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가드닝]꿈꾸는 정원사 이동협의 정원일기 1월, 가장 순수한 정원을 만나는 시간
초록 잎사귀와 화려한 꽃이 피고 지는 정원이 드디어 본연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꿈꾸는 정원사 이동협 씨가 1월의 정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겨울 정원의 묘미를 일러주었습니다. 이와 함께 천리포 수목원 최창호 씨에게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자라는 알파인 식물에 대해 배워봅니다.


활엽수의 자연스러운 수형, 나목 사이의 여백과 상록수의 채움으로 겨울 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천리포 수목원 풍경.

“그러니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원을 가꾸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에게 1월 한 달은 너무나 길다. 지금이 2월만 되었어도 좋으련만….”
“2월에는 정원에서 뭔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인가요?”
“아 그래요. 하지만 어쩌면 3월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_카렐 차페크의 <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 중



1 화려한 단풍잎을 다 내려놓은 천리포 수목원의 겨울 정원.
2 겨울에 시린 붉음을 자랑하는 아이리스 열매.
3 대부분 붉은색의 스키미아Skimia(서향류) 열매 중 백색의 변종 열매.


정원이 한산하기만 한 겨울의 정점 1월입니다. 왜 사람들은 시간의 주기를 결정하면서 만물이 생동하는 3월쯤이 아닌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텅 비어 있는 1월을 일 년의 시작으로 정했을까요? 세계적인 투자 경영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렇게 세상이 어려울 때 누가 옷을 벗고 수영을 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의 특별한 지혜라기보다는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이 반복해온 순리를 사람들에게 환기시킨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사람이 제일 많이 살고 있는 북반구 온대성 기후 지역에서 숲과 정원은 1월이 되면 비로소 모든 것을 내려놓은 본연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꽃 피는 4월, 신록이 우거지는 5월, 짙푸른 녹음이 절정을 이루는 여름, 석양빛으로 물드는 가을, 그리고 마지막 잎새를 떨어뜨리는 12월을 지난 정원에는 잠깐이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겨울 열매들이 있습니다. 멀리 남쪽 바닷가의 피라칸사, 호랑가시나무, 감탕나무, 수도권 지역에는 낙상홍이나 남천, 사철나무 열매가 겨울 정원에서 명징한 붉음으로 눈을 매혹합니다. 혹시 눈이라도 오면 이 열매들은 설원 위 화룡정점의 풍경을 연출하곤 하지요. 그러나 이들이 무르익는 1월 초순쯤이 되면 겨울 정원에 시선을 붙잡아두던 열매조차 땅에 떨어지거나 새 먹이가 되어 더욱 먼 곳으로 씨앗을 퍼트립니다. 열매마저 사라진 숲과 정원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어 있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지요. 유혹의 꽃과 두꺼운 초록 잎, 화려한 단풍에 가려져 있던 나무의 몸매(수형 樹形)와 피부(수피 樹皮)가 드러나고, 겨울철에도 초록을 유지하는 상록침엽수(커니퍼)의 아름다움을 이제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앞서 워런 버핏의 말처럼 어려울 때(겨울) 벗은 모습(진면목)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정원사에게는 기다림의 연속인 1월. 하지만 정원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은 겨울나무에서 발견한 빛나는 열매와 더욱 여실히 드러나는 수형과 수피, 겨울의 초록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나목 裸木 사이의 여백과 겨울 햇살의 고졸함을 즐길 줄 압니다. 2009년의 1월은 계절도 겨울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상황 역시 겨울입니다.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러분도 잔뜩 웅크린 숲에서 겨울의 진면목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이유로 선인들은 내려놓고, 비우며, 본래 모습을 보고 새로 시작하는 1월을 새해의 시작으로 자리매김했나 봅니다.

꿈꾸는 정원사 이동협 씨는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했으나 현재 SBS아트텍에서 방송 관련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서 조그만 정원을 12년째 가꾸면서 각지의 정원 탐방과 공부에 열심인, 꿈꾸는 정원사이지요. 그의 블로그(blog.chosun.com/ydh208)에서 또 다른 정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4 따뜻한 남쪽 지역의 상록수인 호랑가시나무와 하얀 눈이 어우러진 보기 드문 겨울 정원 풍경.


5 겨울 정원의 또 다른 볼거리인 열매(호랑가시나무류).
6 열매가 풍성하고 아름다운 상록관목 남천.


1월의 가드닝 코치 알파인 가든
알파인 가든을 아시나요? 알파인Alpine은 고산지대를 가리키는 수식어입니다. 따라서 알파인 식물은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의미하고, 알파인 가든이란 낮은 지대에 고산지대의 환경을 조성한 정원으로, 주로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암석원(rockgarden)이라고도 합니다. 알파인 식물은 산꼭대기의 척박하고 부족한 흙, 많은 비와 거센 바람, 낮과 밤의 극단적인 온도 변화, 혹한과 무더위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따라서 생장이 억제되어 크기가 작지만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맑고 아름다운 식물입니다. 정원이 발달한 서구에서는 개인 정원이나 식물원에 크고 작은 암석원을 조성한 알파인 가든을 만날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알파인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과 미니멀한 조형미가 알려지면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알파인 가든은 야외 정원에서 할 일은 없고 봄을 준비하기엔 너무 이른 1월, 실내에서 소일거리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기에도 부담이 없어 실내 정원의 훌륭한 대안이 되지요. 흙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컨테이너 화분이나 작은 돌의 조합으로도 정원 조성이 가능합니다. 때마침 지금 우리의 경제 사정은 알파인의 혹독한 환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알파인 식물을 곁에 두고 그 강인한 생명력에 위안 삼고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알파인 식물의 상세한 정보와 간단한 화분 만들기를 천리포 수목원의 최창호 식물팀장이 전합니다.


1 영국 위슬리 가든의 암석원. 자연 지형에 알파인 식물을 심은 것이 아니라 암석부터 타지에서 가져와 자연스럽게 조성한 인공 정원이다.

알파인 식물이란? 알파인 식물은 일반 식물이 살기 힘든 고산대(alpine zone)에서 자라는 식물을 가리킵니다. 고산대는 춥고 바람이 강해 삼림이 없고 키가 작은 관목이나 풀, 사초 등이 나타나는 곳으로 삼림한계선 위를 말합니다. 삼림한계선은 7월과 같이 더운 달의 평균 기온이 10℃가 되는 선과 일치하는데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에서는 고도 3,900m, 멕시코에서는 4,100m, 에티오피아에서는 4,250m, 남아메리카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서는 2,400m에 나타납니다. 한반도의 경우는 고도 2,400m 이상에 고산대가 나타나는데, 남한에는 2,000m 이상 되는 산이 없으므로 알파인 식물이 나타날 수 없으나 북한에서는 2,200m 이상에서 고산대 식물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일부 식물학자가 말하는 알파인 식물은 고산대에 나는 식물이 아니라 통념적으로 높은 산에 나는 식물입니다. 알파인 식물은 대개 다년생 초본과 관목입니다. 일찍 꽃이 피는 봄꽃으로, 잎이 충분히 피기 전에 눈 속에서 꽃이 먼저 피는 종류도 있습니다.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므로 잎이 작고 마디 사이도 짧아 땅이나 바위에 붙어서 생육하는 것이 많습니다. 알파인 식물을 살펴보면 지상의 줄기는 작고 가지가 많아 서로 엉켜 있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잎이나 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꽃이 커 보이고 맑은 공기 덕분에 꽃 색깔 역시 선명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알파인 식물로는 에델바이스(솜다리)를 들 수 있습니다. 백두산의 고산대에 나타나는 알파인 식물은 풀과 사초과 식물 외에 양귀비과에 속하는 종류, 범의귀과, 비로봉용담, 두메동부, 쑥국화 등이 있으며, 관목으로는 애기월귤, 멧참꽃나무, 멧들쭉나무 등이 있습니다. 엄격한 의미의 고산대 알파인 식물은 남한에서는 찾기 힘들고, 고산대 환경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면 패랭이류, 비름류, 괭이눈, 두메부추, 산부추, 바위솔, 용담, 일부 아이리스류 등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2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알파인 식물을 심은 컨테이너 화분. 화분의 식물은 비름(Sedom)류.


3 영국 위슬리 가든의 정원석을 이용한 알파인 화단.


4 알파인 식물에 적합한 자연석 컨테이너 화분으로 깊이가 얕다.

알파인 화분 만들기
1 화분토 만들기 재료
1 왼쪽부터 마사토 야생화를 기를 때 가장 많이 이용하며 물 빠짐이 좋아 까다로운 고산 식물 재배에 적합하고 증식에 효과가 좋다. 피트모스 가볍고 물을 잘 머금으며 공기 순환이 잘되는 물이끼 퇴적 토양으로 농원이나 화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수분 흡수 능력이 뛰어나 수분을 좋아하는 야생화를 기를 때 마사토와 섞어 사용한다. 난석 주로 난을 키울 때 사용하는 알갱이가 작은 돌멩이.
깊은 화분에 물 빠짐이 좋게 하고 싶을 때 사용하기도 한다. 잔자갈 화분 바닥에 깔아 배수와 공기 소통을 용이하게 한다.

2 화분 준비 일교차가 크고 습도 변화가 심한 고산대의 생육 환경을 고려해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관건. 화분의 깊이가 깊으면 기후 변화에 대한 반응이 둔하기 때문에 깊이가 얕은(약 10cm 이하) 화분이나 분재용 화분이 적합하다.

3 알파인 식물 심기 심는다기보다는 흙을 얹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 마사토와 피트모스를 1:1로 섞어, 화분 바닥에 잔자갈을 깐 다음 바닥 흙을 깔고 식물의 뿌리를 놓는다. 다시 흙을 줄기의 시작 지점까지 덮고 이끼와 난석으로 표면을 마무리한다. 뿌리 위아래로 잔자갈과 난석을 까는 이유는 배수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게하기 위함이며 이끼는 습도 유지용이다.

4 겨울철(12~2월) 관리법 알파인 식물을 실내 베란다에서 키울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습도 유지. 물을 평소의 두 배 분량을 주고, 공중 습도 유지에도 신경 쓴다. 젖은 빨래를 널어놓는 것은 공중 습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하루 두 번 실내공기를 환기하는 것은 사람에게도 식물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알파인 식물은 보통 5℃ 전후의 온도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따뜻해서 겨울 휴면을 못할 경우 다음번 피는 꽃의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알파인 식물(통념적으로 일컫는)은 대부분 겨울철 추위를 잘 견디는 강건한 성질이 있다. 따라서 햇볕 드는 곳에 두기보다는 습도 유지가 잘되는 곳에서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