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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민이름나 부부의 주상복합 아파트 고층 아파트에서 자연을 담고 사는 법
아파트에서 자연을 담고 사는 법아파트에서 자연을 마주하고 살기란 쉬운 일은 아닐 터. 동갑내기 부부가, 시골길을 걷다가 만날 법한 돌담을 집 안에 들이고 도심 속 남다른 아파트를 완성했다. 따뜻한 나무 질감과 무채색이 더해져 모던한 멋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신혼 아파트를 만난다.


1 투박하고 거친 질감의 돌, 짙은 월넛 컬러의 나무 마감재로 내추럴한 멋을 살린 거실. 브라운 계열의 색감으로 통일감을 주었다. 조명 역시 자연스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 조명을 어슷하게 달아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인 공간을 완성하였다. 내추럴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우드 블라인드는 화이트 버티컬(031-703-6804) 제품. 
홈바에 나란히 앉아 칵테일이나 와인을 즐기곤 하는 정동호?민아름나 씨 부부.
3 거실 쪽에서 바라본 부엌.

중구 중림동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 지난해 9월 웨딩마치를 올린 동갑내기 신혼부부의 보금자리다. 남편은 국내 주류회사인 디아지오 코리아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고, 아내는 피부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상반된 직업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도 너무 닮아 있는 서글서글한 눈매를 보면 다시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호 씨에게 지어준 별명이 어린 왕자예요. 좋아하는 것에 한 번 빠지면 아이처럼 헤어나올 줄 모르니까요. 플레이스테이션 3와 X박스 같은 비디오 게임기는 물론 DVD, 블루레이 등 영화 감상을 위한 거의 모든 종류의 기기를 다 가지고 있는 집이 흔하지는 않을 거예요. 한때는 영화와 음악에 빠져 온갖 한정판들을 사 모으더니, 요즘에는 프라모델 박스가 쌓여가고 있죠.”

아내 민이름나 씨 역시 이런 남편에 뒤지지 않는 인형 애호가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국시를 준비하던 대학시절에도 기회만 나면 여행을 다니며 일본·홍콩·미국 등의 디즈니랜드에서 구입한 인형이나미니어처를 모아왔다. 방 안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DVD의 절반은 민이름나 씨가 학창시절부터 모아온 것들. 취미나 취향이 너무 닮아 있는 이들 부부는 신혼집을 꾸미는 것에서도 의견이 일치했다. 말끔한 인테리어와 안전성, 교통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도심 한복판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선택했고, 침실은 비디오 감상실로 꾸미자는 공통적인 의견을 냈다. 식사를 거의 밖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낮은 부엌은 남편을 위한 홈바로, 거실은 오직 음악감상을 위한 공간으로 꾸밀 것을 계획했다.

“처음 현관에 들어섰을 때 가슴이 턱 막혔어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자랐던 덕에 주상복합의 네모 반듯한 구조가 익숙하지 않았죠. 구조는 편의성에 중점을 두더라도, 스타일만은 내추럴하고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요즘 아파트 사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실내 정원이나 연못을 만들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관리에는 영 자신이 없었죠. 집 안에 자연을 들이는 방법을 궁리한 끝에 생각해낸 것이 바로 ‘벽에 돌을 붙여보자’였답니다, 시골마을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정겨운 돌담처럼 말이죠. 장난스럽게 꺼냈던 단순한 생각이 공간의 가장 큰 콘셉트가 되었네요.”
이들 부부의 머릿속에 떠돌던 공상을 집 안에 고스란히 옮겨준 사람은 바로 모데나 디자인(031-721-4988)의 대표 김기범 씨.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인테리어에 확실한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작업으로 이미 각종 매체를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다. 그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아파트 공간에 자연의 돌을 그대로 옮겨온 듯 멋진 돌담을 만들어주었다.


1 블랙을 메인 컬러로 연출한 침실. 벽면에 시공한 파벽돌은 매직스톤(031-3443-5432) 제품. 침대와 창문을 따라 놓은 수납형 스툴은 모두 모데나 디자인에서 제작했다.
2 홈시어터 룸으로 꾸민 침실.

“클라이언트의 제안은 신선했어요. 빌딩숲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아파트에 돌담이라니…. 가장 자연에 가까운 느낌을 만들기 위해 거칠고 투박한 질감의 인조석을 시공했어요. 돌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마감재는 단연 나무죠. 짙은 월넛 컬러의 나무 바닥재를 깔고 이와 같은 색감의 책장과 블라인드로 통일감을 주었죠. 집 안 곳곳에 쓰인 마감재 하나하나에도 자연을 담았습니다. 각 방문에는 거친 마 섬유로 만든 패브릭을 덧대어 자연스러운 질감을 만들었고, 서재에는 내추럴한 질감의 대나무 벽지를 시공했습니다. ”

전원생활을 꿈꾸는 신혼부부의 48평형 주상복합 아파트는 중후한 나무 색감과 투박한 돌의 질감으로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태어났다. 메이플 색상이었던 창틀을 월넛 컬러로 바꾸고, 자연석 느낌의 인조석을 벽에 시공했다. 거실은 오직 음악 감상만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부부의 의견을 반영, 오디오와 책장을 제외하고는 TV나 장식장 하나 없이 단출하게 꾸몄다. CD와 이들이 모아온 미니어처 인형을 전시할 수 있도록 책장은 넉넉하게 제작했다.

주방은 남편 정동호 씨를 위한 공간. 주방과 거실 사이를 막고 서 있던 벽을 철거하고, 벽을 없애면서 노출된 배관에 원목으로 제작한 4개의 사각 기둥을 세웠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부엌과 거실의 경계선이 만들어졌다. 칵테일 만들기가 취미인 정동호 씨가 모아온 각종 칵테일 베이스가 되는 재료들을 수납할 수 있는 선반을 만들었고, 아일랜드 식탁 밑으로는 와인셀러를 놓았다. 식탁 앞쪽으로는 라운지 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툴 형태의 의자를 매치했다.


1 두꺼비집을 가리기 위해 벽거울 겸용 아트월을 연출한 현관.
2 화장대는 드레스룸 안쪽에 놓았다. 드레스룸은 유일하게 로맨틱한 패턴 벽지와 컬러풀한 가구로 연출한 공간.

이들 부부가 가장 만족해 하는 공간은 다름 아닌 침실이다. 거실과 마찬가지로 한쪽 벽면 전체를 매트한 느낌의 벽돌을 시공해 자연스러운 느낌을 부여했고, 창가를 따라 스툴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납장을 짜 넣어 실용성을 더했다. 드레스룸 안쪽에 화장대를 집어 넣고 게임과 비디오 감상에 집중할 수 있는 침실을 만들었다.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널찍한 좌식 침대를 제작하고 블랙 컬러 원목으로 침대 헤드 겸용 간접 조명을 만들었더니 DVD 감상을 위한 그럴듯한 침실이 탄생했다.

“잘 살펴보면 이 집에는 기성 가구는 거의 없습니다. 각 공간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작했죠. 거실에 놓인 거대한 돌덩이를 보셨나요? 남편이 가장 아끼는 B&O 오디오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테이블이에요. 침대 역시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 없어 가죽을 씌워 좌식 스타일로 침대를 만들고, 간접 조명을 겸한 침대 헤드를 제작했답니다.”
정동호·민아름나 씨 부부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흔한 패턴 벽지나 샹들리에 조명 하나 없지만 자연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마감재 하나로 스타일을 더한 집이다. 사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그저 멋을 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 담백함이 느껴지는 집. 개성 없는 모던함의 강연장이 될 뻔한 주상복합 아파트가 이렇게 특별해졌다.


1 한쪽 벽면을 책장으로 짜 넣은 거실. 
2 거실 벽에 사용한 인조석은 매직스톤(031-3443-5432) 제품. 
3 화강암을 가공하여 만든 테이블. 건축 외벽 자재를 취급하는 석재 공장에서 주문 제작했다.



성정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