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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마당 삼아 지은 집 더 벡터 청평
절경을 이루는 곳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위락 시설 때문에 호젓한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옛말이라지만, 청평호는 아직까지 제 이름값을 하는 몇 안 되는 명소 중 하나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 그 경사면에 갑자기 나타나는 콘크리트 구조물. 숲과 하늘, 호수가 에워싼 인상적인 전망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개방형 건축 ‘더 벡터 청평’을 만났다.


때 묻지 않은 대지에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기존 환경의 변화를 동반하는 일이다. 그래서 원래 자연의 모습을 꼼꼼히 분석하고 예전 환경보다 좋게 만들어내야 할 책임도 막중하다. 하우스 웨딩이나 기업 워크숍, 소규모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렌털 하우스 ‘더 벡터 청평’은 이런 당연한 원칙에 충실하고자 고민한 흔적이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요트 선착장을 갖춰 요트를 테마로 한 하우스 웨딩이나 와인 파티,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간다. 한강시민공원은 주말이면 텐트촌이 되고, 광화문 광장 분수대와 여의도 꽃길은 휴가철의 백사장처럼 변하기도 한다. 캠핑 열풍은 또 어떠한가. 도시인이 틈만 나면 물가로, 산과 들로 몰려 나가는 이유는 단지 ‘야외 취침’을 동경해서가 아닐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숨구멍’을 찾고 싶은 욕구, 호젓한 청평호를 마당 삼아 지은 집 ‘더 벡터 청평’이 이를 방증한다.
벡터vector. ‘공간에서 길이뿐 아니라 방향도 가리키는 수학적 양’이라는 뜻으로, ‘더 벡터 청평’은 이름처럼 절벽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수직, 수평 공간으로 나눠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강 건너편에서 보면 바람개비 모양을 하고 있어 ‘바람개비 집’으로 통하는 이곳은 소규모 연회나 파티를 위해 대관해주는 렌털 하우스다. “톡 튀어 나온 콘크리트 박스 외에 도로 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없어요. 멀리 호수와 산만 보이죠. 굳이 외관 전체를 보려면 배를 타고 호수로 나가야 하니 이곳에 오면 누구든 내밀하고 호젓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저 몸이 시키는 대로 한없이 게을러지는 것으로 충분한 곳이 바로 더 벡터입니다.”
조선호텔에서 마케팅 본부장을 지내다 ‘니콜라스 어드바이스’라는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건축주 전부원 대표는 이곳 청평이 고향이다. 청평호는 우리나라 수상 레저의 발상지로, 북한강 변을 따라 자라섬까지 이어진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지만, 그에 비해 관광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 기업 생활을 마치고, 뭔가 고향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그는 더 벡터 청평을 통해 호수, 수상 가옥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백화점이 아닌 로드숍에서 물건을 사는 것처럼 소규모 연회, 하우스 웨딩, 기업의 론칭 파티 등도 호텔을 벗어나 캐주얼하고 프라이빗하게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래서 찾은 부지가 절벽이지요. 도로에서 강가까지 접근성이 좋은 데다 강과 맞닿아 ‘요트’라는 콘텐츠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욕조를 오픈한 구조의 침실. 넓은 창을 통해 풍경을 만끽하도록 내부 공간은 데커레이션을 최대한 배제했다. 벽면을 사선으로 마감해 같은 면적이지만 훨씬 넓어 보인다.

이 집은 내부 공간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화려하다. 통창 너머 계절에 따라 변하는 전망, 날카로운 사선 구조가 뿜어내는 역동성이 그 비결.

4층 전실에서 3층 거실을 내려다본 모습. 4층부터 1층까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쉴 새 없이 새로운 자연과 마주하게 된다.

절벽에서 자란 집 15m가 넘는 깎아지른 절벽. 대지의 악조건을 이겨내면서 얻은 값진 호수 풍경과 수상 공간은 이 집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건축 설계를 맡은 최철수 소장은 어려운 지형을 되레 도전의 기회로 삼았다. 더 벡터처럼 급경사지에 집을 짓는 방법은 절벽으로 타고 내려오는 수가 해법이다. 이런 경우 바닥에서 힘을 받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집이 등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옹벽이 필요한 것. “이 집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벽에 붙어 뻗어나가는 집입니다. 외관 형태로 보면 매스 네 개가 결합되어 있는데, 각자 뻗어나가는 축이 바로 ‘벡터’를 뜻하지요.”
최철수 소장은 이곳이 청평 내에서 중심적 위치라는 점에 착안해 사방으로 펼쳐지는 바람개비 형태로 콘셉트를 잡았다. 도로와 같은 방향, 즉 수평으로 뻗어나가는 축은 순방향 소통의 의미를 담아 편안하게 머무르는 공간인 침실을 배치했고, 위아래로 뻗어나가는 수직축은 하늘과 물 그리고 자연을 한데 모아 즐긴다는 의미를 담아 거실과 주방, 회의실로 구성했다.
“도로에서 보면 콘크리트 박스 하나만 삐죽 솟아 있을 뿐이에요. 하지만 꼭대기층인 현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통창 너머 청평호가 펼쳐지고 난간 아래로 다이닝 공간인 2층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세 개의 침실 모두 전망과 콘셉트가 다른 점도 매력적이에요. 3층 침실은 오크 소재로 전체를 마감해 그야말로 차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2층 침실은 침대와 욕조를 한 공간에 배치했어요. 다이닝 공간은 자그마한 테라스와 연결되어 여름에 바비큐를 즐기기 좋아요. 요트 선착장과 연결되어 선상 파티도 즐길 수 있고요.”
최철수 소장의 설명을 듣고 공간을 둘러보니 더 벡터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둘씩 자연스레 떠오른다. 첫째 노출 욕조에서 거품 목욕하기, 둘째 요트에서 와인 파티 즐기기, 여름에는 바비큐와 수상 레저까지. 사계절 날씨에 따라 혹은 낮과 밤에 따라 바뀌는 배경에 맞춰 새로운 화학작용을 빚어내는 호수 풍경은 그야말로 보너스다.


1 더 벡터 청평을 설계한 초이 건축(02-511-8342)의 최철수 소장.
2 프라이빗한 와인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요트 내부.
3 도로에서 보면 자그마한 콘크리트 건물이 삐죽 나와 있는 정도로 집의 형태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1층에 마련한 다용도 룸. 기업 워크숍이나 회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 벡터 청평의 건축주 전부원 씨와 파트너 신백규 씨. 불이 켜진 밤에 호수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바람개비 모양의 랜턴처럼 집 자체에서 빛이 퍼진다.

4층 현관 전실에서 호수를 바라본 모습. 평평한 잔디밭 위에 깔끔하게 서 있는 대신, 절벽에서 자라 나온 더 벡터 청평. 덕분에 모든 공간에서 너른 청평호를 품을 수 있다.


비현실적 일상에 기웃거리는 시간 ‘빛은 인테리어의 한 요소다’. 빛은 공간을 밝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공간에 넓이, 길이, 높이, 구조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그러므로 앞의 문장을 이렇게 바꿔도 되겠다. ‘빛은 인테리어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빛’을 강조하는 이유, 짐작하다시피 이 건축물은 하루 종일 조명등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채광이 좋다. 뭐 대단한 일이냐 싶겠지만, 이 건축물이 북향이고 한쪽 면이 모두 옹벽으로 막혀 있어 창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최철수 소장은 부분 부분 천창을 뚫고 그 빛이 4층부터 1층까지 고루 전달되도록 오픈 스페이스로 구성, 계단 방향을 영리하게 조정했다.
북향에 절벽인 데다 건축할 수 있는 대지의 폭도 협소한 점 등 ‘남향의 마당 넓은 집’은 구현할 수 없는 악조건만 모여 있던 터라 오히려 일반 룰을 깰 수 있었다고 말하는 최철수 소장. 여러 사람이 어울릴 수 있고, 사용자에 따라 공간 기능 또한 변경할 수 있도록 갤러리처럼 객관적인 공간을 구현했다. 그래서 집 안에는 물건이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가구의 형태도, 색도 매우 단순하다. 화이트와 원목, 돌을 닮은 타일 등 전체가 깔끔한 조화를 이루고 무질서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인테리어에서 담백한 여백이 느껴지는데, 어찌 보면 ‘공간을 최대한 비움으로써 활용할 수 있는 최대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스칸디나비안 양식을 차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꼭 필요한 것만 있는 공간, 하지만 맞춤 케이터링 등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는 물을 끼고 있는 주택이 거의 없어요. 경사지라서 위험하지않냐, 물이 범람하면 어떡하냐 등 걱정을 앞세우는 분이 많죠. 하지만 경사지는 용적률, 건폐율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건물의 2분의 1이 땅에 묻혀 있으면 용적률과 건폐율에 포함되지 않는 ‘지하’로 인정받는데, 더 벡터는 1층과 2층의 한쪽 벽이 완전히 막혀 있기 때문에 지하로 인정받아 대지 활용률을 높일 수 있었어요. 대지 면적 1705㎡, 건축 면적 495㎡인 더 벡터의 정확한 구조는 지하 2층, 지상 2층인 셈이죠.”
지하지만 지하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앞서 말한 천창과 전면 창 덕분. 북향이라 여름에 시원한 것도 장점. 사실 더 벡터 청평은 일반 도심 주택과는 다르다. 앞쪽은 완전히 개방되어 자연과 교감하는 데 막힘이 없고, 침실과 욕실까지 개방해 북한강이 남김없이 공간으로 들어온다. 주택이 아니기에 공간의 실용성에 큰 비중을 두진 않았지만, 몇몇 요소는 충분히 주택에도 적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렌털 하우스의 본보기에서 도심 주택에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발전하길. 또한 여행자들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선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요즘, 자연 친화적이고 작품 같은 건축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길 기대해본다.

주소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유명로 2558 문의 031-585-9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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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