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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요리 연구가 박현신 씨의 정원 이야기 키친 가든
땀 흘려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와 과일로 차린 식탁만큼 건강한 것이 있을까? 세계적으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내 손으로 길러 먹는 텃밭 또는 더 적극적인 수확을 위한 정원을 가꾸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확하고, 먹고, 나누는 기쁨을 선사하는 동시에 조형적인 아름다움까지 갖춘 정원. 박현신 씨의 특별한 가든 라이프를 만나본다.


1 대추 토마토, 방울 토마토, 찰토마토,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단맛이 적은 로마 Roma 토마토가 탐스럽게 열렸다.
2, 3 당근과 콩은 생김새가 예쁘고 품종도 다양해 키친가든을 연출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



4 허브 요리 연구가 박현신 씨.


달마다 모습을 바꾸는 채소 정원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유난히 달콤한 냄새가 난다. 탐스럽게 열매 맺은 토마토와 호박, 남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블루베리, 저마다의 향기를 머금고 정원을 채우고 있는 허브들…. 잘 정돈한 잔디나 관상용 소나무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경기도 용인시 두창리 저수지 앞에 자리한 빨간 벽돌집은 허브 요리 연구가 박현신 씨의 보금자리다. 그는 이곳에서 조금 다른 모습의 정원을 가꾸며 산다.
“아파트에 살 때에도 쌈 채소나 허브의 모종을 사다 길렀어요. 하지만 아무리 정성을 다해 돌봐도 어느새 잎사귀는 시들시들해지고, 열매 맺는 것 역시 시원치 않았죠. 11년 전 이곳에 집을 지으면서 본격적으로 채소, 허브, 과일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했어요. 필요할 때마다 밭에서 금방 채소를 뜯어와 차린 식탁. 이보다 건강한 밥상이 또 있을까요? 올가을에는 식구들이 먹을 채소를 한번 길러보세요. 땅에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워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일은 여느 관상용 식물을 키우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답니다.”
채소로 구성한 정원은 채소 잎과 열매가 가진 고유의 색감과 조형성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주렁주렁 달린 열매가 탐스러운 토마토와 고추, 벨벳같은 질감의 잎과 푸른 꽃이 피는 가지, 붉은 빛 피망 등의 열매채소와 연두・진초록・남보라・자주에 이르는 다채로운 색감의 잎채소를 심은 정원은 꽃과 나무로 구성한 정원과는 좀 다른, 따뜻하고 서정적인 전원의 풍경이 연출된다. 가을에는 늦 여름 수확해 지붕 밑에 매달아 둔 마늘, 광주리에서 갈색 빛으로 변해가는 양파 등의 뿌리채소가 풍요로움을 더한다.

5 나무만큼 키가 크고 노란 꽃을 피우는 딜, 남보랏빛의 고풍스러운 색감이 매력적인 브로콜리, 정원을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파와 쌈 채소류 등이 어우러진 박현신 씨의 정원. 채소와 허브만으로도 아름다운 색감과 조형미가 돋보이는 정원을 만들 수 있다.


1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블루베리.
2 봄이나 초여름에 씨를 뿌리는 대파. 잎을 잘라 먹으면 새잎이 계속 나온다.



3 지난 여름 작업실 벽면에 매달아놓은 마늘.
4 생강은 싹이 더디게 나와 심은 자리를 잊고 다른 식물을 심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짚으로 덮어놓는다.


“계절마다 제 색을 확연히 드러내는 채소 정원은 대지의 다이내믹한 생명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일반 채소는 4월에, 콩은 이른 봄부터, 당근은 종에 따라 5월이나 7월에 씨를 뿌립니다. 가을엔 배추나쌈 채소류를 심죠. 채소는 비교적 기르기 쉽지만 시기에 매우 민감합니다. 너무 서두르거나 때를 놓치면 백이면 백 실패하게 마련이죠.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가 있다는 단순한 이치를 정원에서 배우게 됩니다.”

홈메이드 토마토 주스 만들기와 보관법
박현신 씨는 매년 직접 수확한 토마토로 1년 동안 먹을 주스를 만들어 정원 창고에 보관한다.
1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반으로 잘라 꼭지를 떼고 냄비에 넣어 중간 불에서 푹 끓인다. 토마토 자체에서 수분이 생기므로 물은 넣지 않는다.
2 토마토가 푹 무르면 핸드 블렌더로 간 뒤 체에 내려 씨와 껍질을 거른다.
3
소금을 약간 넣고 다시 한번 끓인다.
4 주스를 담을 유리병은 끓는 물에 소독하여 준비한다.
5
소독한 병의 물기가 마르면 뜨거운 주스를 병 입구 끝까지 붓고, 바로 병뚜껑을 꽉 닫는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딱’ 하는 소리가 나면서 병뚜껑이 진공된다. 병뚜껑의 가운데 부분이 아래로 쑥 내려가 있다면 제대로 된 것이다.


5 박현신 씨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구할 수 없는 특이한 품종의 콩이나 호박 등을 심는다.
6 올해 수확한 열매와 채소로 만든 토마토 주스와 블루베리 잼을 저장한 창고.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허브
1 머리를 맑게 하고 기억력을 높여주는 레몬밤은 주로 차로 우려서 마신다.
2 이탈리아와 프랑스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허브 아티초크. 꽃봉오리를 먹는데, 식감은 죽순과 비슷하다.



3 설탕보다 강한 단맛을 가진 스테비아는 잎을 말렸다가 차를 마실 때 설탕 대신 이용한다.
4 프로렌스 펜넬. 잎을 쓰는 일반 펜넬과 달리 뿌리 밑동을 얇게 슬라이스해 샐러드로 먹거나 스튜의 재료로 쓴다.



5 우메보시의 붉은색을 낼 때 쓰는 시소. 회에 곁들여 먹거나 초밥을 만들 때 사용한다.
6 상쾌한 레몬 향이 나는 레몬그라스. 여름에 차로 마시거나 태국 요리에 많이 쓴다.


음식 위의 향기로운 터치, 허브 잎 허브는 수많은 식용작물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식재료다. 적은 양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요리의 풍미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 박현신 씨의 정원에는 50여 종이 넘는 허브가 자라고 있다. 10여 년 전, 국내에서 좀처럼 구하기 힘들었던 허브를 요리 재료로 쓰기 위해 직접 씨를 뿌리고 가꾸기 시작했다.
“허브는 아로마 테라피, 차, 약용으로 다양하게 씁니다. 우리가 늘 먹는 마늘, 파, 깻잎, 부추 등도 허브라고 할 수 있죠. 번식력이 매우 왕성해 몇 가지 규칙만 지킨다면 특별한 관리 없이 화분에서도 손쉽게 키울 수 있습니다. 허브는 바람을 좋아하니 창가나 베란다에 두어야 합니다. 물은 보통 3일에 한 번 주지만 화분 흙의 상태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장마철처럼 습기가 많은 때는 물 주는 것을 자제하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 물 주는 등 늘 관심을 갖고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실내에서 키우기를 시도해볼 만한 허브로는 레몬버베나, 로즈메리, 민트, 타임, 월계수, 차이브 등이 있습니다.” 박현신 씨네 부엌 한쪽에 놓인 제법 큼직한 크기의 나무는 월계수다. 그윽한 향기도 좋지만,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초록 이파리로 이루어진 화형이 특히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식물이다. 또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1년 내내 푸른 잎을 감상할 수 있어 주변의 지인들에게 실내 식물로 특별히 추천하고 있다.
“허브 화분을 놓아두면 부엌이 한결 싱그러워지고, 음식 냄새를 없앨 수 있어요. 차이브, 타임, 바질, 민트, 로즈메리 등 요리에 자주 쓰는 식물을 작은 포트에 심어 베란다 창가에서 키워보세요. 한 줌의 허브로 음식 맛이 한결 깊어집니다.”

1 요리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허브들을 화분에 심어 창가에 두었다. (왼쪽부터) 레몬버베나, 브론즈 펜넬, 코리앤더, 타임, 로즈메리, 토종 박하, 차이브, 시소, 바질.


2 안초비를 곁들여 빵에 얹어 먹거나 애피타이저로 먹는 ‘피망 올리브 조림’. 쌉쌀하면서도 청량감을 주는 타임을 뿌려 풍미를 더했다
3 피클 소스 등을 만들 때 유용하게 사용하는 월계수는 1년 내내 푸른 잎을 감상할 수 있어 관상용으로 적합하다.


피자나 파스타에 들어가는 토마토 소스의 주향신료로 쓰는 바질. 토마토와 바질은 요리에서도 궁합이 좋지만 재배할 때도 함께 심으면 잘 자란다. 일종의 서양 부추인 차이브는 세이지, 타임과 잘 어울려 함께 심으면 한층 풍성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해가 잘 드는 곳에 심는 것이 좋다. 민트는 파인애플 향, 초콜릿 향, 사과 향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민트류는 번식력이 좋고 생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화분에 심을 경우 뿌리가 뒤엉키지 않도록 간격을 두고 심는다.


1 꽃을 먹는 허브들. (왼쪽부터) 노란색과 주황색의 꽃이 피는 한련화, 손톱만 한 꽃이 피는 타임, 코스모스를 닮은 멜로, 우산 모양을 닮은 딜, 진보랏빛이 매혹적인 콘플라워, 진한 체리색의 세이지, 동글동글한 핑크빛 오레가노, 큼직한 꽃이 탐스러운 베르가모트, 소박한 보라색 꽃을 피우는 나바조세이지.


2 정원을 노란빛으로 물들이는 펜넬.
3, 4 형형색색의 허브 꽃을 꽂은 화병과 허브로 만든 초밥.


눈과 입을 위한 호사, 허브 꽃 “국내에서 허브는 화분에 담긴 모종 형태로 판매하지만, 본래 허브는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입니다. 프로방스에서는 집 앞, 골목 어귀, 공원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야생식물이죠. 이들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형형색색의 꽃을 뽐내며 도시를 향기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허브는 자연에서 바람과 햇빛만으로 잘 자라고, 번식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종에 따라 나무만큼 키가 큰 것과 땅 위로 낮게 자라는 것이 있고, 꽃과 잎의 모양 역시 다양한 개성을 지녀 허브만으로도 다이내믹하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야생 정원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식물이 바로 허브입니다.”
박현신 씨의 정원은 숲 속을 거닐다 만난 비밀의 화원처럼 자연스럽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깃털처럼 생긴 꽃을 피우는 딜과 은은한 옐로 빛 브론즈 펜넬이 흐드러지게 핀다. 이들은 사람 키보다 훨씬 크고 풍성하게 자라, 정원에 화사한 색감을 만들어준다. 한편에는 한련화가 진한 물감을 개어놓은 듯 선명한 주황색 꽃잎을 뽐내며 옹기종기 피어 있다. 그 옆으로는 연한 핑크빛 꽃을 피우는 멜로와 오레가노, 손톱보다 작은 꽃이 앙증맞은 타임이 잔잔한 색감을 연출하고 있다. 이들은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


1 사람 키보다 크게 자란 딜과 펜넬이 싱그러운 연두색과 레몬색으로 정원을 물들이고 있다. 마치 숲 속의 한 풍경처럼 자연스러운 멋이 난다.
2 차나 음식에 이용하기 위해 창가에 거꾸로 매달아 말리는 허브들.


“식초, 설탕, 소금으로 양념한 밥에 허브 꽃을 모아 올리면 허브 초밥이 완성됩니다.보기에도 아까운 형형색색의 꽃잎들이 입안 가득 진한 향기를 퍼뜨리지요. 허브를 이용한 요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나라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허브로 특유의 맛과 향을 가진 지역 음식을 만들수 있으니까요. 같은 돼지고기를 쓰더라도 세이지를 넣으면 이탈리아 요리가 되고, 레몬그라스나 코리앤더를 넣으면 태국 요리나 베트남 요리가 되지요. 솜씨가 없더라도 허브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면 맛이 한층 좋아집니다. 허브를 한번 키워보세요. 아이와 남편에게 이탈리아나 프랑스 현지 레스토랑 못지않은 요리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박현신 씨의 정원에는 늘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계절마다 수확한 허브와 채소를 이웃집과 나누며 각자 집에서 경험한 풍성한 수확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캐머마일 꽃 차를 마시며 영국의 차 문화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박현신 씨는 수확의 기쁨을 알게 해준 정원에서 오늘도 분주하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허브 꽃과 시소 초밥 만들기
2컵 분량의 쌀로 지은 밥, 초생강, 시소, 각종 허브 꽃을 준비한다. 식초 4큰술, 설탕 2큰술, 소금 1½작은술을 녹여 만든 배합초를 밥에 넣고 나무 주걱으로 자르듯이 섞어 재빠르게 식힌다. 초생강, 시소는 채 썰어 넣고, 각종 허브 꽃을 뿌려 살살 섞는다. 그릇에 초밥을 담고 생고추냉이를 곁들인다.

유기농 채소 & 허브 정원을 가꾸고 싶다면
박현신 씨가 추천하는 씨앗 구입처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채소와 허브 씨앗을 구입할 수 있다. 오히려 양재동 꽃 시장보다 종류가 더 다양하고, 텃밭이나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어 유익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직접 구입해 재배해보고 검증을 마친 씨앗 구입처를 소개한다. 나만의 씨앗(www.myseed.biz)에서는 황금색 연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니 바나나, 눈덩이를 뭉친 듯한 모양의 새하얀 열매가 열리는 스노베리, 꽃향기가 특히 매혹적인 딸기 구아바, 호두과자 크기만 한 초미니 양배추, 달걀 모양 토마토 등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희귀 씨앗을 판매한다. 모든 씨앗은 한정 판매로 품절되면 더 이상 구입할 수 없으니 부지런히 체크해야 한다. 아시아종묘(www.asiaseed.kr)에서는 고추, 오이, 양파, 콩, 호박, 배추, 무싹 등 집에서 쉽게 키워 먹을 수 있는 채소 종자를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서양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아스파라거스, 콜라비, 허브류의 씨앗 그리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원용 도구도 함께 판매한다. 채소 정원을 가꾸고 싶은 사람에게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추천 도서를 제안하고 있어 처음 정원 가꾸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정원을 풍요롭게 하는 야생화를 비롯한 다양한 화훼 종자를 구입하려면 굿플라워(www.goodflower.com)와 꽃씨몰(www.flowerseed-mall.com)을 방문해볼 것. 특히 굿플라워는 봄가을에 심는 구근류의 품종별 재배와 관리법을 자세하게 제공하고 있다. 꽃씨몰은 허브, 잔디, 다육식물, 구근, 관엽식물 등 다양한 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게시판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특정 씨앗을 구해주기도 한다.

(위) 박현신 씨의 정원에 자리한 4평 규모의 선룸은 다목적으로 사용한다. 가든용품과 씨앗, 가드닝에 관한 책, 그리고 토마토 주스와 과일 잼 등을 보관하기도 한다. 한쪽 벽면에는 각종 정원용 도구와 장갑, 앞치마 등을 정리할 수 있도록 걸이를 만들어놓았다. 모두 건축가인 남편이 직접 만든 것이다.

가드닝에 필요한 기본 도구
1계절별로 심어야 할 씨앗들을 정리한 씨앗 박스. 남편이 만든 것.
2 나무에 오일을 칠해 만든 팻말. 다년초 식물은 팻말을 꽂아두지 않으면 다음 해에 심은 자리를 잊어버리기 쉽다.
3 작은 화분용으로 편리한 물뿌리개.
4 잎에 물이 닿지 않게 물을 주어야 할 때 자주 쓰는 물뿌리개로 이케아에서 구입.
5 알뿌리를 심을 때 흙을 파내는 도구.
6 가지치기용 가위. 15년 전 친정어머님이 오스트리아에서 사다 주셨다.
7 양재동 꽃 시장에서 구입한 식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도구. 물이 담긴 통에 호스를 담가두면 장기간 집을 비울 때에도 식물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
8 씨앗을 심은 자리에 식물 이름을 표시해두었다가 싹이 나면 빼내는 작은 팻말. 주로 함석이나 플라스틱 소재로 되어 있다.
9 땅의 깊이가 인치로 표시된 알뿌리 식물을 심는 모종삽.
10 낫은 비교적 크기가 작고 가벼운 것이 쓰기 편하다.
11 손잡이가 빠져버린 호미에 손잡이를 만들어 쓰고 있는 중간 크기의 호미는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다. 12 끝이 뾰족한 호미는 잡초를 캐는 용도로 쓴다.


1 2009년 햄프턴코트 Hamptoncourt 플라워 쇼에 선보인 아웃도어 리빙 개념의 키친 가든. 채소를 바비큐 요리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


2  작은 컨테이너에도 화분을 이용해 다양한 키친 가든 구성이 가능하다.

가든 디자이너오경아 씨가 전하는 영국의 키친 가든
키친 가든을 ‘부엌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키친 가든은 부엌에서 쓰는 식물, 즉 요리에 쓰는 채소나 허브를 키우는 정원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텃밭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물론 텃밭도 키친 가든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적 요소를 찾아보기 힘든, 단순히 길러서 먹기 위한 것이라면 키친 가든이라는 말을 쓰기 어렵다.


3 도심에 위치한 주택 현관에 적합하도록 모던한 느낌으로 구성한 키친 가든.

키친 가든은 자급자족의 삶을 살던 중세 시절 수도사가 처음 시작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당시 최고의 엘리트 계층이던 수도사들은 정원에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문양과 디자인을 넣어 새로운 개념의 키친 가든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텃밭과 키친가든의 차이점이 분명해진다. 키친 가든은 정원의 의미가 살아야 한다. 실한 작물을 수확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넘어, 어떤 꽃과 함께 심어야 더 아름다운 관상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어떤 디자인을 넣어야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채소 정원의 모습을 즐길 수 있을까, 어떤 색감의 식물을 서로 섞어 심어야 색채의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등 디자인 요소가 더욱 강화된다.정원 문화의 메카라고 불리는 영국에서는 요즘 키친 가든의 열풍이 무서울 정도로 뜨겁다. 정원의 최신 경향을 알려주는 첼시 플라워 쇼 Chelsea Flower Show를 비롯한 각종 플라워 쇼에서 차지하는 키친 가든의 비중은 급격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많이 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웰빙 문화와도 관련이 깊어 보인다. 내가 직접 기른 채소를 내 가족이 먹는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것, 또 정원의 크기나 장소에 상관없이 작은 화분 하나만 있어도 가능한 키친 가든의 매력이 현대인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드는 셈이다. 특히 최근 영국의 인기 정원사이면서 정원 문화 전문 작가이기도 한 세라 레이븐 Sarah Raven은 ‘요리’와 ‘가든’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키친 가든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정원엔 꽃과 채소와 허브가 흐드러질 정도로 가득하다. 정원의 식물은 관상용이기도 하지만 꺾어서 바로 식탁에 올리면 훌륭한 요리가 된다. 우리 속담 ‘보기도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바로 키친 가든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해 보인다. 에더블(먹을 수 있는)가든 edible garden, 베지터블(채소들로 구성한) 가든 vegetable garden, 큘리네리(요리를 위한) 가든culinary garden 등이 모두 키친 가든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용어를 선택해서 쓴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다. 다만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쓰는 표현이 키친 가든일 뿐이다.


오경아 씨가 추천하는 키친 가든 도서
키친 가든의 관리 요령을 터득하면 사계절 내내 무궁무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키친 가든을 가꾸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전문 서적을 소개한다.
1 (Jonathan Edwards, Peter McHoy) 월별로 꼼꼼하게 정리한 키친 가든 관리 요령이 빼곡하다. 실용적 가드닝 북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한 책.
2 (Mithell Beazley) 키친 가든 초보자에게 적합한 책. 키친 가든이 무엇인지,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3 (Richard Bird) 정원 디자인부터 관리 방법, 필요한 도구의 사용 및 보관법까지, 백과사전식 정리가 꼼꼼하다.


성정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