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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예술의 옷을 입다 아트 퍼니처
밀라노 디자인 위크, 디자인 마이애미 등 국제적인 디자인 행사에서 최근 수년간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장르는 아트퍼니처. 경기가 어려울수록 순수미술 작품보다 실용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소장 가치가 있는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과 맞물려, 현재 세계 가구 시장은 아트퍼니처 열기로 뜨겁다. 관조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예술이 아닌, 손때 묻혀가며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술이란 얼마나 매력적인가! 쓰임이 있어 더 아름다운 오브제, 아트퍼니처를 한국 작가 8인의 작품으로 만나본다.

이헌정 씨의 ‘자연석보다 자연스러운 콘크리트’
차가운 인공의 느낌이 사라지고 천연석보다 더 자연스러운 멋을 발하는 콘크리트 벤치는 도예가 이헌정 씨 작품이다. 그에게 있어 도예 작업이 불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만나게 되는 과정이라면 콘크리트 작업은 철저한 계산 아래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얻어내는 작업이다.
스티로폼 성형 후 코팅과 연마를 반복해 가구 모양을 완성하고 이를 떠서 틀을 만든다. 이 틀에 시멘트 반죽을 부어 굳히는 캐스팅 방식으로 가구를 제작한다. 연마와 왁싱을 수 차례 반복해 매끈한 질감을 완성한다. 지난 여름 디자인 마이애미에 선보인 콘크리트 가구들은 해외 컬렉터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문의 갤러리 서미 02- 511- 7305


(왼쪽) 손혜원 씨의 ‘선조들의 아트퍼니처, 자개의 재발견’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 손혜원 씨가 전통 자개 공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형문화재 송방웅 선생의 작품을 만나면서다. 손혜원 씨의 마음을 빼앗은 자그마한 자개함은 그를 자개 컬렉터를 뛰어넘어 자개 전도사로 만들었다. 지난 8월에 열린 <한국나전 근현대 작품전>에서 그는 18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개인 소장품과 자개장 김봉룡, 김태희, 송주안, 송방웅, 이형만, 손대현, 정명채, 그리고 칠화 작가 최종관 씨와 칠예 작가 김선갑 씨 등의 현대 작품, 본인이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한 소반과 서류함, 소품 등을 선보였다. 맨 앞 주칠 자개상은 칠예 작가 김선갑 씨, 가운데 자개상은 자개장 손대현 씨, 맨 뒤는 칠화 작가 최종관 씨 작품으로 손혜원 씨의 디자인이다. 문의 크로스포인트갤러리 02-797-7233

(오른쪽) 최병훈 씨의 ‘자연에서 찾은 미니멀리즘’
산을 오르다 너른 바위 위에 앉아 잠시 쉬어가듯, 도심 속에서 만나는 작은 휴식 공간이 되어주는 벤치는 가구 디자이너 최병훈 씨 작품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 일환으로 덕수궁 돌담 길에 설치한 19개 아트 벤치 중 하나.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퍼니처 작가인 최병훈 씨의 작품은 자연주의와 미니멀리즘으로 해석된다. 그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보고 있노라면 그 형태미를 넘어 돌과 나무 등 자연의 재료가 스스로 뿜어내는 본연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게 된다. 최병훈 씨의 아트퍼니처는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 소장되어 있다. 문의 갤러리서미 02-511-7305


(왼쪽) 김경원 씨의 ‘퓨처리즘으로 부활한 선비 가구’
유기적인 곡선에서 퓨처리즘이 엿보이는 장식장의 뿌리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용하던 사방탁자다.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미래적 감각으로 재현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 김경원 씨. 그는 전통 목가구 중에서도 간결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사방탁자를 새롭게 해석해 자유로운 곡선들이 조화를 이루는 장식장을 만들었다. 원통형 장식장은 유기적인 곡선에 의해 보는 각도와 방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미를 보여준다.
합판을 재료로 고주파 벤딩 기법으로 만든 원통형 틀을 다양한 곡선으로 재단했다. 원통형 틀의 단순한 곡선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선반은 투명 유리를 사용했다. 문의 www.kimkyungwon.com

(오른쪽) 권재민 씨의 ‘추억이 자라는 의자 한 그루’
사물은 기억의 저장고다. 어릴 적 사용하던 물건을 보면 그 시절의 다양한 추억이 떠오르듯 우리는 사물을 통해 과거의 시간을 떠올리곤 한다. 가구의 한 귀퉁이에서 나뭇가지가 자라는 ‘Grow up the branch’ 시리즈를 통해 디자이너 권재민 씨는 가구라는 사물에 추억과 상상을 불어넣는다. 의자 위로 자라난 나뭇가지에 자연스럽게 옷을 걸고 가방을 건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나뭇가지에 매달리거나 가방을 걸어 놓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죽은 나무라고 여겼던 목재에서 자라는 가지 모양을 보며 계속 커가는 나무의 생명을 상상하게 한다. 권재민 씨는 ‘Grow up the branch-table’로 2007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문의 www.kwonjaemin.com


(왼쪽) 하지훈 씨의 ‘디자인이 아름다운 이유’
나전칠기 공예가 김영준 씨와 함께 작업한 매화 벤치, 채상 장인 서한규 씨와 함께 작업한 ‘채상’ 시리즈,
패브릭 디자이너 장응복 씨와 함께 작업한 ‘반’ 시리즈 등 북유럽의 간결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에 한국적 정서를 접목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는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 씨.
그가 새로운 아트워크로 선보인 벤치는 펠트를 일일이 손으로 엮어 패턴을 표현한 것이다.
슬림한 디자인과 가벼운 중량감에 이 의자가 과연 사람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싶지만, 벤치는 세 사람이 동시에 앉아도 충분할 만큼 튼튼하고 견고하다(좌판에 사용한 ‘허니컴 패널’이라는 특수 소재와 하중을 균등하게 분산시키는 과학적 다리 구조 덕). 보기에도 아름다운 벤치가
진정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이런 실용성에 있다. 문의 www.jihoonha.com

(오른쪽) 배세화 씨의 ‘명상의 시간을 위하여’
쪽 나무를 이어 붙인 듯한 유선형 벤치는 가구 디자이너 배세화 씨 작품으로 스팀 벤딩 기법으로 제작했다.
나무를 쪄내는 시간은 두세 시간에 이르지만,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은 단 15초.
노련한 기술과 숙달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배세화 씨는 학창 시절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스팀 벤딩 기법 가구를 접한 후, 스팀 벤딩 기법의 가구 제작에 몰두해 2007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첫 작품을 선보였다. 3m가 넘는 거대한 벤치의 이름은 ‘명상’. ‘과하지 않은 디자인, 동양적인 선’을 통해 고요하고 차분한 명상 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문의 www.sehwabae.com

강형구 씨의 ‘오브제가 되는 가구,
가구가 되는 오브제’


사물이 지니고 있는 본질과 상관없이 작가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미술 용어로 ‘파운드 오브제 found object’라 한다. 솥뚜껑은 본래 ‘덮는’ 용도의 물건인데 ‘담거나 놓는’
용도로 쓰였으니 이 솥뚜껑 테이블이 바로 파운드 오브제다.

가구 디자이너 강형구 씨 작품으로 무쇠 솥뚜껑 테이블과 함께 블로잉 기법으로 제작한 유리 상판, 느릅 나무, 물푸레 나무 등 원목을 솥뚜껑 모양으로 깎은 상판을 얹은 테이블을 선보였다. 상판의 크기와 높낮이, 소재를 달리해 조합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연출할 수 있다. 문의 www.kanghg.com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