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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갤러리]20세기 가구와 21세기 미술이 만나다 생활이 예술이 된다
장 프루베, 조지 나카시마,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 20세기 디자인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데미안 허스트, 줄리언 오피 같은 21세기 현대미술의 거장들과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생활 공간에서 현대미술과 디자이너 가구가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 <Interiors>(8월 7일까지)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일반 미술 전시와 달리 거실, 서재, 다이닝룸 등 실제 공간을 연상시키는 작품 배치로 보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미드 센트리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당시의 오리지널 가구를 볼 수 있고,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다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또 전시 제목 <Interiors>처럼 생활 공간으로 꾸민 가구와 미술 작품 전시를 통해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 조지 나카시마, 장 프루베, 세르주 무이 등 디자이너 3인을 중심으로 <Interiors>전을 감상해본다.

커피 테이블과 암체어는 장 로이에 Jean Royere, 소파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암체어는 장 로이에, 작품은 아니시 카푸어.


1 월넛 소재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는 조지 나카시마, 작품은 앤디워홀.
2 테이블과 의자는 조지 나카시마, 창밖의 작품은 줄리언 오피.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 1905~1990)
원목을 사용해 나무 고유의 결과 선으로 드러나는 자연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조지 나카시마는 건축가 출신 디자이너다. 미국에서 태어나 1929년 워싱턴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1930년 MIT에서 건축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34년 일본과 인도를 오가며 건축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그는 인도의 마스터들에게 동양의 전통 나무 공예를 배우고 요가를 접하게 되는데 이는 훗날 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전통 목공예와 전통 연장 사용법을 전수받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1940년대 후반부터 제작하기 시작한 코노이드 시리즈, 미라 시리즈 등은 나무의 자연적인 실루엣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 간결하고, 격이 높으면서 실용성을 겸비한 작품이다. 건축가 출신답게 그는 건축과 조화를 이루는 가구의 실용성을 중시했다.

줄리언 오피 Julian Opie는 자신이 촬영한 모델이나 풍경, 혹은 단편 영화의 스틸 이미지 등을 드로잉이나 컴퓨터 작업을 통해 변형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의 작품은 신체 특징과 같은 대상의 정체성이 최소한으로 남을 때까지 생략하고 단순화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조각이나 동영상 설치 작업은 이러한 일상에서의 동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매체로 활용하고 있다.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가 1970년대에 발표한 작품들은 주로 독일의 역사와 전통, 예술가의 소명 의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초기 작품들은 독일 나치 정권이나 유대인의 역사 등 정치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제들을 직업적으로 다루면서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1980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인 회화 작업을 기점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애니시 카푸어 Anish Kapoor는 1980년 초 새로운 스타일의 조각 작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조각가 중 하나다. 그는 매우 단순하고 유기적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왔는데 기교를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 표현했을 때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가 최소화되어 진정한 리얼리티가 완성된다는 믿음에 근거하는 미니멀리즘에 영향을 받았다.

3 라운드 테이블은 조지 나카시마, 암체어는 장 프루베, 테이블 위 세라믹 오브제는 조르주 주브 George Jouve, 작품은 안젤름 키퍼.


1 데이 베드는 장 프루베, 오브제는 도널드 주드 Donald Judd.
2 테이블과 의자는 장 프루베, 작품은 데미언 허스트 Damian Hirst.


장 프루베(Jean Prouve, 1901~1984)
장 프루베는 스틸 가구 디자인의 대가이자 알루미늄 건축과 조립식 가옥의 선구자로 20세기 디자인사에서 매우 혁신적인 인물로 꼽힌다. 전쟁 때문에 학업을 일찍 그만두고 금속 세공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언제나 스스로를 예술가라기보다 장인이라 생각했다. 합리성과 단순성 그리고 기능성을 중요시한 그의 작업은 아르데코(아르누보의 과도한 장식성에 반발하여 나타난 아르데코는 기하학적이고 직선적인 형태를 사용했다)에 가깝다. 금속이 지닌 내구성과 형태의 역동성을 중요시한 그는 금속판을 구부리고 용접하는 등의 작업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프루베는 오로지 자신의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한 진정한 장인이자 디자이너로 평가된다.

칸디다 회퍼 Candida Hofer는 광고 사진을 찍는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다 1973년 뒤셀도르프 예술대학에 입학하면서 작품 사진을 시작한다. 2002년 전 세계 12곳에 흩어져 있는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을 촬영한 시리즈로 제11회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했는데 이때 서울 로댕갤러리에 있는 조각상 촬영 차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전시실을 촬영한 작품들을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하기도 했다.

3 테이블과 의자는 장 프루베, 사진 작품은 칸디다 회퍼.


1 벽걸이 조명등은 세르주 무이, 테이블과 캐비닛은 조지 나카시마, 의자는 미라 나카시마, 작품은 이우환.

세르주 무이(Serge Mouille, 1922~1988)
세르주 무이가 본격적으로 조명 기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한 것은 1953년이다. 은세공업자로 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다양한 형태의 조명 기구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가 1950년대에 디자인한 조명 기구들은 벽에 부착하거나 바닥에 세우는 램프로 다리가 여러 개 달린 커다란 곤충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형태를 띤다. 그는 기계 생산에 의존하지 않고 램프를 하나하나 직접 제작했으며, 공간 속에서 운동감이 느껴지는 형태를 추구했다. 특히 전구를 덮는 알루미늄 머리 부분에 돌출된 꼭지가 특징인데, 이는 전구의 반사광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가 만든 램프는 소박한 검은색을 사용한 산뜻한 형태와 구조적 효율성이 특징이다. 세르주 무이의 램프들은 1956년부터 이사무 노구치, 장 프루베 등의 작품과 함께 파리의 스텝 시몬 갤러리에 전시되었다. 스텝 시몬 갤러리는 당대 파리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곳으로 이를 계기로 그는 여러 학교와 기관에 조명 기구를 공급하는 기회를 얻게된다.

2 벽걸이 조명등은 세르주 무이, 캐비닛은 장 프루베, 세라믹 오브제는 조르주 주브.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