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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정원사 이동협의 정원 일기 4월, 꽃을 보는 시간
지금 정원에서는 매혹적인 색과 향기를 머금은 꽃의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꿈꾸는 정원사 이동협 씨가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4월, 정원 풍경을 전합니다. 이와 함께 천리포수목원 최창호 씨에게 행잉 바스켓과 튜퍼 만들기를 배워봅니다.

1 전남 순천시 월등면의 들판을 가득히 채운 자운영 꽃. 이 식물은 콩과식물로 질소를 분해하는 성질이 있다. 꽃이 지면 그 자리는 자연 비료로 가득한 비옥한 땅이 되고 이곳에 모를 심어 추수하는데 이를 ‘꽃쌀’이라 부른다.

3월, 선뜻 봄이 오는 듯했지만 올해도 여전히 눈이 내렸습니다. 한두 차례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 성급히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꽃들은 꽃샘추위의 매운맛을 봐야 했습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꽃의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예년에 비해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얼었던 땅은 완연한 봄의 향기로 물들었습니다. 정원사들이 그토록 기다려온 4월입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유럽에서는 ‘꽃보다 축구’(축구 중계방송) TV 프로그램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재벌 아버지를 둔 고등학생이 여자 친구를 위해 전세 비행기로 뉴칼레도니아로 여행을 떠난다는 ‘만화’ 같은 스토리와, 골문을 향해 양말이 닳도록 뛰는 격정적인 스포츠 중계에 우리가 열광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단순한 열정으로 어려운 현실을 잊고 싶은 시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젊고(극 중 주인공들은 고등학생입니다) 잘생긴 소위 ‘꽃남’의 등장만으로 그저 즐겁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단순한 혹은 무모한(?) 열정에우리는 잠시나마 현실을 내려놓게 됩니다. 축구 중계에서 역시 작전이나 조직력 같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터질 듯한 심장 박동의 움직임과 승리가 가져다주는 단순한 기쁨이 사람들에게 아픈 현실을 이기는 진통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2 천리포의 개량 품종인 오렌지빛이 나는 목련 ‘morning dawns’(새벽).
3 연보랏빛 꽃을 피우는 목련 ‘star wars’.



4 천리포수목원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 귀룽나무. 3월에 먼저 잎이 나고 4월이 되어서야 꽃을 피우는 귀룽나무는 꽃이 보통 흰색으로 초록 잎과 함께 탐스러운 자태를 자랑한다.

4월은 꽃을 봐야 하는 시절입니다. 정원사에게는 노동이 활발히 시작되는 달이며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나무를 옮겨 심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3월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스노드롭, 크로커스,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 등의 키 작은 구근식물들이 봄 정원을 가득 메우면 서서히 산수유, 매화, 복숭아꽃, 살구꽃, 목련, 벚꽃 등이 공중에 축포를 터트리는 듯 불꽃축제를 엽니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현실을 잊고, 고개를 들어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는 꽃의 향연을, 눈부신 4월의 정원을 즐겨봅시다. 꽃이 피는 식물은 이 시기에 수정을 하고 번식을 도모합니다. 그래서 가장 돋보이는 색과 가장 자신 있는 자태, 그리고 어느 때보다 매혹적인 향기로 수정 매개체를 유혹하지요. 이들에게 4월은 가장 치열하고 중요한 시기입니다. 사람들에게는 1년 중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정원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4월만큼은 반드시 꽃을 봐야 합니다. 그것은 무릉도원의 꿈 같은 4월의 정원에 숨어 있는 세상의 이치에 순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 연초록빛 장미를 연상케 하는 당느릅나무 꽃.
2 정원에 진한 봄 향기를 전하는 ‘스키미아 skimia’.
3 아열대 지방에서는 12월부터 꽃을 피워 ‘크리스마스 장미’라고 부르는 ‘헬레보러스’. 한국에서는 사순절 기간(부활절 전 40일의 금식 기간)에 꽃을 피워 ‘사순절 장미’라고도 부른다.



4 봄부터 자신이 단풍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단풍나무.멀리서는 마치 꽃처럼 보인다.

세상의 모든 동식물은 번식과 영역 확장이라는 원초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식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화분 수정을 도와주거나 씨앗을 널리 옮겨 심어줄 도우미가 필요합니다. 식물 입장에서 도우미는 벌, 나비, 곤충, 조류, 그리고 인간까지도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식물은 도우미에게 간택되기 위해 색상과 모양, 향기, 꿀, 심지어 ‘공갈 꽃’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을 유혹합니다. 실제로 자연의 세계는 인간의 세계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의 사회입니다. 말을 할 수 없기에 그들의 유혹은 더욱 농염하고 관능적일지 모릅니다. 4월의 정원은 온갖 종류의 꽃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탐스러운 얼굴과 몸매를 내보이는 ‘꽃의 견본 시장’쯤 될 것입니다. 1년 중 가장 많은 양의 꽃을 구경할 수 있지요. 이 꽃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은 인간입니다. 사과나무를 보십시오! 붉고 화려한 꽃과 달콤한 과육으로 아담과 이브를 유혹해 오늘날까지 오랫동안 융성하고 있습니다.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해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배려 깊은 상생 相生의 눈으로 꽃을 봐주십시오. 그리고 사랑하십시오. 그 꽃들의 환호와 사랑을 느끼실 것입니다.


5 3월까지 핀 꽃이 지고 나면 새잎이 돋아나는 피어리스. 꽃보다 아름답다.

꿈꾸는 정원사 이동협 씨는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했으나 현재는 SBS아트텍에서 방송 관련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서 조그만 정원을 12년째 가꾸면서 전국 각지의 정원 탐방과 공부에 열심인, 꿈꾸는 정원사입니다. 그의 블로그(blog.chosun.com/ydh208)에서 또 다른 정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행잉 바스켓으로 장식한 영국의 소박한 시골 카페 전경.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4월의 가드닝 코치, 나의 작은 정원 만들기
2월부터 꽃망울을 터트리는 복수초와 크로커스가 봄의 시작을 알려옵니다. 하지만 2월은 눈으로만 느끼는 봄일 것입니다. 정원사에게 진정한 봄은 4월이 되어서야 시작됩니다. 4월의 정원은 매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꽃의 축제가 펼쳐집니다. 얼었던 땅이 녹아내리고 경직되었던 흙은 편안하게 제자리를 찾는 시기입니다. 온도는 20℃를 전후로 유지되므로 종자나 모종을 뿌리거나 나무를 심기에도 적정하지요. 3월까지 손발이 근질거리던 정원사는 이제 제 세상을 만난 듯 땅 일구며 얻는 노동의 기쁨, 눈부신 꽃의 축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모든 만물이 생동하는 4월의 봄, 소박하지만 특별한 가족 정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아파트 베란다에도 손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행잉 바스켓과 튜퍼 만들기로 남편, 아이들과 함께 정원사가 느끼는 기쁨을 조금이나마 공유해보시기 바랍니다. 원하는 꽃의 색과 모양을 취사선택할 수 있어 개성 있고 특별한 정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서투를지 모르나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요령을 터득한다면 원하는 정원을 마음껏 만들 수 있는 정원사가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 봄 정원의 화사함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행잉 바스켓과 튜퍼 만들기를 천리포수목원의 최창호 식물팀장에게 배워봅니다.
행잉 바스켓 만들기 행잉 바스켓은 벽이나 공중에 걸어두고 기르는 화분을 말합니다. 화분 주위로 자연스럽게 잎이 늘어져 동그란 모양을 이루는 행잉 바스켓은 간편하면서도 장식적인 효과가 커 식물 인테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출 방법입니다. 꽃을 담는 화분의 모양과 소재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행잉 바스켓에 식물을 심을 때는 키가 많이 자라는 식물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키가 많이 자라는 식물은 함께 심은 다른 식물을 가리므로 잎이 잔잔하고 키가 작은 화초를 골라 심습니다. 또 가을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는 종류를 심는 것이 좋습니다. 꽃이 피는 식물 몇 가지와 화분 가장자리로 잎이 늘어지는 식물을 함께 심으면 꽃이 지더라도 나름의 멋이 있습니다. 행잉 바스켓에 어울리는 식물은 4월 이후 출하되는 것들로 실게발 선인장, 나비난초, 넉줄고사리, 네프롤레피스, 러브체인, 마란타, 베고니아, 스킨답서스, 시서스, 아스파라거스, 아이비, 아이비제라늄, 칼랑코에, 콜레우스, 콩란, 피튜니아, 페페로미아, 피토니아, 한련화, 후쿠샤, 봉선화, 팬지, 접란, 무늬빈카, 제라늄 등이 있습니다. 주로 현관이나 울타리 난간에서 어렵지 않게 기를 수 있는 식물입니다.
튜퍼 만들기 튜퍼 tufa란 식물을 담을 수 있는 콘테이너 또는 박스형 화분을 말합니다. 자연석 질감이되 쉽게 옮길 수 있는 가벼운 용기입니다. 가정에서도 두 명 정도가 힘을 합치면 쉽게 만들 수 있고, 취향에 따라 원하는 모양으로 제작이 가능합니다.


행잉 바스켓 만들기
준비물
행잉 바스켓 틀 행잉 바스켓 틀은 여러 가지 모양과 소재를 이용할 수 있다. 철제, 플라스틱, 코코넛 껍데기, 대나무 바구니 등 배수가 되고 식물을 담을 수 있으면 가능하다.
식물 함께 심을 식물 간의 조화를 생각해 준비한다. 되도록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길고, 잔뿌리가 많고, 잎을 늘어지는 형태의 식물이 좋다. 피튜니아, 팬지, 봉선화, 아게라툼, 제라늄 등이 적당하며 화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향기가 강한 제라늄을 문 앞에 걸어 작은 해충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배양토 일반적으로 배양토는 가볍고 수분을 적당히 함유할 수 있는 흙이 적당하다. 배양토 대신 거름 성분이 있는 일반 흙도 무방하다.
이끼 행잉 바스켓에서 이끼는 배양토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잡아주고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수입품을 사용한다.


만드는 순서
1 먼저 행잉 바스켓 틀 바닥에 이끼를 깐다. 이끼는 수분 증발을 방지하고 흙이 새어 나가지 않게 잡아주기 때문에 두껍게 까는 것이 좋다.(사진 1)
2 이끼 위에 배양토를 약간 넣은 뒤 준비한 식물을 모종 화분에서 빼내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흙을 털어내 틀 옆쪽으로 넣어 심는다. 이때 식물 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사진 2)
3 식물을 심은 뒤 그 위에 다시 배양토와 이끼를 깐다. 이 배양토는 비료 역할을 한다.
4 틀을 돌려가며 ③번과 같은 방법으로 이끼, 배양토를 얹어 식물을 심는다. 계속해서 틀 위쪽까지 식물을 채워준다.(사진 3)
5 마지막으로 상단 부분은 예쁜 꽃으로 장식하고 배양토와 이끼로 위를 덮어 마무리한다.
6 밖으로 나온 이끼를 가위로 정리하고 물을 준 뒤 원하는 위치에 건다. 밖으로 보이는 이끼는 식물이 제대로 자라면 자연스럽게 감춰진다.(사진 4)

튜퍼 만들기
준비물
거푸집 원하는 형태의 내・외벽을 만들 틀을 준비한다. 합판으로 만들 수도 있고,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티로폼 박스나 와인 박스, 낡은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해도 된다.
와이어 메시 또는 철망 벽의 균열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골격으로 철물점에서 구입한다. 너무 촘촘한 것보다는 4~5cm 간격이 적당하다.
벽체 재료 준비 시멘트(건재상에서 파는 일반 시멘트), 피트모스(가볍고 물을 잘 머금으며 공기 순환이 잘되는 물이끼 퇴적 토양), 펄라이트(가볍고 단열이 잘되는 무기물 재료),
바크(나무껍질 분쇄물로 정원 화단의 습도 유지나 잡초 예방에 사용하는 재료)를 준비한다. 순서대로 2:1:1:1로 배합하여 골고루 섞는다. 물과 반죽해 흘러내릴 정도의 상태가 되게 한다.(사진 1) 벽체의 재료는 화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만드는 순서
1 박스 안에 배수구를 만들어줄 내용물을 넣는다. 나중에 제거하게 되는 것으로 화분 포트나 나뭇조각, 종이를 구겨 넣어도 좋다.(사진 2)
2 바닥이 될 벽체 혼합물을 붓는다. 벽체 두께는 5~7cm 정도가 적당하다.(사진 3)
3 와이어 메시 골격을 바닥 중앙에 설치한다. 인체의 뼈와 같은 역할을 한다.
4 작은 박스를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고 벽체 내용물을 붓는다. 이때 벽체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젓가락이나 쇠꼬챙이로 쑤셔 내용물을 충진시킨다. 또 용기의 내부 벽체 형틀인 작은 박스는 쉽게 해체할 수 있도록 끌어당길 수 있는 손잡이가 필요하다.(사진 5)
5 형틀은 3일 정도 반그늘에 말려 외부 형틀과 내부 형틀을 제거하고 덜 마른 표면을 쇠솔질하여 다듬는다. 자연스러운 암석 질감의 용기가 만들어진다.(사진 6)
6 완성된 용기는 일주일 정도 충분히 말리면 가볍고 습도 유지와 공기 소통에 용이한 숨 쉬는 용기가 되어 식물 생장에 적합한 화분이 된다. 특히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고산지대의 알파인 식물을 가정에서 키우기에 안성맞춤인 작은 정원이 될 수 있다.(사진 7)

행잉 바스켓의 물 주기 주의 사항 환경, 배양토의 차이, 식물의 종류에 따라 물을 주는 시기와 양에 차이가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물을 자주 주다 보면 뿌리가 썩거나, 식물의 뿌리가 물을 흡수하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어 뿌리의 발육이 좋지 않습니다. 손끝으로 겉흙을 만져보아 건조할 때 물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용기 안의 흙 온도가 25℃ 정도일 때 뿌리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합니다. 물이 차갑거나 용기 내 흙의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물을 주면 뿌리의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용기가 햇볕에 충분히 가열되었을 때 미지근한 물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계절에 따라 물 주는 시간이 달라져야 합니다. 보통 봄가을에는 오전 10시 정도, 여름에는 햇볕이 강해 식물이 건조하기 쉬우므로 오전 10시와 오후 4시경 두 차례 정도 줍니다. 겨울에는 온도가 가장 많이 상승한 오후 1~2시경에 주는 게 적당합니다. 물은 커다란 용기에 미리 받아놓아 미지근한 상태에서 뿌려주는 것이 식물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방법입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