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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보르 국립공원 경영인 장 도송빌 대표와 배병우 사진가 "샹보르 성에서 자연과 예술이 만났습니다"

샹보르 성은 중앙의 이중 나선형 계단을 중심으로 그리스의 십자가 모양으로 설계했다. 성의 3층 전체를 사용한 배병우 작가의 전시장 전경.
파리에서 두 시간, 블루아Blois라는 소도시에서 15km 떨어진 샹보르 국립공원은 샹보르 성과 숲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왕실 영지다. 유럽 최대 규모인 5500㎡에 달하는 거대한 숲이 32km의 담으로 둘러싸여 있어 오랫동안 궁금증을 자아내며, 프랑스인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명소로 손꼽힌다. 호수와 숲 사이에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비율로 건축한 샹보르 성은 건축 애호가이던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에 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프랑스로 초대해 성 중앙에 이중 나선형 계단을 설계하는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성 내부의 격자 아치 천장과 테라스, 첨탑과 굴뚝, 천창이 교차하는 환상적 모습의 지붕 또한 이 성의 자랑거리다. 프랑수아 1세 시대부터 왕실 사냥터로 사용한 숲은 워낙 규모가 거대한 데다 수많은 희귀 동식물이 서식해 일부만 시민에게 개방하고 성은 물론 숲 전체를 특별 관리한다. 1930년부터 국가 소유로 관리하는 샹보르 국립공원은 2010년부터 프랑스 귀족 가문의 후손이자 문화부 고문을 지낸 장 도송빌Jean d’Haussonville 대표에게 경영을 맡겼다. 자유로운 사상과 철학을 지닌 여성 지식인으로 유럽 살롱 문화의 기원이 된 마담 드 스타엘Madame de Staël의 후손이자, 화가 앵그르의 그 유명한 초상화 작품 속 부인의 후손이기도 한 그는 부임한 이후 2011년부터 역사적 명작인 샹보르 성에 예술적 의미를 더하는 문화 예술 행사를 개최해왔다. 프랑스 저명 작가와 시인의 낭독회,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과 미술 작품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마놀로 발데스, 필리프 코녜 등 많은 예술가가 이곳에서 전시를 열었다.

숲과 호수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샹보르 성의 모습은 수많은 첨탑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도시 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소규모 예술 작품 도록 출판사가 특별히 제작한 배병우 사진가의 전시 도록.
“샹보르 성이 아닌 숲을 예술가의 작품 소재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에서 배병우 작가와 식사하며 왕의 혼이 소나무를 타고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치 소나무가 인격화된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배병우 작가야말로 샹보르 숲의 신비로움을 가장 잘 표현할 것같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사냥은 생물을 죽게 하거나 살게 내버려두는 행위입니다. 담으로 둘러싸여 왕의 명이 행해지는 숲과 성에는 생명의 신화가 깃들어 있어 더욱 신비롭습니다.”

장 도송빌 대표의 초청으로 샹보르 성에 여러 차례 머물며 사진 작업을 한 배병우 작가는 샹보르 국립공원의 숲 관리사를 제외하고는 이 비밀스러운 숲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자유롭게 대면한 사람이다.

1 장 도송빌 대표. 
2 배병우 사진가. 한국의 지인과 음악 연주자들, 
유럽의 컬렉터, 유럽 각국에서 유학 중인 제자가 찾아와 그의 전시를 축하해주었다.

“예술가의 작업에 대한 샹보르 국립공원의 지원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숲을 다닐 수 있는 자동차와 성을 출입하는 비밀번호를 주고 2년 동안 언제든 제가 원할 때 사진 작업을 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지요. 세계 어느 나라에든 시민이 경외하는 숭고한 나무가 있습니다. 그런 나무는 스스로 후광을 발하지요. 저절로 정령이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종교화에서 성인을 표현할 때 머리 뒤에 빛을 그리는 것처럼 저는 그 기운을 담기 위해 자연 속 광선의 상황을 선택합니다.해 뜨기 한 시간 전, 뒤에서 빛을 받은 나무는 예수 또는 부처와 같은 성스러운 존재가 되지요.” 그 어떤 기술적 효과를 주지 않은 컬러사진임에도 빛을 선택하는 작가적 의도에 따라 흑백사진 또는 한 필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미니멀한 이미지로 숲과 나무를 사진에 담아낸 배병우 작가. 그는 마침 샹보르 숲의 사슴들이 연애하는 시기(번식기)라서 전시 기간에 예정한 관객과의 숲 산책은 취소한다며 호탕한 웃음을 웃었다. 자연에 대한 경외와 존중, 그것이 배병우 작가와 샹보르 국립공원이 이토록 잘 협력할 수 있게 만든 공통된 철학이다.

“성의 출입과 숲에 들어가는 것을 전폭적으로 믿고 지원한 건 배병우 작가가 처음입니다. 그동안 그와의 교류는 모든 게 원활했고, 그 결과도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배병우 작가 덕분에 앞으로 세계의 다른 작가에게도 이런 작업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 도송빌 대표의 설명처럼 샹보르 성은 이번 배병우 작가의 전시를 계기로 앞으로 다른 예술가에게도 이런 전폭적 예술 지원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불 수교 1백30주년을 맞은 해에 배병우 작가와 샹보르 성의 협력이 더욱 빛나는 까닭이다.

#샹보르성 #배병우 #장도송빌
글 김민정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