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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175.20㎡ 아파트 공간을 디자인하면 생활이 바뀐다
작년 가을, 이사를 앞둔 아내 조선미 씨는 벽과 바닥만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디자인 가구와 소품으로 공간에 힘을 불어넣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겁이 났다. 평소 인테리어는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 데다, 홀로 175.20㎡(53평) 공간을 알차게 채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남편을 설득하고, 817디자인스페이스를 만나 공간 배치부터 함께 디자인하기로 결정했다.

ㄱ자 구조이던 주방을 오픈형으로 시원하게 리모델링했다. 냉장고와 가전제품이 들어가는 벽, 앞쪽 수납장은 모두 구로 철판으로 마감했다. 

대개 주상 복합 아파트는 평수보다 전용면적이 좁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강민석ㆍ조선미 부부의 집은 현관을 들어선 후 긴 복도를 지나면 생각보다 넓고 탁 트인 거실이 드러난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고층 아파트(무려 50층!)인 탓도 있지만, 서해 바다와 영종대교가 한눈에 펼쳐지는 풍광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창밖 풍경으로 시선이 집중되도록 집 천장을 최대한 높이고, 바닥과 벽의 마감재를 하나로 통일했다. 질감이 느껴지는 회색 타일은 바닥과 벽에 경계가 생기지 않도록 시공했더니 집 안이 넓게 확장돼 보인다. 거실의 중심에는 널찍한 테이블도 배치했다. 나무 패널 두 개를 이은 상판에 금속 다리를 붙여 벤치와 함께 구성한 것으로 이 집의 디자인과 시공을 맡은 817디자인스페이스에서 제작했다. 아침에는 부부와 16개월 된 아들 하준이의 식사 공간으로, 낮에는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하는 아내의 작업 공간으로, 주말에는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멀티 가구인 셈이다. “이 집에 이사 온 뒤로 주말마다 가족, 친구, 지인들을 불러 파티를 열었어요. 사실 음식 솜씨는 없지만, 집이 예쁘니 무조건 ‘오라’며 먼저 부르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아내 조선미 씨는 누구라도 거실 테이블에 앉아 새집을 감상한 이라면 부러워한다며 집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1 모노톤 드레스룸 옆 욕실은 대리석 결을 과장한 복합 타일로 마무리했다. 2 거실 TV 옆에 슬라이딩 도어를 제작해 드레스룸을 설치했다. 시스템 장은 문을 유리로 제작해 쇼케이스 느낌이 난다. 3 초록 식물과 향초를 담은 대리석 트레이를 구석구석 배치해 집의 감도를 높였다.

아들 하준이를 위해 아이 방에 집 속의 집을 연출했다. 박공지붕 모양 문과 창문, 현관등까지 설치해 디테일을 살렸다.
집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마음에 쏙 드는 집에 살면서 아내의 삶은 달라졌다. 재택근무를 하는 아내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 전에는 집을 누리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요즘은 거실 테이블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뒤적이고, 주방을 멀리하던 예전과 달리 오픈형 주방에 머무르며 서툰 칼질이지만 요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집의 디자인과 시공을 맡은 임규범 실장은 레노베이션이 때론 거주자 삶의 동선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집 구조를 변경하고 레노베이션할 때 거주자의 하루 일과를 먼저 시뮬레이션해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욕실에 가고, 다시 거실로 나와 아침 식사를 하고…. 삶의 동선을 제안하는, 결국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일이다 보니 신중해야지요.” 안방과 드레스룸, 욕실이 한데 밀집한 공간의 구조를 변경할 때 임 실장은 강민석ㆍ조선미 부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 TV가 걸린 벽 뒤쪽으로 작은 통로처럼 설계된 간이 파우더룸을 대폭 늘려 드레스룸으로 탈바꿈했다. 침실이 다소 좁아지더라도 공간을 쾌적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침실과 드레스룸 사이에 가벽을 세우고 구로 철판으로 마감했다. 서해 바다가 펼쳐지는 침실과 드레스룸 사이에 ‘입구’ 표식을 분명히 해두는 효과도 있지만, 가벽으로 침실 쪽 붙박이장 공간을 마련해 부족한 수납 문제를 해결했다. 가벽 하나로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 셈. 침실과 마주 보는 욕실 가구도 집에 사는 사람의 시선을 고려해 재배치했다.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양변기가 보이지 않도록 앞쪽에 욕조를 설치하고, 안쪽에 양변기와 샤워 부스를 설계했다. 또 대리석 느낌이 나는 복합 타일로 전체를 마감했는데, 어두운 톤의 드레스룸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 반전의 묘미가 있다.


그레이 톤 타일로 마감하고 스틸 소재를 사용한 거실이 자칫 차가워 보이지 않도록 레트로 스타일 나무 선반과 패브릭 소파, 선인장 오브제 등을 매치해 따뜻함을 살렸다.


1 현관 앞 복도는 갤러리처럼 꾸미고 싶다는 부부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적용한 공간. 2 창문 너머로 서해 바다가 펼쳐지는 침실. 블루와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커튼을 이중으로 달아 빛을 조절하도록 했다. 3 재택근무를 하는 아내가 사용하는 서재. 아내의 취향대로 은은한 핑크색 벽지와 디자인 소품, 일러스트 포스터로 꾸몄다.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는 가구
이 집을 이야기할 때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바로 아이 방이다. 아직 16개월이지만, 앞으로 뛰어다니고 책도 읽을 하준이를 생각하며 완성한 공간. 817디자인스페이스의 김혜진 팀장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내 조선미 씨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거실과 같은 방향으로 창이 나 있어 풍경이 좋은 아이 방에는 가구를 따로 들이지 않고 통째로 집 한 채를 선물했다. “제 경험상 아이가 기어 다닐 즈음에는 자신의 힘으로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계단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아이가 쉽게 오를 수 있는 계단 위로 마루를 만들고, 다락방 느낌을 더 하고자 실제 집처럼 박공지붕 모양의 문과 창도 냈지요.” 김혜진 팀장의 설명처럼 마루 패널로 마무리한 이곳은 아들 하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다. “하준이가 벌써 자기 공간에 대한 개념이 생겼다고 느껴요. 좋은 장난감이 있으면 자기 집에 가져다놓고, 놀이를 할 때에도 자기 공간을 찾더라고요”라는 것이 엄마의 생생한 후기다. 키를 잴 수 있는 눈금도 표시하고, 붙박이장 문에 자석 기능을 설치해 아이 방에 필요한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현관 앞 통로는 갤러리처럼 꾸미고 싶다”는 부부의 주문도 그대로 반영했다. 거실과 같은 타일로 군더더기 없이 마감하고 전신 거울은 벽 한쪽에 기댔으며, 그림도 달았다. 그리고 집 안 곳곳 2% 부족한 부분은 디자인 소품과 식물로 감도를 높였다. 아내 조선미 씨는 레노베이션한 집을 처음 마주한 지난 크리스마스이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상상 속에서 꿈꾸던 완벽한 공간, 앞으로의 삶도 이 집처럼 자기 마음에 쏙 들길 바란다는 바람과 함께. 

1 아이 방에 설치한 집 속의 집 내부. 나무 패널로 마감한 뒤 양옆에 선반을 달아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과 책을 수납했다. 2 박공지붕 모양 문을 나서면 아이의 놀이 공간 밖으로 키 재는 공간이 있다. 간단한 데코 스티커로 성장하는 아이를 보는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한 것. 

이 집의 감도를 높여주는 디자인 아이템
집주인의 취향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은 바로 가구와 소품이다. 이 집을 한층 세련되게 만들어주는 디자인 아이템을 모았다.


1 거스의 패브릭 소파 좌석 두 개와 연장할 수 있는 오토만 등 세 가지로 구성한 모듈 형태의 패브릭 소파는 덴스크(1800-1403)판매. 2 도나 윌슨의 패브릭 인형 인형마다 개성을 부여해 위트를 더한 손뜨개 인형은 디자이너 도나 윌슨 제품으로 에이치픽스 (070-4656-0175) 판매. 3 루이스 폴센의 PH 3 1/2 -3 디자이너 포울 헤닝센의 탄생 1백20주년을 기념해 한정 출시한 펜던트 조명등. 1950년대 이후 자재 공급의 어려움으로 생산을 중단했던 모델로, PH 조명등 마니아에게 인기가 높다. 몰테니앤씨(02-543-5093) 판매. 4 하우스닥터의 철제 바구니 작은 욕실용품을 수납하고 나무 트레이를 올리면 간이 테이블처럼 활용할 수 있는 철제 바구니는 에잇컬러스(070-8654-3637) 판매. 5 빌락의 장난감 자동차 클래식한 디자인의 장난감 자동차. 가죽 시트와 은색 메탈 운전대를 구성해 아이가 직접 운전할 수 있다. 루밍(02-599-0803) 판매. 6 OX 덴마크의 O 테이블 대리석 상판과 얇은 금속 다리를 분리할 수 있게 디자인한 소파 테이블은 덴스크(1800-1403) 판매. 7 바이 라센의 쿠부스 모겐스 라센이 1962년에 디자인한 조형적 디자인의 금속 캔들 홀더는 이노메싸(02-3463-7710) 판매. 8 앤트래디션의 인 비트윈 체어 초승달 모양의 등받이와 팔걸이 사이의 빈 공간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의자는 디자이너 새미 칼리오Sami Kallio가 나무 공예에 관한 전문 지식을 동원해 튼튼하면서도 가볍고 견고하게 디자인했다. 이노메싸(02-3463-7710) 판매. 9 핸드메이드 니트 선인장 아이가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니트로 만든 키 큰 선인장을 토분에 심었다. 817워크샵 (02-712-1723) 판매.  



디자인과 시공 817디자인스페이스(02-712-1723, www.817designspa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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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