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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따로 또 함께 사는 집 동이재
닮은 두 집이 나란이 마주 보고 있는 이곳은 ‘한 가지 동, 다를 이’를 써서 동이재라고 이름 지었다. 독립된 두 채에서 3대가 함께 지내기 위해 공간을 분리하고, 각자의 생활에 맞춰 동선을 짠 점이 인상적이다.

동이재에는 대지의 높이 차를 활용해 만든 아이들의 작은 놀이터가 있다.
1 다각면으로 설계해 별도의 장식 없이도 공간에 리듬감을 더했다. 폴리카보네이트로 시공한 창은 햇볕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준다. 2 계단 앞 공간을 활용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보드를 설치했다. 3 아이들이 좋아하는 2층 놀이방. 바닥의 단을 높여서 다락방처럼 아늑한 공간으로 꾸민 것이 콘셉트다. 4 로봇 조립을 즐겨 하는 큰아이의 방으로, 다각면 구조를 활용해 아늑한 공간을 완성했다.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테라스로 이어진다.
혼잡한 도시 생활을 피해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는 마음은 서울에서나 지방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울로 치자면 판교 신도시와 흡사한 경북 경산 사동은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시범형 택지 지구로, 마을 남쪽의 백자산에서 북쪽 평지를 잇는 경사면을 살린 독특한 지형이 특징이다. 마을에는 각양 각색의 매력이 있는 주택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형 특성상 대다수 집이 남북으로 도로를 접하고 남향으로 지은 것에 반해, 동향과 서향으로 지은 V자 형태의 집이 유독 눈에 띈다. 집이 마주 보고 서 있는 독특한 형상, 그 사이로 백자산이 보이며 계단 경사면을 이용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작은 놀이터를 꾸민 집. 이곳은 송정웅 씨네 여섯 식구가 모여 사는 동이재다.

3대가 살 집을 짓다 10년 이상 따로 지내온 부모와 자식 세대가 한 지붕 아래 모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맞벌이 부부가 그렇듯 자녀의 양육 문제로 고민하던 송정웅 씨 부부는 부모님께 먼저 합가를 제안했다. 이번 건축의 설계를 맡은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는 “3대가 함께 살 집을 짓고 싶습니다. 단, 부모님과 우리 가족의 공간은 독립적이었으면 합니다. 함께인 듯 따로 있는 집요.”라고 주문했다. 이것이 이 집의 출발점이자 목표였다. 가족의 바람을 담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동이재는 손바닥을 마주 대고 오므린 것처럼 V자형의 A동과 B동이 마주 보는 독특한 구조다. 처음에는 두 집을 위아래로 쌓거나 나란히 배치하는 법도 생각했지만, 본래의 건축 의도를 떠올리며 수정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집은 보는 방향에 따라 표정이 제각각 다르다. 남쪽과 북쪽의 대지 높이 차가 3m에 이를 정도로 가파른 경사를 역으로 활용해 독특한 구조로 지었기 때문이다. 뒷마당에서 보면 평범한 단층, 이층집이지만, 앞에서 보면 완전히 다르다. 3m 기둥으로 건물을 떠받친 필로티 구조를 적용한 A동은 공중 집이 되었고, 경사면을 활용한 B동은 차고가 별도로 딸린 이층 주택이 되었다. 계단 옆의 미끄럼틀과 암벽등반 기구, 나란히 걸려 있는 그네는 어린 남매를 위한 아담한 놀이터. 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마음껏 뛰놀던 추억을 아이들에게도 만들어주기 위해 송정웅 씨가 설계 초기부터 신신당부한 부분이었다. 집에 놀러온 친구 앞에서 아이들의 어깨가 절로 으쓱해질 만큼 근사한 놀이터다.정원부터 놀이방이 있는 2층 공간까지, 동이재는 언제나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1 거실 유리창을 통해 마주 보는 구조인 동이재. 함께하면서도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 하나의 필지에 집 두 채를 지었다. 2 A동은 동선의 편리함에 초점을 맞춰 침실과 주방, 거실이 나란히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기둥을 이용해 부분 가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하고, 햇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점이 특징.

북 카페에 온 것처럼 아늑하게 꾸민 1층 거실.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대형 책장은 주택을 설계할 당시부터 요청한 부분으로, 아이들이 평소에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동선이 편리하고 짜임새 있는 수납공간을 갖춘 주방 모습. 거실과 주방 사이에 테이블을 배치해 식탁 겸 작업대로 다양하게 활용 중이다.                                                                      

서로 다른 삶을 위한 두 채의 집 동이재는 한 울타리 안에 모여 있는 집이지만, 동선이 겹치지 않게 별도의 현관을 두어 프라이버시를 존중한 집이기도 하다. 울타리와 집 사이에는 삼각 모양의 작은 마당이 하나씩 있는데 노부부의 집 마당에는 직접 담근 간장, 고추장 등을 담은 항아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안마당은 두 집을 연결하는 통로. 거실 창을 통해 건너편 집이 바라다보인다. A 동은 노부부의 생활 편의를 위해 입식 주방과 좌식 거실을 중심으로 침실과 욕실이 나란히 이어진 병렬식 구조로, 기둥에 띄워 고정한 가벽을 통해 주방을 별개의 공간으로 분리하고 빛을 실내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송정웅 씨네 가족이 지내는 B동은 다각면 구조로 거실 천장이 2층까지 개방된 중층 형태의 이층집이다. 북 카페처럼 꾸민 가족실 개념의 거실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아이들 전용 공간으로 꾸민 2층으로 이어진다. B동에서 계단은 가족을 잇는 연결과 소통 장치다. 아이들이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끼리 한 번이라도 더 마주칠 수 있도록 거실을 거쳐 계단을 오르도록 동선을 짠 것. 2층의 하이라이트 공간인 놀이방은 바닥의 단을 높여 다락방처럼 아늑한 분위기로 조성 했다. 이곳에서 남매는 즐겁게 놀면서도 창 너머로 들려오는 요리하는 소리와 엄마아빠가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며 함께 있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 거실을 지나 좁은 복도를 따라가면 부부의 아늑한 침실이 나오기도 하고, 하늘정원 같은 테라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늘 함께하면서도 문득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가족들은 테라스를 찾는다. 함께 생활하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존중한 동이재. 나란히 짓거나 층층이 쌓아 올린 집보다 겨울나기가 버거운 홑집이지만,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고 안온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기에 정웅 씨네 가족은 지금 상태가 꼭 마음에 든다. 


지하 1층의 차고 옆에 꾸민 아담한 바 공간. 늦은 밤까지 업무를 보거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집에 손님이 놀러 왔을 때 주로 이 공간을 활용한다.
1 거실에서 올려다 본 모습. 2층 복도의 난간은 유리 소재를 사용해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천장이 높은 점을 활용해 오브제 같은 조명등을 설치한 점이 인상적이다. 2 지형을 살린 독특한 구조의 동이재. 보는 방향에 따라 집의 모양이 제각각 달라 보인다.
거실을 거치도록 동선을 넓게 짠 실내 계단. 
분주한 일상마저 소중하다 줄곧 아파트에서만 지내온 정웅 씨네 가족이 주택으로 이사 온 뒤에는 일상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파트처럼 관리 사무소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가족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하나 둘 아니다. 해가 지면 실내는 물론 마당과 현관의 가로등을 일일이 켜야 하고, 눈이 내리면 집 앞 골목을 치우며, 틈틈이 정원의 풀도 관리해야 한다고. 주택에서의 삶은 일상을 더욱 분주하게 만들었지만 지금 이 생활에 만족한다는 정웅 씨. “처음 집을 짓기로 한 이유가 아이들 때문이었어요. 답답한 아파트를 벗어나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죠. 양육 문제 때문에 부모님과 합가했지만 그 이상으로 얻은 것이 많아요.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부모님은 예전보다 한층 가까워진 농장에 더욱 자주 들르시고요.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날마다 행복한 하루를 보냅니다.”

이곳에서 격월에 한 번씩 반상회가 열리고, 날씨가 포근한 때에는 이웃과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 아파트에서 경험하지 못한 이웃의 정을 느끼고 있다고. 집 짓는 일은 평생에 한 번 있을까 할 정도로 특별한 경험이다. 물론 집을 짓는 과정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많은 어려움을 수반하지만 그럼에도 집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기쁨 그리고 도심 속 전원 라이프가 주는 즐거움은 기대 이상이다.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 사무소 (www.anlstudio.com)는 안기현, 신민재,이민수 대표가 설립한 젊은 건축가 그룹이다.다양성과 협업의 가치를 존중하며 소품부터 건축, 도시 디자인까지 경계 없는 작업을 지향한다. 대표 건축물로 오션스케이프, 몽당주택, 신당다공, 광저우 슈트, 판교 팝 하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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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새미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