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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심윤경 씨 가족의 동부이촌동 아파트 행복한 가족은 미리 누리는 천국과 같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파트 정원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게 다듬어진 집. 그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행복한 마음이었다.


아파트 정원을 우리 집 앞마당처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파트 저층을 선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남편 박진호 씨는 집을 처음 보러 왔을 때 거실에서 바라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에 반해 이 집을 선택했다고 한다.

현관문이 열리자 불과 두 달 전 셋째를 출산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앳된 얼굴로 안주인이 손님을 맞는다. 그 뒤로 와글와글 모여 있는 자전거도 방글방글 웃는 모습으로 손님을 반긴다. 복도로 들어서니 부끄러운 듯 미소를 담아 인사를 건네는 첫째 재순이(10세)와 둘째 준하(8세). 아이들의 시선은 언제나처럼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손님이 왔는데 나도 빠질 수는 없다는 듯 막 잠에서 깨어난 막내 상현이(생후 2개월)는 아빠 품에서 만족스러운 하품을 한다. 다섯 식구의 반가운 인사를 받으며 거실로 들어서니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울창한 정원이 펼쳐진다. 정원 풍경에 감탄하니 집주인은 다른 창들도 제각각의 풍경으로 봄 향기 가득한 꽃 그림을 선사한다며 아파트 2층에 살기에 누릴 수 있는 호사를 늘어놓는다.

올해로 결혼 10년 차가 되는 박진호(큐이디㈜ 대표) 씨와 심윤경 씨 부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니 알토란같이 실하게 살아온 그들의 시간이 펼쳐진다. 남편 박진호 씨는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 2년 전 육아교육 사업에 뛰어들었고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 심윤경 씨는 음악 치료사 과정을 공부하고 작년까지 숙명여대 음악치료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이들이 10년 결혼 생활에서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운 것은 바로 아이 셋을 키우는 행복한 부모가 된 것이다.


(위) 오로지 그림을 걸기 위해 확장한 복도 벽. 그림은 아들 친구의 엄마이기도 한 화가 변현영 씨의 작품이다. 왼쪽 작품은 전시회에서 구입한 것이고 오른쪽 그림은 작가가 심윤경 씨를 위해 그의 옷이나 살림살이 등을 모티프로 작업한 것이다. 식탁 세트는 리프로덕스(02-514-9540) 제품이다.

일 년 전 공사를 하고 이사한 이 집은 파스텔 톤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아이들 방을 제외하면 어느 곳 하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장식이나 디테일이 눈에 띄지 않는다. 기본적인 가구만 놓인 커다란 거실이 단출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는 간결하고 여백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부부의 취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창 커가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찬찬히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부부가 이 집에 들인 정성이 하나 둘 드러난다. 베란다 확장 공사를 하면서 남겨진 내력벽과 그림을 걸기 위해 확장한 복도 벽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필요에 따라 공간 분할이 자유롭게 했고 모든 방의 창가에는 붙박이 벤치를 만들어 그 아래로 수납공간도 확보했다. 천연 페인트로 마감한 거실 벽은 은은한 회벽 질감이지만 그림을 걸기 위해 확장한 복도 벽은 매끄럽게 처리했다. 이미 일 년여 전에 이루어진 공사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남편 박진호 씨는 아내 심윤경 씨 못지않게 세부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인테리어 공사를 여러 번 해본 덕에 이제는 반전문가가 다 된 듯하다. 제아무리 말끔하게 마무리해도 6개월 정도 지나면 균열이 생기는 목공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갈라짐이 예상되는 부분은 스틸 소재를 덧대는 공사를 하고, 맘에 드는 거실 조명을 구하지 못하자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소재를 선택해 조명 제작을 의뢰했을 정도. 이 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바닥재. 드라마틱하게 선명한 나뭇결이 드러나는 원목 마루의 수종은 로즈우드다. 심윤경 씨가 지인의 거실에 시공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 독특한 색감에 반해 선택했다. 부엌과 식당 바닥에 깐 지중해풍 이탈리아산 타일과 안방 욕실의 에스프레소 컬러 타일도 공간에 재미를 더한다. 논현동 건축 자재상 거리를 뒤지다 모두 윤현상재에서 찾아낸 것들이라고. 심윤경 씨는 인테리어 공사에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다리품’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디 가면 무엇을 구할 수 있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자신의 취향과 어떻게 꾸밀 것인지에 대한 방향이 정확하지 않으면 디자이너가 아무리 좋은 것을 제시해도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는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1 사이 좋은 쌍둥이처럼 나란히 자리잡은 큰 아들 재순이와 딸 준하의 방.
2 거실 모퉁이에 자리한 아이들 저금통. 큰 아이 둘은 아빠 흰머리를 뽑아주거나 심부름할 때, 막내는 우유 잘 먹고 잘 자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줄 때마다 동전을 저금해준다.
3 손자들 장난감과 이불 등을 손수 지어주시는 친정 어머니 못지않은 실력으로 심윤경 씨가 직접 만든 퀼트 인형. 셋째 상현이를 임신했을 때 퀼트 이불과 함께 만들었다.
4 재순이와 준하를 포함한 여섯 명의 아기가 사용했던, 올해로 열두 살 된 아기 침대. 이제 막내 상현이의 차지가 되었다. 침대 속 침구 모두 외할머니가 손수 지어주신 것이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인형과 모빌 모두 재순이와 준하가 쓰던 것들이다.

복도 끝에 나란히 있는 재순이와 준하의 방은 크기도 모양도 똑같은 쌍둥이. 다만 오빠 재순이 방은 하늘색, 여동생 준하 방은 분홍색을 기본으로 컬러만 달리해 변화를 주었다. 아이들 방을 꾸미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저층 아파트의 최대 단점인 창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는 것에 대한 방안이었다. 방 안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채광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프렌치 도어와 ‘카페 커튼’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동시에 이웃들로부터 ‘창문이 예쁜 집’이라는 별칭도 덤으로 얻게 해주었다.

파우더 룸을 가운데 두고 침실과 연결된 방은 막내 상현이의 공간. 재순이와 준하뿐 아니라 네 명의 사촌들이 사용했던 12년 된 아기 침대가 놓여 있다. 침대 안에는 10년 전 재순이가 태어났을 때 친정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침구가 다시 손질되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가족사가 묻어 있는 아기 침대를 화두로 어느새 대화의 주제는 가족으로 넘어간다. 가정 선생님이셨던 친정 어머니, 40년 넘게 유아교육에 몸담고 계신 시어머니, ‘좋은 부모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업을 시작한 남편 박진호 씨와 9월부터 음악치료사 박사 과정을 시작하는 아내 심윤경 씨까지 그들의 중심에는 부모로 사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인생에서 최고의 가치는 행복한 가족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1 부엌 가구는 한샘인테리어 제품이고 벽과 바닥에 시공한 타일은 모두 논현동 윤현상재(02-3444-4366)에서 구입했다.
2, 3 디자인과 자재 선택 등 거의 모든 것을 부부가 직접 결정했다. 짙은 에스프레소 컬러가 고급스럽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욕실 타일은 남편 박진호 씨가 윤현상재 지하 화장실에 시공된 것을 보고 선택했다. 공사는 이촌 현대 인테리어(02-790-4141)에서 담당했다.
4 붉은 기가 감도는 독특한 색감의 원목 마루는 구정마루 제품으로 수종은 로즈우드.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