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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가드닝] 모던 공간에 피어난 담담한 멋
뽀얗게 김이 서린 아궁이 위 떡시루, 눈이 소복이 쌓인 기왓장, 시원한 동치미가 익어가던 할머니의 장독대….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잊혀가는 우리네 전통 생활 소품에 꽃과 식물을 담았다. 이들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집 안 곳곳에 잔잔한 여운과 그윽한 향기를 남긴다.


떡시루에 수북이 담은 국화
(왼쪽) 폭신하게 부풀어 오른 호박설기 같은 노란 국화 다발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동그란 꽃 모양이 살도록 잎을 제거하고, 오아시스에 반구형으로 꽂아 모던하게 연출했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떡시루와 국화의 산뜻한 노란색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플라워 디자인은 블룸앤구떼의 이진숙 씨 작품. 떡시루는 반다지 제품. ‘Stones’(2008)는 사진가 김수강 씨 작품.

장독 뚜껑 속 동그란 연못
(오른쪽) 빗물이 고인 장독 뚜껑을 보는 듯 정겨운 작은 연못. 장독 뚜껑에 수경으로 키울 수 있는 식물을 모아 심어 싱그럽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보자. 시원스레 뻗은 줄기와 잎이 매력적인 티아라와 동글동글한 잎이 앙증맞은 트리안을 심고 돌과 대나무를 장식해 초록 식물이 주는 시원하고 담백한 멋을 살렸다. 수경 식물은 건조한 겨울철 실내 습도에도 도움을 주니 일석이조. 플라워 디자인은 오브 플라워의 김혜영 씨 작품. 대리석 질감과 스트라이프 패턴이 동양적이면서도 미니멀한 감성을 전하는 서랍장 ‘리베리에 Reverie’는 아르마니 까사 제품.


목련 가지에 핀 고운 보자기 꽃
(왼쪽) 가지 마디마디를 뚫고 나온 연둣빛 꽃눈, 실크처럼 보드라운 솜털이 돋은 꽃봉오리, 뽀얀 우윳빛 색감의 꽃잎…. 불교에서는 목련木蓮을 나무에 핀 연꽃이라 한다. 목련이 담긴 화병에 우리 전통 보자기 옷을 입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목련은 꽃보다는 가지의 형태미를 살려 꽂아주고 보자기는 목련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도록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감을 사용했다. 플라워 디자인은 블룸앤구떼의 이진숙 씨 작품. 보자기 스타일링은 이효재 씨 작품. 보자기는 효재에서 판매하며 가격은 3만 원(홑겹 보자기는 1만5천 원). 목련을 꽂은 주병(이용필 작), 구긴 듯한 디자인의 주병(고희숙 작), 목단문 펜꽂이(손경희 작)는 모두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각각 17만 원, 5만 원, 7만 원.

하얀 고무신에 띄운 붉은 동백꽃
(오른쪽) 설원 위 화룡점정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동백은 2월 초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초록빛 나무와 대비를 이루는 붉은 꽃도 아름답지만, 동백이 진 자리는 더욱 절경을 이룬다. 꽃이 떨어진 뒤에도 좀처럼 시들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설원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이다. 고무신에 물을 자작하게 담아 동백을 띄우면 겨울철에도 오랫동안 싱싱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반들반들한 윤기가 나는 짙푸른 잎과 붉은 꽃, 흰 고무신이 대비를 이뤄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플라워 디자인은 블룸앤구떼의 이진숙 씨 작품.


놋그릇에서 피어난 겨울 매화
(왼쪽) 만물이 추위에 떠는 엄동설한에 꽃을 피워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 매화를 선비의 절개에 비유하곤 한다. 매화의 꽃말은 고격, 기품.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 진한 향기를 퍼뜨리는 매화를 놋그릇에 심었다. 진분홍빛이 슬며시 번지는 매화 꽃잎과 짧고 뾰족한 잎이 놋그릇과 어우러져 동양적인 멋을 연출한다. 플라워 디자인은 오브 플라워의 김혜영 씨 작품. 은빛 도장 사이로 은은한 나뭇결이 느껴지는 사이드 테이블 ‘트로이Troyes’는 아르마니 까사 제품.

나비처럼 우아한 기왓장 센터피스
(오른쪽) 기왓장의 오목한 부분에 미니 호접란을 심은 코리안 스타일의 센터피스. 투박한 기왓장에 오롯이 담긴 호접란이 마치 나비가 내려앉은 듯 우아하다. 호접란은 늦겨울부터 봄까지 꽃을 피우고 개화 기간이 길어 겨울철에 특히 인기 있는 식물. 특히 기왓장은 토분처럼 수분 배출과 통풍에 효과가 있어 식물의 생육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다. 플라워 디자인은 오브 플라워의 김혜영 씨 작품. 자연스럽게 마모된 듯한 텍스처가 돋보이는 다이닝 테이블 ‘트로카드로Trocadero’와 나무 트레이는 아르마니 까사 제품. 놋그릇과 놋수저 세트는 효재 소장품.

성정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