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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빙디자인페어2009] 전주온ONN, 검소하되 풍류를 담다

1, 2, 3 2009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소개하는 조석진 씨의 서랍이 달린 사방탁자, 수납장, 그리고 한지발장 유배근 씨의 한자를 수놓은 한지발.

전주는 비옥한 토지에 농업이 흥했던 도시로 양반부터 서민까지 각 계층의 문화가 독자적으로 발달했다. 전주장처럼 이 지역 특유의 가구 양식이 발생한 것도 1252년에 이르는 전주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주시는 지난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전주 전통 공예품 통합 브랜드 ONN을 론칭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온(穩, ONN)’은 ‘온전한 고을(全州)’을 뜻하는 전주의 다른 표현이다. ONN은 공간 디자이너 김백선 씨를 아트디렉터로 하여 악기장 고수환・최동식 씨, 한지발장 유배근 씨, 선자장 이기동・조충익 씨, 옻칠장 이의식 씨, 소목장 조석진 씨, 침선장 최온순 씨 등의 장인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다. 2009년 3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 월드디자인마켓_서울 SPRING’에서 ONN의 신작을 공개한다. 올해에는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그 사람의 몸에서 책의 기가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서권기문자향 書卷氣文字香)’는 내용을 담아 서재 가구를 제안한다. 단순 명료하게 떨어지는 형태의 장과 사방탁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ONN이 추구하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 가구다. 물질적 가치는 충만하되 정신적 가치는 결여된 요즘 사람들의 생활을 충족시켜주기를 기대하며 ONN이 제안하는 것이다. ONN은 전통문화가 지닌 정신적 가치로 생활을 이끌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적 명품의 가치다. 지난해 4월 ONN은 ‘밀라노디자인위크’에 참여해 전시회를 열었다. 특히 소목장 조석진 씨의 사방탁자가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ONN의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서예의 일필휘지처럼 절제된 힘이 느껴지는 ONN의 작품들은 전주 ONN 브랜드 전시관과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4 2008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소개한 조석진 씨의 수납장.
5 ONN의 아트디렉터 김백선 씨가 먹으로 그린 2009년도 작품 스케치.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작품을 상세히 스케치하기보다는 느낌으로 보여준다.


송하진 전주시장
선비 정신이 곧 한국적 명품의 가치다
현대화된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25현 가야금이 나왔듯이 요즘 시대의 감각에 맞춰 전통을 계승해나가야 할 필요를 느꼈던 송하진 전주시장은 ‘어떻게 하면 전통이 세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전통이 현대인들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답을 천년전주명품 ‘온 ONN’에서 찾았다.
전주는 예로부터 다른 도시에 비해 유・무형의 전통 자산이 풍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품 가치가 충분함에도 사라지고 밀려나는 것들이 있었으니, 바로 한지가 대표적이었다. ‘전주 한지’는 일반명사화될 정도로 상징성이 강했다. 전통문화 되살리기 사업의 일차적인 관심은 한지였다. 이를 산업화해 한지 벽지부터 한지 옷, 넥타이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냈다. 다음으로 일제강점기에 불타버린 한옥을 재건해 지금도 사람들이 계속 살고 있는 한옥촌을 그대로 ‘한옥마을’로 조성했다. 이제 전주시에서는 좀 더 포괄적인 ‘한스타일 산업’을 시행한다. “ONN이 전주시의 전통문화 공예품 브랜드라면, 한스타일은 한지, 한옥, 한국의 음식과 소리 등을 포괄하는 전주의 문화유산을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전주에 한스타일진흥원을 건립하고 있다”라는 송하진 전주시장의 말처럼 과거 천 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천 년 역사를 일궈나가기 위한 의지를 담아 ‘천년 전주’라는 모토도 정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신이다. ONN은 형태를 뛰어넘어 그 안에 담긴 정신적 가치로 전통을 알리고자 한다. “우리 선조들에게는 선비 정신이란 것이 있었다. 물질적인 가치를 떠나 진정한 고급 문화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다. 선비의 지혜와 인품이 어우러져 ‘품격’을 자아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ONN이 선비 정신에서 비롯된 품격을 담아 21세기 생활 문화 속에 가장 한국적인 브랜드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당장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대중적인 제품이 되기는 어렵지만 송하진 전주시장의 머릿속에는 이미 모든 계획이 세워진 듯했다. “수공예 가구와 소품에서 시작되었지만 언젠가는 인테리어 컨설팅까지도 가능한 시점이 올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한국식으로 한번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ONN을 찾아가 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송하진 전주시장의 목표이다.

6 송하진 전주시장을 전주 한옥마을 내 한옥 체험관에서 만났다. 그가 매고 있는 넥타이는 한지로 만든 실에 실크를 섞어 제작한 것이다. “종종 양말도 한지, 와이셔츠도 한지로 만든 것을 하고 다녀요”라며 고들고들한 것이 쾌적한 느낌을 주어 좋다고 한다.

Z:IN 주방 가구, 전주 ONN을 만나다 
LG화학 지인 Z:IN이 프리미엄 주방 가구 ‘201 에코 블랙 Eco Black’을 선보였다. 이 제품의 디자인은 LG화학, LG전자, LG생활건강에서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LG 디자인협의회’에서 맡았다. 그리고 ONN의 장인 조석진 씨와 협동 작업으로 완성했다. 상위 1%의 소비자를 겨냥해, 첨단 기술과 전통 모티프로 한국인의 잠재된 미의식을 일깨우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

LG화학 박현신 상무
전통이 곧 프리미엄 디자인이다
LG화학 박현신 상무는 요즘 ‘무엇이 진정한 프리미엄 디자인인가?’를 고민한다. 최근 사회적 화두인 친환경, 자연스러움, 건강과도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이야말로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고급 주방 가구라 하면 ‘수입 명품’이란 단어를 덧붙여 마치 편리함과 세련됨의 상징처럼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인들의 생활에 최적화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던 중 ONN의 장인 조석진 씨의 가구를 보게 된 것이었다.
Z:IN 주방 가구 ‘201 에코 블랙’은 프리미엄 주방 가구로 LG화학, LG전자, LG생활건강의 3개 사가 결성한 디자인협의회를 통해 완성했다. 2008년 3월, 가구 소재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즈음, 마침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관람하게 되었다. ONN 전시장에서 나무 질감이 두드러진 옻칠장을 보았고 Z:IN의 주방 가구에 결합시켜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옻은 내구성, 방수성, 방오성, 전기절연성 등의 성질이 있다. 또한 향균 및 방충 기능도 있어 옻칠이 주방이란 공간에 기능적으로 적합한 소재라는 생각이었다.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인테리어 브랜드’라는 Z:IN의 가치를 표현하기에도 알맞았다. Z:IN이 꼭 전통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통 가구와 장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과 소재의 특징이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디자인임은 분명했다. 박현신 상무는 ‘소재를 이용해 생활 속에서 자연과 최대한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프리미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Z:IN에 주어진 친환경, 에너지 절약, 지속될 수 있는 디자인의 과제를 수행하며 얻은 답이다. Z:IN은 이제 또 한 번 변화를 겪게 된다. 디자인협의회를 통해서도 그렇지만 그동안 Z:IN이 속해 있던 LG화학의 산업재 사업부가 4월이면 ‘LG하우시스’로 바뀐다. Z:IN, 데코빌 등 <행복> 독자들이 자주 접했던 LG화학의 브랜드들이 하나의 계열사에 속하게 된다. 그 안에서 Z:IN은 디자인 연구를 더 강화해 감성적인 제품을 만들 것이다.

1 박현신 LG화학 상무는 Z:IN의 주부 모니터링 그룹 지엔느에서 이미 유명인이 되었다. 주부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하기 때문이다.


2, 3, 4 Z:IN 201 에코 블랙. ONN의 조석진 소목장과의 협업으로 만들었다. 뒤쪽 키큰장은 옻칠 대신 무늬목과 유리를 사용했다. 또 손잡이 대신 도어 끝부분을 살짝 들어올렸다.



가족, 건강, 환경을 담은 긴 생각, Z:IN
‘공간에 대한 긴 생각’을 표방하는 Z:IN의 CF를 기억할 것이다.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이것이 바로 토털 인테리어 브랜드 Z:IN의 출발이었다. 이로써 2005년까지 하이샤시, 깔끄미, 모노륨, 모젤 벽지와 같은 이름으로 알려졌던 브랜드들이 Z:IN이란 이름으로 통합된 것이다. ‘Z:IN’은 ‘Zenith Interior for LOHAS’라는 의미로 가족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며 고객에게 최상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LG화학에서 만드는 창호, 벽장재, 도어, 마루, 시스템 가구 등 프리미엄 인테리어 자재가 Z:IN이다. 외장재는 ‘우젠’, 인테리어 대리석은 ‘하이막스’라 한다. LG화학 하이막스에서는 올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시영 씨가 디자인한 테이블을 소개한다. 4월에는 Z:IN을 포함한 하이막스, 우젠, 데코빌 등의 LG화학 산업재 파트가 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한 기업의 의지를 담아 LG하우시스가 된다.




1 Z:IN 201 에코 블랙 제품의 도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명확한 목표를 잡고 시작한 디자인이기에 별다른 스케치 없이 바로 도면을 그렸다.

LG화학 ‘201 에코 블랙’ 디자이너 한용남
사방탁자의 짜맞춤과 옻칠로 품격을 차별화했다
LG화학, LG전자, LG생활건강 3사의 디자인협의회에서 기본 계획은 나와 있는 상태였다. LG화학에서 Z:IN 주방 가구 디자인을 담당한 한용남 씨는 ‘새로운 개념을 실현해줄 새로운 소재가 필요했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조석진 씨의 가구를 보면서 ‘이를 주방 가구에 사용한다면 어떤 느낌일까’하는 힌트를 얻었다. 이 제품은 상위 1%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주방 가구다. 전통 공예 기법, 옻의 우수한 성능, 그리고 자연 소재가 주는 느낌이 결합되면 그들이 목표로 했던 고가의 수입 가구와 견줄 만한 제품이 나올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일랜드에 사방탁자의 짜맞춤 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LG전자의 기술로 아일랜드 상판 밑에는 LED 조명을 삽입했고, 쿡탑 테두리를 둘러가며 잔열 표시 기능도 갖췄다. 상판에는 대리석의 일종인 ‘루콘 luccon’을 사용했는데 소재 자체에 광섬유가 내장되어 상판 밑에서 빛을 비추면 광섬유를 따라 불이 들어온다. 무드 조명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해 시제품이 나오기까지 1개월이 소요되었다. 정말 빠른 속도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계획한 바가 명확했기에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특별한 스케치 없이 바로 컴퓨터로 도면을 그렸고, 조석진 씨의 정교한 손놀림으로 제품이 완성되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일랜드 카운터 뒤의 키큰장에도 옻칠을 하고 싶었으나, 옻칠은 보통 칠하고 말리기를 수차례 반복하기에 시간도 충분치 않았고, 제품 가격도 많이 높아져 생각에만 그쳤다. 대신 무늬목에 라운드 글라스 인쇄(유리를 곡면으로 성형하여 부착하는) 기술을 적용해 서로 다른 소재가 겹치면서 유리의 투명함과 옻칠의 은은함이 모두 부각되도록 했다.” 현재 201 에코 블랙은 양산 체계를 갖춰가는 중이다. 관건은 자재를 확보하는 것. 조석진 씨의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나무껍질을 사용한 도어이다. 남들은 버리는 부분을 따로 모아 같은 수종으로 맞춰가며 제작하기도 쉽지 않고, 손상되지 않은 껍질을 골라내다 보면 실제로 나무 한 그루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만큼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2 LG화학 산업재 IS. 시스템 가구 CMU(SPEC-IN 디자인・설계) 부서에서 일하는 한용남 씨는 쉽게 말하면 Z:IN 주방 가구의 디자이너다. 지난해 박현신 상무와 따로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찾았는데 두 사람 모두 조석진 소목장의 가구에 반했다.


3, 4, 6 아일랜드 상판에 검은색 강화 유리와 루콘을 사용했다. 루콘은 대리석의 하나로 소재 자체에 광섬유가 들어 있어 아래서 조명등을 켜면 광섬유를 따라 빛이 나온다. 201 에코 블랙에는 아일랜드 상판 밑에 LED 조명을 부착하고 쿡탑 주변에 잔열 표시 기능을 넣었다. 이 제품에 적용한 기술은 모두 LG전자의 도움을 받았다.


5 아일랜드 하단에 사방탁자 짜맞춤 기법으로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Z:IN 201 에코 블랙을 탄생시킨 소목장 조석진 씨
조석진 소목장은 조선 목가구 가운데 전북 지역 목가구의 명맥을 이어오며 전통 공예의 원형을 지켜온 인물로 1998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75년 우리나라 최초로 ‘스페인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1988년에는 목재 분야 명장 1호로 선정되었다. 그는 주로 목리가 아름다운 느티나무 판재로 삼층장, 농, 문갑, 흑단상감좌경대 등을 제작한다. 2008년에는 전주 ONN의 사방탁자 ‘심재’와 전통 자 ‘루’ 그리고 거실장 등을 만들었다. 특히 그의 사방탁자는 국내에서는 물론 밀라노디자인위크에 전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디자인은 ONN의 아트디렉터 김백선 씨가 맡았다.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