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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작업실]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의 부암동 작업실 프로페셔널 주방에서 스타일이 요리된다
유리 박공지붕 아래 자연광을 조명처럼 받으며 ‘돌의 주방’이 무대인 양 우뚝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의 새 작업실. 이 무대에서 다듬고 썰고 익히고 맵시 내는 그의 요리 쇼가 펼쳐질 것이다. 그의 감각도, 실력도 무르익었음을 알기에 앞으로의 쇼가 더욱 기대된다.


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의 작업실에서 그와 스태프들이 푸드 스타일링 준비로 분주하다. 마치 무대처럼 높은 단에 마련된 주방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공간. 오른쪽 테이블 위에는 모던한 동양적인 그릇 위에 동병상련의 떡샌드위치가 놓여 있다.

도미노 피자를 주문해본 적이 있는가? 요 근래 한결 세련된 피자 패키지를 눈치 챘다면 당신은 꽤 센스 있는 사람이다. 매일 전국으로 수만 개씩 팔려나가는 이 피자 패키지의 사진을 업그레이드한 이가 바로 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다. 가깝게 느끼기로는 이런 일부터 TV 광고, 제품 카탈로그, <행복>을 비롯한 잡지 화보, 케이터링, 레스토랑 컨설팅, 요리 책 집필, 스타일링 클래스 등 그는 요리를 근간으로 인테리어까지 넘나들며 스타일링에 관한 다방면의 일을 척척 해내고 있다. 10년 경력의 베테랑 스타일리스트인 그가 얼마 전 작업실을 부암동으로 옮겼다. “이곳의 유리 박공 지붕으로 자연광이 환히 들어오는 게 마음에 들었죠. 제가 청담동에 살 것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강북 출신에다 강북 정서를 더 좋아해요. 이곳은 한때 사진가 구본창 선생님의 스튜디오였대요. 나도 그분처럼 잘되어서 나가려고요.”


1 유리 박공지붕 아래 우뚝 서 있는 콘크리트 조리대는 ‘돌의 주방’을 꿈꾸며 제작한 것.
2 촬영용 소품으로 쓰는 패브릭 종류만 해도 수천 가지나 될 듯하다.


트럭 다섯 대가 쏟아놓고 간 태산 같은 짐 부암동에 걸맞게 경사진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그의 새 보금자리는 이사하는 날 다섯 대의 트럭이 들고 나느라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5톤 트럭 세 대와 1톤 용달 트럭 두 대가 좁고 경사진 골목에 진입하느라 그야말로 사투를 벌인 것. 스타일리스트란 수많은 촬영 소품을 식구 삼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 온갖 스타일별 그릇과 커트러리는 물론, 화로부터 전자레인지 등의 열기구와 앤티크 그릇, 초 등의 소품까지 이전 작업실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끝도 없는 짐들이 꾸역꾸역 새집으로 밀어닥쳤다. 한 일주일을 그는 망연자실 부려놓은 짐 사이에서 헤맸다. 그의 지난 10년을 말해주는 수백 점, 아니 수천 점의 그릇이 산을 이루었다. 이사를 틈타 오래전 장만해놓고 깜빡 잊고 있던 그릇이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한국에서 나만 가지고 있을 거야’라며 흐뭇한 마음으로 샀던 그릇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정리하고 정리하고 또 정리한 끝에 그릇과 소품의 산은 해체되었지만, 여전히 구석구석에는 정리하고 손볼 곳투성이다.


3 거대한 그릇 수납장을 배경으로 역시 콘크리트로 만든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가 좋아하는 조명 컬렉션과 개미 체어를 매치해 멋을 더했다.

짐이 점차 제자리를 찾으면서 얼굴을 드러낸 이 공간은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닮았다. 모던하고 매끈하며 세련된 모노톤. 입구에는 육중하고 단단한 철문을 달았고,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내부는 마치 공장 건물처럼 기둥과 천장 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내도록 했다. 또 벽이란 벽에는 모두 수납장을 짜 넣어 무수한 그릇과 소품을 소화했다. 무엇보다 공을 들인 것은 역시 주방. “작업실을 이전할 때마다 여러 가지 형태의 부엌을 만들어봤어요. 워낙에 스틸 소재를 좋아하기 때문에 스테인리스 부엌도 벌써 해봤고, 이전 작업실에서는 나무와 유리 소재를 섞은 주방을 썼죠. 그때부터 이미 ‘김정민의 다음 부엌은 돌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돌 소재로 사진 촬영과 스타일링 수업을 할 만한 규모 있는 주방을 만들려면 비용이 엄청나지요. 돌이랑 가장 비슷한 느낌이 콘크리트일 것 같아서 이곳 작업실에는 콘크리트로 조리대와 테이블을 만들었죠.”


4 10년 경력의 베테랑 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
5 그가 아끼는 아톰 컬렉션. 뒤의 키 큰 두 개의 아톰은 귀한 빈티지 제품이다.



6 입구에는 모던하면서도 동양적인 스타일의 그릇을 따로 정리해두었다. 이는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잘 표현하는 스타일 중 하나. 유리 파티션 아래 놓인 액자 속 그림은 화가로 활동하는 그의 동생 작품.

김정민의 다음 주방은 ‘돌’이다 상판 표면에 방수 처리를 하는 등 여러 가지 궁리를 해서 완성하기는 했지만,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라 어떤 장단점이 있을지는 지내봐야 알 것 같단다. 이처럼 공을 들인 콘크리트 조리대는 유리 박공지붕 아래 쏟아지는 자연광을 조명 삼아 우뚝 자리 잡고 있다. 그 앞으로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조리대가 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다. 이 두 개의 조리대는 전체 공간에서 하나의 무대를 이룬다. 주방 바닥을 조금 높여 만들고, 바닥과 벽을 목재로 마감한 것도 그 같은 이유다. 무대와 같은 주방 공간, 요리를 마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다이닝 공간, 그가 좋아하는 의자 컬렉션으로 장식한 응접실, 그리고 유리로 공간을 구획한 사무 공간으로 새 작업실이 구성되었다. 카펠리니의 우아한 조명등과 사랑스러운 빈티지 아톰, 임스 빈티지 체어와 책상 의자로 쓰는 허먼 밀러의 미라 체어 등이 곳곳을 채우고 있다. “이삿짐을 정리하기도 전, 몇 개의 화보 촬영을 치렀어요. 시안 상의, 식재료 도착, 제품 협찬 전화는 물론 에어컨 설치, 화장실 설비 등 이사 관련 전화까지 완전히 녹초가 될 지경이었죠.” 그 바쁜 와중에도 배달시켜 먹는 음식조차 예쁜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놓으니, 천생 스타일리스트다. 작은 스타일의 차이가 주는 기쁨을 사랑하기에 그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진이 빠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여자이고 촬영을 위해 모양만 낸 요리를 지독히 싫어하고 맛있게 만들어야 그 맛까지 사진에 담긴다고 생각하는 스타일리스트, 작은 소품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깐깐한 프로, 그러나 한복려 선생 같은 요리의 대가 앞에서는 수줍은 존경을 숨기지 못하는 열정의 소유자가 김정민이다. 그가 모던한 이곳에서 만들어가는 스타일링은 그 외양과는 다르게 묵은 김치처럼 깊은 감칠맛으로 숙성되리라.

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는 부암동의 새 작업실에서 7월부터 푸드 스타일링, 리빙 스타일링, 케이터링 클래스를 진행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thestylinggroup.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