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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전략 新春, 아내와 남편의 인테리어 공방전
新春, 아내와 남편의 집 안 인테리어 공방전Ⅰ
여보, 집은 내 인격, 행복의 척도이기도 해요


나는 결혼한 지 무려 40년이 되었다. 결혼에 대해서 3박 4일 동안 ‘조잘조잘’할 수 있는 베테랑이 된 셈이다. 그런 내가 결혼 생활을 ‘리와인드’해보니 결혼에는 크게 3단계가 있는 듯하다.
신혼기-사생사사.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다. 3층 밥을 지어도 이뻐 죽는다. “어머머, 자기 밥 예술이야. 어쩜 요렇게 맛있지? 밥도 있고 죽도 있고 시커먼 누룽지까지 있잖아?” 권태기-돈생돈사. 돈에 살고 돈에 죽는다. 오지에 출장 가도 돈만 많이 받아 오면 오케이 나이스! 남편 얼굴이 돈으로 보인다. 자포자기-정생정사. 정에 살고 정에 죽는다. “그눔의 정이 뭔지.” 이래도 이해하고 저래도 이해해‘뻐’린다.
나는 지금 ‘자포자기 상태-정생정사’ 시점에 와 있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산다. 정은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다. 그러나~! 젊었을 때 나는 날마다 속 터지는 만두부인이었다. 남편은 나와 사사건건 정반대다. 취미도 음식도 생각도 다 극과 극이다. 그런데 왜 결혼했을까? 내 인생 최고의 미스터리다.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다.

남편은 ‘철두철미 무심형’이다. 집 안 가꾸는 것 역시 완전히 나 몰라라였다. 그에 반해 나는 ‘좌 변덕, 우 오두방정’이라고 할 만큼 변화를 좋아한다. 단칸방에 살 때도 며칠에 한 번씩 분위기를 바꾸고 가구 배치를 바꿨다. 남편은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할 정도로 무심의 경지였다. 그런데 나와 자주 만나는 광고 회사 후배의 남편은 ‘시시콜콜 간섭형’이다. 두 사람 모두 미대를 나온 디자이너다. 그래서 그런지 안목에 대한 자부심 또한 ‘빵빵’하다. 그것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 가정이 전쟁터로 돌변하기 일쑤다. 나는 자주 후배의 하소연을 들어줘야 한다.
“선배님, 오늘도 남편하고 대판 싸웠어요. 이사 온 지 10년이라 집 안 분위기도 꿀꿀하고 그래서 제가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어요. 저는 아기자기 공주과라 소공녀 스타일로 집을 바꿔보고 싶어요. 나름 터프 가이로 소문난 남편이 난리 블루스를 추면서 쿠데타를 일으켰답니다. ‘지금 우리 나이가 몇 살인데 유치하게 이런 식으로 바꿔? 회사 식구들도 초대해야 하는데. 집은 내 인격, 내 행복의 척도란 말야.’”
후배는 소리를 꽥 질렀다고 한다. “남자가 왜 그래? 쪼잔하게!”
나는 후배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왜 그래? 아마추어같이! 니가 잔다르크야? 서로 합의점을 찾아봐. 인테리어 하는 이유가 뭐니?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 비싼 돈 들이면서 왜 싸우고 불행해져?”
“선배님, 저는 절대 양보하기 싫어요. 애들도 다 제 편이에요. 동화 속처럼 예쁜 집이 좋대요. 남편식으로 하면 아기자기한 맛이 하나도 없어요. 유리창도 통짜로 바꾸고 거실에 아무것도 놓지 말재요. 소파도 없어야 넓게 산대요. 완전히 ‘밋밋 컨셉’이에요. 저는 영화에 나오는 집처럼 예쁜 소품으로 거실을 꽉 채우고 싶어요.” 집 안을 꾸미고 가꾸는 것만큼은 죽어도 남편에게 밀릴 수 없다는 후배에게 평화주의자인 내가 제안했다. “싸우지 말고 가족 투표를 해봐. 남편도 투표 결과엔 승복할 거잖아?” 결국 후배는 3:1로 이겨 남편의 항복을 받아냈다.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가 서로에게 기대할 게 없으니 ‘분위기라도 한번 바꿔봐?’ 하는 심정으로 시작하는 것이 리모델링 공사가 아닐까? 권태기를 극복하려면 두 사람의 개성을 살려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프랑스 영화 <타인의 취향>을 보면 각자의 취향을 최대한 살린다. 거실조차도 반반씩 꾸민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실은 꼭 한 가지 스타일로 해야 하고 집 안은 아내 몫이니까 아내 맘대로 해야 하고!’ 이런 생각은 이제 낡았다. 지금은 21세기가 아닌가! 얼마든지, 뭐든지 가능해야 한다.
인테리어 공사가 신나는 프로젝트가 되기 위한 특급 비밀 하나. 남편을 피아노로 취급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비공식 대변인 최윤희는 자신 있게 말한다. 남편의 건반을 두드려라! 무조건 자기주장만 하지 말고 남편의 감성을 건드려주라는 뜻이다. “우리 가족 먹여살리느라고 피곤하지? 힘들지? 집에 오면 그냥 쉬기만 해. 당신의 향기로운 인격에 ‘흠집’ 나지 않도록 내가 멋지게 꾸며볼게. 자기 나 믿지?”
아내가 남편을 악기로 간주하면 남편에게선 도레미파솔라시도~ 아름다운 뮤직이 흐른다. 그러나 깨깨깽 바가지만 긁고 자기 취향만 고집한다면 남편은 양철북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낼 것이다.
세상의 아내들이여, 알고 보면 안쓰러운 남편들이다. 그 남편을 존중하고 인정해주자. 그것이 남편의 ‘건반’을 제대로 두드리는 것이다. 남편을 피아노로 대하는 순간 당신은 ‘아티스트’로 승격한다!


新春, 남편과 아내의 집 안 인테리어 공방전Ⅱ
아내여, 인테리어를 인텔리하게 해주오


솔직히 대략 난감이다. ‘아내와 남편의 서로 다른 인테리어 취향’에 대한 남편의 입장을 말하라는데, 우리 집의 인테리어는 아내가 아닌 내가 모두 도맡기 때문이요, 또 ‘제발 레이스는 싫어요’라는 남편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제발 레이스 좀 달자’고 부탁하는 남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마음엔 아내가 인테리어의 달인, 수납과 정리의 달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집 안에 봄기운을 불어넣는 인테리어를 시도한다면 아내들이여, 이것만은 고려해줬으면 참 좋겠다.
아내를 자랑하고 싶은 남편 화려한 인테리어 vs. 잘 정돈된 공간 중 어느 쪽? 남편들은 후자를 선택한다. 남편들에게 깨끗하고 정리정돈된 집은 아내가 자신에게 해주는 대접이라고 생각되어 아내의 수고와 땀을 생각해내기도 한다. 그럴 때 혹 예고 없이 손님이 찾아온다면 더더욱 좋다. 잘 정돈된 집과 아내를 동시에 자랑하고픈 욕망을 실현할 수 있으니 말이다. 특유의 센스와 감각으로 잘 꾸민 집을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훌륭한 아내를 선택한 행운아임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니까.

정리정돈된 인테리어라면 레이스를 달아도 무방하다. 단, 포인트로 달아야 함을 명심하라. 온 집 안이 레이스로 장식되어 있을 때, 불시에라도 손님이 들이닥친다면 그 민망함을 어떻게 해야 할까? 레이스를 단 민망함보다 자기 아내가 심각한 공주병에 걸린 사람으로 비쳐질까 심히 두렵다. 그리고 인테리어 취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리정돈과 탁월성이다. 빈티지 스타일이든, 모던 스타일이든, 고풍스러운 스타일이든, 그 모든 것이 짬뽕이 된 퓨전 스타일이든 그것이 무에 중요하랴!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어라 며칠 전 체크무늬 재킷을 하나 구입했다. 한동안 새 옷 입는 기분을 한껏 누렸는데 어제 지하철에서 나보다 나이도 많고 못생긴 남자가 그 옷을 입고 있는 것 아닌가. 그날부터 그 옷은 지금까지 며칠째 옷장에 감금되어 있다. 싫증났으니까. 남자란 싫증의 천재들이다. 똑같은 것은 정말이지 싫다.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은 남자를 두 번 죽이는 끔찍한 일이다. 싫증의 천재들이라 양귀비 같은 미모의 여인도 3년만 데리고 살면 지겨워서 못산다고 불평한다. 그러니 남편들이 싫증 내는 시기에 맞춰서 하면 좋겠다. 보통 2, 3년 주기로 싫증을 내니 눈여겨보면 타이밍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성 잡지나 광고에 나오는 인테리어와 똑같이 하겠다고 말하지 말라. 똑같은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나쁘니까.
인테리어, 인텔리하게 하라 결과 지향적이고 눈에 보이는 성과물에 신뢰감을 보내는 남편들에게 예상된 결과를 미려 알려줘라. 그래야 아내가 인텔리전트한 여자라고 느껴 자존심에 손상이 가지 않는다. 컴퓨터가 보편화되었으니 포토샵을 비롯한 그래픽 프로그램의 도움을 얻든지, 아니면 인테리어 업자에게 여러 장의 조감도를 받아두어라.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보여주면 혼란해진 남편이 알아서 하라는 허락을 해줄 가능성도 많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이니까.

또 하나, 집 안 장식은 곧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라, 온 집 안을 레이스로 장식한 집에 사는 주인공이 누구일지. 머리는 깡통인데 매일 거울만 들여다보는 공주가 살 것 같지 않은가? 반대로 전통 한옥을 응용한 인테리어를 한 집에는 한복 곱게 차려입고 머리를 단아하게 빗어 넘긴 조선 시대 여인이 살 것 같지 않은가? 실제로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은 처음 받은 인상을 쉽사리 떨치지 못하는 법이다.
남편만의 공간. 이기심을 묵인하는 자리 나는 일을 할 때 순차적으로 처리하기보다 이것저것 벌여놓고 하는 스타일이다. 책상 위엔 여러 권의 책이 펼쳐져 있고, 컴퓨터도 켜져 있다. 그래도 집중해서 일을 완결해낸다. 그 공간을 아내가 청소한답시고 함부로 손을 대면 정말 불쾌하다. 그리고 물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으면 괜스레 화가 난다. 아내에게 부탁했다. 청소 안 해도 좋으니 책상만큼은 건드리지 말고 가끔 혼자 있는 시간에도 침범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남자는 홀로 있는 공간에서 홀로 퇴행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러니 남편만의 성역에 포인트 벽지나 특별한 조명등을 설치해주면 입이 귀에 걸릴 것이다. 이것은 남자들의 이기적인 마음인데, 아내가 늘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기를 원한다. 꼴사나워도 어쩌겠는가. 생겨먹은 게 그런 것을. 또 그 공간 속에 집어넣어야 충전이 되는 것을.

* 아내와 남편의 알 듯 모를 듯한 심리와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점을 hkchoi@design.co.kr로 보내주세요.전문가의 친절한 해결법을 지상 중계해드립니다.

최윤희(행복 디자이너)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