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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20살 주택, 다시 태어나다 브라가의 삼총사, 그 첫 번째 집
2016 아메리칸 아키텍처 프라이즈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집이 있다. 포르투갈 북부 브라가의 구시가지에 있는 한 박공지붕 집이다. 이 집은 독특하게도 크기와 형태, 구조가 똑같은 세 집이 나란히 붙어 있어 이들을 일명 ‘삼총사’라 부른다. 19세기 말에 지어 1백20년 세월을 함께해온 세 집. 그중 첫 번째 집이 새 단장을 마쳤다.

포르투갈 북부 브라가의 구도심에 나란히 자리한 삼총사 집. 1800년대 말에 지어져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가장 왼쪽 집이 레노베이션을 마쳤다. 처음 지을 당시의 건축양식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계단에서 바라본 2층과 3층 모습.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집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도록 벽이나 패널,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제거했다. 검정 테이블과 조명등을 배치한 2층은 갤러리 같은 느낌이 나고, 박공지붕을 그대로 천장으로 사용한 침실은 다락방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포르투갈 북부 브라가 주의 주도인 브라가Braga. 이곳은 오랜 시간 역사에 등장해온 종교도시다. 3세기 말에는 로마제국의 속주인 가라에키아의 수도였고, 12세기 초부터 18세기 말까지 대주교령에 속했다. 종교도시답게 구도심에는 당대에 지은 성과 성벽, 봉 제주스 성당을 비롯해 크고 작은 성당 70여 개가 오밀조밀 모여 있다. 삼총사라 부르는 이 세 집도 구도심에 있다. 옛 성벽과 나란히 위치한 세 집은 1800년대 후반에 지어 당대의 건축양식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 브라질 산악 지대의 목조 주택에서 발견되는 요소도 찾을 수 있다(당시 포르투갈은 브라질을 통치했고, 그곳에서 부를 축적한 포르투갈인이 이 건축물을 지었다고 알려졌다). 1백20여 년 가까이 함께 세월을 견뎌온 세 집. 그중 첫 번째 집이 젊은 건축가 티아구 두 발르Tiago do Vale에 의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문을 열었다.

필지의 단 차이로 정문에서 보면 2층이지만 후문으로 들어오면 1층인 주방과 거실. 요즘 말로 하자면 협소 주택이어서 꼭 필요한 가구 한두 개만 배치해 개방적으로 꾸몄다. 빛을 반사하는 흰 벽과 천장, 자연광을 고스란히 투영하는 유리 벽과 가구 등으로 공간이 한층 밝고 화사하게 느껴진다. 
옛 건축에 현재의 삶을 담다
“이 건축물의 아이덴티티는 1백 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잊혀갔습니다. 처음에 지었을 때의 아름다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오래된 건축물로 남았죠. 남은 두 집의 파사드를 보면 꽤 오랜 시간 방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수십, 수백 년 된 건축물을 재생하는 작업에 몰두해온 건축가 티아구 두 발르. 그는 기존 건축물을 재생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건축 자재를 재사용하기 때문) 세월이 준 아름다움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대적 유산으로서 옛 건축물을 보존하는 일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는 작업이라고 그는 말한다.

후문에서 바라본 2층 전경. 화이트 컬러는 공간이 넓고 단정해 보이는 절대 불변의 색상이지만, 거기에만 의존한다면 자칫 단조로워 보이기 십상이다. 이럴 땐 소재를 달리해보자. 대리석으로 마감한 아일랜드 조리대, 유광과 무광의 화이트 패널, 입체적 형태를 취해 빛의 오묘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펜던트 조명등을 매치하니 공간이 더욱 깊고 풍성해 보인다. 
이 집 역시 옛 모습은 살리면서도 내부는 생활하기 편리한 공간으로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화려했던 스테인드글라스 아트는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형태만 살렸고, 1800년대의 건축양식을 담은 박공지붕의 차양 헤드 박스는 21세기식으로 모던하게 표현했다. 이처럼 그는 현대의 소재와 최신 기술을 이용해 고전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상큼한 민트 컬러를 입은 파사드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면서도 도시 풍경을 아름답게 해주는 요소로 새롭게 탄생했다. 벽에 금이 가고 얼룩진 다른 두 건물과는 대조적이다. 언뜻 보면 처음 지었을 때의 모습과 한 세기가 넘게 흐른 뒤의 모습이 오버랩된 듯하다.

드레스룸에서 바라본 침실. 드레스룸은 벽과 천장, 서까래, 옷장까지 온통 원목 합판으로 제작해 마치 다른 공간에 온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는 내부 공간을 자신의 오피스와 집으로 꾸몄다. 본래 건물은 작은 방들이 밀집해 있었는데, 벽을 없앤 뒤 스튜디오형 공간에 가구를 배치해 다양한 역할을 부여했다. 독특하게도 이 건물은 정문이 있는 서쪽 필지와 후문이 있는 동쪽 필지의 단 차이가 2.5m 정도 나는데, 정문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1층 공간을 오피스로 꾸미고 뒷마당에서 접근하기 쉬운 2층을 주방과 거실, 3층을 침실과 드레스룸&욕실로 만들었다.

 가구를 적게 들이면 들일수록 하나를 고르더라도 디자인적 임팩트가 강한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올 화이트 인테리어에 반전의 아름다움을 꾀한 블랙 컬러의 조명등과 테이블. 특히 버려진 문을 활용해 만든 매트한 블랙 테이블이 공간에 위트를 더한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으로 통일하면서도 소재를 달리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가령 1층은 벽에 매트하게 페인트칠을 하고, 바닥에는 아름다운 마블링의 에스트레모스 대리석을 깔아 은은한 대비감을 주었으며, 2층은 벽과 가구를 모두 화이트 컬러로 통일하되 입체적 디자인의 펜던트 조명등을 걸고, 검은 테이블을 매치해 포인트를 주었다. 뾰족한 박공지붕을 천장으로 인 3층은 이 집에서 가장 좁지만 낭만적인 공간. 다락방처럼 아늑한 침실이 있고, 계단 반대편으로 욕실과 드레스룸이 있다.

지난 세월이 쌓인 고벽돌과 민트 컬러의 이색 조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목 합판의 따스함으로 채운 드레스룸. 
드레스룸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화이트를 사용하지 않은 곳. 천장과 벽, 바닥, 옷장까지 모두 원목 패널로 제작해 마치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편안함을 준다.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상층부의 부드러운 햇빛과 조명등 불빛이 아래층까지 비출 수 있도록 층계참을 넉넉히 두고, 코너 부분을 기하학 구조로 넓게 디자인했다. 또 벽 대신 유리 파티션을 세워 빛이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도록 했다. 빛이야말로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는 최고의 요소가 아닌가! 동향과 서향으로 창을 내 오전의 상쾌한 햇살과 오후의 나른한 햇볕을 번갈아 즐길 수 있는 곳. 정원에 누가 언제 심었는지 모르는 오렌지나무 한 그루가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겨울이면 가득 열린 오렌지 열매로 달콤한 쇼를 보여줄 이 집은 앞으로도 1백20년은 너끈히 새로운 이야기를 쌓아갈 것이다.

디자인과 시공 티아구 두 발르 아키텍츠(www. tiagodov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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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새미 기자 사진 조아우 모르가두Joao Morgado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