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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을 위한 침실 아이디어] 4인 4색 침실 기행
소설가 권지예 씨가 들려주는 침실 이야기, 개성있는 침실에서 배우는 4인4색 아이디어, 올가을 유행을 예감하는 감각적인 침실 디자인과 패브릭, 매트리스 정보 등 완벽한 휴식처, 침실을 위한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타인을 위한 배려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온전히 나만을 위해도 좋은 곳이 바로 침실이다.
사는 이의 인생과 철학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공간, 침실은 주인을 닮는다.



사진 속 침실은 패브릭 디자이너 장응복 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침실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다. 사진 속 가구, 침장, 패브릭은 모두 모노콜렉션 제품.

“침실은 나의 무릉도원이다” 패브릭 디자이너 장응복 씨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작업실과 집이 아래위층으로 있었지만 늘 중절모에 양복을 갖춰 입고 아래층으로 출근했다고 한다. 그만큼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철저히 구분하며 직업 화가로서 ‘직업’에 충실했다는 뜻일 터. 한국의 전통미를 모티프로 우아한 패브릭 디자인을 선보이는 모노콜렉션의 대표이자 패브릭 디자이너인 장응복 씨는 이미 오래전 마그리트와 같은 경험을 했다. “작업실과 집이 함께 있던 적도 있고, 같은 건물 안에 분리되어 있던 적도 있고, 집과 직장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던 적도 있고… 그런데 역시 집은 철저히 휴식 공간으로 일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결론이었죠.” 일은 작업실, 즉 직장에서 모두 해결하지, 절대 집에서 ‘연장전’을 하지 않겠다는 것, 이는 그가 다년간 터득한, 창의력 풍부한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노하우라고.

그래서일까, 일하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장응복 씨는 집 안에서도 각 공간에 대한 기능을 철저하게 나누고 이를 지키고 있다. “특히 침실은 제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공간이죠, 일종의 나만의 무릉도원이라 할까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숨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모든 것을 비운 채 창의적 작업을 위한 명상과 휴식이 이뤄지는 곳이죠.” 디자이너로서 연륜이 더해가고, 한 사람으로서 나이가 듦에 따라 잠을 잘 자고 잘 쉴수록 작품이 발전하고 인생이 변화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는 그는 무엇보다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침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확실히 잠을 잘 잘수록 일을 더 잘하게 돼요. 예전에는 풀리지 않는 디자인을 침실까지 끌고 들어와 자기 전까지 끙끙거렸는데, 이제 그런 미련을 버렸어요. 오히려 푹 자고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다 보니 일이 더 원활하게 돌아가더군요. 예로부터 ‘안녕히 주무셨어요?’란 인사가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잠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셈이죠.” 장응복 씨가 숙면을 위해 꾸민 침실엔 정말 취침과 휴식 외에 할 것이 없는 최선의 편안함만이 감지된다. 그의 침실은 시각적 아름다움은 물론 삶의 질까지 최선으로 이끌어내는지혜로운 디자인을 담고 있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한 침장 고르기

매트&요 지나치게 푹신한 매트나 요는 포근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건강한 숙면을 위한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푹 꺼지는 부분으로 체중이 몰려 요통이나 어깨 결림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반대로 너무 딱딱한 매트나 요는 모세혈관이 압박을 받게 되고, 취침 시 자연스럽게 뒤척이게 되는 것을 방해하니 이 또한 유의할 것. 누웠을 때 자연스러운 S자가 형성되는 것이 좋다. 한편 매트나 요 자체는 흡습 및 발산력이 뛰어난 소재로 된 것을 택해야 한다. 잠을 잘 때 인체가 흘리는 땀의 약 70%가 매트 패드 및 요에 흡수되는데, 이는 침구의 보온성을 떨어뜨리고 잠자리를 불쾌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불 신체에 직접 닿는 이불은 땀을 잘 흡수하고 보온성 높은 것을 택한다. 양모나 다운(오리털) 같은 천연 소재는 가볍고 신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적기 때문에 편안한 수면을 돕는다. 보통 성인이 잠을 잘 때 20~30회 뒤척이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려면 가벼운 이불이 좋은 셈이다. 또한 뒤척일 때 이불 속의 열이 빠져나가지 않게 몸을 잘 감싸주는 드레이프성도 좋아야 한다. 한편 몸에서 나오는 습기는 이불 속을 후텁지근하게 만들 수 있으니 이를 발산시키는 흡습·방습·투습성을 살펴보고 선택한다. 대부분 천연 소재인 면이 최고라 여기지만 사실 면은 흡습력은 좋으나 발산력이 부족한 것이 단점. 오래 사용하면 눅눅하고 후텁지근해 불면을 초래할 수 있다. 면 50% 이상의 비율로 합성섬유가 혼방된 것이 좋으며 실크는 흡습, 발산, 보온성 모두 뛰어난 소재로 사계절 사용이 가능하다.
베개 베개 선택의 기준은 ‘높이’. 즉 경추가 자연스러운 커브(C자형)를 유지하는 높이, 옆으로 누웠을 때 경추와 척추가 일직선을 이루는 높이의 베개가 이상적이다. 어깨로부터 목에 걸친 커브가 편안하게 받쳐지지 않으면 자고 일어나도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없기 때문. 베개의 중앙이 후두부를 편안하게 감싸는 형태로 약간 낮고 움푹하게 들어가게 디자인되어 목을 부드럽게 받치고, 옆으로 누웠을 때는 어깨 높이만큼 머리가 올라가는 것을 고려해 양쪽 끝 부분이 이에 맞게 높게 만든 입체적 형태의 베개가 숙면을 돕는다.



“침실은 나의 홈 오피스다” 사진가 강혜원 씨
<스타일 H>를 비롯해 <보그> <마이 웨딩> 등 주요 잡지에서 멋진 패션 화보를 선보이는 사진가 강혜원 씨. 잡지사 마감 때가 되면 응급실 의사만큼이나 밤낮없이 바쁜 일과가 계속된다. 역시 사진가인 남편, 다섯 살배기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그는 평소 최선을 다해 가정적인 ‘엄마’의 자리를 지키려 노력하지만, 마감 때가 돌아오면 어쩔 수 없이 엄마보다 사진가의 역할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같은 길을 걷는 남편이야 그의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주지만, 아직 잠자리에서 엄마를 필요로 하는 딸 지우에게 이런 시간은 이해할 수 없는 불만의 연속.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부분일 거예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미뤄둘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요. 그래서 고안한 해결책이 바로 침실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이었어요.” 사진가라는 직업을 통해 갖게 된 특유의 취향을 꼼꼼히 반영하느라 ‘대한민국 1%의 까다로움’이라는 별명을 얻어가며 꼬박 3개월의 시간을 투자 한 결과물이 바로 작업실과 휴식처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침실.

침실과 발코니의 경계를 허물고 보다 널찍한 공간을 확보한 다음, 침대 아래쪽 한쪽에 붙박이 책상을 마련하여 아늑한 작업실을 연출한 것. “이제 밤샘 작업이 있는 날이면 ‘침실 작업장’으로 향하죠. 아이가 넓은 침대에서 놀고 있는 동안 컴퓨터 작업에 몰두할 수 있고, 아이가 엄마를 찾으면 즉각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으니 이처럼 마음 편한 작업실이 또 있을까 싶어요.” 그의 침실은 사진가 엄마의 아이에 대한 사랑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진가 강혜원 씨는 육아와 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침실 한 쪽에 사무 공간을 마련했다. 이제 밤샘 작업이 많아지는 기간에도, 아직은 잠자리에서 엄마를 필요로 하는 딸 지우를 돌보면서도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침실에 워킹 스페이스 만들기 노하우

코너 공간을 활용하라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더불어 집중할 수 있는 작업실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별도 공간처럼 느껴지는 코너를 활용할 것. 진입부 외에 한쪽 면을 커튼, 버티컬 블라인드 혹은 선반형 수납장 등으로 처리하면 수월하게 완벽한 독립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
수납장을 최소화하라 공간 한편에 마련하는 워킹 스페이스에는 그곳에서 할 일에 필요한 물품만 놓아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보기에도 깔끔하게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책상 주위에 놓을 수납 선반 혹은 책장은 슬림하고 심플한 형태를 선택하고, 만약 여기에 놓을 물건들로 인해 공간 전체가 산만해 보일 것 같으면 문짝이 달린 디자인을 사용할 것.
눈에 띄지 않는 컬러를 선택하라 전체적인 공간의 색상과 같은 톤으로 책상과 수납장 등을 통일하여 공간이 넓고 편안해 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침실로 사용할 때 워킹 스페이스가 휴식을 방해할 일이 없고, 반대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 원리이기 때문.
조명 조건에 유의하라 대개 공간 한가운데 조명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코너에 마련한 작업 공간은 조명 혜택을 받기 힘들다는 사실에 유념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데스크 스탠드를 마련하는 것은 기본, 여유가 된다면 작업 공간 부분에 스포트라이트 혹은 별도의 벽 조명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공간과 몸에 맞는 책상과 의자를 매치하라 사용자의 신체 조건은 물론 공간에도 딱 맞아떨어지는 사이즈의 책상과 의자는 필수. 책상은 책상이 놓일 공간.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의 크기에 비례해 최적의 너비를 지닌 사이즈로 선택해야 한다. 의자는 어깨와 등, 다리를 편안한 높이와 형태로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책상과 의자 그리고 공간의 ‘삼각 관계’를 동시에 고려하여 황금비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멋진 워킹 스페이스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여행가 김찬연 씨는 낡은 콤비 버스 안에 목재로 침대와 책상 등을 짜넣고 이동식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을 방문한 여행 친구들이 그의 버스 집에 알록달록 멋진 그림을 그려 넣으며 트래블러스 커뮤니티라는 이름까지 새겨주었다.

“침실은 달리는 집이다” 여행가 김찬연 씨
짜증스럽게만 들리는 자명종 소리 대신 새소리에 잠을 깨고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그런 아침 풍경 속에서 하루를 맞는 여행가 김찬연 씨.“물 흐르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을 하던 차에 집을 지으면서 세계를 돌아다니는 독일인 목수 다비드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림같이 아름다운 유럽 시골 곳곳에 다비드가 만든 나무 집은 그야말로 예술이었죠. 발길 닿는 곳이 나의 집이요 침실이던 제 인생에 처음으로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긴 순간이었죠.” 그리하여 다비드와 함께 집을 짓고 목공을 익힌 김찬연 씨는 새로운 ‘여행의 기술’을 갖고 작년 귀국길에 올랐다. 물소리, 새소리를 자장가로, 푹신한 흙을 매트리스로 삼았던 자연 속의 침실 대신 내가 직접 자르고 깎은 나무로 지은 침실에서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나마 욕심을 내어보았다. 하지만 물 흐르듯 사는 그에겐 맞지 않는 옷이라 여기며 언젠가 기회가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리산에 발길이 닿을 무렵, 그는 목수로서 한옥을 지으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길수 형’(한옥을 지으며 가족과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는 목수로 TV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통해 유명해졌다)을 만났다. 그리고 작년 한 해, 김길수 씨와 한옥 한 채를 완성하는 동안 천운(?)의 기회가 찾아왔다.

연장도 있겠다, 남은 목재도 있겠다, 이젠 집 뼈대만 있으면 되겠구나! 그는 가스 설비와 싱크대가 갖춰진 1995년식 낡은 콤비 버스를 구입해 그 안에 침대와 책상, 작은 바bar를 만들었다. 침대는 경첩을 달아 접이식으로 만들고, 양옆에는 이동식 도서관에서 사용하던 책장을 달아 제법 아늑한 침실을 완성했다. 매번 텐트를 쳐야 하는 수고 없이 바로 침대에 누울 수 있다니! 게다가 여행 친구 다비드와 그래피티 작가인 존이 한국을 방문해 그의 집에 알록달록 멋진 컬러와 캐릭터를 그려 넣으며 ‘Traveler’s community’라는 이름까지 새겨주었으니…. 떠돌이 여행자 김찬연 씨의 이 호사로운 공간은 강남의 첨단 아파트 그 이상이라고. 현재 김찬연 씨는 경상북도 청도에 머물고 있다. 10월 1일에서부터 7일까지 열리는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에 출품할 목조형 작품을 만들고 있는 예술가 조경현 씨의 공방이 있는 이곳 현리리에서 그와 함께 목마도 만들고 조각 작업도 돕고 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그의 침실은 창문을 열면 병풍처럼 늘어선 산과 아름드리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명당에 자리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여름이(8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도 껑충껑충 뛰어오를 만큼 신나는 곳. 오랜 여행의 노하우로 생긴 ‘풍수지리’적인 감각에 합격점을 받은 터전, 여기에 영원한 보금자리까지 더해진 침실. 오늘도 해가 질 무렵 김찬연 씨는 연장을 놓고 한걸음에 침실로 뛰어든다. 아! 세상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나의 침실이여!

잠도 잘 오고 집안도 평안하게, 침실 풍수지리학

1 침실은 동향이 길하다 풍수상으로 이상적인 침실의 위치는 동향이다. 하지만 이것이 힘들다면 침대의 방향을 동쪽으로 한다. 침실이 서쪽이라면 침대 머리를 동쪽으로 향해 놓아 취침 시 동쪽과 남쪽의 기를 흡수할 수 있게 한다. 북쪽은 냉기와 음지의 의미로, 숙면을 방해하고 꿈자리도 좋지 않다고.
2 침대 머리는 창문을 향하도록 침대 헤드보드는 창문 쪽에 두고, 침대가 침실 문을 바라보는 형태로 배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침대 양쪽에 사이드 테이블을 놓고, 여기에 화분이나 조명 스탠드를 놓아 침실의 기가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3 침대를 창문과 나란히 놓을 때는, 벽과 사이를 띄운다 창문을 머리맡에 두는 형태로 침대를 놓을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침대와 창문이 나란히 자리하도록 배치한다. 다만 이때는 반드시 창문 쪽 벽과 침대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 사이에 플로어 스탠드를 두도록 한다. 차가운 시멘트 벽에서 나오는 해로운 기가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
4 문을 열었을 때 침대가 정면에 보이지 않도록 한다 침실 문을 열었을 때 침대가 일직선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약간 비켜 있는 것이 좋다. 즉 침대에서 문이 대각선으로 바라보이는 각도가 적당하다.
5 침실 벽면은 여백으로 남겨라 기의 원활한 흐름과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 되도록 벽면에는 아무것도 걸어놓지 않는 것이 좋다. 화이트, 베이지 톤이 무난하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권윤정 지배인은 ‘잠 못 드는 밤’을 호소하는 고객에게 따뜻한 허브티와 가벼운 입욕을 권한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객실에는 6가지 허브티가 마련되어 있고, 아로마 입욕제와 장미 꽃잎을 더한 나무 바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침실은 나의 VIP다” 호텔리어 권윤정 씨
최고급 레스토랑, 월드 클래스 스파, 최첨단 비즈니스 센터와 컨벤션 센터, 갤러리… 호텔이 명실 공히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부대 시설이 뛰어나다 해도 역시 호텔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행은 집 떠나 고단한 여행객들에게 내 집 같은 편안함, 아니 때로는 내 집보다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객실 관리를 담당하는 권윤정 지배인. 영문학을 전공하고 유학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호텔리어의 매력에 빠져 캐나다에서 호텔 학교를 졸업하고 호텔리어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그는 침실을 ‘약탕기’라 부른다. 건강 하나는 자신 있다며, 그리고 그 건강은 먹는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숙면에서 비롯되니, 침실은 약탕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본인에게 잠이 의미하는 바가 큰 만큼 그는 호텔을 찾는 고객의 숙면을 객실 관리의 최고 미션으로 여긴다. 잠자리에 대한 기호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파크 하얏트 서울에 준비되어 있는 베개 종류만도 라텍스 폼에서 메밀 베개에 이르기까지 여섯 가지가 넘는다.

그는 최고급 호텔이라면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처방전을 내듯 맞춤형 침실을 제공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잠 못 드는 밤’을 호소하는 고객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일상을 들려준다. “호텔이 강남 업무 지구의 중심지인 테헤란로에 있다 보니, 호텔을 건축하면서부터 소음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지요. 그런데 의외로 일정 소음이 없으면 잠들지 못하는 고객도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 공기 청정기나 선풍기를 틀어서 일종의 백색 소음을 만들어 주지요.” “경우에 따라 최상의 서비스가 최악의 서비스로 결론지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저희 객실의 매트리스에는 5~6cm 두께의 페더 베드 스프레드를 깔아요. 구름 위 같은 푹신하고 포근한 잠자리를 위해서 특별히 마련한 것인데, 하룻밤 자고 나서 온몸이 간지럽다며 침대에 벌레가 있다고 소동을 벌인 손님이 있었어요. 알레르기가 있는 민감한 손님이었던 거죠.” 잠을 제대로 못 잔 이처럼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사람이 있을까? 이렇듯 민감한 사람들을 수시로 상대하다 보면 사람에 치일 법도 한 호텔리어. 그 매력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사람에 상처받기도 하지만, 호텔리어로서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활력을 주는 것도 역시 사람이에요.” 얼마 전 파크 하얏트 서울을 찾았던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유머 감각과 친절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일을 하다 보면 고객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는 오늘도 약탕기 속에 그만의 비법으로 제조한 보약을 정성껏 달여내고 있다.

호텔 침구, 어디서 살 수 있나

어떤 디자이너는 여행을 다니면서 잠자리가 유난히 편안했다면 침대 시트를 벗기고 매트리스 브랜드를 확인한다고 한다. 그러나 매트리스는 일반 판매용 모델이 아닌 호텔 주문에 따라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시중에서 똑같은 모델은 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몇몇 특급 호텔의 경우 객실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침구를 호텔 숍이나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한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온라인 스토어(seoul.intercontinental.com), W 서울 워커힐 온라인 숍(www.whotelsthestore.com), JW 메리어트 온라인 숍(www.shopmarriot.com), 웨스틴스토어(www.westin-hotelsathome.com).


이정민, 권지예(소설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