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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층에 사는 즐거움_사례3 아이들 뛰놀며 주택처럼 사는 복층 아파트
파워레인저 급 에너지로 하루를 사는 두 아들을 위해 줄곧 아파트 1층에서 살던 간영주ㆍ이수진 씨 부부는 올여름 최상층의 복층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10평의 다락방과 15평의 옥상 테라스가 안겨주는 특별한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간영주・이수진 씨 부부와 아들 도현, 도윤 그리고 애견 또치. 높은 천장고와 뚫린 구조 때문에 생기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실과 다락방 사이에 새시를 시공했다.


친구 놈들과 작당해 다락방 안에 기어 들어가면 배시시 분 바른 ‘그녀’가 우릴 맞았다. 제사상에 귀하게 올리는 무지개 젤리가 설탕 분을 바른 채 색시처럼 앉아 있고, 그걸 바라보는 애 녀석들 얼굴에선 누런 콧물, 묽은 침이 들락날락했다. 손가락까지 쪽 핥으면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던 상냥한 맛, 그 맛을 닮은 아이들의 오후가 다락방 안에 숨어 있었다. 이 집 아들 도현(11), 도윤(9)이 자라 되돌아보는 ‘다락방 라이프’도 그렇게 다디달 것이다. 마냥 뒹굴거리던 방, 온 바닥에 장난감을 늘어놓고 꼼지락거려도 얼른 치우라며 엄마가 꾸지람하지 않던 곳, 친구 녀석들과 빈둥빈둥 놀다 설핏 잠이 들어도 그만인 소년들만의 공간. 빛살의 미세한 흐름에도 먼지가 푸들푸들 떨리던 다락방의 나른한 오후를 이들은 오래 기억할 것이다.


1 캠핑광이던 이 가족은 옥상 테라스에 텐트를 치고 인도어 캠핑In-door camping도 즐길 계획이다. 2 높은 천장고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3차원적 샹들리에를 설치했다.

“복층형 아파트를 선택할 때 유심히 살펴야 할 것들이 있어요. 다락방에 단열과 난방 시공이 되어 있지 않아 겨울이면 창고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럴 땐 다락방 공간에만 온돌 패널 시공을 할 수 있죠. 또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이 가파르거나, 천장에서 간이로 내리는 사다리 형태인 경우도 종종 있어요. 다락방 공간의 쓰임을 확실히 염두에 두지 않으면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받거나 구입한 복층 집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니 유의하세요.” _ 디자이너 박지현 씨


소년들의 다락방 라이프, 엄마 아빠의 가든 라이프
“쿵쾅쿵쾅 뛰어다녀도 층간 소음 때문에 아래층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집, 친구들 데려와 맘껏 뒹굴 수 있는 집, 그러다 진력나면 마당으로 나가 해바라기할 수 있는 집, 그런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줄곧 아파트 1층에서만 살았죠. 영국에서 오래 살아 전원주택에 로망이 있는 저와 공동주택의 장점을 바라는 아내가 ‘그다음 집’으로 택한 절충안이 바로 덱deck이 딸린 옥상 집이었어요. 아이들도 다락방이 있는 이 복층형 아파트를 보고 ‘우아, 좋다!’라며 화답해주었고요.” 간영주ㆍ이수진 씨 부부가 아파트 1층 대신 택한 꼭대기층의 복층형 아파트는 온 가족의 바람에 마침맞았다. 천장고가 어른 키에 좀 못 미치는 나지막한 다락방은 아이들에겐 오히려 ‘숨어 있기 좋은 방’이었고, 어른들에겐 두 아이가 뛰어다녀도 아랫집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장소였다. 옥상 테라스는 손님 초대를 즐기는 이 가족에게 가든파티보다 운치 있는 테라스 파티를 열어줄 또 다른 ‘마당’이 될 게 분명했다. “복층형 아파트 중에도 테라스나 정원이 있다고는 하나 매우 협소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우리 가족이 이 집을 보고 한눈에 반한 건 다른 아파트에 비해 넓은 옥상 테라스 때문이죠. 15평 정도 되는데 이 정도면 일반 택지 지구의 단독주택에서 볼 수 있는 정원 규모일 거예요.” 이렇게 뼈대는 안성맞춤으로 준비했으니, 그 안을 보기 좋고 쓸모 있는 살들로 채워줄 디자이너를 물색할 차례.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던 그들은 달앤스타일의 박지현 실장을 찾아냈고, “맘껏, 알아서, 잘 고쳐주세요”라고 무한한 신뢰 한마디로 ‘집 고치기’를 일임했다.


1 아이들 침실은 내부 새시의 한쪽 부분을 없애고 발코니 쪽으로 가벽을 세워 알코브 형식의 침대 공간을 만들었다. 2 도현, 도윤만의 놀이 공간인 다락방. 천창 아래엔 가벽을 세워 잡동사니를 수납할 수 있는 작은 창고를 마련했다.3 침실과 발코니 바 사이에도 폴딩 도어를 시공해 개방감과 분리감을 함께 노렸다. 


1 아이들 공부방도 내부 새시의 한쪽 부분을 없애고 벤치크기만큼 베란다 쪽으로 가벽을 만들어 테이블 공간을 넓게 확보했다. 2 스틸 다리에 과일나무 상판을 얹은 식탁과 수납 기능도 함께하는 벤치.



디자이너는 가장 먼저 집의 중심인 거실을 튼실한 뼈대와 근육으로 채웠다. “5m 가까이 되는 복층형 아파트의 천장고를 십분 살리고 싶었어요. 복층형 아파트는 이 천장고 덕분에 시야가 확 트여 집이 훨씬 넓어 보이는 장점이 있죠. 게다가 박공형 사선 천장 덕분에 경쾌함도 느껴지고요. 아파트지만 주택에 사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3차원적 펜던트 조명등을 달아 천장으로 시선을 유도하고, 라이트 박스 둘레에 간접조명을 넣었어요. 도배 대신 진주 가루를 섞은 페인트를 칠해 밤에 조명을 받으면 은하수가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고요. 그렇게 한없이 올려다보고 싶은 천장, 그것이 이 집의 첫 번째 매력이 됐어요.”주부 디자이너인 박지현 실장은 살림꾼다운 면모도 발휘했다. 높은 천장고, 거실과 다락방 공간의 뻥 뚫린 구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실과 다락방 사이에 새시를 달았다. 또 거실 베란다 부분은 확장 공사를 하는 대신 폴딩 도어를 달아 겨울에는 보온에 힘 쓰고, 여름에는 개방감과 통풍 효과를 맘껏 얻을 수 있게 했다.

아이들만의 공간인 다락방은 벽과 바닥을 따뜻한 컬러의 벽지와 마루로 마감했다. 천창 아랫부분에 가벽을 세워 창고도 하나 만들었다. 이 공간은 아이들과 함께 뒹구는 잡동사니들을 일시에 숨기는 장소로 그만이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다락방을 다른 용도로 바꿀 생각이에요. 집 안에 ‘신나는 도서관’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빈백 소파나 카우치 소파에 앉아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보드게임 같은 것도 할 수 있는 그런 공 간이요. 물론 공부는 자기 방에서 집중해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이곳에서 공부 따윈 잠시 잊어도 괜찮아요.” 아파트 꼭대기층이어서 덤으로 얻은 전용 테라스에는 원래 파란 잔디가 요처럼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잔디는 관리하는 것도 여의치 않고 ‘관상용’으로 그칠 것 같았다. 디자이너는 잔디를 모두 걷어낸 후 그 자리에 방 부목으로 덱을 깔고 정원처럼 나무 울타리를 둘렀다. 그렇게 만든 테라스 가든에서 이 가족은 때때로 바비큐 파티를 열고, 밤의 달큼한 냄새에 취해 별을 바라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다락방에서 놀다 싫증 나면 바로 지붕으로 올라가 공기놀이를 하며 그들만의 오후를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봄이 되면 울타리 뒤쪽에 텃밭 상자를 놓아 계절 작물을 키울 계획이다.


1 이 형제처럼 도시 한복판에서 아파트 지붕을 전용 놀이터 삼아 망중한을 즐기는 아이는 드물 듯하다. 2 원래 뚫려 있던 안방 베란다와 거실 베란다 사이에 가벽을 세워 안방 쪽에는 작은 싱크대를, 거실 쪽에는 대형 화분을 놓았다. 3 종종 재택근무를 하는 간영주 씨의 서재. 여기에서도 개방감과 분리감을 동시에 느끼도록 책상 앞에 야트막한 벽을 설치했다. 4 거실에서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실 아래 그대로 드러난 공조 시설을 감추기 위해 문을 달았다.

10 더하기 15의 특별함
사실 이 집은 박공형 천장, 다락방과 옥상 테라스라는 ‘특별한 덤’을 떼놓고 보면 그냥 아파트, 멀리서 살피면 벌집처럼 구멍 뚫린 아파트 가운데 하나다. 똑같은 평면과 마감재로 이루어진 기성품 아파트를 사들여 구석구석 손 가지 않은 데 없이 매만져 ‘맞춤 집’을 만드는 건 집주인과 그를 돕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술 좋아하는 간 영주 씨를 위해 안방 베란다에 발코니 바를 만든 것, 아이들이 잠들면 부부만의 시간을 맘껏 누리라고 안방 발코니와 거실 베란다 사이에 가벽을 세우고 작은 싱크대를 설치한 것, 사이좋은 형제를 위해 아이들 침대 크기만큼 베란다 쪽으로 가벽을 내어 알코브(방 한쪽에 설치한 오목한(凹)장소) 형태의 침대 공간을 설치한 것, 아이들 공부방에는 벤치 크기만큼 베란다쪽으로 가벽을 만들어 공부 테이블을 넓게 만든 것, 종종 재택근무 하는 간영주 씨를 위해 서재 책상 앞에 얕은 벽을 만들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 것…. 이런 사소하고도 사적인 ‘라이프’가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만나 이 집만의 ‘라이프스타일’로 완성되었다. 작가 이외수 씨의 말처럼 어쩌면 아파트는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성품 아파트가 대부분 기성품 캐비닛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양산해내기 때문에 이 집에 있는 10평의 다락방 그리고 15평의 옥상 테라스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건 바로 주택에서 사는 삶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자연 친화적 일상, 나지막하고 좁은 ‘구석 공간’이 만드는 내밀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 및 시공 달앤스타일(070-8703-4644, www.dallsty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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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혜경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