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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지은 집 곡선이 있는 집
광교산 자락 밑 막다른 길, 두 팔 벌려 누군가를 환영하는 듯한 곡선 형태의 벽돌 건물이 눈길을 붙잡는다. 형태만 보고는 도무지 용도를 가늠할 수 없는 이 건물은 지극히 삶의 편의를 감안해 지은 단독 주택이다.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필로티 위에 곡선 형태의 전벽돌 건물을 올린 신봉동의 ‘곡선이 있는 집’ 외관. 필로티 형태로 원활한 주차 공간이 생긴 마당에는 봄이 되면 정원도 더해 가꿔볼 계획이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정교한 자개장과 건축주의 앤티크 가구가 어우러진 2층 메인 침실. 남쪽으로 낸 넓은 창 밖으로 작은 발코니가 이어지는 구조다.


막다른 길 끝, 남쪽을 향해 근사한 풍광을 바라보며 자리한 택지 위에서 건축가와 건축주가 처음 만났다. 보기 드물게 좋은 입지에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면 4m 폭의 대지에 건물을 앉힐 경우 막다른 입구로 차가 들어 오고 나가기가 불편하다는 매우 실질적인 문제였다. 이 집의 건축을 맡은 조호건축 이정훈 소장은 이 좋은 입지의 유일한 단점인 주차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필로티piloti(건물을 지면보다 높이 받치는 기둥)를 생각 했다. 콘크리트로 만든 2m 정도 기둥 위에 매스(집)를 얹는 구조로 넓은 주차 공간은 물론 정원도 함께 꾸릴 수 있는 현명한 건축적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워낙 풍광이 아름다운 대지인 터라 거실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정원 대신 조금 더 넓은 의미의 풍경 정원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이처럼 기능에 따른 필로티, 좋은 입지를 한껏 끌어들이기 위한 건물과 창의 배치, 계절을 극복하기 위한 온전한 단열과 친환경적 채광과 통풍은 이 건물을 ‘집’으로 기능하게 해주는 완벽한 요소들이다. 거기에 더해진 드라마틱한 외관은 이 집을 한층 주체적으로 만드는 건축적 기교다.


1 주방을 통해 3층 기도실 겸 게스트룸으로 올라가는 좁고 밝은 계단. 아늑한 방이 이어질 것을 예고하는 듯한 공간감이 인상적이다.
2 자신과 고요하게 만나는 곳인 기도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건축주는 2층 작은 공간에 기도실 겸 게스트룸 용도의 방을 만들었다. 폐쇄적인 공간감과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3 곡선으로 휜 부엌 창 너머로 광교산의 너른 품이 펼쳐진다. 여느 카페 부럽지 않은 장소. 주방은 건축주가 사용하기에 가장 편리한 레이아웃을 그대로 적용했다.
4 3층 아들 방으로 오르는 계단 ‘ㄱ’ 자 창을 통해 병풍 같은 광교산의 풍경과 밝은 빛을 끌어들였다.
5 천장과 남쪽 전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해가 온기를 가득 채워주는 거실. 이 집의 보온을 담당하는 메인 아이템인 난로는 자기 전에 틀어두면 온 집 안을 데워주며 오전에 스스로 꺼진다. 창틀에는 건축주가 여행하면서 모은 무라노 글라스와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놓여 있다.


빛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외벽
이 집의 외관은 흙을 구워서 벽돌 모양으로 만든 전벽돌을 사용해 촘촘히 쌓아 올려 마감했다. 자연의 색감에 묵묵히 동화되는 검은 전벽돌은 각도를 달리해 쌓아 올린 덕분에 남쪽을 향해 오목렌즈처럼 감싸 안은 방식으로 필로티 위에 얹혔다. 활처럼 휘어 있는 외벽의 양 끝은 각기 다른 높이로 치켜 올려 건물에 역동성을 부여했다. 태양의 흐름에 따라 생성되는 벽돌 면의 그림자는 바라보는 각도와 시선에 따라 달리 읽히는데, 이또한 자연스레 건물의 변화를 만드는 요소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외벽의 주재료인 전벽돌의 거친 질감은 이 집의 서쪽 일부에 사용한 반사도 높은 스테인리스의 물성과 만나 풍경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투영하기도 한다. ‘곡선이 있는 집’의 형태가 주는 특징은미적 요소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주차를 위해 적용한 필로티 공간은 산을 따라 흐르는 바람이 건물 표면과 만나 원활하게 순환하게 하는 역할도 해준다. 여름철 햇빛으로 인해 건물이 달구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통풍구가 된 셈이다.


1 2층 메인 침실 바깥쪽 발코니의 천장 벽과 외벽은 거울 타입의 패널로 마감했다. 활처럼 휜 건물 구조 덕에 침실 발코니에서 부엌 창을 마주 볼 수 있는 점이 재미있다.
2 투박하고 묵직한 색감의 전벽돌의 각도를 달리해 드라마틱한 곡선을 표현한 ‘곡선이 있는 집’의 외벽 디자인.

건물의 독특한 구조 덕분에 평범하지 않은 평면의 3층 아들 방. 남쪽에서 이어지도록 낸 코너 창을 통해서도 멋진 풍경이 들어온다. 침대 맞은편 유리문이 드레싱룸, 나무 문이 욕실이다.

남쪽으로 시원하게 열린 전면 창과 경사진 천장에 현명하게 낸 천창, 북쪽을 향한 좁고 긴 창 등을 통해 빛과 공기가 순환하는 ‘곡선이 있는 집’의 거실. 덴마크 대학에서 건축을 가르치는 둘째 아들과 거실에 마주 앉은 건축주.


바람과 빛이 적극적으로 드나드는 집
서울의 전형적인 주택가에 살던 건축주가 이 동네를 오가며 풍경에 매료된 것이 5년 전 일이라고 말한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좋은 땅을 만난 것을 인연으로 서울의 주택을 정리하고 이곳에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덴마크에서 건축을 가르치는 아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조호건축 이정훈 소장을 만났다. 아들의 전폭적인 믿음은 건축가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됐고, 독특한 외관과 구조에 대한 건축주의 적극적인 지지도 이 과감한 집의 바탕이 됐다. “아들의 추천도 있었지만 건축가와 첫 미팅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대화가 통하는 건축가였고 제가 원하는 바를 잘 읽어내더라고요. 꾸준한 대화를 통해 지금의 집을 얻었어요. 세 아들중 결혼한 둘은 분가시킨 터라 아늑하게 짓고 싶었고요.”

두 개 층으로 지은 집은 2층에는 메인 침실과 거실, 주방이 연결된다. 외관이 말해주듯이 3층은 양 끝에 각각 아들 방과 기도실이 자리하는 단출한 구성이다. 이 집의 큰 특징은 곳곳에 배치한 천창과 공간에 맞게 계산해 낸 창들이 집 안 구석구석 어두운 곳이 없도록 밝혀주는 자연 조명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소한小寒이 막 지나 한창 추운 날 촬영하는데 전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거실 가득 온기를 유지해주었다. 남측의 전면 창은 충분한 일조량을 가능하게 해 자연 채광에 의한 에너지 효율을 확실히 보장했다. 거실의 천장에 설치한 자동 창은 여름철 뜨거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데, 최대한 공기 순환이 활발하도록 한 배치다. 동서남북은 물론 천장까지 배치한 다양한 창은 맞바람을 원칙으로 시공해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는 게 건축가의 설명. 지면에서 2층,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이 집의 모든 계단 역시 북서풍에 맞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도록 모두 북쪽에 배치했다. 어떤 계절 앞에서도 이 집이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들로 채워졌다는 이야기다.

“저희 집이 친구들에게는 사랑방 같은 곳이 됐어요. 원래 나들이 삼아 놀러 오던 곳이었는데, 집을 짓고 나니 뷰가 좋은 부엌이 카페가 된 거죠. 손주들한테도 할머니네 집에 와서 뭔가 다른 감성을 얻어가게 할 수 있어서 좋고요.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의 순리대로 이치대로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이 순리대로 달라지는 게 가장 아름다운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죠. 풍경이 교훈이 되는 집입니다.”
건축주는 사시사철 생명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아늑한 집을 몹시 만족스러워했다. 많은 것을 덜어냈는데도 가족과 함께 누릴 수 있는 것들로 넘쳐 나는 집, 해가 들지 않는 공간을 찾을 수 없는 밝은 집,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곡선이 있는 집’은 시각적으로 그리고 삶 자체로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가족의 따뜻한 안식처였다.

설계 및 디자인 조호건축(www.johoarchitec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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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소영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