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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들이 사는 법] 어린이 가구 회사 리앤더폼 사장의 손수 만든 집과 작업실
‘밝은 색 원목’과 ‘심플한 라인’이라는 스칸디나비아 가구의 전형적인 특성이 묻어나는 어린이 가구를 만드는 남자를 만나보았다. 그런데 유럽 전역에 인기리에 수출되는 어린이 가구를 만드는 리앤더폼의 사장 스티그 리앤더 닐센 씨는 디자인을 배운 적 없는 디자이너. 그는 집 역시도 공식 없이 ‘뚝딱뚝딱’ 지었다 한다. 덴마크에서도 경치 좋기로 유명한 시골인 실케보르에 있는 그의 집에 찾아가보았다.
요람에서 시작한 가구 회사 아기 요람 하나로 유럽 전역을 휩쓴 남자가 있다. 심지어 그는 학교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 적이 없다.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가구 업계에서 괴짜로 통하는 스티그 리앤더 닐센Stig Leander Nielsen 씨. 그가 경영하는 가구 회사 리앤더폼Leanderfom이 요람에 이어 만든 어린이 침대는 부모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최근 출시한 어린이 의자 역시 인기가 대단하다. 그를 만나러 실케보르Silkeborg를 향해 기차로 먼 길을 떠났다.

가구 회사 리앤더폼은 10년 전 우연히 아내의 여동생에게 만들어준 요람에서 태동했다. “쌍둥이를 낳아서 무척 고생하던 아내의 여동생을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하다가 아기들을 쉽게 재울 수 있는 쌍둥이용 요람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뚝딱뚝딱 하나를 만들어서 선물했는데, 제가 보기에도 썩 괜찮았습니다.” 스티그 씨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요람이 유용할 것 같았다. 디자인을 좀 더 다듬어서 8년 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요람을 비롯한 그의 어린이 가구가 유럽 전역과 호주 등 세계 3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한 요람은 2003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 제네레이션 베베’에서 1등상을, 침대는 2004년에 덴마크의 ‘베스트 뉴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저는 ‘스마트’한 디자이너가 아닌, 손을 쓰는 크래프트맨이라고 할 수 있죠. 디자인 마인드가 강한 크래프트맨이에요.” 스티그 씨의 작업은 펜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머리와 손이 함께 움직인다. 우선 머리에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모양을 두꺼운 판지로 바로 만들어본다. 실제 형상으로 나타난 ‘판지 가구’의 디테일을 다듬으면 디자인이 끝난다. 이런 방식은 디자인 업계에서 아마 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1 스티그 씨 집은 자유분방한 가운데 단정함이 느껴졌다. 일 년에 두세 번 여행 다니는 것 외에 그의 유일한 취미는 집 고치기다.
2, 4, 5 각종 살림살이를 오종종하게 거는 식의 수납은 어수선하기보다는 조형미를 드러낸다.



3 시험 삼아 의자를 디자인한 뒤 우선 철사로 표현해봤다.

파랑새를 찾아 떠난 뒤 나의 집을 찾다 스티그 씨는 구태의연한 형식을 모르고,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각종 재료를 다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자연이 주는 영감과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 때문”이라고 말한다. “젊을 적에 저는 무작정 여행을 떠났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지요. 중고차를 하나 구입해서 덴마크부터 아프리카까지 여행 다녔어요.” 특히 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나라를 다녀봤다. “세상을 떠도느라 길 위에서 10년을 보내고 나니, 비로소 내가 어디에 속해 있으며 내 집이 어디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아내 테나Tena를 만나 결혼한 뒤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스티그 씨는 22년 전 이곳 실케보르의 작은 집을 구입했다. 이곳은 덴마크의 낙농 지대인 유틀란트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오르후스Aarhus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말이 뛰놀고 밀밭이 물결치는 평원을 차로 달리는 동안은 잡념을 잊게 된다. 덴마크의 작은 섬이 고향인 그는 이 잔잔한 풍광에 반해 이곳에 살기로 했다.


6 현관을 바라보는 마당 입구.

돈이 없어 작은 집을 산 젊은 부부는 아이 셋을 낳는 동안 집을 조금씩 늘렸다. 집 뒤편에 지은 천장이 높은 작업실부터 별채까지 모두 스티그 씨가 손수 만든 작품이다. 그래서 여느 주택에 비해 구조가 독특하다. 1층에 들어서면 우선 부엌을 지나게 되고 이어서 아담한 거실과 큰아들 방이 나온다. 부엌에서 뒷문으로 나가면 그의 작업실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고, 그 옆에 온 가족을 위한 야외 응접실이 있다. 조용한 2층에는 부부와 아이들 방이 있다. 요즘도 일 년에 몇 차례 2~3주씩 여행 다니는 것을 제외하면 그의 유일한 취미는 집을 고치고 늘리는 작업이다.

자유로운 영혼이 뛰노는 집 세 아이를 키운 경험은 그가 어린이 가구를 디자인할 때 고스란히 반영된다.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밝은 색 원목을 이용해 심플하고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톱스타 니콜 키드먼이 구입해 더욱 유명해졌다는 리앤더폼의 침대는 하나를 사면 4가지 버전으로 크기와 모양이 변형되어 한 살부터 열 살까지 쓸 수 있다. “어릴 때는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담요든 의자든 오래 간직하려 하잖아요.” 한편 아이가 쑥쑥 자랄수록 옷이나 가구를 자주 바꿔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침대 하나를 10년쯤 쓸 수 있어 경제적이다.

뭔가를 만드는 일은 어릴 때부터 그의 체질이었나 보다. “여덟 살 때 제 보트를 끌고 강가에 가서 낚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무 배럴을 구해 와서 가운데에 네모난 구멍을 뚫은 뒤 큰 강에 띄워서 보트처럼 타고 나갔던 적이 있어요. 부모님은 저를 거의 ‘방목’하셨기 때문에 제 엉뚱한 발명을 말리지 않으셨고요. 그때부터 저는 ‘자유로운 손free hands’을 가졌던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이 부부의 자녀 교육 역시 아이들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는 게 전부다. 테나 씨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습니다. 아이라 할지라도 경험이 쌓이면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결국 독립적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이 집 아이들은 한 시쯤 수업을 마치면 집에 가방을 던져두고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닌다. 그리고 이 부부가 바라는 행복이 가득한 집이란 큰딸 나디아Nadia, 큰아들 레스Lesse, 막내아들 스벤트Svante가 각자 하루 종일 신나게 놀다 들어와 포근함을 느끼며 잠들 수 있는 집이다. 그러니까 집이란 언젠가 돌아오고 싶은, 아주 넉넉하고도 자유로운 울타리였으면 싶다.


1 스티그&테나 씨 부부와 삼남매, 그리고 이날 놀러 온 막내아들 스밴테의 친구까지 가족 응접실에 모였다.
2 집 뒤편으로 돌아가면 천장이 높은 작업실이 나온다. 곳곳의 두꺼운 판지에서 그의 작업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리앤더폼 가구를 구입하려면
스티그 씨의 사무실은 아이디어 공장이다. 마땅한 쇼룸도 없다. 제작은 유럽 전역에서 아웃소싱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유럽 각 지역과 호주에 판매처가 있지만 아직 아시아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주문 수량이 워낙 많아서 판매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스티그 씨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머지않아 한국 시장에도 상륙할 것”이라고 한다. 리앤더폼 홈페이지에서 판매처를 미리 알아본 뒤 유럽을 여행할 기회에 제품을 구입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조립식이라 직접 구입해 오더라도 가구의 부피가 크지 않다. 문의 45-8686-9088, www.leanderform.dk, leander@leanderform.dk







출근길 아침, 자전거 체증?
덴마크에는 자동차 도로 바로 옆에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다. 특히 코펜하겐에서는 아침 출근길에 자동차 도로는 소통이 원활한데 자전거 도로가 꽉 차 있을 정도다. 기름 값을 절약할 수 있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으며 건강을 지킬 수 있어 덴마크 사람들은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그래서 자녀가 네 살만 되면 자전거를 가르친다고 한다. 타는 사람에 따라 자전거 형태도 다양하다. 사진처럼 앞바퀴가 두 개이고 그 위에 커다란 수레가 얹혀진 자전거도 있는데 주로 주부들이 애용한다. 어린아이들을 태워 갈 수 있고,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식료품을 운반하기도 편리하다. 여기에 남편을 태우고 가는 주부도 만났다. 인구 밀집 지역에는 시에서 마련한 자전거가 비치되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이들의 자전거 사랑은 지극하다.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