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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아이디어] Korean style 바람이 머무는 풍경
옛 선비들은 삼복에도 의관을 정제하고 사랑방에 앉아 글을 읽거나 바둑을 두었다고 합니다. 마음으로 더위를 이겨낸 것이지요. 작은 더위에도 성급하게 에어컨을 틀어대는 현대인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마음으로 더위를 이겨낸 선조들의 여름 풍경, 현대적인 공간에 펼쳐보았습니다. 에어컨 바람에 비길 바가 아닌, 눈과 마음으로 즐기는 쿨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담았습니다.

꿈결 같은 바람결에 잠을 청하고
한낮의 더위에 지쳐 나른해진 몸을 대청마루에 누이고 오동나무 잎을 닮은 부채의 청량한 바람결에 단잠을 청한다. 한옥의 대청마루를 닮은 데이베드는 물푸레나무를 천연 안료로 스테인 처리해 원목의 나뭇결과 질감을 그대로 살렸다. 내촌목공소 이정섭 씨 작품으로 그미그라미에서 판매. 부채는 선자장 조충익 선생의 작품으로 오동나무 잎을 닮아 오엽선 梧葉扇 이라 부른다.
대나무 살로 잎맥을 표현한 후 한지를 붙이고 콩기름으로 마감했다. 천년전주명품온브랜드에서 판매.


(왼쪽) 짚풀에 담긴 여름의 촉감
동남아시아에 라탄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짚풀이 있다. 별다른 도구 없이도 짚풀은 사람 손길 하나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소재다. 농한기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던 가마니, 멍석, 짚신을 짜던 풍경은 이제 흔적마저 희미해진 옛것이 되었지만, 우리 전통 짚풀 문화의 매력을 아트 오브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잔디 위 바구니들과 오른쪽 원형 오브제는 모두 유경숙 씨 작품. 길게 쪼갠 대나무로 형태를 잡아가며 생모시를 엮어 만들었다.
나무 아래 왼쪽으로 펼쳐진 것은 장삼을 엮어 만든 것으로 유금자 씨 작품.

(오른쪽) 바람에게 길을 내주다
빛과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대나무 발이 모던한 공간에서 담담하고 은은하게 전통의 멋을 발한다. 이쑤시개보다 얇게 대나무 살을 쪼개고 다듬어 만든 전통 대나무 발이 낯선 이의 시선은 막아주되 바람에는 길을 열어준다.
사진 속 대나무 발은 본래 한지를 뜰 때 사용하는 한지 발로 한지발장 유배근 선생 작품이다. 천년전주명품온브랜드에서 판매. 테이블 위 초록 유리병은 송희글라스 제품, 테이블과 의자는 이정섭 씨 작품.


(왼쪽)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물결처럼 일렁이는 가을 들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에서 서정적인 가을바람의 정취가 전해진다. 짚풀 작가 유금자 씨 작품으로 면사를 이용해 사초를 코일링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볕짚, 보릿짚, 왕골 등 전통 짚풀 공예 재료뿐 아니라 사초, 강아지풀 등 다양한 자연 소재로 실험적인 작업을 해오는 유금자 씨. “자연은 굳이 무엇을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며 짚풀 소재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오른쪽) 부채 속에 담은 자연 풍경
바라보고만 있어도 맑은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부채들은 모두 선자장 조충익 선생의 작품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면유지선 四面油紙扇(대나무를 얇게 켜서 전통 짜임 방식으로 교차시켜 부챗살을 만들고 얇은 한지를 양면으로 발라서 고정한 후 콩기름을 입혔다), 새의 꼬리 모양을 닮은 미선 尾扇 (대나무 한쪽을 잘게 쪼개어 부챗살을 만들어 부챗살과 손잡이가 하나의 대나무다), 연꽃을 닮은 연화선 蓮花扇, 꽃 모양의 화문선 花紋扇(부챗살을 놓아 꽃 모양을 만든 후 색한지를 오려 문양을 만들어 붙이는 전통 기법으로 제작했다), 태극선. 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벚꽃 만발하던 봄날의 꽃바람, 연못에서 불어오는 촉촉한바람….
부채 모양에 따라 각기 다른 바람을 전해줄 것 같다. 천년전주명품온브랜드에서 판매.


(왼쪽) 여름 한옥처럼 시원하게
사방을 가로지르는 직선 패턴의 창가 장식에서 여름 한옥의 서늘한 공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한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한 파티션으로 디자인은 한옥 문살을, 조립 방식은 전통 한옥 건축의 짜맞춤 방식을 응용했다. 몇 가지 모양의 모듈을 조립하는 방식이라 필요에 따라 크기와 모양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조립과 해체, 보관이 용이하다. 문화재청에서 운영하는 한국 전통문화 학교 내 오랜생각 제품으로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상원·김종수 씨가 디자인했다.

(오른쪽) 어머니 손길 닮은 고운 모시결
모시 조각보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손길이 더해진다. 모시풀 농사를 짓고 한 올 한 올 실을 뽑아내고, 그 가느다란 실에 풀을 먹여 행여 실이 끊어지기라도 할까 노심초사하며 모시를 짠다. 정성스레 짠 모시는 솜씨 좋은 여인의 곱솔 바느질(솔기 하나를 세 번 박아서 마무르는 방법으로 바느질해 안팎이 똑같아 구별이 없다)을 통해 비로소 아름다운 조각보가 완성된다. 제아무리 성급하고 거친 바람도 어머니 손길처럼 고운 모시 발을 만나면 부드러운 미풍이 되어 날아든다. 모시 발은 담연 제품.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