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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싶어지는 집]모델하우스에서 배운다 책 읽는 마을, 평택 장안 BOOK CITY를 가다
책 읽는 마을을 꿈꾸는 아파트가 등장했다. 책이 아파트 디자인의 출발이 되고 책 읽는 가족과 행복한 공동체가 목적이 되는 새로운 개념의 아파트, 평택 장안 북시티의 모델하우스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시영 씨가 제안하는,책 읽는 가족을 위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만나본다.


평택 장안 북시티 모델하우스의 로비 전경. 평택 장안 북시티 모델하우스에는 2만여 권의 책이 전시되어 있다. 이 책들은 후에 북시티의 커뮤니티 센터에 기증된다.

주제 조앤 롤링(111.35m2·33평)
북시티의 주력 모델인 111.35㎡형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를 테마로 한다. 이곳에서는 모던하고 정제된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볼 수 있는데, 화이트를 기본으로 오렌지와 초콜릿 컬러의 대비가 발랄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111.35㎡형의 가장 큰 특징은 복도의 붙박이 책장. 일반적인 복도보다 폭을 10cm 정도 줄이고 복도와 부엌 사이 벽을 책장으로 대체했다. 또한 부엌과 거실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상대적으로 넓은 느낌을 준다.





1 붙박이 의자 뒷면을 책장으로 활용했다.
2 책장 겸용 선반과 침대, 책상이 하나의 유니트로 구성되는 자녀 방 연출 아이디어. 침대 헤드 부분의 수납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3 111.35㎡형의 가장 큰 특징은 복도에 설치된 책장. 중소형 아파트에서 서재를 따로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거실과 식당 등 가족 공용의 공간이 가족 서재가 될 수 있도록 제안했다. 필요에 따라 책장에 문을 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주제 생텍쥐페리(110.22m2·33평)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어린 왕자>를 주제로 꾸민 110.22㎡형. <어린 왕자> 삽화에 사용한 컬러와 동화 속 정서를 인테리어 스타일링의 기본 콘셉트로 삼았다. 내추럴한 우드 컬러를 기본으로 어린 왕자의 외투를 연상시키는 연두색과 다양한 톤의 회색을 사용해 모던하면서도 내추럴하게 연출했다. 일반적으로 빈 벽으로 남는 방 사이 통로에 장식장 겸 책장을 설치해 수납 효과를 높였다. 장식장은 양옆의 방문과 같은 소재로 마감해 통일감을 주었다.




1 거실을 서재로 꾸민 아이디어. 벽의 가운데는 비우고 테두리에 책장을 설치해 자칫 공간이 답답해 보이는 것을 방지했다.
2 방 사이 벽에 설치한 붙박이 장식장 겸 책장. 양쪽 방문과 같은 소재로 마감하고 박스를 조합한 듯한 디자인이 재미있다.



3 평상형 침대 몸체에 책장을 만들었다. 침실에 책장을 따로 두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양의 책을 수납할 수 있을 듯.
4 책상에서도 침대에 누워서도 접근이 쉬운 3단 책장은 아이들의 습성을 잘 고려한 디자인이다. 독서 습관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제 톨스토이(141.95m2·42평)
러시아 설원이 느껴지는 화이트 컬러와 클래식 디자인을 결합한 141.95㎡형은 톨스토이를 테마로 한다.
이곳은 클래식 스타일을 제안하는데 가구의 장식적 요소를 절제하고 패브릭으로 곡선과 볼륨감을 표현해 세련미를 더했다. 141.95㎡형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수납 설계. 현관 발코니에 워크인클로짓walk-in-closet을 설치해 골프채, 스키 등을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복도와 부엌 쪽 자투리 벽에 붙박이 책장을 설치했다.




1 복도 장식장에 조명등을 달아 장식 효과를 높였다. 하단은 화이트 도어를 설치해 수납장으로 만들었다.
2 평택 장안 북시티 모델하우스에서는 곳곳에서 상황에 따른 독서대 이용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3 부엌 쪽 자투리 벽에 설치한 책장, 스타일링 아이디어로 제안한 거실 책장이 함께 어우러져 집 안 전체가 고풍스러운 서가를 연상시킨다.


주제 버지니아 울프(154.00m2·46평)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테마로 한 154.00㎡형. 독립적인 여성을 콘셉트로 여성의 부드러운 감성과 독립적인 여성의 냉철함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했다. 154.00㎡형의 가장 큰 특징은 가변형 벽체로 필요에 따라 공간을 나누거나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주방 공간이 거실뿐 아니라 복도 방향으로도 오픈되어 있어 입체적인 공간감을 살렸다.





1 거실 한편에 마련된 서재 공간. 가변형 벽체로 독립된 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 쪽으로 오픈해 서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바닥을 조금 높여 좌식으로 꾸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2 거실 왼편 발코니 확장으로 마련한 코지 코너. 벽난로와 책장이 설치된 아늑한 공간에 안락한 의자와 테이블을 두어 독서 공간을 마련했다.
3 평택 장안 북시티의 모든 화장실 선반은 책을 수납할 수 있는 깊이로 설계되었다.
4 자녀 방 스타일링 제안. 창가에 책상을 설치하고 침대 헤드 주변으로 설치한 책장과 조명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주제 윤동주 (203.47m2 ·61평)
평택 장안 북시티에서 가장 큰 모델인 203.47㎡형은 윤동주의 시 세계를 테마로 한다. 이지적이고 검소한 멋을 표현하기 위해 화려한 장식 요소를 배제했으며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분리형으로 설계했다. 가변형 벽체로 안방 옆 공간을 서재로 활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독립된 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 안방에서 거실을 바라본 모습.
2 부엌에서 거실 쪽을 바라본 풍경. 책장 옆의 벽은 모두 수납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3 아일랜드 하단 코너에 오픈 선반을 설치해 책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용도실로 통하는 출입문도주방 가구와 같은 소재로 마감해 주방 공간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 되는 집을 디자인했다”
북시티 개념을 새로 잡은 디자이너 최시영 씨

“아이들에게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뭐라는 줄 아세요? 단박에 ‘뭐뭐뭐’ 아파트라고 합니다. 아파트 브랜드가 아이들이 떠올리는 집이라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시영 씨의 평택 장안 북시티 디자인은 바로 건설회사 브랜드 네임이 집 이름이 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다. 날로 첨단화된 기술을 보유하는 아파트. 그러나 집이라면 응당 품어야 하는 따뜻한 정서를 점차 잃어가는 우리의 아파트를 되돌아보면서, 최시영 씨는 집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감성을 되찾고 싶었다. 이때 떠오른 생각이, ‘책을 테마로 가족이 함께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집을 디자인하자’.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날로그적 정서라고 말한다. “디자인의 평준화는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남다른 정서와 문화를 가진 주거 단지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삭막하고 개인화되는 가족 관계를 회복시켜줄 매개가 필요했던 차에 그는 아날로그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책’을 선택했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 되는 집을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온라인 세계에 빠져 단절된 삶을 사는 가족이 아닌, 책이라는 매개를 중심으로 대화하고 정을 나누는 가족의 공간, 집 말입니다.” 최시영 씨는 책 하면 떠오르는 고립된 서재의 개념에서 탈피, 집 안 어느 곳이든 서재가 될 수 있고 아이들로 하여금 책이 있는 공간은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유도했다. 한동안 책을 숨기고 감추려고만 했던 기존 인테리어 디자인과 달리 책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충분히 아름답고 세련된 인테리어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예를 보여주었다. “집 안에 있는 책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도 훌륭한 환경이 됩니다. 책을 읽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행동 습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뒹굴고 놀다가도 책이 손에 잡히면 자연스럽게 읽지요. 책을 배치하는 자리를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독서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교육은 없지요.” 책은 인테리어뿐 아니라 아파트 외관이나 정원 디자인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정원에 책과 관련된 테마의 조각품을 다양하게 설치하고 산책길 곳곳에 독서를 유도할 수 있는 벤치를 설치하는 등 변화를 줄 것이다. 아파트 동 이름도 202동, 203동이 아닌 작가 이름을 사용하고 외관도 그 작가의 작품 세계와 이미지에서 출발한 색채 설계 등을 기획하고 있다. “커뮤니티 센터는 북 카페로 꾸밀 예정이고 어린이 도서관도 세울 것입니다. 모델하우스에 전시되어 있는 2만여 권의 책은 모두 커뮤니티 센터에 기증되는데, 교보문고에서 도서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국내 최초로 시도한 테마 아파트, 북시티가 앞으로 우리의 아파트 문화를 바꾸는 좋은 선례가 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입주 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북시티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