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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코 아이디어] 공간에 핀 꽃, 작품이 된 공간
작가들의 예민한 촉수로 그린 꽃. 그들의 작품이 놓인 공간은 언제나 눈부시다. 여기에 작품 속 꽃을 닮은 현실의 꽃을 더했다. 그림과 꽃이 하나되어 더욱 아름다운 명장면이다.


만지고 싶은 장미, 만질 수 있는 장미가 되다
(왼쪽) 작품 김재학 作 ‘장미’(2003, 53×45.5cm, 유화), 선 화랑
화가 김재학 씨의 꽃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과 그림 속 가상 공간의 경계 속에서 벌어지는 오묘한 감정의 외줄타기에 흥겨워진다. 극사실주의라 할 수 있을 만큼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이지만 극사실주의 특유의 냉정한 필치보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듬고자 한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물씬 풍긴다. 꽃에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는 듯, 가슴이 뭉클해진다.

청화백자 안에 무심한 듯 담긴 장미. 그림의 창백하면서도 따스한 풍경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그의 꽃’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림과 꼭 닮은 꽃꽂이를 짝지어놓았다. 현실 같은 그림, 그림 속 꽃의 동반자가 되고 싶은 꽃, 이 둘의 하모니가 공간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질박한 혜주 도자기는 대부앤틱 제품.

텅 빈 충만함에서 찬란한 꽃을 피우다
(오른쪽) 작품 정창기 作 ’The Poppy 08011’(2008, 155.2×95cm, 한지 오일 피그먼트 프린트), 수류산방
언제부턴가 꽃 그림, 꽃 작품 하면 이 가녀린 양귀비 꽃의 수줍은 자태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20여 년간 렌즈 안에 양귀비꽃을 담아온 사진가 정창기 씨. 그는 양귀비꽃을 볼 때 꽃보다는 배경에 집중하라 말한다. 사진 아래쪽 어두운 부분, 이는 마음속을 차지한 어두움이요, 그 위에 밝게 빛나는 꽃은 희망이라고. 욕망과 좌절의 어둠을 극복하고 찬란한 빛을 꽃피우는 순간, 정창기 씨의 양귀비꽃, 그 안에 우리의 초상이 숨어 있다.

어둠을 뚫고 피어오르는 양귀비꽃, 그 작품 앞에 소박한 유리병 컬렉션을 일렬로 배열해놓아 그림 속 꽃이 유리병에 꽂혀 있는 듯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실제 병에도 양귀비꽃을 꽂았지만 작품 속 꽃인지 현실의 꽃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유리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나무 캐비닛은 두지엠 소장품.


꽃 그림이 진 자리, 꽃으로 채우다
작품 나탈리아 에덴몬트Nathalia Edenmont 作 ‘Marie’(2004, 140×149.5cm, 사진 디아섹), 박여숙 화랑
(왼쪽)
사진가의 렌즈에 담긴 노란 신비디움의 매력적인 빛깔에 빠져드니, 그 신비디움 안에 맺혀 있는 노란 망울은 달걀노른자가 아닌가!  나탈리아 에덴몬트는 이처럼 ‘꽃에 눈동자를 삽입’하는 것과 같이 허를 찌르면서 정물화의 지루한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예술가로 유명하다.  관조의 대상이 아닌 우리에게 말을 거는 꽃. 살아 숨 쉬는 현실의 꽃도 나탈리아가 말하는 꽃을 닮고, 그 자리를 채우고 싶어 한다.

(오른쪽) 신비디움의 매력을 달항아리에 단아하게 꽂아놓아 공간을 한층 고급스럽고 생동감 넘치게 연출했다. 가구와 소품 모두 두오모 제품.



화폭에서 펼쳐진 꽃, 화병에서 만개하다
작품 한수정 作 ‘Peony’(2007, 50×70cm, 수채화), 갤러리 스케이프
(위) 사각 캔버스 안에 만개한 작약의 생명력을 사각 유리 화병에 고스란히 담아 거실 테이블 위에 힘차면서도 우아한 자태로 연출했다. 그림에서 엿본 작약 꽃잎의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꽃꽂이는 차분한 거실에 생동감을 주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약 조화는 하선 플라워 데코, 소파와 플로어 스탠드, 테이블은 모두 디자인 와츠 제품.

(왼쪽)
현실의 꽃이라기보다는 이상적이고 인상적인 꽃을 그린다고 할까. 에너지가 만발한 꽃의 화가로 유명한 한수정 씨의 작품 ‘Peony(작약)’의 연작이 핀 거실. 세밀하게 그린 꽃잎에서 식물 특유의 고요함과 섬세함보다는 역동적이고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것이 바로 작가의 꽃 그림에 한결같이 흐르는 매력이다. 수채화의 특성상 붓 터치에 의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모습으로 연출된 다채로운 빛깔의 작약. 작가가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순간, 작약은 우리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풍경이 된 꽃, 그림이 된 풍경
작품 김경화 作 ‘The sounds Autumn’s coming’(1992, 116×91cm, 유화), www.artsoho.net
화가 김경화 씨의 꽃은 그야말로 우리 생활 곳곳에서 감지되는 꽃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꽃의 비범함을 실감한 화가는 자신의 화폭 안에서 화병 안에 흐드러지게 꽂혀 있던 존재를 ‘그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다.  작가 스스로도 ‘거친 질감과 화려한 색상으로 삶에 대한 즐거운 흥분’을 만들어내는 마티스를 동경하듯 그의 그림 속에서 언제나 강렬한 빛깔과 향기를 뿜어내는 꽃, 이는 우리가 그의 그림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평범한 집 안의 풍경을 꽃과 함께 담아내는 김경화 씨 작품의 한 부분을 실제 테이블 위로 옮겨 왔다. 티 세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장소 협조 레보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