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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리빙디자인페어_ 세미나 전문가 7인이 읽어주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올해도 어김없이 리빙 트렌드 세미나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휘게 라이프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집 사진을 공개한 가구 회사 CEO부터 디자이너의 한옥 라이프, 빅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라이프스타일 키워드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짚어준 삶을 이해하는 일곱 가지 코드.

양태오(태오양 스튜디오 대표&디자이너)
‘집’이 ‘집’ 이상이어야 하는 이유


“여전히 시간에 쫓기며 일할 때가 많지만 한옥에서는 조바심을 내지 않게 돼요. 쉴 때 쉬고 일할 때는 더욱 집중하게 하는 힘, 이것이 바로 한옥이 전하는 정서적 가치 아닐까요?” 양태오 디자이너는 아파트와 양옥을 거쳐 현재 4년째 한옥에 거주하며 진정한 집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한옥은 마음 따뜻하고 정 많은 한국인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 있는 공간.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도 한옥을 방문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조상은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지체 없이 아랫목을 내주었는데, 이때 ‘온돌’은 현대의 거실과 주방처럼 집을 따뜻하게 만들 뿐 아니라 식구가 모이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집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건축물 이상으로, 온기와 애정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물론 한옥이 현대의 대중적 주거 형태는 아니지만, 한옥을 통해 위로와 치유의 정서가 담긴 집의 본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_ 염지연 인턴 기자


안톤 혹크비스트Anton Hogkvist(이케아 코리아 인테리어 디자인 총괄)
따로 또 같이, ‘라곰lagom’ 하세요


이케아 코리아의 인테리어 디자인 총괄 안톤 혹크비스트는 ‘스웨덴의 환대 문화와 집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를 통해 스웨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나타내는 개념 ‘라곰lagom’을 소개했다. ‘균형과 조화(not too much, not too little)’를 뜻하는 이 말은 스웨덴 사람들이 집을 대하는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오후 5시 30분이면 퇴근해 온 가족이 집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 준비하는 스웨덴 사람들도 집 안에서 사적인 공간을 보장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집 안에서 ‘따로 또 같이’ 유연하게 생활하는 거죠.” 업무 시간 중간 중간 피카 fika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여름이면 이웃 또는 친구들과 야외에서 바비큐와 핫도그, 생선 요리를 즐기는 스웨덴 사람들의 환대 문화는 매일 아침과 저녁 식사를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식문화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에서 ‘라곰’을 실천하며 삶의 여유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스웨덴 사람들처럼 우리도 집이라는 공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재발견한다면 일상의 행복 지수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_ 유주희 기자

송길영(다음소프트 부사장)
‘여행’이라 쓰고 ‘라이프스타일’로 읽는다


수많은 사람의 일상 기록이 담긴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람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하는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은 “관광은 산업, 여행은 일상”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가 분석한 빅데이터에 따르면 여행 관련 키워드에서 증가하는 세 단어는 ‘맛있다’ ‘예쁘다’ ’저렴하다’이다. 결국 뜨는 지역에 맛집을 차려 예쁘게 꾸미고 싸게 팔면 대박 난다는 뜻이다. 또 최근 뜨는 피드의 패턴을 보면 사람들의 욕구를 알 수 있는데, 여행지에서 셀카를 가장 많이 남기는 곳(수영장, 호텔, 바다, 하늘, 한옥마을)을 분석하면 여행의 목적이 ‘사진 찍기’라는 행위 자체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집에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넓은 평수, 방의 개수일까? 그는 국내 인테리어업체도 최고급 취향을 만족 시킬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요약했다. “집은 카페이기도 하고 호텔일 수도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경험해봤는데 좋았으니 집에서도 하고 싶은 것, 호텔식 침대와 침구가 뜨는 것도 이 때문이죠. 사람들은 집에서도 카페처럼 근사하게 티타임을 즐기기를 원해요.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경험하길 원하는지, 사람들의 욕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읽어야 합니다.” _ 이지현 기자


야콥 홀름Jacob Holm(프리츠 한센 CEO)
덴마크인의 리얼 휘게 라이프


“프리츠 한센은 가구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라는 소개로 강연을 시작한 야콥 홀름. 프리츠 한센은 1872년 스무 명의 목공 장인과 함께 작은 목공소로 시작해 오늘날 세계적 가구를 선보이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 원동력은 뭘까? 그는 제작 방식은 전통을 고수하되, 디자인은 현대인의 삶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디자인은 목적이 있어야 하며, 장식과 기능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누구든 한눈에 보아도 이해하기가 쉬워야 한다는 것. 이러한 디자인은 덴마크인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집 사진을 보여주며 휘게 라이프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집은 자신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생각으로 돈을 벌어 집을 꾸미는 데 소비하고 그렇게 완성한 집에서 따뜻하고 안락한 시간을 보내는 삶! 주말마다 친구, 지인, 가족을 초대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그의 리얼 휘게 라이프를 들으니 사람, 연대, 관계를 중시하는 그들의 문화는 행복감, 만족감, 평등감과 같은 단어로 바뀌어 아름다운 가구 디자인과 자연스레 연결됐다. _ 손지연 기자


박성희(LG하우시스 디자인센터장)
4차 산업혁명과 인테리어 디자인


어느덧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달로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거라는 예측은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개개인의 자아실현을 강조하는 경제로 진화할 것이라는 희망적 시각도 존재한다. LG하우시스 디자인센터장 박성희 상무는 2017년의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 키워드로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의미하는 ‘유노이아Eunoia’를 제시하고, 이와 관련한 네 가지 테마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제안했다. 사람들은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유쾌한 자극에 빠져들고(play), 자연과 야생의 원초적 촉감을 원하며(wild), 소비를 줄이는 대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찾고(less), 과거 역사와 기록에서 미래를 발견한다(archive). 모두 불안과 희망이 공존하는 과도기에 능동적으로 아름답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려는 시도. 과연 세미나 도중 박 상무가 인용한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아름다움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_ 정규영 기자


이욱정(KBS 프로듀서)
요리는 우리 삶이자 문화


현재 한국 사회는 양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폭식의 시대에서 질적 만족을 추구하는 미식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이욱정 PD는 이러한 과도기 속에서 ‘요리’가 일에서 놀이로, 생존이 아닌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아파트 중심의 주거 환경, 여성의 사회 활동 증가 등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요인으로 음식을 그저 한 끼 때우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요리는 새로운 문화의 발상지나 다름없다”고 말하며 음식 문화의 변화를 이끈 결정적 키워드로 ‘요리하는 남자’ ‘집밥’ ‘힐링’ ‘소셜 다이닝’을 꼽았다. 쿡방과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남자가 요리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새로운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면서 손님치레에 가까웠던 집들이가 소셜 다이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이제 우리는 요리와 음식을 놀이로서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다. 누군가를 초대하고, 테이블 세팅을 위한 그릇을 고르고, 함께 요리하고 식탁에 둘러앉아 미식을 즐겨보시길! _ 김혜민 기자


페테르 프란센Peter Frandsen(베르판 CEO)
2040년을 기대하는 디자인의 힘


2003년에 설립한 베르판은 베르너 판톤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덴마크 가구 회사다. 베르너 판톤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생산하는 것만큼이나 디자인 철학을 널리 알리는 일도 베르판의 주요 과업이다. CEO 페테르 프란센은 판톤의 디자인 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직접 디자인한 텍스타일뿐 아니라 플라스틱, 아크릴 등 당대의 신소재를 사용해 참신한 디자인을 남긴 베르너 판톤은 1970년 피지오나 쾰른에서 열린 <룸디자인>전을 통해 그의 디자인 세계를 집대성했다. 1960년에 디자인한 판톤 체어는 세계 최초의 단일 섬유 플라스틱 의자다. 조개껍데기가 부딪치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펀 샹들리에, 반사하는 빛까지 디자인으로 승화한 스파이럴 램프, 바닥에서 자라나는 듯한 유기적 형태의 시스템123 체어를 비롯해 천장과 바닥 등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총체적으로 디자인해 건축과 디자인, 예술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페테르 프란센은 “과거를 풍미했던 판톤의 디자인은 지금 보아도 아름답고, 2040년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미래를 관통하는 디자인이야말로 이 시대가 추구하는 진정한 타임리스 디자인이 아닐까. _ 이새미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