 권을 함께 진열하는 것도 멋스럽다.
테이블 위의 잡지는 1964년 미국에서 창간한 <아방 가르드 Avant Garde>.
20세기 그래픽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이너 허브 루발린 Herb Lubalin이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기념비적인 작업을 수없이 남긴 잡지다. 창간호부터 14호까지 컬렉션으로 루팡 더 플레이스에서 판매.


(왼쪽) 예술가의 책, 거실의 갤러리가 되다
콘솔 위에 액자를 걸고 장식품을 진열하듯 대형 아트 북으로 빈 공간에 표정을 불어넣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되는 아트 북은 집 안의 작은 갤러리에 다름 아니다. 4백 장이 넘는 사진 작품이 수록된 헬무트 뉴턴 Helmut newton의 사진집 <스모 Sumo>. 20세기 출판물 중 가장 크고(50×70cm) 가장 비싼 책으로 기록되고 있다. 2000년 타쉔사에서 1만 권 한정판으로 출간한 것으로, 헬무트 뉴턴의 친필 사인과 일련 번호가 기록되어 있고, 스틸 스탠드는 필립 스탁 디자인이다.
사진 속 책은 사진가 전택수 소장품. 장소는 space G.i.

(오른쪽) 빈티지 스타일을 완성하는 ‘오래된 책’
아날로그적 감성을 표현하기에 ‘오래된 책’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양장본 커버를 벗겨내고 누렇게 빛바랜 속지만 남긴 고서를 이용해 벽 장식을 만들었다. 커버를 없애 고서의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덜어내고 투명 유리로 장식 선반을 제작해 한층 밝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한 벽 장식은 다이닝카페61(1961년 지은 주택을 복원한 빈티지 카페)에서 찾았다. 빛바랜 종이에서 퍼지는 아날로그 감성이 빈티지 공간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