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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띠끄디자인 홍민영 대표의 복층 빌라 가구와 생활의 앙상블
남향으로 드는 오전 11시의 햇살이 거실에 한가로이 떨어진다. 함께 산 지 10년이 훌쩍 넘은 반려견 엘티가 발톱 소리를 내며 빛 사이를 뛰어다닌다. 집과 추억, 가족의 행복은 비례한다고 믿는 아띠끄디자인 홍민영 대표. 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집을 가꾸는 과정 자체를 삶의 즐거움으로 여기는 그의 스위트 홈을 찾았다.

1 오렌지와 그레이 컬러가 모던한 조화를 이루는 서랍장은 이탈리아 브랜드 제네뜨 제품으로 스트라이프 러그와 함께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2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거울을 오브제로 사용해 개성을 더했다. 장식 효과를 위해 거울로 마감한 콘솔을 두고 거울 두 개를 나란히 붙여 작품처럼 연출했다.

드라마 <상속자들> <괜찮아, 사랑이야>의 인테리어를 눈여겨봤다면 아띠끄디자인이라는 이름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재벌가 상속자의 세미 클래식 가구는 방송국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고, 노란색ㆍ파란색ㆍ검은색 가구와 기하학무늬가 눈에 띄는 소설가의 방은 ‘강박’이라는 코드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트렌디한 인테리어 요소로 회자되었다.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드라마 속 인테리어의 숨은 조력자는 바로세트 디자인에 참여한 아띠끄디자인 홍민영 대표. 우연한 기회에 방송 작가의 집을 고치면서 인테리어&세트디자이너로 활동하다 국내에 로렌 by 랄프 로렌 가구를 소개하는 가구 편집매장 주인으로 영역을 넓힌 그가 지난여름 여의도 아파트에서 서래마을 빌라로 이사할 거라는 계획을 전했다. 미국 출장과 드라마 세트 가구제작, 오래된 단골 고객의 레노베이션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두 계절 동안 짬짬이 고친 집. 새로 입주하는 빌라였기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더할지 선택하는 과정이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인테리어 잡지 보는 걸 더 좋아했어요. 교육열 높은 세아이의 엄마로 바쁘게 살면서도 집을 꾸미는 일은 소홀히 하지 않았죠. 생각해보면 집을 꾸미는 일이 완벽한 엄마가 되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공간에 대한 생각과 물건들이 지금 이 집의 모습이죠.”그의 집은 총 여섯 가구가 사는 고급빌라다. 그중 두 가구는 복층으로 구성되었는데 1~2층 복층 구조는 마당을, 3~4층 복층 구조는 두 개의 테라스 정원을 즐길 수 있다. 미국 보스턴에 살 때 지내던 마당 있는 집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홍민영 대표는 이 집을 계약하기 전 분당 근처의 타운 하우스를 알아봤단다. 거실 밖으로 펼쳐지는 덱과 마당이 마음에 들었지만 즐거움도 잠시, 산 모기에 물려 한참을 고생한 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1 복층 빌라의 장점은 테라스 정원을 즐길 수 있다는 것. 테라스로 연결되는 위층 작은 거실의 하늘색 소파는 랄프 로렌 벨벳 원단으로 제작한 것. 둥근 니트 짜임 카펠 러그가 공간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2 프렌치 헤리티지의 꽃무늬 콘솔과 꽃 그림, 꽃 장식으로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공간을 연출했다. 
3 욕실 한편의 꽃 장식. 홍민영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 거시적 디자인은 물론 가구 배치, 꽃꽂이 같은 세세한 장식까지 신경 쓴다. 

과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진짜 고수
주택은 무리라 판단한 그와 가족은 한때 살던 서래마을의 복층 빌라를 선택했다. 널찍한 구조는 주택 못지않은 탁 트인 공간감을 선사하고 하늘을 마주하는 테라스는 가을과 겨울, 봄의 다채로운 풍경을 전해주니 주택의 장점과 공동 주거의 장점을 모두 담았다고 판단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부엌, 다이닝룸, 거실이 길게 쭉 펼쳐진 구조. 다용도실을 없앤 뒤 그 자리에 주방싱크대를 두고 아일랜드 식탁을 병렬로 배치하니 요리를 하면서도 거실 통창 너머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1~2층을 복층으로 사용하는 아랫집에서 마당에 대나무를 심었는데, 키가 훌쩍 커 식탁에 앉아서 푸른 대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관에서 복도를 지나 왼쪽은 거실, 오른쪽은 다이닝룸으로 나뉘니 손님이 와도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눈다. 식탁과 의자는 프랑스의 프렌치 헤리티지 제품, 소파 형식의 그린 톤 다이닝 체어는 히커리Hickory 제품으로 모던과 프렌치 스타일이 믹스 매치되어 더욱 멋스럽다. 그와 가족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공간은 위층 테라스 정원. 정원을 매일, 자주 즐기기 위해 위층 복도에 전면 수납장과 싱크대를 설치한 아이디어 역시 실용적이다.

어떤 공간을 보고 왜 이렇게 지루한 호텔 로비처럼 느껴질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그건 분명 한 가지 스타일로 통일한 인테리어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절제의 미학을 신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양한 색깔과 재질, 스타일을 적절하게 혼합한 가구로 꾸민 공간이 더 개성 있게 느껴지게 마련. 기능적으로 훌륭한 집에서 한발더 나아가 집이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려면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하다.

4 부엌, 다이닝룸, 거실이 일자로 펼쳐진 구조가 인상적이다. 
5 딸 이윤경 실장의 방. 역시 길쭉한 구조로 책상을 가운데 두고 침실과 라운지 공간으로 나누었다. 
6 현관에 들어서면 2층 계단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도가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게 꾸밀 필요는 없어요. 과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진짜 고수죠. 저는 화려한 커팅의 거울, 크리스털 샹들리에, 표범 무늬 침장 등을 곧잘 활용하지만 색상 조절만큼은 적절히 제한을 둬요. 번쩍거리는 거울이나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러운 패브릭을 정제된 느낌의 집에 장식하면 한결 우아하고 안목 높은 선택이 되지요.”블랙에 가까운 어두운색의 원목 마루를 고르고 천장은 화이트로 칠해 전체적으로 콘트라스트를 살렸다면, 뉴트럴 톤 벽지로 시공해 공간에 차분함을 더한다. 방을 마감하는 데 사용한 벽지는 같은 색으로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톤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블루 톤이 섞인 베이지색 벽지를 사용한 방은 보라색 패브릭으로, 노란 기가 도는 벽지를 사용한 방은 오렌지색 패브릭으로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컬러는 모험이에요. 초창기에는 전체적으로 컬러를 썼다면 지금은 바탕을 베이식하게, 가구와 소품으로 컬러 포인트를 주곤 하죠. 침장도 화이트를 기본으로 블랭킷이나 부분 커버 등으로 컬러 악센트를 더해요.”

요즘은 노출 욕조가 유행. 유리 파티션으로 욕실 공간을 구분했다.
2 침실이 두 개 있는 위층은 미국 유학 중인 아들 방과 작은 테라스 정원이 연결된 구조다. 침장과 카펫, 커튼은 모두 아띠끄디자인에서 자체 제작. 원단은 랄프 로렌, 지오데코, 미국에서 조금씩 수입해 사용한다.
3 벽을 장식한 스케이트보드 스피커는 포트리반 제품으로 미국에서 구입했다. 책상은 로렌 by 랄프 로렌 제품.

화장 다 하고 립스틱을 빼먹을 수 있나요?
그가 공간 스타일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템은 러그다. 러그를 깔지 않으면 마치 풀 메이크업을 하고도 립스틱을 바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러그를 깔면가구가 돋보이는 것은 물론 공간이 전체적으로 안온해진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할 때 생각만큼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지 못해 늘 안타까웠단다. 보스턴에 살 때는 러그만 찾으러 다닌 적도 있다. 그래서 찾은 브랜드가 바로 미국의 카펠Capel 러그다.

“보스턴에 살 때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하버드 대학에 있는 서점에서 책 보는 게 일이었어요. 인테리어 관련 서적도 많았는데, 가구를 디스플레이하려면 바닥에 까는 러그부터 조명등까지 소품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죠. 노스캐롤라이나 쇼 등 가구 박람회와 포트리반 같은 가구 매장, 빈티지 숍을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소품을 샀어요. 딸 윤경이가 미국에 와서 소품을 모아놓은 걸 보고 편집매장을 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죠. 그리고 2012년에 아띠끄디자인을 오픈하고 가구 사업에 뛰어들었죠.”

엄마의 감각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둘째 딸 윤경 씨는 현재 아띠끄디자인을 운영하는 주역이다. 위층 윤경 씨 방은 다소 강한 듯한 호피 무늬 침장과 그라피티가 돋보이는 파티션 등 그야말로 젊은 감각이 통통 튀는 공간. 장 위에 작은 함을 올린 것 같은 디자인의 장식장 위에 피겨를 조르르 둔 연출이 재미있다. 특히 이 장은 홍민영 대표가 20년도 넘게 쓰던 앤티크 장을 베이지색으로 다시 도장해 윤경 씨에게 물려준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안방의 액자를 올려둔 콘솔도 20년 전에 산 책상을 새로 도장한 것이다.

사실 집을 직접 보기 전까진 ‘가구 편집매장 오너가 사는 집이니 가구 세팅이 잘돼 있겠지’ 하는 짐작이 앞섰다. 집에 들어섰을 때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도 당연히 다양한 가구다. 하지만 집을 둘러볼수록 홍민영 대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취향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맛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의 말이 따끔하게 가슴에 꽂힌다. “재건축 때문에 잠깐 이주해 산 적이 있어요. 그래도 집 인테리어는 포기할 수 없었죠. 꼭 큰돈을 들인 건 아니에요. 패브릭을 바꾼다거나, 가구 배치를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집은 사는 재미가 느껴지는 살아 있는 공간이 되죠. 서너 명의 가족이 하루 24시간 집에서촘촘히 누리는 일상을 할부로 나눠보세요.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이야기가 쌓인다고 생각하면 돈이 아깝지 않죠. 집을 가꾸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소비입니다.” 

아띠끄디자인(02-3443-8170) 홍민영 대표이윤경 실장. 집에서는 취향을 나누고 직장에서는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자매 같은 사이로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공간의 완성은 머무는 이의 취향과 감각이라 믿는 홍민영 대표는 지난가을 이사한 뒤에도 가구와 패브릭, 소품까지 꼼꼼히 구성해 지금의 집을 완성했다.

4 딸 윤경 씨 방의 라운지 공간. 화려한 골드 프레임 거울은 프렌치 헤리티지, 파티션은 노스캐롤라이나 쇼에서 마음에 들어 구입한 것.
5 홍민영 대표가 쓰던 장을 새로 도장해 딸 윤경 씨가 사용한다. 낡아서 칙칙해 보이는 가구가 있다면 이처럼 페인트 한 통으로 간단히 변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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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