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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위해 지은 양평 Y 주택 건축가로 딸로, 두 갈래의 만남
양평은 황혼의 부부들이 전원 라이프를 준비하며 제일 먼저 거론하는 곳이다. 서울과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 덕분에 도시에서 누리던 편리한 생활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여유로운 전원 풍경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 김태영은 부모님을 위해 빨간 우체통이 있는 전원주택을 지었다. 그러고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주말마다 집을 가꾸고 마당을 돌본다.

1층과 2층 두 갈래 집을 수직・수평으로 어긋나게 배치해 Y자 형태의 독특한 구조를 띤다. 아래쪽에 기둥을 설계해 공중 부양시켜서 생긴 그늘 마당에서 김태영 소장 가족은 캠핑을 즐기거나 담소를 나눈다.
스튜디오메조의 김태영 소장은 양평 오빈리 일대의 전원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친정 부모님을 위해 한 필지를 분양 받았다. 이곳은 최근 1~2년 사이에 지은 네다섯 채의 집이 들어 지가 조성되었는데, 각각의 필지는 도로 지분을 빼면 1백30~1백35평 정도로 마당이 있는 30~40평대 집을 지을 수 있다. 김 소장은 환경과 비용 등 조건이 좋은 데다 양평이라면 지리적 접근성도 뛰어나 가족이 주말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집으로, 부모님의 전원주택으로도 부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또 뒤로는 남산, 앞으로는 남한강이 흐르는 위치에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마당이 있어 고향 마을을 그리워하는 엄마를 위해서도 제격이었다. 일단은 부모님의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짓기로 마음먹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집이 완성될 즈음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자식의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 부모라 했던가? 아버지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오가야 하는 터라 당분간은 서울에 머물러야 했고, 부모님의 전원생활은 자연스레 연기됐다.

1, 2 가구는 최소한으로 두되 집이 밋밋해 보이지 않도록 마감재로 인테리어 포인트를 주었다. 다이닝과 주방 공간에는 우드 루버를 설치해 복도와 자연스럽게 분리하면서 막힌 느낌이 들지 않게 했고, 현관 앞에도 회벽돌을 쌓아 블록 파티션을 만들었다. 자연스러운 공간 구획이 눈길을 끈다. 
그늘 있는 최고의 마당
“부모님 대신 주말마다 남편, 아홉 살 딸과 함께 이곳에 와 집을 정리하고 마당을 다듬곤 합니다. 집의 용도가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아 살림이 많지 않고, 또 그러다 보니 사람 사는 집에서 풍기는 따뜻함이 부족했지요. 그래서 가끔 언니네 가족도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주말 주택으로 사용하자고 결심했습니다”라는 것이 김소장의 이야기다. 부모님이 터를 옮기기 전에 건축가의 마음으로, 딸의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었으리라. 숲과 잔디에 녹음이 짙어진 늦여름, 김 소장과 그의 가족을 만난 건 집 앞마당이었다. 캠핑장에 온 듯 키즈 텐트와 돗자리를 넓게 펼치고 간식거리도 준비했으며, 배경음악도 흘러나왔다. 신이 난 딸아이는 마당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테니스광인 아빠의 제안에 흔쾌히 일어나 라켓으로 공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직사광선이 그대로 내리쬐는 마당에 텐트와 테니스 코트가 웬 말이냐 싶겠지만, 이곳은 독특한 구조 덕분에 ‘그늘 마당’이 있다. Y 주택이라는 이름처럼 공중에서 보았을 때 두 갈래로 집이 나뉘는데, 한쪽에 기둥을 설계해 공중 부양시켰다. 덕분에 기둥으로 떠받친 아랫부분은 자연스레 그늘이 져 한여름에도 맞바람이 부는 시원한 가족 놀이터가 된다. “마당이 있어도 그늘이 없으면 못 놀더라”는 어머니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부분이다.


수직과 수평으로 역할을 나누다
실내는 약 165.28㎡ (50평) 정도인데, 부모님의 서울 집과 비슷한 크기다. 부모님이 요구한 것은 전원 풍경을 집 안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구 성할 것, 그리고 사적 공간의 프라이버시는 충분히 고려해줄 것. 그 외 나머지는 건축가인 딸에게 일임했다. 단지 중 제일 앞머리에 위치해 집 안에서 강이 바라다보이는 이 집은 사다리꼴의 부정형 필지에 들어섰다. 김 소장은 부정형 땅이었기에 집 모양새가 자연스레 독특해졌다고 말한다. “집 모양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큰 고민 없이 지었어요. 집의 앞쪽이 남향이고, 뒤쪽에 입구가 있는 구성이다 보니 오히려 집이 있어야 할 자리가 명확했지요.” Y자 형태의 두 갈래 중 한쪽은 1층만, 나머지는 2층만 채워 넣었다. 거실ㆍ주방ㆍ식당과 같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공간은 1층에, 침실ㆍ드레스룸ㆍ서재ㆍ게스트룸 등 사적 공간은 2층에 몰아 설계했다. 사적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한 부모님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것. 1층과 2층을 수직ㆍ수평으로 어긋나게 배치한 덕분에 안팎의 경계가 자연스러워졌다. 1층의 옥상은 2층에서 나오면 이어지는 널찍한 테라스고, 2층의 하부는 1층과 이어지는 마당이 되는 식이다.

3, 4 Y자 형태의 두 갈래 중 1층만 채운 공간에는 거실, 주방, 식당 등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공간을 배치했다. 특히 거실은 마당과 이어져, 집 안팎의 경계가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양평 오빈리 일대의 자연 경관을 조망하기에 좋다. 5 서재를 포함해 침실, 드레스룸, 아이 방과 같은 사적 공간은 두 갈래 중 2층만 채운 공간에 몰아 설계했다. 사적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한 부모님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반영한 부분이다.

가구 대신 마감재로 인테리어하다
가구는 꼭 필요한 소파, 침대, 식탁 등만 들여 살림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단, 집이 밋밋해 보이지 않도록 마감재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목재와 벽돌 등 물성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게 연출했다. 집 구조처럼 색채를 입히거나 불필요한 장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집 구조가 독특한 터라 가벽으로 공간을 구획하지 않고, 마감재로 유연하게 자리만 잡았다. 현관에 들어서면 신발장 옆으로 회벽돌을 쌓아 블록 파티션을 만들었으며, 부엌과 다이닝 공간에는 우드 루버를 설치해 복도와 자연스럽게 분리하면서 독특한 느낌을 냈다. 또 가장 안쪽에 있는 거실 천장에는 나무 타공판을 캐노피처럼 매치했더니 대부분 흰색으로 마감한 집 전체에 포인트가 되었다. 2층은 선형의 복도를 따라 침실, 욕실, 서재, 아이 방 등이 이어진다. 김 소장은 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침실과 복도에 통유리창을 냈는데, 확 트인 시야 덕분에 부모님은 이른 새벽 남한강의 물안개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늦은 저녁 일몰을 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복도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1층 옥상에는 인조 잔디를 깔아 아버지를 위한 골프 연습장을 만들 계획이라고도 한다.

부정형 필지, 마당 앞쪽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한강과 자전거 도로, 뒤쪽으로 들어오는 입구 형태 등의 특이한 요소 덕분에 오히려 집의 모양새를 자연스럽게 정할 수 있었다는 김태영 소장. 기둥으로 떠받쳐 한쪽 갈래를 공중 부양시킨 덕분에 작은 에 그늘도 만들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망이 좋지요? 이쪽 부지 앞쪽으로 원래는 경의선 철길이 들어설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철길이 뒤쪽으로 빠지게 되면서 자전거도로로 바뀌었지요. 자전거도로를 질주하는 사람들 너머로 남한강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풍경이지요. 제가 보는 이 풍경을, 그리고 여유로움을 곧 부모님이 누릴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 김태영 소장은 경희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도시설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SKM디자인과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담당하다 스튜디오메조(02- 6204-7773)의 공동대표로 합류했으며, 한경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람, 소통, 작은 건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택, 오피스, 공공 시설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디자인과 시공 스튜디오메조(02-6204-7773, mezzoarchitec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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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