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각적인 셀프 인테리어의 바른 예 북유럽과 빈티지 감성이 공존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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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 묻은 물건을 좋아하는 빈티지 마니아 김효진ㆍ최희용 씨 부부. 말간 북유럽 인테리어를 캔버스 삼아 오래된 빈티지 소품과 알록달록 에너지 넘치는 아이 물건이 공존하는, 언제 봐도 질리지 않을 아파트를 발견했다.
김효진・최희용 씨 부부와 아들 정안이. 거실 소파 옆에는 아이 가구를 맞춤 제작해 나란히 배치했다. 장난감이 인테리어 소품이 되고, 부부의 컬렉션이 감성 놀이 도구로 변하는 이 집은 어른과 아이가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안이 방에서 거실로 향하는 복도. 밋밋한 나무 바닥재 위에 확실한 포인트가 되는 그래픽 패턴의 파펠리나 러그.
1 정안이 놀이 방. 익스텐션이 가능한 이케아 철제 침대 위에 쿠션을 가득 올려 소파로 사용한다.
2 동물 오브제를 좋아하는 부부가 미국 출장 중 발견했다는 사슴 램프. 낮엔 빈티지 오브제로, 밤엔 무드 등으로 사용하는 인테리어 애장품이다.
3 네오클래식 스타일의 수납장 역시 이케아에서 구입. 공간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톤&매너, 합리적 가격과 디자인 모두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4 화이트 스트링 시스템과 가리모쿠 소파를 배치해 감각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빈티지 무드를 연출한 부부 서재.
아이 손이 닿는 곳에 장난감이나 책을 연령에 맞춰 교체해줄 수 있어 실용적이라는 스트링 시스템.
부부 침실에서 거실을 바라본 모습. 세련되고 정돈된 인테리어를 위해 어떤 공간이든 톤&매너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거실 소파 외에 주방 아일랜드 옆에 소파를 하나 더 놓아 거실과 주방의 경계가 허물어진, 편안한 라운지를 마련했다.
배경을 비운 자리에 컬러 소품을 채우다
레노베이션은 꼭 전문가 손을 빌려야 완성도가 높아질까?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것만으론 그럴싸한 공간을 직접 연출해볼 수 없는걸까? 집을 고치고 싶거나 이사를 결심할 때 누구나 한 번쯤 해봄직한 이 생각에 답은 대부분 ‘…’일 것이다. 비용을 아끼려고 셀프 인테리어를 한 공간에 가보면 너무 휑하거나 스타일이 통일되지 않아 산만한 경우를 볼 수 있으니. 6개월 전 금호동에 148.5㎡(45평)의 아파트를 장만하며 공간의 과감한 변신을 꿈꾸게 됐다는 김효진・최희용 씨 부부. 결혼 전엔 모든 관심이 패션에만 집중되었다면, 결혼 후엔 아이를 낳고 살며 집이 주는 행복감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했다고 얘기한다. 늘 동경하던 북유럽 스타일로 집을 꾸미고 싶었고, 다년간 모은 빈티지 컬렉션을 가치 있게 장식하고픈 욕심도 있었다. 넓은 공간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계획만 잘 세운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이 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현관을 중심으로 양쪽 복도를 따라 방이 분리된 구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부부와 아이 공간이 자연스럽게 나뉘어 각 방마다 스타일을 유지하기 한결 편할 것 같았고, 채광 좋고 군더더기 없이 탁 트인 거실과 주방 역시 활용도 높게 사용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또한 김효진 씨는 외국 잡지에 나온것 같은 완성도 높은 집을 만들고 싶었다. 심플한 디자인을 베이스 삼아 모듈로 기능성을 높이고, 의외의 컬러감이 조합된 새하얗고 알록달록한 집. 족히 수만 장이 넘는 북유럽 인테리어 사진을 검색하고 저장하며 원하는 스타일로 꾸민 사례를 모아보니 그 나름대로 인테리어 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에 맞춰 바탕을 바꾸는 작업부터 셀프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했다.
이사했을 당시 이 집은 싱크대 문짝과 거실 월 데코, 몰딩과 창틀까지 올드한 느낌의 체리목 시트지로 마감된 상태였다. 집 전체를 화이트로 통일하는 베이스 작업의 중요성을 알기에 시트지와 도배지를 먼저 바꾸기로 결정, 집의 중심부인 주방의 싱크대 문짝을 블루 컬러로 바꿔 포인트를 주었다. 북유럽 인테리어를 공부하며 귀동냥한 ‘여러 컬러를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원칙을 몇 번이나 가슴에 새기며, 벽면 일부에 웜 컬러 도배지를 발라 좀 더 따스한 느낌이 나도록 큰 틀을 완성했다.
1 아이를 키우며 ‘정말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만들게 됐다는 김효진 씨. 색색의 스카프나 그림 놀이 때 입는 슈트, 물놀이 가방 등 정안이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다.
2 부부 침실은 다른 공간과 달리 클래식하고 앤티크한 느낌이 들도록 꾸몄다. 소품 하나하나에 구입한 장소나, 추억 같은 스토리가 담긴 빈티지 컬렉션들.
3 색이 예쁜 아이 신발, 드로잉이 멋진 하드커버 서적, 잔잔한 패턴이 그려진 엽서 하나도 배치 방법에 따라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한 칩 시크 스타일
현재 패션 빈티지 숍을 운영 중인 부부는 1년에 몇 번씩 해외 출장을 떠난다. 국내에서 발견하기 힘든 유니크한 아이템이나 오직 하나뿐인 빈티지 제품들은 다년간 모아온 것으로 이 집만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이사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구입한 소품만 모아도 작은 방 하나는 거뜬히 채울 만큼 소품 쇼핑에 열을 올린 것도 사실. 국내 북유럽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숍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 찾아냈다는 해외 온라인 숍, 스칸디나비안디자인센터 (www.scandinaviandesigncenter.com)는 다양한 북유럽 인테리어 브랜드를 현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곳이라고. 정한 예산에 맞춰 공간을 연출하고자 소파나 식탁처럼 큰 물건은 주로 이케아, 가리모쿠 제품을 구입했다. 아직 아이가 어려 비싼 가구를 사도 오래 쓰지 못할 것 같았고, 단순하고 깔끔한 이케아 제품은 북유럽 인테리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제품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집은 거실의 소파 배치가 독특하다. 이케아의 2인용 소파를 ㄱ자로 꺾어두고, 거실과 주방 사이에 가리모쿠 소파를 두어 라운지처럼 연출했다. 또한 올 초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갔다 마음을 뺏겨 버렸다는 스트링 선반장 시스템은 거실과 아이 방, 서재까지 차례 차례 설치할 정도로 쓸수록 만족하는 수납 가구다.
“세 곳이나 되는 공간에 설치하자니 가격 부담이 컸어요. 그래도 오래도록 손때 묻을 때까지 쓸 생각으로 야심 차게 구입했죠. 아이 눈높이에 맞춘 선반 위에는 때마다 장난감이나 책을 바꿔줘요. 거실은 아래쪽 두 칸만 빼고 저와 남편이 컬렉션한 소품을 올려두고요. 선반 위치를 쉽게 옮길 수 있으니 아이 키우는 집에 이만한 실용적인 수납 가구가 또 있을까 싶어요.”
부부에겐 30개월 된 아들 정안이가 있다. 지칠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며, 주변에서 자주 하는 질문은 “어떻게 애가 있는 집에서 인테리어를 유지하느냐?”는 것. 이사하며 부부가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 드레스룸이다. 대신 아이의 놀이 방을 따로 마련해 장난감이나 책 같은 짐은 모두 그곳에 넣어둔다. “아이가 있는 집에 가보면 안방, 거실 할 것 없이 온통 아이 짐으로 넘쳐나잖아요. 부모에게도 라이프스타일이 있는데, 아이가 클 때까지 포기한 채 살고 싶진 않더라고요. 놀이 방이 있으니 확실히 집 안 정돈이 수월하고요. 고맙게도 정안이가 벽지나 바닥 같은 곳에 낙서하는 일도 없고, 엄마가 소중히 여기는 소품들을 험하게 다루지 않아 가능한 일이죠.” 이 집 인테리어의 꽃이라 할 정안이의 놀이 방은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소파로 사용하는 철제 침대 위에 놓인 색색의 니트 쿠션부터 스트링을 빼곡히 채운 빈티지 아이템과 정안이 장난감들, 아이를 키우며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만들게 됐다는 엄마표 소품까지…. 지난 6개월 동안 가구와 소품을 이리저리 수십 번 옮기고 재배치하며 지금의 모습을 완성한 김효진 씨 가족의 셀프 인테리어.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부부는 소소하고 재미있는 공간 변화를 위해 오늘도 예쁜 포스터를 찾고, 마음에 드는 공간 사진을 차곡차곡 스크랩한다.#꾸민집 #아파트 #40평 #거실 #방/침실 #아이방 #기타 #셀프글 이은경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