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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메종&오브제 유행을 넘어선 상상의 세계를 만나다
파리에서 매년 두 차례 열리는 ‘한 권의 인테리어 백과사전’과 같은 박람회, 메종&오브제. 1월과 9월, 전 세계인이 시내에서 한참 벗어난 외진 곳을 찾는 이유다. 세계적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날 수 있는 그 현장으로 가보자.

장 마리 마소가 선보인 의자. 날렵한 비행접시 같은 게, 몇 해 전 그가 디자인해 화제를 끈 ‘맨드 클라우드’ 호텔을 묘하게 닮았다.

장 마리 마소, '나우! 디자인 아비브르'의 올해의 디자이너가 되다 국제적으로 수상 경력이 화려한 장 마리 마소 Jean Marie Massaud가 이번 박람회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었다. 현재 그의 작품은 암스테르담, 시카고, 리스본, 파리, 런던, 취리히 등의 세계 아트 디자인 미술관에 컬렉션돼 VVIP 대접을 받고 있다. 마소는 카펠리니, 카시나 같은 인테리어 업체는 물론 아르마니, 까사렐 등의 패션 브랜드와도 손잡고 가구 소품을 비롯해 향수 패키지, 매장 디자인, 도시 계획까지 전방위적인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그중에서도 ‘사람이 타고 다니는 구름’이라는 뜻을 지닌 비행기 모양의 호텔 ‘맨드 클라우드’는 경이로울 정도. 이번 메종&오브제에서 그는 혁신적이면서도 창조성이 돋보이는 ‘영혼이 담긴 홈 디자인’을 선보였다.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박람회가 열리면 사람들은 트렌드 짚어내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박람회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달라지고 있다. 디자이너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을 접할 수 있는 동시에 한 점의 설치 작품을 보는 듯 독창적인 디스플레이 감각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여기고 박람회장을 찾는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작업장을 엿보는 기분이랄까. 반면 판매자에게 메종&오브제는 실물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이다. 1인 공예가가 운영하는 소규모 숍일지라도 해외 바이어를 만나 국제 거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3일부터 27일까지 파리 노르 빌팽트에서 열린 2009 메종&오브제에 전 세계 3천4백60여 개 업체와 3천6백여 명의 저널리스트가 모였다. 그런데 최근 트렌드는 노 트렌드라는 말도 있듯 에스닉 스타일이니 퓨처리즘이니 하는 새로운 유행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대신 지금까지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거론된 다양한 트렌드가 조금씩 진화된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랄까. 무엇보다 이번 박람회에서는‘마탈리 크라세와 프레데리크 그라세 에르메가 제안하는 자연 속 부엌’ 등 부엌이라는 생활 영역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망했다. 혹 그것과 같은 맥락이었을까. 메종&오브제 주최 측은 올해 방문객들을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감동시켰다. 사람들이 관람 중 잠깐 쉬어 가려고 들르는 카페도 하나의 브랜드 부스인 양 일대 변혁을 꾀한 것. 동현 인터내셔널의 조은정 실장은 “지구촌의 화두인 ‘자연’을 테마로 짚을 얹어 만든 의자가 놓인 공간, 선명한 네온 컬러의 물고기가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장소, 그리고 아프리카 원주민을 연상케 하는 곳 등 카페 인테리어가 가히 혁신적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파리 시내에서 한참 벗어난 이 외진 박람회장에 전 세계 방문객의 발을 묶어두게 한 재미난 광경은 무수하다. 7~8여 년 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메종&오브제 박람회장을 방문해온 주거와 상업 공간의 토털 디스플레이 전문 업체 로빈힐의 정세령 대표. 그는“매년 방문하다 보니 박람회를 통해 인테리어의 흐름도 읽게 되고 디스플레이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습니다”고 말한다. 정세령 대표가 이번 메종&오브제에서 몇 가지 특징을 꼽았다.


Maison & Object
1 해변의 야자수 나무를 연상케 하는 노매드 컨슈머를 위한 옐로 컬러의 의자.
2 이것이 나무 소재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완벽하게 속은 것이다. 비닐 소재에 나무 컬러를 입혀 패턴을 넣은 러그는 아르주 피르즈 Arzu Firuz 제품.



3 서랍장, 액자틀 그리고 1인용 소파까지, 모두 진짜 같은 가짜들이다. 정교하게 실사 출력해 벽면에 입체적으로 붙여놓았을 뿐이다. 코지엘 Koziel 제품.
4, 5 기존의 플라스틱 의자에 패턴을 붙여 완성한 아이탈리 Aitali 브랜드의 DIY 의자.



6 따뜻한 감촉의 패브릭 소파 같기도 하고,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 같기도 하고…. 앉아보고 만져봐야 알 수 있다. 덴마크 헤이 Hay 브랜드의 ‘프린스 체어’.


7  동양적이면서 자연적인 그래픽이 돋보이는 이탈리아 패브릭 브랜드 루벨리의 ‘티 타임’ 컬렉션.


파올라 나보네, 이보다 감각적일 수는 없다 지금까지 드리아데, 몰테니&C, 아르마니 까사 등 유수의 브랜드와 함께 작업했으며, 2008년 밀라노가구박람회에서 emu와 함께 와이어로 만든 소파와 테이블 ‘Ivy 컬렉션’을 선보인 파올라 나보네 Paola Navone. 국내에서는 에스프레사멘테 일리 매장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그가 2009 메종&오브제에서 5C관 앞 무대 장식을 맡았다. 극동 아시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부스는 붉은빛의 강렬함 그 자체. 텍스타일과 벽지를 구경하러 온 관객들은 파올라 나보네의 감각적인 무대 장식에 매료돼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여기저기서 셔터를 눌러댔고, 올해의 베스트 포토 존이 됐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진정한 쉼’을 가능케 해주는 장 마리 마소의 소파.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 이번 메종&오브제에서 노매드 컨슈머를 위한 이동 가능한 가벼운 소재의 아이템들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직접 만져보고 앉아보게 하는 등 적극적인 관람 태도를 유발했다. 회색빛 돌 모양 스툴이 알고 보니 세상에 이보다 가벼울 수 없는 펠트 소재이거나, 서랍장을 언제든 들어 나를 수 있게 옆면에 손잡이를 달아놓는 등 ‘조금 더 작고 가볍게!’를 콘셉트로 한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했다. 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을 겪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반영해 힘들이지 않고, 많은 돈 들이지 않고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는 실사 출력을 이용한 아이템도 눈에 띄었다. 플라스틱이나 MDF 소재의 값싼 의자에 디지털 프린트한 고급스러운 패턴의 패브릭을 커버로 씌운 의자 등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구에 패브릭을 붙여 새로운 DIY 가구를 만들 수 있으니 이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게 또 있을까?


책장에 책만 꽂아놓으라는 법은 없다. 식물로 장식한 데사와트 Deesawat 브랜드의 책장.

클래식의 변신이 시작되다? 클래식 스타일의 대명사라 불리던 브랜드들이 하나같이 모던하고 심플하게 변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베르사틸 Versatille과 루벨리 Rubelli. 다마스크 패턴의 패브릭으로 감싼 의자, 도금 처리해 번쩍이는 조명 기구, 수백 개의 크리스털이 달린 샹들리에 등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주의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아이템을 발견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하고 따뜻한 삶이 아닐까. 소비자의 이러한 욕구를 발 빠르게 읽은 클래식 스타일의 몇몇 브랜드들은 절충안으로 아이템의 전체적인 컬러를 그레이나 화이트로 통일하고 절제된 문양을 넣어 ‘변형된 클래식’을 선보였다.
자연이 곧 디자인이다! 자연이 최고의 럭셔리이고 디자인의 미래인 세상이 됐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인위적인 장식을 배제하고 가공하지 않은 소재나 컬러를 그대로 사용해 만든 가구부터 자연주의 콘셉트의 소품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등 자연과 동화된 아이템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한 가구가 성행했다면, 이제는 진짜 자연에 가까운 소재(컬러링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멋스러운 결을 가진 나무 등)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믿기지 않는 가격의 고가품이 등장하고 있다. 혹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소비자라면 그린 컬러 꽃병, 드라이플라워 액자 등 그린을 포인트로 한 소품이 대안이다.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정화되는 듯하다.


Maison & Object
1 가구와 벽지 그리고 조명 갓의 컬러를 통일하니 한층 모던하다.
2 종이에 실사 출력한 패턴을 벽면에 붙이고, 거울을 달아 만든 데크누드 Deknud의 화장대



3, 4 150년 전통의 이탈리아 패브릭 브랜드 루벨리는 기존의 클래식 스타일에서 2009년 뉴 컬렉션을 통해 한층 모던한 컬러, 패턴 및 텍스처를 선보였다.


5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지키던 난쟁이들을 연상케 하는 내추럴한 1인용 의자들. 케케묵은 신문 한 장 둘둘 말아 끼워놓으니 신문도 소품이 됐다.
6 자연에서 가져온 흙에 심은 플라스틱 식물, 아이디얼한 소품이 재미있다.



7 펠트 소재로 만든 돌 모양 스툴. 반질반질해 보이는 질감의 스툴을 보노라니, 일상에 지쳐 모난 마음까지 씻어주는 듯하다. 적당한 높이의 나무 테이블은 사용자에게 ‘좀 더 편안하게’ 부담 없이 사용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아무렇게나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은 모델처럼.

황여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