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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페 강호정·박영성 대표 부부의 문호리 라이프 지금, 여기!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회 전체가 허탈감과 우울증을 겪고 있다. 많은 사람이 돈벌이에 자신을 혹사시킨다. 하지만 최근에는 풍요로운 삶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 성공한 삶이란 예쁘고 화려한 삶이 아 니라 평화롭고 조용한 삶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브레이크를 잡고 삶을 즐길 수 있을까? 의약・의료 기기 전문 기업 지리페G-Life 본부장이자 테라로사 서종 타운을 기획한 강호정 이사장과 한국젬스 박영서 대표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평범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일을 목표로‘테라로사 서종 타운’을 일군 플레이어들. 왼쪽부터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 셀라비 와인 숍 박지혜 대표, 리아네이처 이보경 이사, 55도 고메 서주완 대표, 타운을 총괄 기획한 강호정ㆍ박영서 대표 부부.

1 테라로사 카페 입구에 있는 와인숍 셀라비. 와인도 커피처럼 대중화될 수 있는 콘텐츠라 생각하는 박지혜 대표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데일리 와인을 추천한다. 강호정ㆍ박영서 대표가 평소 즐겨 마시던 와인병을 뒤편에 조르르 장식했다. 컬러 상판이 돋보이는 스툴은 아르텍 제품. 2 마치 꽃집에 온 듯 상큼한 허브 화분이 가득한 리아네이처 쇼룸. 공간 디자인과 디스플레이는 리아네이처가 추구하는 자연주의 콘셉트를 담았다. 3 메자닌 구조로 홀처럼 탁 트인 공간감을 자랑하는 테라로사 카페. 삼삼오오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계단은 공연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활기찬 문호리의 아침
요즘 양평 문호리가 심상치 않다. 아침 8시, 그윽한 커피 향을 따라 빨간 벽돌 건물 사이로 들어서니 그야말로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른 시간인데도 수많은 사람이 카페에 앉아 티타임을 즐기고, 파티시에는 갓 구운 빵을 나르느라 분주하다. 이름하여 ‘테라로사 효과’.

“아침부터 양평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꽤 많다”고 강호정 이사장에게 인사를 건네자 ‘콘텐츠의 힘’이라며 함께 타운을 일군 플레이어를 소개한다. 먼저 테라로사의 김용덕 대표. 강호정 이사장은 창고 부지였던 이 땅을 보자마자 생전 한 번 가봤던 테라로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강릉 논밭 한가운데 있는 허름한 창고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가득 앉아 커피를 마시던 그곳. ‘커피 순례’ 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커피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만든 김용덕 대표라면 이곳 또한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2013년 오픈했지만, 준비는 2005년부터 시작했어요. 직장 생활 20년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남편도 저도 브레이크 다운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우선 저부터 3년간 하던 일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삶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고 약속했죠. 왓슨 와이어트에 근무할 때 프로젝트로 덴마크 문화를 접했고, 당시 주한 덴마크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이정민 상무관과의 인연으로 테라로사와 함께 북유럽 문화원도 오픈했어요.”

테라로사, 북유럽 문화원을 오픈하고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을 만나며 커피가 단순히 커피 한잔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강호정 이사장. 김용덕 대표 의 말처럼 ‘커피’야말로 누구나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요, 평범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일이 모여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이자 욕심이 더욱 커졌다. 의약・의료 기기 전문 기업 ‘지리페’의 의미(지리페는 genuine life를 의미한다)처럼 기준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 진짜 삶을 추구하는 타운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각 매장의 콘텐츠로 자연스레 녹아 있다.

타운의 건축은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가 맡았다. 요새처럼 닫힌 공간을 지나 빨간 벽돌 건물 사이로 들어서면 예상치 못한 정원을 마주하고(정원은 조성 중이다), 커피 향에 이끌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 공간감과 사람들의 활기찬 에너지에 또다시 압도당하는 경험. 계단에 털퍼덕 앉아 미술・디자인 서적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 배가 고프면 카페 반대쪽 레스토랑 55도 고메에서 이탤리언 브런치를 즐기고, 식사 후에는 레스토랑 바로 옆 키친 가든 정원에서 백미당 아이스크림으로 디저트 타임을 갖는다. 새로 지은 건물인데도 새것 같지 않고, 벽돌 건물임에도 삭막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30년 전부터 보관해온 벽돌과 나무, 철제 소재를 믹스 매치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산자락이나 강변 등 바로 옆에 자연 풍광이 펼쳐지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그린 터치가 필요했는데, 리아네이처가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수행한다. 언뜻 보면 꽃집으로 착각할 정도로 허브가 가득 놓인 입구와 한국적 요소를 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쇼룸은 동백꽃 등 천연 원료를 디스플레이하고, 매장 뒤편에 작은 테라스 정원을 마련해 그 자체로 자연주의적 삶의 가치를 전한다.


1 강호정ㆍ박영서 부부의 세컨드 하우스. 소파와 TV 없는 거실을 실현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에서 정면 발코니 너머로 빨간 벽돌 건물과 산세가 펼쳐진다. 2 거실에서 바라본 침실. 양쪽으로 문을 열면 정면에 침대를 마주 보게 배치해 이국적 느낌을 자아낸다. 3 수많은 조색 끝에 완성한 모던한 색감의 욕실. 
빼고 줄이는 과정에서 탄생한 집
2013년 오픈하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북유럽 문화원의 정신은 강호정 이사장 부부의 세컨드 하우스에 오롯이 담겨 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겉치레 없이 사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가족 중 심적 삶과 군더더기 없는 생활 패턴 등 북유럽의 철학이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 들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북유럽 문화원을 통해 얘기한 것들을 세컨드 하우스에 하나 둘 새겼죠.”

강호정 이사장은 평소 ‘별장을 갖지 않는다’가 모토였다.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은 손주들이 태어나면서부터(아가씨처럼 보이는 동안 외모지만 사실 손주가둘!). 손주들이 문호리에 놀러 왔을 때 잠깐이라도 쉴 수 있고, 평소 가족들이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유니언 하우스’를 콘셉트로 공간을 계획했다. 두 개의 침실과 작은 주방, 거실 겸 다이닝룸, 미니 정원과 발코니로 구성한 30평 남짓한 공간은 최소한의 가구와 소품으로 꾸몄다.

“늘 분수에 맞춰 살라는 가르침을 받았어요. 세컨드 하우스는 저 혼자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주방도 최소한으로 하고, 청소하기 쉽도록 가구도 많이 두지 않았죠. 기능이 없는 물건은 하나도 없어요. 현관 입구에 걸린 무어만의 랙도 야외 활동 후 들어와 선글라스와 모자, 담요 등을 두는 용도지요.” 거실에 소파와 TV를 두지 않는 것이 로망이었다는 강 이사장은 커다란 나무 테이블을 두고 식탁, 업무용 테이블 등 다용도로 사용한다. 검박한 테이블은 스탠다드에이에서 제작했고, 칼 한센앤선의 CH88 의자로 포인트를 줬다. 새로 사는 것을 최소화하고 싶어 북유럽 문화원에서 사용하던 조명등을 재사용했으며, 침대와 주방 가구 등은 맞춤 제작했다. 창가에 둔 조지 나카시마의 1인 체어가 유일한 호사. 집 안 작은 구석도 편안한 의자 하나만 둔다면 얼마든지 명상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주말 여가를 위한 공간인 만큼 전화기, 텔레비전, 컴퓨터 같은 전자 기기를 두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이 집의 백미는 한 평 남짓한 중정이다. 부엌 뒤편의 이너 가든은 여섯 식구가 모여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기 딱 좋은 크기다. 무엇보다 나만의 하늘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처음에는 발코니도 정원처럼 꾸밀까 생각했는데, 그 또한 과욕이 아닐까 싶어 오히려 크기를 줄였다. 결국 주말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쉼’이라는 테마는 빼고 줄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실현했다.

“이우환 화백의 2006년 작 ‘다이얼로그’는 모든 인간의 관계, 즉 소통과 화합의 시작은 점에서 비롯됐으며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흐름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결국 ‘모든 출발은 점’이라는 작품의 주제가 이곳 서종 타운의 콘셉트와 의미가 일맥상통하죠. 이곳에 온 사람이 점이라면 서종 타운은 서로 소통하고 화합해 하나의 문화, 흐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지요.”


1 두 살, 네 살 손주를 위해 마련한 방. 자작나무 합판으로 단을 제작한 후 그 위에 매트리스만 얹어 실용적으로 구성했다. 건축과 시공은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가, 실내 디자인은 플랜 H가 맡았다. 2 현관 입구의 무어만 랙. 야외 활동 후 집에 들어왔을 때 꼭 필요한 실용적 아이템이다. 3 한쪽 벽에 푸른색으로 포인트를 준 작고 실용적인 주방. 관리하기 편하도록 꼭 필요한 가전제품과 식기만 두었다. 4 주방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거실.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공간에 담담하게 어우러진다.

손바닥만 한나만의 하늘이 있다는 게 주말 주택의 묘미 아닐까. 소박한 화단은 문호리에 있는 꽃집 사장님과 의논해 직접 꾸몄다.

평범한 것에서 찾은 문화의 힘
테라로사 카페 입구에 있는 와인 숍 셀라비는 ‘와인 역시 커피처럼 대중화하겠다’는 모토로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데일리 와인을 제안한다. 회사 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강호정 이사장의 권유로 와인 공부를 시작한 딸 박지혜 씨는 1년 만에 공신력 있는 자격증을 두루 섭렵했다. 와인 판매보다 교육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싶어 매장 지하에 강의실도 마련했다. 이미 문호리 주민 서너 팀을 대상으로 소규모 와인 클래스도 시작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자신 있게 주문하는 노하우, 레이블 읽는 방법 등 평소 와인을 즐겨 마시지만 이론적으로는 문외한인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수준의 강의다. 클래스와 함께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도 계획하는 박 대표는 요즘 아침 출근길이 흥분되고 설렌다. 궁극적으로 ‘와인은 고급문화다’ ‘비싼 술이다’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와인도 얼마든지 커피처럼 대중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와인을 마시면 우선 음식이 맛있어져요. 1만~2만 원대 와인으로도 충분해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음식과의 궁합, 선호하는 맛과 품종 등을 찾는 게 더 중요하죠.”

테라로사에서는 오픈 전 세계적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음악회가 열렸다. 김용덕 대표의 후기에 따르면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인데, 뭔지 모를 감동을 느꼈다는 사람이 많았단다. 예술이 모셔져 있는 곳보다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 이런 게 바로 사회를 움직이는 작은 알갱이, 문화의 힘이다.

“밀물처럼 몰려왔다 쑥 빠져나가는 트렌디한 상업 공간보다는 한참을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리아네이처의 원료를 재배하는 한방 허브밭을 만들면 자그마한 식물원 콘텐츠가 또 하나 채워지죠. 콘셉트 있는 부티크 호텔까지 구성하면 타운이 완성돼요.”

여든 살이 넘어도 여전히 다방면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고, 마흔도 안 되었지만 새로운 것에 문을 걸어 잠근 사람도 있다. 젊은 시절부터 활동적인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많아도 활력이 넘치는 사람도 있다. 나이와 마음의 나이는 실제로 다른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부부.

“‘now and here’, 50대 중반이 지나니까 이 말이 더 깊숙이 와 닿아요. 점이 모여서 선이 되고, 선이 모여 하나의 바람이 되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죠. 일상도, 비즈니스도,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만 잘 챙겨도 인간관계가 아주 풍성해지죠.”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며 차 마시기, 건축과 책이 어우러진 소박한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 감상하기,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기…. 그게 무엇이든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테라로사 서종 타운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강호정 이사장의 세컨드 하우스를 둘러보고 셀라비 박지혜 소믈리에의 와인 클래스를 진행합니다.
일시 7월 19일(화) 오후 2시 인원 10명 참가비 1만 원 장소 경기 양평군 서종면 북한강로 992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오픈 하우스’ 코너에 참가하고 싶은 이유를 간단히 적어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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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