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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싶어지는 집]책과 친밀한 공간으로 만드는 아이디어 집 안에 가까이 책이 있으니 책과 친해지고 탐독에 빠지더라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법. 책을 읽어야 한다는 괜한 부담과 강요보다는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어주는 편이 현명하다. 손 닿을 곳에 다양한 책을 두고 서서히 광활한 책의 세계에 눈뜰 수 있도록 하자. 집 안 곳곳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우리 집을 좀 더 책과 친밀한 공간으로 만드는 아이디어.

(왼쪽) 파주 헤이리 ‘어린이 리브로’ 지하 1층 ‘네버랜드 픽처북 뮤지엄’ 옆에 있는 ‘어린이 책 놀이터’. 책과 함께 원 없이 놀 수 있는 공간이다. 문의 031-948-0740
(오른쪽) ‘어린이 리브로’ 서점 내부에는 거대한 모형 책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특히 포토 스폿으로 인기가 많다.


아이 방은 어린이 도서관으로
“책이라면 아무 제한을 받지 않고, 아무것이나 읽어도 됐던 어린이에게, 그 책들은 마치 복권이나 제비뽑기처럼 짜릿한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중략) 그곳은 시와 산문, 사실과 환상이 가득 뒤섞여 있는 그런 세계였다. 그 방에는 오래된 연극과 역사, 과거의 로맨스가 살아 있었다.”_동화 작가 엘리너 파전의 <작은 책방> 중

자라나는 아이에게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더 말해 무엇 할까. 위대한 작가 헤르만 헤세, 현대 수리물리학의 선구자 소피 제르맹, DNA 구조를 밝혀낸 과학자 제임스 왓슨 등 많은 위인들이 어린 시절에 책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빠져들어 자신의 길을 찾은 인물들이다. 아이의 방을 세계 명작 동화, 고전 문학은 물론 과학, 미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이 골고루 존재하는 어린이 도서관으로 만들어보자. 여러 가지 분야의 책을 접하다 보면 사고가 확장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특히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는 가족 공동 공간으로 옮겨라
“오늘날 젊은 세대가 영위하는 문자 생활의 대부분은 더 이상 책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다양한 정보통신 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른바 다매체 시대에 책의 위상은 폭풍우 몰아치는 황야에서 풍찬노숙하는 리어왕을 보는 듯 안쓰럽기까지 하다.”_출판평론가 표정훈

눈부시게 발달하는 다양한 매체는 책에 대한 위협으로 언급되곤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는 역시 인터넷. 우리 가족을 책과 친한 가족으로 만들고 싶다면 무엇보다 이 새로운 시대의 총아를 경계할 것. 혼자 있는 공간에서 장시간 몰입해 있기 쉬운 컴퓨터를 가능하다면 거실, 가족실 등 가족 공용 공간으로 옮겨보자.
혼자만 쓰는 공간이 아니므로 꼭 필요한 만큼만 컴퓨터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대신 아날로그지만 한층 양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 책과 만날 시간은 절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플로어 스탠드는 이탈리아 아르테미데사 제품이고, 가죽 소재의 안락의자는 스위스 팀바이웰리스사 제품이다.

편안한 의자 하나 장만하라
“어느 추운 겨울밤, 난로 앞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지치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것. 행복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때 적합할 듯한 이런 장면에 대해 프랭클린은 지적재산권을 요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열효율을 크게 높인 프랭클린 난로를 개발하고 흔들의자까지 발명했으니 말이다.”_ 출판평론가 표정훈

편안한 안락의자에 앉아 평화롭게 책 읽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행복과 여유로움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장면 중 하나. 여기서 의자와 책은 모두 동등하게 중요한 요소로, 어떤 책을 읽는가 못지않게 어디에 앉아 있는가도 상당히 중요하다.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에서 어디 오래 독서할 맛이 날까. 느긋하게 앉아 책을 읽다가 졸리면 책을 툭 떨어뜨리고 잠들어도 좋을 데이베드나 흥미진진한 대하소설을 장시간 읽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을 인체공학적 의자라면 더욱 좋겠다. 이처럼 편안한 의자 하나 장만해둔다면 책 읽는 일이 한층 즐겁고 기대될 것이다.

(왼쪽) 인테리어 디자이너 강주연 씨의 공간 제안.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코지 코너는 책 읽기 전용 공간으로 최고.



열린책들 대표 홍지웅 씨의 집 반지하 공간은 책과 그림으로 가득한 예술 보물창고다.

(왼쪽)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 씨가 작업한 목동 아파트. 박공지붕을 터서 천장고를 높이고 한쪽 벽에 책장을 설치해 서재로 꾸민 거실. 
(오른쪽) 마드리드에서 주워 온 침대 프레임으로 만든 소파와 그(영국의 화가 존 멍크스John Monks)가 학생 시절 아르바이트하던 구청에서 쓰던 책장을 들여놓은 거실은 정갈하고 소박한 느낌이다.


거실을 서재처럼 만들어라
“책은 가보지 못한 넓은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통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로든지 떠날 수 있는 마법의 창문,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일단 의지해야 할 거인의 어깨다.” _출판평론가 표정훈

지난해 ‘거실을 서재로’라는 한 일간지의 캠페인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다수 가정의 거실 한가운데는 TV가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TV보다 재미있는 것이 책. TV 대신, 혹은 TV와 함께 거실 한쪽에 넓은 책장을 마련, 가족들이 모이고 교류하는 장소인 거실을 자연스럽게 책이 있는 풍경으로 만들어보자.
때로 과시욕이 깃든 양장본 전집으로 장식하는 것도 좋고, 부담 없이 꺼내 들 수 있는 잡지를 꽂아두는 것도 괜찮다. 그 어떤 책이든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며 종이의 질감과 냄새에 익숙해지는 사이 조금씩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게 될 것이다. TV에서 쏟아내는 일방적인 정보와 오락에 넋 놓고 있는 대신 훨씬 풍요롭고 지적인 가족의 일상이 완성될 것이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는 어쩌면 침실이 가장 합리적인 서재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가 바로 잠들 수 있다는 최고의 편리함을 갖추고 있으니.
2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종환 씨의 작업 특징은 공간 전체의 길이와 높이를 마음껏 보여주는 것. 이곳 역시 거실 끝에서 서재까지 기다란 복도로 연결했다. 
3 부드러운 곡선미로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모습, 역시 ‘카펠리니’다. 공간 한가운데 두고 파티션 겸용 책장으로 사용했다.


집 안 곳곳에 책 둘 자리를 마련하라
“1374년 에드워드 3세는 ‘자신의 침실에 보관하기 위해’ 연애소설 한 권에 66파운드 13실링 4펜스나 지불했는데, 이는 그런 책의 경우 꼭 침실에서 읽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중략)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는 ‘나의 훌륭한 독서는 화장실에서 이뤄졌다’고 언젠가 고백한 적이 있다.” _알베르트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 중

책을 꼭 서재에서 읽으란 법은 없다. 책의 성격에 따라 읽는 공간이 달라지기도 하고, 개인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독서 장소가 달라지기도 한다. 가족들이 오가면서 말을 거는 거실에서 읽는 책과, 짧게 머물지만 결코 아무에게도 침범당하지 않는 화장실에서 읽는 책, 잠들기 전 조용하고 아늑한 침실에서 읽는 책이 모두 다르고, 거기에는 각기 다른 즐거움이 있다. 집 안 곳곳에 책을 둘 자리를 마련하고 다채로운 독서 환경을 만들어보자.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는 잠을 청하며 읽을 소설을, 주방 수납장 중 한 칸에는 요리와 건강 책을, 복도 장식장에는 사진집이나 잡지를, 화장실 선반에는 시집이나 에세이집을 두면 요긴할 것이다.


빈 책장을 만들어라
“나는 다소 익숙한 이름이 꽂혀 있는 그런 서가 보기를 즐긴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의 목록이랄 수 있는 것들이 나를 둘러싸고 나에게 넌지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_알베르토 망구엘

완독한 책을 나란히 꽂아둔 서가는 그 어떤 것보다도 흐뭇한 풍경. 가족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이를 동기부여 장치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우선 빈 책장을 하나 마련하고 가족 각자의 칸을 정하도록 한다. 그 빈칸에 각자가 다 읽은 책을 차곡차곡 채워가도록 하는 것. 가족 간에 유익한 경쟁이 될 뿐만 아니라 서로의 독서 상황을 체크하며 모처럼 공동의 흥미로운 화젯거리가 생기게 될 것이다.
먼저 자신의 책장을 다 채우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 시간이 지나 완독한 책이 빼곡한 가족 책장은 기념할 만한 자랑스러운 훈장이 될 것이다.


(왼쪽)
평택 장안 북시티 모델하우스 202㎡형의 서재 연출. 사진 김덕창




1 영국 디자이너 닐 배런Neil Barron의 ‘안 보이는 책장’. 50cm 남짓의 쇠막대기처럼 보이는 이 독특한 제품은 마치 책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스토리샵에서 판매하며 1만 9천원. 블랙, 실버, 골드 컬러 중 선택이 가능하다.
2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 또한 미술 작품 부럽지 않은 데커레이션 효과를 낸다. 장식은 물론 수납까지 해결하고 싶다면, 유리 테이블 아래 여러 가지 일러스트 북을 차곡차곡 쌓아보자.
3 시리즈 북은 사이즈가 모두 같고 디자인과 컬러가 통일감 있게 조화를 이루어 배열 방법에 따라 다양한
장식 효과를 낼 수 있다.

책을 작품처럼 전시하라
“설령 책이 당신의 친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당신과 일면식이 있는 관계로 묶어둘 수는 있지 않은가. 설혹 책이 당신의 삶에서 친교의 범위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한다 해도, 알은 체하며 가벼운 인사 정도는 반드시 하고 지낼 일이다.”_윈스턴 처칠

책이란 참으로 훌륭한 것이어서 꼭 읽지 않아도, 그저 집 안에 전시해 두는 것만으로도 유익하다.
깊고 넓은 세계를 품고 조용히 쌓여 있는 책은 그 내용이 함축된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준다. 특히 디자인 서적이나 화집 등은 그 어떤 인테리어 소품 못지않은 멋진 장식으로 변신할 수 있다. 집 안에 밋밋하고 심심한 공간이 있다면 책을 오브제처럼 장식해보자. 사진집, 화집은 표지를 나란히 세워두거나 펼쳐서 놓아두면 웬만한 미술 작품이 부럽지 않다. 디자인 서적 등 책등이나 표지가 예쁜 책은 유리 테이블 아래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보기에도 멋스럽고 수납공간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왼쪽) 유명 사진가의 작품집은 사진 작품 액자를 대신하고도 남는다. 작품집 표지 그대로 여러 권을 나란히 세워두어도 멋스럽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실린 페이지를 펼쳐만 놓아도 공간을 한층 감각적으로 만든다.

손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