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꿈꾸는 정원사 이동협의 정원일기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5월의 정원에서는 초여름 냄새가 납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그 향기와 함께 떠오르는 정원이 있습니다. 바로 제가 정원사로서 열정과 신념을 지키는 버팀목이 되어준 어머니의 정원입니다. 좁은 골목길, 집 앞 마당, 교정에 작은 들꽃을 심으며 행복해했던 그 시절을 기억해봅니다.

1 마치 조명등 같은 모양을 한 으름덩굴 꽃. 
2 일본산 원예종인 동백꽃의 화려한 자태.
3 서양 산딸나무의 잎과 꽃처럼 보이는 꽃받침. 식물이 빛을 머금고 있는 순간을 역광을 이용해 촬영했다. 꽃을 더욱 아름답게 보는 방법으로 권하고 싶다.


저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추억하는 어머니의 정원이 있습니다. 대학 시절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형 덕분에 가족이 학교 사택에서 지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학교 교정은 어머니의 정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여름방학이 되면 경남 울주군에 있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맨드라미, 백일홍, 금잔화, 칸나,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느티나무…. 싱그러운 여름 꽃과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키 큰 나무로 가득했던 그 정원이 아직도 생생히 그려집니다. 자신이 소유한 땅은 아니었지만 어머니께서는 봄이 오면 당신이 좋아하는 소소한 꽃씨를 뿌리고 새싹을 틔워 그야말로 소박한 정원을 일구셨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 꿈꾸는 정원사로 지내는 지금, 그 시절 어머니의 정원에 대한 기억은 정원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을 유지하는 DNA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또한 누구나 겪는 삶의 역경 속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큰 실수 없이, 바르게 살고자 하는 저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의지를 유지해주는 버팀목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고 힘들 때면 땅을 뚫고 나온 작은 생명 하나에 위로받던 시절, 어머니의 정원을 떠올립니다. 인생길을 돌아 맨 마지막에 만나는 최후의 보루는 가장 원초적인 생명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정원, 그리고 가족이었습니다.
오밀조밀한 단독주택들이 모여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살던 그 시절 우리에겐 크고 작은 어머니 또는 아버지의 정원이 있었습니다. 집 앞 마당, 골목 어귀에 만든 화단에서 가족들과 나누었던 작은 추억들은 그 시절을 살던 누구에게나 가슴 한구석에 아련히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마음속에 자리한 정원과 가족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보면 그때는 무엇이든 풍족하지 못했지만 행복했고, 이웃 간에 인정이 넘치던 시간이었습니다.


1 일본산 원예종인 때죽나무 ‘시노자키아’. 꽃이 잎 아래로 수줍게 숨어 있다.
2 5월의 하늘을 유영하는 층층나무 잎.


최근 따뜻한 소식보다는 비인간적이고 패륜적이며, 때로는 엽기적인 세상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제가 이렇게 열심히 정원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정원이 거칠고 각박한 세상을 순화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정원은 작은 생명을 정성으로 돌보고, 또 그 생명으로부터 위안을 받는 공간입니다. 이제 막 싹을 틔운 여린 잎사귀 하나로 생명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정원에서 얻는 성찰은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고, 생명을 경외하게 합니다. 나아가 인간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할 것입니다.
5월은 정원의 녹음이 점점 짙어지고 꽃들은 가장 화려한 색상과 향기를 뽐냅니다. 초록빛 잎들은 팔색조처럼 다채로운 무늬와 표정으로 5월의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일 년 중 가장 푸르고 싱그러운 이 계절처럼 모든 이들이 즐겁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5월의 눈부신 아름다움은 상처받고 소외받는 이들에게는 도리어 더 슬프고 안타까운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5월의 정원은 어머니의 정원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외된 이들을 언제든지 사랑과 관용으로 안아주는, 따뜻한 어머니 품 같은 정원.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정원, 아버지의 정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3 무지갯빛 온갖 색깔로 꽃 피우는 로도덴드론(만병초). 5월은 초록이 점차 짙어감에 따라 꽃 색도 더욱 화려하고 진해진다.


4 초록 비늘의 무늬 결을 보여주는 풍게나무.
5 사람들은 빨간 열매를 주로 기억하지만 호랑가시의 농밀한 향을 자랑하는 꽃은 5월에 핀다.
6 여느 나무와 다르게 붉은 잎이 피는 캐나다산 박태기나무.


꿈꾸는 정원사 이동협 씨는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했으나 현재는 SBS아트텍에서 방송 관련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서 조그만 정원을 12년째 가꾸면서 전국 각지의 정원 탐방과 공부에 열심인, 꿈꾸는 정원사입니다. 그의 블로그(blog.chosun.com/ydh208)에서 또 다른 정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천리포수목원 최창호 식물팀장에게 배우는
5월의 가드닝 코치, 실내 식물 번식법
5월의 정원에서는 황홀한 꽃의 축제가 펼쳐집니다. 매혹적인 색과 향기를 머금은 꽃과 잎사귀가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파란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완연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 눈을 행복하게 해주는 식물들은 더욱 바빠집니다. 꽃을 피우고, 수정을 하고, 열매를 맺고, 번식을 도모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야생의 정원에서는 벌이나 나비 등의 곤충 또는 새들이 그러한 번식에 도움을 주지만 실내 정원의 경우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실내 정원에서 식물을 번식시키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실내 베란다에서도 손쉽게 키울 수 있고 색과 형태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인기 있는 관엽식물과 다육식물의 번식법을 배워봅시다.

1 각종 관엽식물과 다육식물의 번식 재료와 모종판.
2 꺾꽂이를 완료한 모습. 사진은 한 장으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실제 관엽식물과 다육식물은 생육 환경이 다르므로 분리시킨다.


관엽식물 번식법 일반적으로 잎사귀 모양이나 색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기 위하여 재배하는 식물을 관엽식물이라 부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관엽식물로는 아글라오네마(Aglaonema), 아라우카리아(Araucaria), 베고니아(Begonia), 드라세나(Dracaena), 뽕나무, 그레빌레아(Grevillea), 판다누스(Pandanus), 페페로미아(Peperomia), 베르톨로니아(Bertolonia), 코르딜리네(Cordyline), 에피시아(Episcia), 폴리시아스(Polyscias), 소네릴라(Sonerila), 산토소마(Xanthosoma) 등과 천남성목에 속하는 칼라디움(Caladium), 디펜바키아(Dieffenbachia), 필로덴드론(Philodendron) 등이 있습니다. 관엽식물은 주로 꺾꽂이, 포기 나누기, 고취법(높이 떼기)과 같은 방법으로 번식을 합니다.
꺾꽂이 꺾꽂이란 식물에서 특정 부위의 일부를 잘라 용토에 꽂아 뿌리 내리게 하여 모주와 똑같은 유전 형질을 가진 새로운 개체를 얻어내는 번식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씨를 맺지 않는 식물의 증식 방법으로 적합합니다. 짧은 기간 안에 꽃을 피워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꺾꽂이 종류에는 줄기꽂이, 잎꽂이, 뿌리꽂이의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꺾꽂이의 용토 꺾꽂이의 용토로는 일반적으로 굵은 모래나 질석(버미큘라이트)을 사용합니다. 드라세나, 아나나스, 몬스테라, 디펜바키아, 필로덴드론 등의 열대성 식물은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끼에 물을 적셔 함께 심으면 뿌리를 더욱 잘 내립니다.
꺾꽂이의 종류 줄기꽂이 줄기꽂이란 식물체의 줄기나 가지의 일부분을 잘라내어 삽목(꺾꽂이) 용토에 꽂아 뿌리를 내리는 방법인데 꽃의 종류에 따라 이용되는 부분에 차이가 있습니다. 눈꽂이, 녹지삽(녹지꺾꽂이), 숙지삽(숙지꺾꽂이)의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눈꽂이는 식물의 눈을 포함한 부분을 10cm 정도로 잘라 사용합니다. 눈꽂이로 번식시키는 식물에는 국화, 제라늄, 카랑코에, 헬리오트로프, 포인세티아, 콜레우스, 서양채송화, 베고니아, 마가렛 등이 있습니다. 녹지삽은 그해에 새로 돋은 가지나 줄기가 녹색에서 갈색으로 목질화되는 시기에 그것을 잘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반면 숙지삽은 완전히 성숙한 전년생의 가지를 10cm 정도 잘라 사용합니다. 치자나무, 아잘레아, 팔손이나무, 철쭉, 서향, 동백나무 등이 가지로 꺾꽂이하는 식물입니다.
잎꽂이 잎으로 새로운 개체의 식물을 번식시키는 방법으로 식물의 종류에 따라 방법에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주로 잎이 넓은 관엽식물에 많이 사용하며 베고니아가 잎꽂이로 번식하는 대표적인 식물입니다. 그 외에도 렉스베고니아, 페페로미아, 바이올렛, 글록시니아, 산세비에리아, 선인장 등이 있습니다.
뿌리꽂이 땅속에 묻히는 줄기 또는 뿌리를 적당한 길이로 자른 다음 흙 속에 묻어 이것으로부터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내는 방법입니다.
포기 나누기 뿌리에서 난 여러 개의 움을 뿌리와 함께 갈라 따로 옮겨 심는 방법입니다. 포기 나누기는 새싹이 나오는 5~6월경에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합니다.
고취법(높이 떼기) 식물의 가지에서 새로운 개체를 얻는 방법입니다. 가지의 한 부위를 선택하여 목질이 드러나도록 3분의 1 정도 정도 껍질을 벗기고 물에 적신 이끼를 두툼하게 감싸 비닐과 고무줄을 이용해 피복하고 이끼가 마르지 않도록 관리해줍니다. 40일 정도 지나면 이곳에 새 뿌리를 내리게 되는데 뿌리 내린 바로 아랫부분을 잘라 새로운 식물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말합니다. 주로 드라세나, 고무나무, 만병초 등의 번식에 이용합니다.

1 관엽식물(헤데라)의 잎꽂이. 엽맥에 칼로 얕게 그어 상처를 낸다.
2 상처 낸 부위에 손으로 발근 촉진제를 묻힌 후 상처 부위가 모래 면에 닿게 하여 잎 위에 모래를 얹는다.


1 소철(관엽)의 뿌리꽂이. 각질화되어 변색한 부위를 칼로 벗겨낸다.
2 발근 촉진제를 묻힌후 모래판에 꽂는다.



1 로도덴드론의 고취법(높이 떼기). 목질이 드러나도록 껍질을 3분의 1 두께로 가른다. 껍질을 제거하지 않는 것에 유의한다.
2 틈새에 이끼를 채우고 비닐로 싼 뒤 하단부를 고무줄로 맨다.



3 비닐 안쪽에 이끼를 채운다.
4 비닐 상단부를 고무줄로 봉한다.



1, 2 산세비에리아의 잎꽂이. 발근 촉진제를 묻힌후 모래판에 꽂는다. 발근 촉진제는 약국이나 종묘상에서 구입한다.


1 꼬마선인장의 뿌리꽂이. 일단 뿌리 부분을 가위로 잘라낸다.
2 3cm 정도 일정 길이가 나올 수 있도록 위쪽의 잎을 제거하고 절단면을 깨끗이 자른 뒤 모래판에 꽂는다.


다육식물 번식법 다육식물은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다육질의 두꺼운 조직의 식물을 말합니다.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로 선인장 종류나 알로에, 산세비에리아 등이 이에 속합니다. 보통 집 안이나 베란다에서 가장 쉽게 기를 수 있는 식물로, 일반적으로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을 가리킵니다. 다육식물은 주로 줄기 꺾꽂이로 번식시키며 필요한 경우 접목을 하기도 합니다.
줄기 꺾꽂이 줄기 꺾꽂이는 크게 자라는 선인장 또는 산세비에리아, 게발선인장과 같이 마디가 있는 식물에 많이 이용하는 번식 방법입니다. 줄기를 절단하여 번식시킵니다. 일반 선인장의 경우 지난해에 난 줄기를 잘라 사용합니다.
꺾꽂이 시기 장마철이나 겨울을 제외하고 어느 때나 가능하며 봄에는 5~6월, 가을에는 9~10월경이 가장 알맞은 시기입니다. 선인장이나 다육식물의 곁가지는 쉽게 떨어지므로 칼을 이용하여 떼어내 모래에 꽂습니다.


1 다육식물(카랑코에)의 가지 절취.
2 눈꽂이는 절취해서 바로 꽂는 것이 아니라 절단면의 수분이 마른 다음에 꽂는다.



1 게발선인장의 줄기 꺾꽂이. 마디 하단부를 가위로 자른다.
2 절단면을 다시 깨끗하게 잘라 말린 후 발근 촉진제(루톤)을 묻혀 모래판에 꽂는다.


관엽식물 꺾꽂이 시 주의 사항 꺾꽂이를 할 경우 식물이 마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분이 너무 많아도 뿌리가 썩어버릴 수 있으니 물 주기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직사광선은 피하는 것이 좋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둡니다. 꺾꽂이를 한 후 2~3주가 지나면 새 뿌리가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다육식물 꺾꽂이 시 주의 사항 절단면을 햇빛에 노출시켜 건조시킨 후 음지에서 말립니다. 절단한 모주의 절단면에 물이 묻으면 부패하므로 간수할 때에는 물이 묻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다육식물의 경우 꺾꽂이 후 15~20일 후부터 서서히 물을 주기 시작합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