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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세상에서 가장 많은 크리스털을 보려거든 도쿄 긴자로 가라
최근 도쿄에 다녀온 감상평을 하자면 ‘지금 도쿄에서 유행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가장 좋은 것들이다. 산해진미를 죄다 모아놓은,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스러운 잔칫상처럼, 어디부터 보아야 할지 어지러울 지경.’ 롯폰기 힐과 오모테산도 힐스, 그리고 미드타운까지. 최근 도심 재개발 정책으로 도쿄 중심가 곳곳에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타운’에서는 세계 각국의 명품 브랜드들이 대거 입성,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렇듯 좋은 건 다 모여드는 도쿄에서 최근 떠오른 이슈는 ‘긴자’ 거리다. 오랜 세월 동안 도쿄의 진짜 부자들의 우아한 소비를 책임졌던 시가지 긴자는 한때 오모테산도에서 아오야마 거리로 이어지는 새로운 행렬에 ‘기가 죽어버린’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긴자를 다시 걷다 보면 그동안은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뉴욕 5번가, 파리 샹젤리제와 더불어 전통적으로 세계 3대 상권으로 꼽혔던 긴자의 부귀영화가 여전함을 알 수 있다. 최근 긴자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거리는 이 지역의 ‘가로축’이라 할 수 있는 주오도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고유의 백화점과 상점들 사이사이에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들이 대거 등장, 전통의 긴자에 서양 문물이 놀라운 속도로 퍼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말 이 거리에 또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 크리스털로 세계를 평정하고 있는 스와로브스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위치는 긴자이초메 역에서 시작되는 주오도리 말미쯤으로 ‘자라ZARA’와 ‘랑방’을 지나자마자, 일본의 대표적인 ‘진주’ 브랜드 다사키 매장 바로 옆.


1 긴자 스와로브스키 플래그십 스토어 전면 풍경. 1천5백 장의 스테인리스 스틸 프리즘으로 디자인,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른 빛깔을 낸다.
2, 3 약 2만 개의 크리스털로 만든 슈팅스타. 조명을 받아 샹들리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스와로브스키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이틀 앞두고 이 건물을 디자인한 건축가 도쿠진 요시오카Tokujin Yoshioka를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놀란 사실 두 가지. 우선 이세이 미야케·BMW·시세이도 사옥을 디자인하고, 드리아데Driade에서 ‘도쿄 팝’ 체어 연작을 내놓고, 롯폰기 힐스 거리에 ‘의자, 빗 속에서 사라지다’라는 의자를 선보이고, 2006년 밀라노 가구 페어에서 그 감각을 세계적으로 다시한번 인정받은 스타 디자이너가 ‘고작’ 1967년생이라는 사실. 또 다른 하나는 그런 그가 디자인한 스와로브스키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에 동원한 크리스털이 무려 3톤 이상이라는 것. 1층 매장 모빌 형태로 떨어지는 구조물, ‘Shooting Star’에 사용한 크리스털만 해도 2만 개,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유리 계단과 바닥, 조명 등 매장 전체를 크리스털로 채운 것만 보아도, 전시·판매되는 제품을 제외하고도 이곳에 포진해 크리스털 숫자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4 1층에는 멀티미디어를 함께 설치,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준다.

일본의 젊은 건축가 도쿠진 요시오카가 만든 스와로브스키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의 디자인 콘셉트는 ‘Crystal Forest’(크리스털 숲). “처음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을 보았을 때는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차츰, 계속 크리스털을 바라보다 보니 투명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무가 울창한 숲에 들어갔을 때 나뭇잎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별처럼, 크리스털처럼 연상되었지요. 그 모습이 연못에 반사되었을 때 수면 위에서 보이는 ‘찬란한’ 햇살이 ‘투명’하게 느껴지지요. 숲 속의 눈부신 햇살이 투명함으로 이어지듯 스와로브스키 매장 역시 그러한 이미지로 풀고 싶었습니다.” 그가 표현해낸 Crystal Forest, 투명함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은 의외로 압도적이다. 가로 9m, 세로 8m의 대형 창에 1천5백 장의 스테인리스 스틸 프리즘으로 디자인된 매장의 전면, 파사드는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찬란하고 거대한 모습이다.

화려한 입문을 거쳐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Crystal Forest, 크리스털의 향연이다. 크리스털 주얼리, 패션 액세서리, 홈 데커레이션 등 ‘크리스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의 모든 라인이 전시, 판매되는 플래그십 매장이기에 당연지사 그러하리라 예상하는 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상상을 초월한 이곳의 ‘크리스털 공세’는 1층부터 이어진다. 매장 입구에서 들어서자마자 정면으로 만나게 되는 대형 기둥이 그 시작이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5m 키높이로 마치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듯 서 있는 크리스털 기둥 ‘Casecade’는 이곳이 크리스털 세상임을, 화려함을 넘어선 투명함의 세계임을 단언하듯 서 있다. 매장 곳곳의 ‘고드름’ 모양으로 디자인한 샹들리에 역시 눈길을 끈다.


1 긴자 스와로브스키 플래그십 스토어를 디자인한 도쿠진 요시오카. 가구에서부터 건축까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으로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촉망받고 있는 디자이너. 
2 계단 하나하나에 수많은 크리스털을 넣어 아찔하면서도 찬란한 느낌을 만들었다. 긴자 매장에 동원된 크리스털은 약 3톤 정도라고.

도쿠진 요시오카가 가장 ‘힘을 준’ 곳은 1층과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계단의 단 하나하나마다 깨알 같은 크리스털을 빼곡히 채워, 계단을 오르내르는 그 길이 가히 환상적이다. 계단만이 아니다. 이곳 스와로브스키 긴자 매장 곳곳에는 ‘크리스털이란 무엇인가’를 원없이 보여주는, 아찔할 만큼 찬란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2층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에드라Edra에서 제작한 소파. 이곳에서는 눈부신 크리스털 공세가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소파 커버 전체가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CRYSTALLIZED 로 이루어졌다.

지난 3월 29일, 긴자 거리에 문을 연 스와로브스키 플래그십 스토어는 짐작컨대 면적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크리스털을 보유하고 있는 공간이다. 스와로브스키의 모든 라인의 제품을 선보이는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이기도 하다. 이곳에 들른다면, 크리스털의 찬란함에 취해 방문 목적을 잠시 잊더라도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스완플라워Swanflower 라인. 스와로브스키의 상징인 ‘백조’ 네 개가 합쳐지면서 스완플라워 패턴으로 만들어낸 라인들은 스와로브스키에 담긴 풍부한 감수성과 기술적인 정교함을 동시에 확인해준다.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과 론칭 시기가 일치하는 스완플라워 라인은 도쿄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으로 일부는 긴자 매장에서만 한정 판매하기도 한다. 2008년 스와로브스키의 야심작 스완플라워 라인은 국내에서는 올가을 선보인다. 문의 02-3395-9096


1 약 5m 높이의 구조물 Cascade 풍경 역시 이곳의 볼거리.
2, 3 스와로브스키 긴자 매장 오픈과 함께 론칭한 스와플라워 제품들. 스와로브스키의 상징인 백조 네 마리로 새로운 패턴을 만들었다. 스완플라워 패턴 라인은 올가을 국내에 출시한다.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찾은 디자인
1 토드 분체의 모빌
독일 태생의 네덜란드 디자이너 토드 분체Tord Boontje가 만든 설치물. 정교하게 커팅된 크리스털을 이용, 마치 얼음 가지가 녹아내리는 듯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오묘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1층 매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2 에드라의 소파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에드라Edra에서 제작한 소파. 소파 전체가 크리스털로 뒤덮인 과감하면서도 환상적인 디자인으로 스와로브스키 긴자 매장의 격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한다. 실제 앉았을 때 자세가 편한 것은 물론 피부에 닿는 촉감마저도 부드럽다. 2층에서 만날 수 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