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송동 109.09㎡ 아파트 하나의 집, 두 개의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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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카페 인테리어 카피캣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디자인보다는 공간 각각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한 집이더라! “10년 후 이 집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설계도 두 장을 완성한 삼송동 아파트 개조기.
요즘 레노베이션을 계획하는 이들이 SNS에서 주저 없이 ‘팔로잉’하는 곳이면서, 엄마들의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곳이 투앤원디자인 스페이스 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화이트와 우드 톤으로 깔끔하게 마감한 인테리어, 실용적으로 살림을 가려주는 거실 월플렉스, 흰 사각 타일로 마무리한 깔끔한 벽면이 이곳의 스타일을 짐작케 했다. ‘30평대 아파트 인테리어’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카페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투앤원디자인 스페이스의 깔끔한 월플렉스에 반해 이곳을 찾은 김동찬ㆍ오혜경 부부는 첫 만남에서 사뭇 놀랐다. 그간 생각해온 집의 디자인과 스타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투앤원디자인 스페이스 임승민 실장은 “10년 후 이 집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집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라며 어떤 집에 살까가 아닌, 어떻게 살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임 실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함께 두 개의 설계도를 그렸다.
소파와 TV 대신 북 카페 같은 거실 공간을 연출했다. 타일로 마감하고 식탁과 벤치를 배치한 뒤 맞은편에 월플렉스를 짜 넣어 아이들 동화 전집을 보기 좋게 수납했다.
1 월플렉스 일부만 오픈형으로 제작해 답답하거나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부부는 실용적이면서 스타일리시한 월플렉스에 반해 투앤원디자인 스페이스를 선택했다. 2 북 카페 콘셉트의 거실 분위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벤치와 테이블은 모두 투앤원디자인 스페이스에서 제작한 것. 벤치 한쪽 면에 선반을 설치하고 아래쪽에 수납장을 넣었다. 3 플레이룸 발코니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한 화실로 꾸몄다. 작은 책상과 의자, 선반으로 아이만의 아지트를 연출했다.
공간의 역할을 바꾸는 레노베이션
여섯 살 딸, 네 살 아들이 있는 이 집에는 아이 방이 없다. 아이가 커서 방을 사용하려면 초등학생 정도는 돼야 하는데, 그럴 경우 현재 방 하나의 역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는 과감히 아이 방을 없앴다. 그들에게 현재 필요한 방 세 개는 가족 침실, 플레이 룸, 서재다. 가장 널찍한 방은 시스템 책장과 책상으로 서재를 꾸며 아이들 공부방, 혹은 남편의 서재로 활용한다. 이후에는 딸아이의 방으로 탈바꿈할 계획. 침실은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퀸 사이즈와 슈퍼 싱글 사이즈 침대를 붙여 가족이 함께 사용한다. 침대, 사이드 테이블, 작은 선반으로만 단출하게 꾸몄는데, 훗날 아들 방으로 사용할 공간이다.
한편 침실과 마주 보는 플레이룸은 기존에 부부 침실 겸 안방으로 설계해 작은 욕실이 딸려 있다.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도록 TV와 소파를 배치하고, 뒤쪽에는 가벽을 세워 드레스룸을 만들었다. “이 집은 거실이 넓은 대신 드레스 룸이 따로 없는 구조예요. 그래서 다른 집들은 작은 방을 드레스룸으로 사용하거나 넓은 방 한쪽 면에 시스템 장을 설치해 부족한 수납을 해결하곤 하지요. 그래서 저희는 가벽을 세워 방의 역할을 분리했어요.” 아내 오혜경 씨는 작은 욕실과 일직선이 되도록 설치한 가벽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위쪽을 유리로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4 테이블 상판 아래에 낮은 서랍을 설계해 테이블 매트와 생활용품 등을 보관한다. 5, 6 거실에 TV가 없는 대신 작은 방에 TV와 소파로 플레이룸을 꾸몄다. 뒤쪽에는 가벽을 세워 드레스룸을 만들었는데, 걸어 보관하는 옷의 양을 가늠한 뒤 맞춤 제작했다. 발코니는 딸아이를 위한 화실 겸 놀이 공간이다.
한편 부부는 레노베이션을 하기 전, 기존 가구 리스트와 가전 리스트 외에도 가족 옷 리스트를 꼼꼼히 적었다. 드레스룸 안쪽의 시스템 장은 걸어 보관하는 옷과 접어 보관하는 옷으로 분류해 양을 가늠한 뒤 짜 넣은 것. 투앤원디자인 스페이스의 실용적이고 섬세한 면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사실 가벽을 세운 위치가 매우 ‘계획적’이에요. 지금 가족 침실로 사용하는 방을 아들 방으로 꾸미고 나면 플레이룸은 부부 침실로 바꿀 예정이거든요. 그래서 침대 하나가 딱 들어갈 만한 위치에 가벽을 세웠어요. 지금은 서재, 침실, 플레이룸이지만 10년 후에는 딸아이 방, 아들 방, 드레스룸이 딸린 부부 침실이 되겠지요.” 아내는 공간 역할을 유연하게 바꿔 집을 200% 활용할 수 있다며 즐거워했다. 지금 새 집을 얻었듯 10년 후에도 새 집을 얻는 느낌일 테니 말이다.
보기 좋은 집이 살기에도 좋다
TV를 플레이룸으로 옮겨놓고 나니, 가족들은 거실을 자연스레 북 카페처럼 사용한다. TV와 TV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어린이 동화 전집을 충분히 수납할 수 있는 월플렉스를, 소파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6인용 테이블과 벤치를 두었다. 테이블 쪽 벽은 타일로 마감하고 시스템 선반을 달았다. 카페 같은 인테리어를 원한다면 콘셉트를 먼저 정한 후 중심이 되는 가구를 결정해야 한다. 예컨대 ‘북 카페’ 콘셉트라면 책장과 테이블을 정하는 것이 순서. ‘카페’에 집중하다 보면 인테리어 마감이나 조명등, 다른 부수적 요소에 치중하기 마련이지만 결국 생활하는 데 필요한 가구가 제일 중요하다. 임 실장은 거실 벽에 시공한 타일에 대해 조언했다. “값싼 타일일 지라도 크기가 작은 것으로 골라 밀도 있게 시공하면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 할 수 있습니다. 메지(줄눈) 또한 중요한데, 요즘은 메지를 아예 넣지 않고 간격을 붙여서 시공하기도 하지요. 같은 타일이지만 느낌을 다양하게 낼 수 있어 인기 있는 마감재입니다.”
1 주방과 거실 사이에 작은 홈바를 만들었다. 홈바 옆으로 세운 가벽 너머에는 수납장을 만들어 자주 사용하는 그릇을 보관하는 데 매우 실용적이다. 2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서재는 훗날 딸아이 방으로 꾸밀 예정. 3 아이들이 어려 퀸 사이즈 침대와 슈퍼 싱글 사이즈 침대를 붙여 사용하는 가족 침실. 패브릭 패널은 아내가 직접 제작했다.
거실과 부엌 사이에는 홈바를 만들었다.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기에 바쁜 아침이나 아이들 간식 시간에 유용한 코너 공간이다. 홈바 너머에 자리한 주방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새 집이다 보니 주방 가구는 손보지 않았어요. 대신 홈바와 주방 가구 사이 가벽에 선반장을 만들었는데, 친구들이 저희 집에 와서 가장 부러워하는 공간이에요. 자주 쓰는 그릇을 넣어두고 그때그때 꺼내기 좋아 편리하지요. 게다가 가전제품 전열선이 손쉽게 닿을 수 있도록 선반 사이에 콘센트도 만들었어요”라며 아내는 주방을 사용할 때마다 레노베이션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레노베이션을 계획하며 여러 인테리어업체를 알아보고, 시공 후기를 읽으면서 예쁜 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공 직후에는 멋지고 훌륭하지만, 실제 살림살이가 더해지면 처음 모습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집은 더욱 마음에 들어요. 우리 가족이 사용하던 가구, 가전, 옷 등을 충분히 넣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가족의 10년 후 생활까지 앞서 생각한 집. 집을 레노베이션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삶을 레노베이션한 기분입니다.”
1 10년 후 부부 침실로 꾸미고자 부부 침대 크기에 맞춰 드레스룸 가벽을 세웠다. 2 10년 후 딸아이 방으로 꾸밀 예정. 3 10년 후 아들 방으로 꾸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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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