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컬러가 나를 치유한다]워킹맘 김연정 씨 블랙은 나를 우아한 여자로 만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색과 반응합니다. 다양한 색채는 힘찬 에너지로, 혹은 편안한 휴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녹색 손수건 한 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통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잠재의식에서 녹색은 산소가 풍부한 식물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표현주의 화가 뭉크는 ‘인생의 춤’에서 청순한 소녀에게는 하얀 옷을, 성숙한 여인에게는 붉은 옷을, 노쇠한 여인에게는 검은 옷을 입혔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색이 지닌 문화적·심리적 상징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팬톤컬러연구소는 ‘2009년의 색’으로 미모사(mimosa: 꽃의 노란색)를 선정했습니다. 불황에 허덕이는 지구촌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음으로 태양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지난해의 상징 색이 블루 아이리스였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지요. 사람마다 선호하는 색이 다르듯이 사람들의 기호도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지닌 에너지가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생활 속에서 다양한 색을 활용해 활력과 휴식을 얻는 이들을 만나봅니다.


1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거실은 바닥재를 제외한 모든 마감재와 가구를 크림색이 감도는 오프 화이트로 선택했다. 김연정 씨와 딸 유빈이가 앉아 있는 창가를 장식한 물결무늬 커튼의 소재는 가죽.
2 온통 검은색으로 마감한 서재의 악센트는 원목 테이블이다. 책상 앞 벽은 흑색 칠판으로 마감했다.
3 침실은 주황색을 포인트 컬러로 삼았다. 주황색 송치 무늬 벽지로 마감한 벽은 뒤쪽으로 드레스 룸을 만들면서 세운 가벽이다.


“여자는 세 가지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블랙 스커트, 블랙 스웨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의 팔이다.” 1930년 짧은 블랙 원피스(당시 짧은 원피스는 파격이었다)를 선보이면서 여성들의 평상복 개념을 바꾸어놓았던 코코 샤넬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도시 여성이라면 취향과 상관없이 검은색 옷은 물론 패션 아이템도 몇 가지는 검은색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화사적으로 보면 검정은 금기와 거부, 부정의 색으로 알려져 있다. 암시장(black market), 협박(blackmail) 등의 단어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사람들은 검은색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검은색 가구나 인테리어 용품 등에서 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때로는 그 어떤 색보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를 지니며, 현실 세계에서는 누구나 편안하게 사용하는 실용적인 색이다.

결혼 8년 차인 워킹맘 김연정 씨에게 검은색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편안한 색이다. 패션에서 시작된 검은색에 대한 그의 애정과 신뢰는 지난해 집 개조 공사를 하면서 인테리어에도 반영되었다. “검은색 공간을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 사람들은 이해를 못해요. 그러나 이곳에 와본 사람들은 제가 느끼는 편안함과 휴식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더라고요. 한 줄기 빛도 없는 암흑 같은 공간의 검은색이 아니잖아요. 화사한 햇살도 있고 따뜻한 느낌의 조명도 있고 하니 빛의 밝기나 각도에 따라 검은색도 얼마든지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어요.” 김연정 씨는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거실은 바닥을 제외한 벽과 가구를 흰색으로 마감해 밝고 화사하게 꾸미고, 검은색을 기본으로 한 침실에는 오렌지 컬러로 악센트를 주는 등 공간 성격에 따라 배색을 달리해 주조 색이 검정임에도 집 안 분위기가 가라앉는다거나 어둡게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딸 유빈이 방은 아이의 취향에 따라 핑크와 파스텔 색으로 꾸몄음은 물론이다. “제가 검은색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검은색만큼 여성미를 세련되고 우아하게 표현하는 색도 없다는 거예요.” 그의 집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공간은 흑경 타일로 벽을 마감하고 세미클래식 라인의 검은색 식탁과 의자로 꾸민 다이닝 룸. 그는 이곳에 앉으면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하지만, 세련된 검은색 패션에서 여자의 우아함을 발견하듯, 은은한 조명 아래 검은색 공간에서 주부가 아닌 ‘여자’인 자신을 만나게 된다.

4 은은한 조명 아래 흑경 타일의 반짝임이 매혹적인 다이닝 룸은 김유정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개조 공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 씨(www.cyworld.com/kilyeon76)가 맡았다.

tip
색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세기의 문호 괴테는 ‘교양 있는 지식인은 색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괴테를비롯해 동시대인이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는 흰옷을 입은 철학자들이 하얀 대리석 기둥 사이를 거닐며 토론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의복의 장식이라고는 흰 주름뿐이고 건축물의 장식도 부조뿐이었다. 따라서 흰색의 소박함은 곧 고귀함을 의미했다. 고대 그리스를 선망했던 괴테는 화려한 색을 선호하는 것을 야만적인 취향으로 치부했다.그러나 괴테의<색채론>이 출간될 즈음 고전 연구가들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스의 사원과 조각의 흰색은 채색이 모두 벗겨져 나간 것이라는 사실. 괴테와 동시대인들이 완벽의 상징으로 여겼던 고대 그리스의 흰색은 폐허의 색이었던 것이다. -<색의 유혹>(예담출판사)에서 발췌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