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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디자인 주방, 집 안의 중심이 되다
부엌이 진화하고 있다. 요리와 식사를 위한 공간을 넘어 온 가족이 휴식하고 즐길 수 있는 복합 생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다이닝룸을 거실까지 확장하거나 주부의 오피스로 디자인한 주방, 전통 옻칠로 운치를 더한 주방 등 안주인의 취향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세 가지 색 주방 이야기. 남다른 아이디어로 주방을 디자인한 이들에게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 이와 함께 한국 대표 브랜드가 제안하는 신 新 코리안 스타일 주방을 만나본다. 입식 부엌과 좌식 다이닝룸이 함께하는 실용주의 주방, 한옥 툇마루의 정취를 담은 감성주의 주방 등 제2의 가족실로 거듭난 주방의 모습을 살펴보자.

전동식 인출망장, LED 조명 등의 디지털 시스템과 천연 대리석, 자작나무 같은 같은 아날로그 소재가 공존하는 넵스의 부엌 ‘지중해의 바람’.


1 거실에 6인용 원목 식탁을 놓아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했다. 거실에 있던 TV나 AV장은 모두 안방으로 옮기고 소파도 과감히 없앴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클래식 의자들이 멋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2 기존의 주방에는 간단한 식사를 위한 2인용 아일랜드를 설치했다.



전체 분위기에서 튀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는 연출이 가능한 알전구 조명등. 
4 부엌 상부장을 없애는 대신 벽면에 빌트인 수납장을 설치해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기자양재동 정일윤 씨
다이닝룸이 된 거실

작업대와 식탁을 하나로 합친 아일랜드 주방은 공간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사람들이 아일랜드 주방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27평 아파트에 사는 정일윤 씨에게 아일랜드 주방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조리 공간과 다이닝룸이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정찬 테이블을 차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넓은 식탁이 놓인 독립된 다이닝룸,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공간일 거예요. 27평 아파트에서 그런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죠. 그러다 문득 ‘거실에 식탁을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요즘은 거실을 AV룸이나 서재 등 사는 이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꾸미는 경우가 많잖아요.” 지난봄, 이런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27평 아파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근사한 다이닝룸을 갖게 된 것이다. 거실을 다이닝룸으로 바꾸는 흥미로운 레노베이션 작업에 동참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희선 씨. 클래식한 스타일의 주방을 원하는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반영해 현대적이되 격조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네오클래식 스타일의 다이닝룸을 완성했다.
“거실 용도를 변경하려면 확실한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 가구와 가전 제품을 모두 들어낸 거실은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벽면 구조가 도드라져 보이거나, 현관이나 주방으로 공간이 뚫려 있어 자칫 산만해 보일 수 있어요. 이 집이 지닌 모던한 느낌이 연결되면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네오클래식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제안했어요. 클래식한 몰딩 장식과 파스텔 그린&실버 페인팅으로 거실 벽면에 통일감을 주었죠. 가구와 바닥재는 진한 월넛 컬러를 사용해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했습니다.” 길이 2m에 달하는 6인용 테이블을 거실에 들이면서 조명 위치도 식탁을 중심으로 변경되었다. 주방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펜던트 조명등 대신 기다란 등 박스를 제작하고 세 개의 등을 달아 풍부한 조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조명의 크리스털 장식은 너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고 클래식 가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완성된 네오클래식 다이닝룸은 이제 정일윤 씨 부부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공간이 되었다. 주말이면 TV를 켜는 대신 식탁에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통창을 통해 햇살이 비추는 집 안의 중심으로 이동한 다이닝룸은 부부가 항상 꿈꿔온 가족의 휴식처가 되었다. 문의 www.ccumim.com


1 기존 주방 공간은 다이닝룸으로 만들고, 현관 옆에 있던 작은 방을 터서 주방을 만들었다.


2 ‘ㄷ’자 주방은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어준다. 자주 쓰는 그릇은 오픈형 상부장에 보관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 씨
이터와 오피스 사이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 씨에게 주방은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이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그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이면 하루 종일 부엌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의 주방 사랑이 남다른 이유는 그만큼 공들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직접 신혼집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주방만큼은 가장 쾌적하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겠다고 결심했어요. 천성적으로 요리와 살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집 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테니까요.”
공사 전에는 좁고 답답한 전형적인 30평대 아파트 주방이었다. 먼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주방 옆의 작은 방을 트고 연결된 베란다를 확장했다. 그리고 원래 주방이 있던 자리의 가구를 모두 들어내고 큰 원목 식탁을 놓은 다이닝룸을 만들었다. 작은 방이 있던 자리에는 창문을 마주 볼 수 있는 동선의 ‘ㄷ’자형 주방을 설치하고 싱크대 뒤쪽에는 마치 독서실처럼 꼭 한 명만 들어갈 만한 자신의 비밀 공간을 만들었다. 지금은 가계부를 쓰거나 조용히 책을 읽을 때 이용하는 아지트가 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주방은 집 전체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파티를 열 때면 꼭 해가 진 후 사람들을 초대한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야경이 파티 분위기를 살리는데 톡톡히 한몫을 하기 때문이다. 가끔 이른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려고 주방에 서 있으면 붉은 노을을 감상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3 주방 공간을 확장하면서 다이닝룸과 주방을 분리시키는 가벽을 설치했다. 주방 확장 공사로 드러나게 된 수도 배관에 S자 고리를 달아 각종 조리 도구를 정리한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4 좁은 공간을 넓게 쓰는 방법은 수납에 있다. 식탁 옆, 벽 안쪽으로 선반을 짜 넣었다. 와인병, 잼 병, 밥그릇, 접시 등 수납할 물건에 따라 선반의 높이를 다르게 구성한 것이 눈길을 끈다.


“내게 부엌은 놀이터 같은 공간입니다. 요리를 하며 멋진 야경을 감상하고, 작지만 나만의 독립된 오피스 역할도 하니 자연스럽게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요.” 30평대의 크지 않은 주방에서 이런 여유를 가지려면 수납이 관건이다.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얼마나 짜임새 있게 수납하느냐에 따라 주방 모습이 달라진다. 믹서, 밥통, 전자레인지 등 수납할 물건의 크기에 따라 선반의 높이와 깊이를 꼼꼼히 따져 1cm의 공간도 놓치지 않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문의 www.cyworld.com/kilyeon76


1 봉산재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옻칠 부엌. 나무 판에 삼베를 바르고, 옻칠을 하고, 다시 토분을 바르는 과정을 거친 뒤, 그 위에 나전이나 금박을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2, 3 찻주전자, 밥그릇, 접시, 국자, 숟가락, 젓가락 등 우리가 늘 사용하는 그릇과 주방 도구에도 옻칠을 한다. 천연 도료인 옻칠은 건강한 그릇을 만들어준다. 봉산재에서 다양한 옻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4 옻칠로 그림을 그려 넣은 소반은 나성숙 교수의 작품. 옻칠과 함께 봉산재에서 만날 수 있는 황칠 대나무 찻잔.

나성숙 교수의 봉산재
한옥의 정서를 담은 옻칠 부엌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툇마루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우리네 한옥. 고즈넉한 멋을 전하는 한옥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생활 한옥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지은 생활 한옥의 경우 내부 설비가 대부분 현대식이고 부엌도 입식으로 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옥에 설치된 서양식 부엌은 어쩐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 보인다. 종로구 계동에 있는 봉산재는 한옥에 어울리는 정서와 기능을 지닌 전통 옻칠을 이용한 부엌이 눈길을 끈다. 창호 문 너머로 보이는 부엌은 일반적인 입식 부엌 형태이다. 눈길을 끄는 건 부엌 문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한 옻칠. 산, 바다 또는 구름같이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은 서울산업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나성숙 교수의 작품이다. 우리 옻칠 문화를 전파하는 봉산재를 운영하는 나성숙 교수는 옻칠의 효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옻칠은 색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내열, 방수, 방충, 절연 등의 효과가 뛰어나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으로 옻나무 식재를 장려할 만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싱크대에 옻칠을 했더니 요리하면서 생기는 기름때나 그을음이 잘 닦여 매우 실용적입니다. 옻칠은 자연 살균력이 있어 곰팡이가 슬지도 않습니다. 또한 방수・방습성이 뛰어나 따로 햇볕에 건조하거나 소독을 안 해도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특히 물에 자주 노출되고 청결이 중요한 부엌에서는 최고의 마감재라고 할 수 있죠.”봉산재의 옻칠 부엌은 번쩍거리는 서양식 도장과는 다른 깊고 그윽한 멋을 내며 고요한 한옥의 멋을 배가시킨다. 한옥살이에 관심이 있다면 아름다운 우리 옻칠 문화를 전하는 봉산재의 옻칠 부엌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문의 02-776-6649


1 격자무늬의 오픈 수납장은 한국 전통 수납 가구인 고비(선비의 서재용품)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책꽂이나 주방 소품 수납용 선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2 미닫이문을 접목시킨 아일랜드. 
3 벽면 선반과 테이블이 담담한 수평 구조를 아루며 동양적인 여백의 미를 발하는 한스타일 맘스 오피스.



4 ‘소쇄원의 봄’은 우리 전통문화 전반에 흐르는 정신적 요소를 디자인에 녹여 새로운 개념의 한국형 주방을 제안한다. 또한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세균 번식을 차단하는 세라믹 도료 ‘에코아트’와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을 사용하며 환경보호에 기여하고자 한다

넵스의 자연주의 주방
여백의 미를 살린 소쇄원의 봄

한옥의 인기가 높다. 한번 한옥에 살아보고 싶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는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반영되어, 한옥처럼 꾸민 아파트에 대한 관심 또한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옥에 살아본 이들의 반응은 아무래도 아파트에 비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옥 같은 아파트, 아파트 같은 한옥’은 없을까? 한옥의 멋과 정취를 풍기는 아파트, 아파트의 편리함을 갖춘 한옥에 대한 욕구를 반영한 주방 가구가 바로 넵스에서 새롭게 선보인 ‘소쇄원의 봄’이다.
전라남도 담양에 자리한 조선시대 정원 ‘소쇄원’. 인공의 정원이되 자연스러움이 극치를 이루어, 시대를 초월하는 최고의 전통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넵스는 소쇄원의 이러한 ‘디자인된’ 자연미와 한옥이 지닌 정취를 담은 주방 가구 ‘소쇄원의 봄’을 선보였다. ‘소쇄원의 봄’은 전체적인 구성과 수납 방식은 서구형 주방 디자인을 따르지만 세부 디자인에는 한국적인 모티프를 적용했다. 툇마루를 닮은 선반과 아일랜드 조리대 앞면을 장식한 미닫이문, 주부 책상인 한스타일 맘스 오피스 등이 그것이다. 한옥의 툇마루를 떠올리게 하는 선반에는 이동식 좌탁을 설치했는데 선반 옆에 붙여놓으면 선반이 연장되고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또한 툇마루형 선반 위에는 한국 전통의 사랑방 가구인 고비를 새롭게 해석한 격자무늬 수납장을 배치해 멋을 더했다.
한식 미닫이문에서 힌트를 얻은 아일랜드 미닫이문을 열면 2단 수납장이 있어 책꽂이나 장식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수납장으로 사용할 때는 미닫이문을 닫아놓아 그 자체로도 모던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아일랜드 안쪽 서랍과 키큰장의 화이트 도어는 텍스처가 나뭇결 같은데 이는 소쇄원 대나무 숲의 바람 소리를 이미지화한 것이다. ‘소쇄원의 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바로 ‘한스타일 맘스 오피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주부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점, 여백의 미를 살린 점이 돋보인다. 또한 ‘소쇄원의 봄’은 선반과 좌식 이동 테이블, 아일랜드 미닫이문에 원목을 사용하고 작업대와 수납장에는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세균 번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세라믹 도료 ‘에코아트’를 사용했다. 문의 1566-2300, www.nefs.co.kr


1 한샘 키친바흐의 2009년형 신제품 ‘프레임 미스티 오크’. 우리네 툇마루에서 모티프를 따온 디자인이 편안하고 고즈넉한 주방을 연출해준다. 아일랜드와 연결되는 식탁에 마루형 디자인을 적용하고, 일부는 바 형태로 디자인해 비교적 간단한 식사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2 상부장을 없애고 낮은 선반을 달아 공간이 한결 넓어 보인다.
3 짜임새 있게 구성한 수납장 내부.


한샘의 한국형 부엌 ‘프레임 미스티 오크’
툇마루의 만만한 멋과 여유

세련된 디자인에 최첨단 기기들이 빌트인되어 있는 유럽형 주방 가구, 공간의 중심이 되는 멋스러운 아일랜드 작업대 겸 테이블이 설치된 주방. 주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싶은 공간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렇듯 멋진 주방 가구를 설치해놓고도 주방 바닥에 앉아 콩나물을 다듬고 전을 부치는 어머니, 반상을 거실로 들고 나가 식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샘 키친바흐의 2009년 신제품 ‘프레임 미스티 오크’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 개발한 제품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고기능이 결합한 유럽형 주방 가구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접목해, 좌식과 입식이 공존하는 주방 가구를 디자인한 것이다.
“아일랜드 식탁에 한옥 마루를 결합한 것이 바로 ‘프레임 미스티 오크’예요. 아일랜드 조리대에 연결한 테이블을 일부는 입식으로, 일부는 좌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한샘 키친바흐 개발실의 수석 디자이너 김윤희 씨는 우리에게 입식 문화가 보편화된 지 오래고, 가구를 비롯한 많은 가정용품을 입식 기준으로 디자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좌식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입식 공간과 좌식 공간의 가장 큰 차이는 가구 높이다. 테이블 높이뿐 아니라 책장이나 장식장, 선반 등의 높이도 달라져야 한다. 입식 공간에서 가구가 낮으면 불편하고, 좌식 공간에서 가구가 높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그렇다면 입식과 좌식이 하나로 결합된 공간의 가구 높이는? 좌식과 입식이 공존하는 주방 가구 ‘프레임 미스티 오크’는 상부장을 없애고 낮은 선반을 달아 공간에 균형감과 안정감을 주었다. 대신 부족해진 수납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키큰장을 도입했다. 키큰장 내부는 다양한 높이의 서랍을 설치하고, 서랍을 여닫으면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는 조명을 설치해 편리함을 더했다. 또한 좌식 테이블 쪽으로 키낮은 책장과 좌식 책상을 함께 배치해 아늑하고 안정감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문의 02-6908-3403

성정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