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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알레 우경미∙우현미 자매 마이 알레 이야기
디자인 알레의 우경미 대표, 우현미 소장이 과천 알레 434에 라이프스타일 농장 ‘마이 알레’를 오픈했다. 농장에서 손수 키운 채소로 입맛을 돋우고, 꽃은 물론 다채로운 볼거리로 안목을 높이는 곳. 자연을 벗 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자연스러움 자체를 존중하는 ‘알레 스타일’까지, 마이 알레의 첫 장을 연다.

세련됨과 투박함, 부드러움과 거칢,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라이프스타일 농장 마이 알레(02-3444-4337). 숲의 한 자락, 잠시 도시의 번잡함을 벗고 무위의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이 정원은 알레를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1년 전, 디자인 알레 우경미 대표가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왔다. “과천에서 차 한잔 어때요?” 건물을 다 지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새 또 하나의 건물을 지었다니, 늘 새로운 일을 벌이는 그 열정의 비결은 무엇일까. 경기도 과천, 서울의 남쪽 끝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알레 434번지. 2001년 디자인 빌리지를 꿈꾸며 이곳에 터를 잡은 우경미 대표는 2008년 건물 두 채를 지어 집을 가꾸고 이웃을 맞고, 정원을 가꾸며 농장에서의 삶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여전히 일구고 있다는 말이 맞다. 집이 정리되면 정원을 뒤집고 정원 일이 한가할 즈음엔 쇼케이스를 기획, 해가 바뀌면 또 건물을 짓고, 그 건물에 어떤 콘텐츠를 채울까 고민하는 일의 반복이다. 갓 완공해 비어 있는 건물의 고요함을 마주하는 순간, 마치 대형 서점에 들어섰을 때처럼 벅찬 긴장감이 몰려든 것은 아마도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질 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찾은 알레는 1년 전의 고요함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새로 지은 이 건물 1층은 숍, 2층은 사무실, 3층은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죠. 하지만 알레를 사랑하는 여러 사람의 회유와 협박(!)에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방향을 바꾸었어요. 사무실 비중을 대폭 줄이고 1층은 카페, 2층은 디자인 알레 사무실과 편집매장으로, 3층은 아카데미와 전시 공간으로 구성했죠. 누구나 내 집처럼 즐기라는 뜻에서 이름도 ‘마이 알레My allée’라 지었고요. 큰 콘셉트는 라이프스타일 농장이에요.”
정원 앞에 있던 단층 건물(2011년 7월호에 소개한 레이지 팜lazy farm)을 부수고 3층 건물을 신축하면서 그간 하나씩 생각해온 것을 한자리에 차려낸 우경미 대표. 새 이웃을 맞고, 대중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작업실부터 사무실까지 재정비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알레 역시 15년의 행보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단다. 그래서일까, 늘 그 자리에 있던 알레 농장이 왠지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알레가 갖고 있는 콘텐츠, 무수히 흩뿌려져 있던 재능과 열정이 응축된 결과이리라.
마이 알레는 그야말로 알레 스타일의 ‘의식주’가 집약된 공간이다. 총 3층 건물은 계단을 중심으로 마치 파이를 잘라 양쪽으로 벌려놓은 듯한 형태로,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면적이 좁은 왼편을 사무 공간으로, 오른편을 쇼룸이나 홀로 사용한다.1층 카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조리 공간은 유광 화이트 타일로 마감한 뒤 수작업으로 새 벽화를 그려 넣었다.

벽면 전체를 쇼케이스로 활용하는 2층 편집매장. 알레에서 직접 디자인하거나 유럽에서 수입한 아웃도어 가구와 화분을 두는 쇼케이스로 활용한다.
튤립 구근을 볼 안에 소담하게 담았을 뿐인데 마치 정물화 같은 공간이 탄생했다.
창틀에 턱 걸친 나무 한 그루, 초록 샹들리에 등 공간 곳곳에서 알레의 장기를 만날 수 있다.

알레, 사람을 모으다
우경미 대표와 그의 파트너이자 동생인 우현미 소장이 이끄는 ‘디자인 알레’는 플라워와 조경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며 인테리어 분야까지 전문 영역을 넓히고 있는 토털 디자인 회사다. 1999년 신사동에 쇼룸을 오픈했는데, 마침 우경미 대표의 동생 우영미(솔리드옴므) 디자이너가 사옥을 지을 계획이었고, 조경 회사에 다니던 우현미 소장은 독립을 준비 중이었다. “조경 컨설팅 명목으로 솔리드옴므 사옥 설계에 참여했죠. 1층 천장은 무조건 높아야 한다고 설득한 뒤 그 자리를 제가 꿰찼어요. 정작 솔리드옴므 사무실은 3층으로 밀려 올라 갔고요.(웃음) 그곳에서 10년 동안 아주 열심히, 재밌게 작업했어요. 하지만 저희가 하는 작업의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실험적 작업을 좋아하다보니 시간과 공간의 한계에 부딪혔죠. 더 이상 재료와 오브제를 쌓아둘 곳이 없어 주차장에서 작업할 때도 있었고요.”
널찍한 작업 공간을 갈망하던 우경미 대표의 바람을 읽은 그의 남편 김철주 교수는 교외에 땅을 알아보다 서울에서 가깝고 비교적 개발이 덜 된 과천의 이 땅을 발견했다. 야트막한 언덕, 탁 트인 전경, 무엇보다 꽃 시장이 가까운 것이 장점이었다. 우경미 대표는 2천 평 되는 부지 입구에 우선 살 집을 지었다. 이왕이면 디자인・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모여 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섯 개의 독립 세대로 구성한 두 채의 건물을 짓고, 그 옆에 자그마한 창고를 지어 작업실로 사용했다.

“집을 짓고 나니 주말이면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집으로 모이는 거예요. 점점 이곳 434번지가 편해지고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더라고요. 신사동 사무실을 정리하고 아예 사무실도 이곳으로 옮기자 계획했어요. 그사이 솔리드옴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는 막냇 동생 우장희의 집도 레노 베이션하고, 모노콜렉션과 디자인 와츠(현재는 디자인업체 NR디자인이 입주)를 식구로 맞았지요. 안쪽 건물 마이 알레에는 챕터원과 모노콜렉션의 세컨드 숍, 베리 띵스, 알레 숍이 모여 멀티숍을 구성했죠. 하지만 막상 숍을 오픈하니 멀리까지 찾아온 사람들한테 뭐라도 대접해야 하잖아요. 충분히 한 끼 식사가 되는 샐러드와 샌드위치, 치즈, 주스 등 카페 메뉴는 모두 평소 저희가 마당에서 가꾼 채소로 즐겨 만들어 먹던 음식 그대로예요. 결국 마이 알레는 알레 스타일의 의식주를 모두 담아내는 공간인 셈이죠. 완성하기까지 5년, 아니 15년 걸렸네요.”
나뭇가지로 돔 형태의 골조를 만들고 짚을 끼워 완성한 거대한 조명등과 리듬감 있게 배열한 네덜란드 의자로 꾸민 3층 아카데미 공간. 블랙으로 마감했음에도 시야가 확 트이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2층 편집 매장의 베리 띵스 코너. 윤숙경 대표가 셀렉트한 디자인 서적과 핸드메이드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편집매장을 함께 구성한 이웃들. 왼쪽부터 베리 띵스 윤숙경, 챕터원 김가언, 모노콜렉션 장응복, 전시 기획자 구병준 대표, 알레 우현미 소장.
양철통에 크로커스, 무스카리 등 구근을 담았더니 공간에 금세 봄 기운이 가득하다.
알레, 집을 짓다
취재를 위해 알레를 찾은 날은 경칩, 볕이 가장 좋은 시간인 오전 10시였다. 오프닝 준비를 위해 어수선한 모습이었지만 역시나 “차 한잔 마시고 시작해요!”라며 넉넉한 여유를 부리는 우경미 대표. 사실 알레는 W호텔과 파크 하얏트, 현대카드, 현대백화점 판교점, 넥슨 사옥, 현대 김포 아웃렛(오픈 예정)의 식물과 조경을 담당할 정도로 독보적 실력을 인정받지만, 단 한 번도 이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 모습을 본 일이 없다. 열정과 비례하는 겸손함, 농부 같은 우직한 소신, 오직 ‘알레’의 속도와 스타일로 내공을 쌓을 뿐이다.
“정원은 한두 해 만에 완벽하게 정리되는 공간이 아닌 만큼 애초에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출발하는 게 좋아요. 이 꽃이 예쁘고 저 소품이 좋아 보인다고 해서 무작정 사 모으다 보면 어수선하기만 할 뿐 생각처럼 멋진 이미지는 구현하기 어렵죠. 그건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예요. 공간에서 이뤄지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동선을 계획해야 하니 조경과 마찬가지죠.” 조경은 건축, 인테리어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하는 우현미 소장. 마이 알레 건물 역시 우경미 대표와 함께 디자인과 공사를 진두지휘했으니 꽃을 심던 알레가 스스로 공간을 짓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저희 자매들은 어릴 때부터 소꿉놀이보다 공사판에서 노는 걸 좋아했어요. 누가 집을 지으면 가서 매일 구경하곤 했죠. 집을 자주 지을 수는 없잖아요.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 이왕지사 특별하게 지어보자 했어요. 불편하더라도 재미있게 해보자고요.”

5년 전 우경미 대표가 처음 지은 살림집(두 채의 건물 중 한 세대)은 일직선으로 똑떨어지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 불규칙한 선과 면을 이어 좀 더 재미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 무엇보다 가변적 구성이 돋보인다. 방은 오직 두 개. 자녀들이 유학을 간 시기였기에 방이 많을 필요가 없었다. 슬라이딩 도어 안쪽으로 침실과 드레스룸을 나누고, 복도를 지나 기둥 왼편이 부엌, 오른편이 서재와 거실이다. 서재와 거실 역시 가벽 하나로 공간을 나눴다. 성근 공간 분할만큼 재미있는 점은 소재. 가공하지 않은 철판과 콘크리트 기둥, 미송 합판을 실내 인테리어로 끌어들인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다. 원하는 집에 대한 선명한 청사진이 있었기 때문일까? 지은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처음 모습 그대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알레만의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집은 익스테리어exterior(외부)든 인테리어interior(내부)든 결국 사람과 가장 밀접한 곳이죠. 집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는 생활 패턴이 무엇인지, 내가 꿈꾸는 것을 스스로 계획해야 건축가에게 맡겨도 정확한 설계를 구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알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원. 알레가 ‘농장’으로 되기까지는 조경학자나 다름없는 김철주 교수의 도움이 컸다. 김철주 교수는 기계공학 전공이라 배수로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활약한 것은 물론, 식물을 좋아해 정원 관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몫이다.

나이를 먹다 보니 가족이 확실히 구심력이 된다고 말하는 우경미 대표. 조언을 구할 때도 남보다 가족이 먼저다. 그러고 보니 우경미 대표의 가족은 맨 파워가 남다르다. 이론가인 남편, 남매 중 둘째인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 IT전문가지만 경비행기를 몰 정도로 다방면에 취미를 갖고 있는 남동생 우중구, 조경 전문가인 넷째 우현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명민하게 의사 결정을 돕는 막내 우장희,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2세까지… 디자인이란 큰 축을 중심으로 조금씩 다른 분야에 몸담은 식구들은 모이면 완벽한 하나의 그룹이 된다. 돌과 쇠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감성은 우현미 소장이 빼닮았으며, 스스로 ‘데자인’을 아주 잘한다고 자부하는 엄마의 재능은 우영미 디자이너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아버지는 건축, 어머니는 원단 관련 일을 하셨다). 알레가 사용하는 내추럴한 화기나 조경 스타일도 사실 어린 시절 정원에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받아 만든 것.
“여전히 주말 오전 11시에는 가족이 모두 모여요. 디자인 알레 임시 사무실이던 공간을 아예 패밀리 라운지로 바꿨죠. 우리 가족끼리는 편하게 ‘함바집’이라고 부른답니다. 집에 오면 모여서 밥부터 해결하니까요.”

가족은 알레의 힘! 왼쪽부터 우경미 대표의 아들 김성조, 남편 김철주 교수, 우영미 디자이너, 알레 우현미 소장, 조카 정유경(우영미의 딸), 우경미 대표, 어머니 서정희 여사, 솔리드 옴므 우장희 전무.
우경미 대표의 집. 루프가든으로 오르는 중간에 있는 옥탑방을 게스트룸으로 개조했다.
자주색, 먹색 등 빛바랜 컬러는 세련되면서도 투박하고, 내추럴하면서도 심도 있는 알레의 감성을 표현해주는 데 제격이다.

‘공간 속 공간’을 콘셉트로 한 우경미 대표의 사무 공간. 박스 안쪽에 타일을 실사 프린트해 붙인 소소한 아이디어로 임팩트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정원에서 수확한 채소로 만드는 한끼 되는 샐러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도록 스무 가지가 넘는 재료를 사용한다.
벽돌, 미송 합판, 콘크리트 등 가공하지 않은 마감재로 꾸민 우경미 대표의 주거 공간.

3층 커뮤니티 공간 라운지에서는 오픈을 맞아 4월 한 달간 글린트와 공동 기획으로 ECM 레이블 사진 전시를 한다. 지하에서는 ECM의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전의 한 코너를 옮겨 전시하는데 푹신한 빈백 소파에 누워 힐링할 수 있다.

알레, 같이 놀다
디자인 회사로 15년을 걸어왔다면, 과연 마이 알레가 새로운 비전을 기획하면서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궁극적으로 알레가 아카데미를 기획한 이유다. “어떻게 노는지, 어떻게 쉬는지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아요. 도시인이 잠시나마 복잡한 현실을 내려놓고 느릿느릿 거닐며 쉴 수 있는 농장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1차 목표였다면, 2차 목표는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강의실에서 클래식을 들을 때는 기계가 좋아야겠지만 이곳은 공간이 좋으니 그야말로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지요. 어려운 음악도 자연과 함께 있기에 더욱 편안하게 들릴 테고요.”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디자인&아트, 네이처&푸드, 보디&마인드 등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디자인&아트 프로그램은 클래식 데이, 새로운 클래식 컨텐퍼러리, 오페라 에피소드, 상상 목공실, 소프트 인테리 어 강좌를, 네이처&푸드 프로그램은 알레의 플랜트&가든, 오감으로 느끼는 티, 나를 위한 천연 식탁 강좌를, 보디&마인드 프로그램은 디톡싱 무브먼트&밸런싱 푸드 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클래스들이 스킬 skill에 집중하는 수업이라면 마이 알레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함께 배우고 즐기고 나누는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한편 아마추어지만 프로처럼 즐기는 사람도 많지요. 프로 같은 프로그램이되, 자연과 함께 쉽게 즐기자는 게 알레 커뮤니티의 목표입니다. 음악, 파티 등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니 충분히 즐기세요.”
마지막으로 우경미 대표에게 ‘농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어딘지 묻자, 아무것도 짓지 않은 앞마당이라고 말한다. 이 건물에 빈번히 출입하는 사람이 그때마다 긴장하거나 어렵게 여기면 안 되니 다양한 사람이 자 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여전히 가장 중요하단다. 우리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언제나 열려 있는 라이프스타일 농장, 마이 알레. 올봄 온몸으로 푸른 기운과 에너지를 만끽하고 싶다면 평화롭지만 열정적인 그곳, ‘나의’ 알레를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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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