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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1_ 스타일리스트 강정선 리빙 아트워크가 돋보이는 작품집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머리로 이해하는 동시에 이를 시각적으로 풀어낼 줄 안다는 점이다. 국내 유수의 리빙 전문 매거진은 물론 패션 광고 스타일링, 전시 디스플레이까지 종횡무진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 강정선. 20세기 모던 디자인 가구의 흐름을 명민하게 이해하고, 이를 공간에 무겁지 않게 녹여낸 그의 특별한 스타일링 노트.

2005년부터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는 디자인 가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장 프루베, 세르주 무이, 샤를로트 페리앙의 가구 전시를 개최해왔다. 국제갤러리가 전시에서 초점을 둔 분야는 디자인사적 의미가 각별한 유럽 빈티지다. 장 프루베 전시의 경우 실제 프랑스 대학이나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써오던 가구가 상당수였는데, 당시에는 대중적 가구였더라도 선구적이고 혁신적 디자인 덕에 8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컬렉터를 설레게 한다.

“결혼 전에 가구를 구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그것이 어떤 목적이나 기능을 위한 선택이 아닌 오롯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컬렉션이라면요? 보통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구에 관심을 갖거나 신혼집 규모와 예산에 맞춰 품목을 정하는 일이 일반적이라면, 이 클라이언트는 결혼 전에 이미 장 프루베의 책상과 식탁, 세르주 무이의 조명등을 컬렉션할 정도로 디자인 가구에 관심이 많았어요. 인테리어의 취향과 방향성도 명확했고요.”

강정선 실장이 반포 주상 복합 아파트의 레노베이션을 맡은 것은 2014년 3월. 집주인이 원한 것은 명확했다. 첫째 한국의 전형적 아파트 구조를 탈피할 것, 둘째 공간에서 다양한 아트피스를 즐기되 갤러리처럼 차갑지 않게 연출할 것. 사실 집 인테리어는 집주인과 디자이너의 공감대 형성,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그로 인한 시너지가 중요하다. 집주인의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과 이를 조합하는 스타일리스트의 ‘큐레이션’ 능력, 이 둘의 시너지를 이번 개조 결과로 확인하시라.


Styling idea


가구를 작품처럼! 작품은 쿨하게! 포장재를 콜라주한 양혜규 작가의 평면 작업이 인상적이다. 뉘아주 책장은 강정선 실장 역시 좋아하는 가구로, 보통 거실에 TV를 두지 않을 경우 남은 빈 벽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라면 적용하기 좋은 제품이다. 굳이 선반에 물건을 올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빈 벽에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주니 작품과 진배없다. 거실은 새로 구입한 가구와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 빈티지 제품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관전 포인트. 리빙디바니의 화이트 모듈 소파와 e15의 모듈 라운드 테이블을 선택했다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사용해 세월의 손때가 묻은 포울 키에르흘름의 PK 라운지체어와 북유럽 빈티지 데이베드를 매치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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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은 다이닝 룸. 공예 작품처럼 손맛이 느껴지는 린지 아델만의 샹들리에로 포인트를 주었다. 손님이 오면 차를 마시고, 아이들과 숙제를 하기도 하는 다용도 리빙 테이블은 촉감 좋고, 디자인이 심플한 원목 테이블을 골랐다. 오래 사용해 햇볕에 탈색돼도 자연스러운 멋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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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 둘이 쓰는 방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늘 말끔하게 정리 정돈되어 있는 아이 방. 이처럼 처음 개조한 그대로의 디자인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기능적 부분을 먼저 챙겼기 때문. 자녀 공간에 구성한 거실은 굳이 넓을 필요가 없어 거실을 줄이고 뒤편에 다용도 공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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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타나, 스트링 등 모듈 시스템은 어떤 공간에도, 어떤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 침실, 서재, 거실, 주방 등 똑같은 시스템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이사를 하거나 공간의 스타일이 바뀌어도 상황에 맞게 조합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미션, 아파트 같지 않은 아파트
집은 297.52㎡(90평)의 넓은 평수인데도 낮은 천장과 어두운 체리색 마감재, 대리석 아트 월 등의 조합으로 전체적으로 중후하면서도 답답한 느낌이 강했다. 강정선 실장은 벽지와 몰딩, 아트 월과 주방 상부장 등 기존 마감재를 덜어내는 작업으로 레노베이션을 시작했다. 먼저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화이트와 연한 그레이 컬러로 전체를 도장하고, 성능 좋은 창호는 프레임만 래핑하는 방식으로 컬러 변화를 줬다. 집은 전체적으로 보면 거실과 주방이 ㄱ자로 연결되는 구조로 거실 너머는 부부 공간, 주방너머는 자녀 공간으로 분할한 것이 특징. “전형적 아파트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잘 공존하면서도 분리되는 집’을 중심 테마로 했어요. 한때 스튜디오형 아파트먼트가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유럽도 분리형 평면이 주목받는 추세죠. 아무리 가족이어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어야 하기에 중문과 가벽을 적절히 활용했어요.”

다이닝룸은 부부 공간과 맞닿는 복도와 일자로 배치했는데, 벽처럼 숨어 있는 가벽을 90도로 펼치니 부부 공간과 거실, 다이닝룸이 완전히 단절된다. 열 살・아홉 살 형제의 공부 방과 침실, 작은 거실이 있는 자녀 공간은 유리 중문을 시공해 닫힌 듯 열린 공간을 완성. 공적 역할을 하는 거실은 작품으로 일컫는 디자인 가구와 아트피스가 곳곳에 자리 잡았다. 샤를로트 페리앙의 526뉘아주 책장과 장 프루베 책상, 세르주 무이의 벽부 조명등,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의 라인 조명등 등 공예적 태도가 느껴지면서도 단순하고 우아한 디자인이 컬렉션의 기준이 되었다. 소파, AV장, 서재의 책장 등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가구는 기능을 먼저 챙겼다. 아이 방과 서재, 침실의 AV장 등 수납 가구는 대부분 몬타나 모듈을 사용했는데, 수납은 물론 공간에 컬러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가구는 심미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기능적으로 보증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해요. 저는 맞춤 가구는 최소화하고 디자이너와 협업한 브랜드 제품을 제안하는 편이에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랜 공력을 더해 만든 제품은 사용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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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을 챙겨야 진정한 고수! 손님용 화장실은 좁은 면적에 확실한 포인트를 주기 위해 기하학 패턴의 타일을 깔고 골드 오브제를 거울처럼 매치했다.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의 골드 조명등, 원형 오브제, 필립 스탁의 듀라빗 수전과 도기 등 해외에 하나하나 주문해 시공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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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과 다이닝 룸 사이에 벽을 설치해 두 공간을 분리했다. 대신 주방의 상부장을 과감히 없애 시각적으로 확장감을 주었다. 보조 주방은 면적이 작아 세탁실을 손님용 화장실 뒤편으로 분리. 살림하기 편한 동선을 먼저 챙겨 늘 정리 정돈이 잘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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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트 작품을 뽐내듯 전시하지 않아도 빛을 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아이들 공간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페인팅을 걸고 포근한 느낌의 소파를 약간 겹치게 매치했다. 이 밖에도 미술관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안타깝게도 요즘 집인지 갤러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화이트 큐브 공간이 많다!) 파인 아트와 프린트를 섞어 걸고, 가로로 붙이는 작업을 세로로 배열하거나 사이즈가 큰 액자는 바닥에 툭 두는 등 자유롭게 설치했다.



‘트렌드’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 것
“주방은 상부장을 떼어내고 아일랜드와 벽면 일부분을 대리석으로 마감했어요. 손님용 화장실 바닥은 기하학 패턴 타일을 시공했는데, 요즘 많이 사용하는 스페인 타일이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대리석 원판이에요.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의 골드 조명등, DK 3의 황동 펜던트 조명등 모두 지금은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지만, 그때만 해도 해외에 직접 주문해서 시공했어요.” 2~3년은 거뜬히 뛰어넘는 심미안 덕분일까?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입주한 지 2년이 지난 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이 집은 지금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꼽는 요소를 총망라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트렌드의 최전방에서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는 유행의 덧없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금속과 대리석은 몇 년 전부터 선풍적으로 인기를 얻은 마감 소재지만, 그만큼 쉽게 질리는 게 사실. 3년 가까이 질리지 않고 처음 그대로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트렌드를 적재적소에 절제해서 사용한 덕분이다. “보통 개조할 때는 전체 콘셉트를 잡은 후 가구를 선택해요. 공사하는 동안 해외에 가구를 주문하면 배송까지 짧게는 석 달, 길게는 반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죠. 저는 잡지나 전시 콘텐츠를 준비할 때처럼 집의 제목을 정하는데, 그 제목에 맞춰 공간의 톤앤매너, 스타일과 기능에 맞는 가구를 3D 이미지 맵으로 클라이언트와 공유해요.” 가구를 제안하고 가장 난감할 때는 막상 선택한 가구가 왔는데 어울리지 않을 때다. 인테리어는 패션이 아니기에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제품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처음에 소파, 침대, 라운지체어, 데이베드 다 제안하면 보통 예산에 맞춰 한두 제품 정도는 빼는데, 곧 후회하며 다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한 번에 다 구입하기보다 1차 세팅, 2차 세팅 나눠 제안할 때도 있어요. 처음부터 가구를 풀 세팅하기보다는 살면서 하나 둘 보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구에 대한 안목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 디자이너의 이름을 건 브랜드 제품부터 가구 디자이너가 만든 수제 가구, 디자인 거장의 아트 퍼니처까지… 다양한 정보에 노출된 시대일수록 전문가의 큐레이션이 중요할 터. 멋 부리지 않아도 멋이 나는 게 패션의 진정한 완성이라는 걸 공간 디자인으로 증명해 보인 강정선 실장. 무엇보다 시대도, 스타일도 다른 작가들의 좋은 작업을 알아본 집주인의 안목이 있었기에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으리라. 원래 컨템퍼러리 아트는 화이트 큐브보다 이런 집에서 만날 때 더욱 감동적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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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을 심플하게, 욕실을 호화롭게! 아트피스와 가구 컬렉션 외에 무채색 일색인 이 집에서 유일하게 호화로운 공간은 욕실이다. 욕실 끝에 자리한 오각형 욕조를 과감하게 털어내고, 벽 쪽으로 일자 욕조를 설치. 욕조 맞은편에 스크린 TV를 넣고 복도에 의자와 스툴을 두는 등 널찍한 욕실의 공간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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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와 잘 소통하려면 설득 이전 단계에 약간의 수업을 해야 한다. 첫 만남에는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파악하고, 두 번째 회의 때는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실제 참고할만한 책을 보여준다. 그 시간을 오래 투자할수록 뭐든 결정하기 쉽고, 또 결정에 후회도 없다.


Interview 스타일리스트 강정선

Q 스타일링할 때 늘 어렵다고 느끼는 점은?
진부한 장식을 피하며 서로 다른 요소를 섞어야 할 때.

Q 영감을 주는 것은?
디자이너 갈레리 파트리크 세갱Galerie Patrick Seguin, 디모레스튜디오Dimorestudio 등의 작업. 공업적 생산방식을 미술과 결합한, 반대로 공예적 태도를 현대 문물 또는 기능과 결합한 것. 도시로는 베를린, 디자이너로는 샤를로트 페리앙을 좋아하고, 손맛과 정신이 깃든 물건을 선호한다.

Q 좋은 디자인이란?
본질 없는 형식주의와 유미주의를 배제한, 명분 있는 디자인!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게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게 없을 때 완성되는 법이다.

Q 레노베이션 후 가장 뿌듯했을 때는?
층간 소음을 빼고는 아파트라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Q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공존하면서도 분리되는 집을 위한 공간 구성. 집을 고치는 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끝마치기 위해 서두르지 마라. 과정이 가장 즐거운 법이다. 또 원래의 고급 재료를 없애고 유행을 타는 장식품으로 채우지 마라.

Q 즐겨 보는 사이트는?
해외 디자이너 숍(shop.olivergustav.com/www.scp.co.kr), 갤러리 (www.nilufar.com/carpendtersworkshop-gallery.com) 등.


글 이지현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