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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복리 펜션 더들집 바다를 보며 위로받네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과 참숯에 구운 통통한 흑돼지구이도 좋지만, 제주의 진정한 멋은 물・돌・바람 세 가지가 어우러진 자연환경이 아닐까. 동복리에 위치한 독채 펜션 ‘더들집’은 이런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곳이다.

1 빌레동 현관을 들어서자 제주의 상징인 돌담과 푸른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졌다. 창문 프레임 속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2 오름동 2층 침실. 바다 위에 누운 듯 환상의 뷰를 자랑한다.
3 윤석민 대표가 꼼꼼히 고른 
소품이 공간에 따스함을 전한다.

제주국제공항에서 동쪽 해안을 따라 차를 타고 달리니 조그마한 마을이 드문드문 스쳐 지나간다. 최근 몇 년 사이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이 부쩍 늘어난 제주 서쪽과 달리 동쪽은 아직 제주만의 독특한 옛 정취가 남아 있다. 제주시를 벗어나 20분쯤 달렸을까, 소문난 맛집이나 유명 관광지는 없지만 제주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한적한 마을 동복리에 도착했다. 눈높이만큼 쌓아 올린 마을 돌담길을 따라 들어가자 뜻밖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다. 푸른 수평선을 배경으로 서 있는 작은 집 두 채. 이곳은 좋은 기운과 행운이 더 들어오라는 뜻으로 이름 지은 펜션, 더들집이다.

가족을 위한 또 하나의 집
더들집은 약 1년 전 제주로 이주해온 윤석민ㆍ양수정 부부가 직접 디자인하고 운영한다. 오랜 기간 여러 잡지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윤석민 대표는 자연스레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더들집은 아내의 고향인 제주에서 그동안 보고 접한 그림 속 집을 실현한 결과물이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구현해내기에 제주라는 섬도 육지와 비교해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만큼 발품을 팔아 업체를 고르고 철저히 조사해 더들집을 완성했다.

윤석민 대표는 가장 먼저 제주만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으면서도 힐링을 목적으로 온 여행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커플 펜션이나 아이가 있는 가족을 위한 키즈 펜션같이 독특한 콘셉트로 무장한 숙박 시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 그는 가족 여행을 온 사람들이 그저 마음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하기로 결심했다. 제주 관광 명소와 동떨어진 동복리에 터를 잡은 것도 그런 이유다. “집을 짓기 전에 여러 동네를 둘러봤는데 이곳은 남쪽보다 태풍의 영향도 많이 받지 않고 서쪽처럼 펜션이나 게스트 하우스가 많지 않아요. ‘동쪽에서 복이 들어오는 마을’이라는 동복리의 뜻도 마음에 들었고요. 관광지가 많거나 북적거리지 않아 가족 여행을 와서 동네 골목길을 산책하며 여유를 부리기에도 좋지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책로가 주변에 많거든요.”

1 빌레동 2층 침실에서는 밤마다 천창으로 제주 별빛을 감상할 수 있다. 
2 빌레동 1층 침실. 빌레동은 비스듬하게 기울인 큰 창문으로 변화를 주었다. 
3 네다섯 명이 머물기에 가장 
적당한 빌레동 거실. 오른쪽 계단을 오르면 천창이 있는 2층 침실이 나온다.

처음부터 가족을 대상으로 기획한 더들집은 네다섯 명이 머물기에 가장 알맞다. 침실 두 개, 넓은 거실과 주방 등 좁다고 느끼거나 공간이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적당한 규모다. 제주에 집을 짓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가구와 자재를 대부분 육지에서 공수해 공사 비용이 15~20% 더 들고,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공사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 바다 근처는 해수와 바닷바람을 견뎌야 하므로 창호나 건물 외장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제주 사람도 해안가에 살려고 하지 않을 만큼 제주는 바닷바람이 세요. 그래서 더들집은 독일에서 수입한 창호를 사용했고 세라믹 사이딩으로 건물 외관을 마감했어요. 지붕은 알루미늄 징크로 만들었고요." 

힐링, 제주의 자연을 만나라 
하고많은 국내 여행지 중에서 우리가 제주를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섬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 그리고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인 가까운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휴양지의 여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어디에 묵을 것인가 역시 여행 목적에 따라 결정하기 마련인데, 더들집은 후자의 이유로 제주 여행을 결심한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4 빌레동 거실. 반 층 올린 스킵 플로어 방식으로 설계했다. 주방에는 켄우드 토스터와 커피포트, 캡슐 커피 머신 등 꼼꼼히 고른 기기를 갖추었다. 
5 오름동 1층 주방에서 본 거실. 반 층 올린 스킵 플로어 방식은 아내 양수정 씨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오름동과 빌레동 두 동으로 나뉜 더들집은 위치 조건이 매우 좋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바다가 인접해 있어 거실과 주방, 침실 창 밖으로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근처에 해녀 마을이 있어 날 좋은 아침에는 물질하는 해녀를 볼 수 있고, 저녁에는 한치를 잡으러 나온 고깃배가 밝히는 조명등 덕에 색다른 뷰를 만들어낸다. 제주에서도 하루 종일 이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은 보기 드물다. 두 동 모두 집 안의 중심인 거실을 반 층 높인 스킵 플로어Skip floor로 설계해 소파에 앉으면 집을 둘러싼 돌담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또 오름동 2층에 있는 침실과 빌레동의 거실에서는 창밖으로 야자나무 세 그루가 펼쳐져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긴다. 동복리는 동풍이 유난히 세게 부는 편이라서 조경을 꾸미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마당에는 바닷바람을 그나마 잘 견딘다는 야자나무 여섯 그루와 동백나무를 심었다. 조경을 화려하게 하지 않은 대신 잔디를 심은 마당을 넓게 만들어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바다 내음을 맡으며 일광욕을 해도 좋을 듯하다. 

출장이나 여행으로 1년에 한두 번씩은 제주에 가지만, 그때마다 제주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라는 뜻인데, 윤석민 대표는 “최근 들어 제주에서도 동복리 근처에 있는 월정리와 평대리가 조금씩 각광받고 있다” 고 한다. 이곳에는 함덕해수욕장과 금속으로 입체 벽화를 꾸며놓은 김녕마을, 비자림과 용눈이오름 등 또 다른 볼거리가 있어 서쪽과 다른 제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20년 전 제주에 처음 왔을 때부터 동쪽 마을을 좋아했다는 그는 원래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지을 생각으로 땅을 구입했다. 그래서 지금도 예약 손님이 없을 때는 가족과 더들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3~4개월 전 정식으로 문을 연 뒤 투숙객이 SNS에 올린 사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더들집. 앞으로 윤석민 대표는 제주 토박이인 장모가 만드는 토속 음식을 선보이는 등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해 더들집을 알차게 꾸려갈 계획이다. 잠시나마 바쁜 일상을 잊기 위해 제주로 떠난다면 더들집에서 제주의 속살을 음미해보는 건 어떤가. 

예약 문의 더들집 블로그(http://blog.naver.com/durdle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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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서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